신의 손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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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
작품등록일 :
2016.03.1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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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3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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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5.2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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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신의 손을 훔쳤다(40)

DUMMY

한광수의 집무실이 있는 14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7층에서 내려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한다.

집무실로 향하는 전용 엘리베이터가 7층의 반대편 복도 끝에 있기 때문이다.

복도를 걷는 동안 나를 에워싸고 있는 사내들의 표정을 면밀히 살폈다.

삭막할 정도로 굳어있는 것이 잔뜩 긴장한 표정들이다.

복도 전체적인 공간에서 풍기는 분위기 또한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살기.’

이런 반응이라면 놈들이 무언가를 알아냈다는 얘기가 된다.

뭘까?

생각이 드는 순간 한상수를 불러 세웠다.

“이봐. 한상수.”

“왜 그러지?”

“한광수 대표를 만나는 것이 그리 시급한 것은 아니니 잠시 지하를 내려갔다가 오는 것이 좋겠어.”

나의 말에 한상수는 물론이고 주위를 에워싸고 있던 사내들의 표정에 당황스러움이 보인다.

‘역시......’

“여기까지 와서 뭐 하러 내려가? 그냥가자고.”

“아니야. 곽도산에게 직접 물어볼 것이 있어.”

“하아, 귀찮게 왜 그래?”

“먼저들 올라가 있어. 다녀올 테니.”

무작정 몸을 돌려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뒤에서 들려오는 한상수의 음성에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여자애 찾아?”

그의 물음에 김무진과 곽도산이 위기에 처했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무슨 소리지? 여자애라니?”

“키키. 벙어리 말이야. 벙어리. 어려서 그런지 살결이 아주 야들야들하게 보이던데!”

‘여기까진가?’

놈의 얘기에 속이 뒤틀려 입술을 질근 깨물었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살아남을 만한 인간을 생각했다.

살모사 말고는......

‘......?’

순간 기억 속에 한 놈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기분 더러운 죽음의 냄새를 풍기던 자.

곱상한 얼굴의 무테안경을 쓴, 닥터라 불리던 놈이 떠오른다.

“큭큭큭.”

웃음이 입술을 비집고 나온다.

그 모습에 한상수가 발끈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우리가 호구로 보였나?”

“아닌가?!”

“황만의 게스트하우스. 네놈들 짓이지? 아니, 그보다 장만호가 이곳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어. 그것도 네놈과 함께 말이야. 그리고 김 상무는 어떻게 한 거지? 우린 김 상무더러 사모님의 심장을 가져오라고 시킨 적이 없어.”

놈의 어쭙잖은 질문에 답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내 손에 죽을 놈이기에.

“닥터라는 놈은 어디에 있나?”

나의 질문에 한상수가 당황한다. 하지만 이내 억지 미소로 자신을 포장한다.

“호오. 놈을 알아? 천상의 닥터라 불리는 놈이라면 네놈이 찾는 그년의 인육을 떠서 지금쯤이면 위로 올라갔을 거다. 키키. 위에 진짜 괴물이 와있거든. 그놈이 배가 고프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키키킥.”

이젠 정체를 숨기고 말 것도 없다.

놈의 마지막 말에 분노가 끓어오르며 나의 손에 살육의 느낌이 되살아난다.

파지직.

스파크가 미친 듯이 날뛴다.

“무, 무슨 짓을 한 거지?”

“뭐야?”

“놈이 무기를 들었다.”

한상수의 비명어린 고함이 복도를 울리고 나를 향해 좁혀오던 놈들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난다.

속전속결.

되도록 빨리 정리해 버리고 지하로 내려가야 한다.

“한 놈도 살려고 하지 마라.”

짓씹는 말을 끝으로 사내들이 사방을 점하며 달려든다.

“야이 씨......?”

푸욱.

우드득.

가장 선두에 선자가 허리춤에서 사시미칼을 빼들며 욕지기를 뱉으려 했지만, 칼을 빼들기도 전에 가슴이 뚫렸다.

사내는 자신의 심장이 펄떡이는 것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뒤로 넘어갔다.

쿠웅.

이를 지켜보는 모든 자들이 말을 잊어버렸는지 입술만 들썩일 뿐 소리를 내지 못한다.

놈들 중 몇 명은 무슨 상황이 벌어진 것인지 아직 인식조차 못하는 듯 보였다.

“그래. 진정한 공포란 그런 것이다. 네놈들이 타인에게 주었던 것처럼 받아라. 그리고 느껴라.”

오른 손에서 죽어버린 사내의 피가 바닥으로 한 방울씩 떨어져 내린다.

뚝... 뚝... 뚝...

“으아아.”

“괴, 괴물이다.”

“씨팔. 이런 미친......”

악의 덩어리들이 혼비백산하며 흩어진다.

파지지직.

손을 감싸고 있던 스파크가 강열해지며 팔뚝을 타고 오르더니 어깨를 지나 다리로 치닫는다.

타앙.

잔상을 남기며 쏘아진 나의 전신이 비상구로 도주하는 놈들을 앞질러 선다.

뿌악.

퍼버버벅.

우드득.

“크아아...”

일순간 모든 비명과 죽음의 소리가 음률을 타듯 뒤섞인다.

사지가 뜯겨나가며 두려움에 몸서리치는 사내들의 절규가 복도를 메워나간다.

털썩.

이를 지켜보던 한상수는 그대로 주저앉아 버렸다.

눈앞에 사내는 인간이 아니다.

자신의 실수를 뒤늦게 깨달았지만 이미 늦은 것이다.

7층 복도의 바닥은 물론이고 벽과 천정까지 붉은 색 페인트로 칠을 한 것처럼 변해버렸다.

그럴수록 살고 싶다는 욕망이 한상수를 지배한다.

한상수가 천정에 달려있는 CCTV를 바라보며 눈물을 흘린다.

“사, 살려줘. 제, 제발 살려줘...”

주르륵.

바지에 오줌을 싸버리는 한상수의 목을 움켜쥐고 들어 올렸다.

“컥컥.”

“지하로 안내해. 조금이라도 지체하면 팔다리는 물론이고 네놈에게 달려있는 모든 것을 뜯어내 버리겠다.”

“으허헉.”

한상수가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서있지 못하고 바닥을 기어간다.

뒤따라가 그의 호주머니를 뒤져 폴딩라이프를 꺼내 들었다.

서걱.

손가락 하나를 잘라버렸다.

“끄아아아.”

“뛰어. 그렇지 않으면 남은 아홉 개를 다 잘라버리겠다.”

후다닥.

미친 듯이 뛰어간 한상수가 엘리베이터의 버튼을 정신없이 눌러댄다.

탁탁탁탁탁...


코너에 몰린 곽도산이 황만의 조직원들에서 빼앗은 알루미늄 야구 배트를 치켜세웠다. 그리고 자신의 옆에서 숨을 헐떡이는 김무진을 바라보았다.

“크윽.”

김무진이 옆구리를 움켜쥐며 신음을 토한다.

“괜찮냐?”

“형님 눈에는 제가 괜찮아 보임까?”

김무진의 얼굴은 장만호로 특수분장을 한 인피가 찢겨버려 너덜거리고 있었다.

“좆도. 너무 쉽다고 생각했다.”

“헉헉. 이 새끼들한테 우린 좆 된 검다.”

“큭큭. 유대성인 지금쯤 어떻게 됐을까?”

“혹시 암까? 다 죽여 버리고 여길 올지?”

둘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사내들이 저마다 칼을 꺼내들며 다가서고 있었다.

어림잡아도 스무 명은 되 보인다.

“쓰벌. 살기는 틀린 것 같다.”

“거...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십쇼.”

김무진은 자신의 주위를 살피며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다.

땡그랑.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놈들의 발에 야구배트 채인 소리가 난다.

김무진은 소리가 나는 쪽으로 시선을 돌리며 야구배트를 줍기 위해 몸을 날렸다. 그러자 한 사내가 기다렸다는 듯이 김무진의 가슴을 향해 폴딩라이프를 던졌다.

쉬익.

“이 멍청아...”

곽도산이 김무진을 밀쳐내며 날아오는 칼을 쳐내려 했지만...

푸욱.

그 칼이 자신의 가슴에 파고들어 버렸다.

“......?”

넘어져있던 김무진이 부리나케 일어나 무너져 내리는 곽도산을 안아들었다.

“도, 도산이 혀엉...”


비밀지하실 입구에 도착하니 안에서 육두문자가 난무하며 싸우는 소리가 들려온다.

한상수를 안으로 밀어 넣으며 뒤따라 뛰어들었다.

가슴에 폴딩라이프를 꽃은 채, 쓰러지는 곽도산이 동공에 들어찬다.

“빌어먹을.”

부들부들.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가슴을 뜨겁게 불태우며 주먹이 떨려온다.

“이 악마 새끼들. 지옥에도 돌아가지 못하도록 갈가리 찢어주마.”

파지지직.

스파크가 전신을 태풍처럼 휘감는다.

텁썩.

옆에서 얼이 빠져 멍청하게 서있는 한상수의 멱살을 움켜쥐며 끌어당겼다.

“크르릉.”

나의 입에서 괴물의 그렁거리는 소리가 비집고 흘러나온다.

“그 머리 필요 없지?”

한상수의 눈동자가 극심하게 흔들린다.

“사, 살려...”

뿌아악.

휘익.

한상수의 머리를 뜯어내 악마들에게 던져버렸다.

“우아아악.”

“어, 어......?”

“미, 미친놈.”

놈들이 혼비백산하며 한상수의 머리로부터 뒷걸음질 친다.

타앙.

자리에서 사라져 악마들의 중앙에 모습을 드러냈다.

“너희 중에 먼저 죽는 놈이 오히려 편한 죽음이 될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 서있던 악마의 가슴을 찢어버리는 것을 신호탄으로 처절한 살육이 시작됐다.

곽도산은 분노로 몸부림치는 유대성을 바라보았다.

“커억.”

곽도산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오자 김무진이 떨리는 두 손으로 그 피를 받아 낸다.

“형. 도산이 형. 크흐흑.”

곽도산이 김무진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시선을 돌려 유대성을 바라보았다.

스륵.

그리고 눈을 감았다.

“혀엉... 으아아아”

김무진의 절규와 함께 사지가 뜯기는 고통을 당하는 사내들의 비명소리가 뒤섞인다.


14층 한광수의 집무실.

한광수의 자리에 앉아, 나이프로 잘라낸 인육을 입에 넣고 질겅이며 씹고 있는 남자의 두 눈이 반달모양을 띠고 있다.

즐거워 죽겠다는 표정을 짓던 그가, 자신 앞에 놓여있는 접시를 바라보았다.

고여 있는 붉은 피 속에는 두 번의 칼질이면 없어질 인육이 가지런히 놓여있다.

“더 없어? 부족해.”

사내의 말에 천상의 닥터가 미소를 지었다.

“조금만 기다리면 정말 맛있는 고기가 올 거야.”

닥터의 말에 사내가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천상의 닥터는 참 고마운 인간이야.”

“맛있게 먹어주니 내가 오히려 고맙지. 그리고 포식자 그룹의 총수가 된 걸 축하하는 의미로 정말 맛있는 것을 선물할게. 리웡춘”

오십이라는 인원이 집무실 안을 가득 채우고 있었지만 누구하나 둘의 대화에 인상을 찌푸리는 이가 없었다.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우적우적.

인육을 먹고 있는 리웡춘의 두 눈이 새빨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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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신의 손을 훔쳤다(26) +4 16.04.29 945 23 11쪽
25 신의 손을 훔쳤다(25) +6 16.04.28 813 23 10쪽
24 신의 손을 훔쳤다(24) +5 16.04.27 903 22 10쪽
23 신의 손을 훔쳤다(23) +3 16.04.26 793 22 9쪽
22 신의 손을 훔쳤다(22) +5 16.04.25 834 24 14쪽
21 신의 손을 훔쳤다(21) +9 16.04.23 842 25 7쪽
20 신의 손을 훔쳤다(20) +6 16.04.22 864 2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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