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ferior Strug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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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개
작품등록일 :
2013.01.3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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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11.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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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2.13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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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5. 무림대회(武林大會) (9)

DUMMY

여러 번 나를 막아왔던 벽이 보인다. 처음에는 하늘을 찌를 듯 높고 강철같이 단단해 보였던 벽이다. 나는 단 한 번도 저 벽을 넘어 본 적이 없다. 그러나 하루하루 저 벽을 넘을 수 있다고 다짐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그건 그 벽에 미세하지만 분명한 균열이 있었으니까.


“우와아!”


“양요평이 다시 일어났다!”


이제는 거진 삼할이나 되는 도박꾼들이 내 승리를 바라고 있다. 내가 이길 확률은 극히 낮았지만 이제는 혹시라는 마음이라도 들 수준이 되었다는 의미다.

허나, 도박꾼들에게 미안하게도 도무지 활로가 보이지 않았다. 검로는 파훼된 지 오래고 궁여지책이던 육합권으로는 도저히 상대로 되지 않는다. 상대도 정파의 고수라는 체면이 있으니 나를 연구하지도 않았을 텐데 육합권을 상대하면서도 당황한 기색조차 없었다.

눈앞의 저 사내는 수천 년에 걸쳐 쌓아올린 성을 보는 것 같다. 저것이 바로 올곧게 정도(正道)를 걸어온 무인. 한중성이나 소룡대전에서 상대했던 조무래기와는 차원이 다르다.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제법이오.”


흰 도포를 입은 사내는 뒷짐을 지고 있던 팔로 수염을 쓰다듬으며 감탄했다. 그러나 나는 순수하게 칭찬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다듬어지지 않았다는 말은 이제 지긋지긋했으니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것을 희생하고 얼마나 오랜 시간이 흘러야 다듬어질 수 있단 말인가?


“.....잡담은 이쯤하고 슬슬 오시지요.”


부아가 치밀어, 되지도 않는 도발을 감행했다. 역시나 상대의 부동심은 변치 않았다. 지금껏 몇 번이고 정파의 고수와 맞닥뜨렸고 전부 패배했다. 이런 자들이 태평궁에서 열리는 비무대회에 나가지 못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잘 알려지지도 않은 별호를 가졌다는 사실은 오히려 나를 절망케 하였다.

차라리 아무것도 몰랐을 때가 나았다. 조금이라도 무공에 익숙해지고 나니, 오히려 비무대에 오른 이들이 터무니없는 괴물이라는 것이 실감 났다. 서역에서 소렌이나 나를 보는 이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나를 그렇게 잡아먹을 듯 대하던 카헬의 심정도 알 것만 같다.


“오라니, 아직 일초가 남았거늘 자네는 내 선의를 받아들일 능력조차 없단 말인가? 정신 차리게나 소협.”


정신이 번쩍 든다. 그렇다. 이제 두 번을 공격했을 뿐이다. 상대가 삼초를 양보하고 이제 이초 째다. 온몸이 부르르 떨려온다. 대체 어떻게 이기란 말인가? 나는 분명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다. 그렇지만 그 변화는 정파의 유구한 가르침을 뛰어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실언이었군요. 사과드리겠습니다.”


그래, 역부족이다. 그러나 분명 저 굳건한 벽에는 분명 균열이 있었다. 다만 그 실낱같은 빈틈을 꿰뚫을 만한 실력이 없을 뿐이다. 아무리 다듬는다 해도 부족한 외공과 내공은 한계가 있다. 원통하다. 익숙한 예감이 든다. 이번 초식을 마지막으로 다시 고개를 푹 숙이고 비무대를 내려갈 것 같다.


“실로 안타깝소.”


돌연 상대가 탄식을 내뱉으며 자세를 풀었다. 사방을 점해보던 기세가 줄어듦과 함께 나는 서둘러 숨을 고르며 힘을 모았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지만, 어찌어찌 천운이 따른 것 같다. 나는 머리를 굴리며 애써 반문하며 시간을 끌기로 했다.


“무엇이 말이오?”


“대체 소협은 어디 있는 게요? 소협은 비무대 위에 있는지, 아니면 비무대 밖에 있는지 결정할 수는 없는 게요?”

내가 비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일까? 그럴 리 없다. 나는 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터다. 그렇게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모인 내공을 끌어모으는 찰나, 나는 그만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렇군요.”


이제 알았다. 내공이 모이는 것이 턱없이 부진하다. 지쳐서? 아니다. 상대의 말이 옳다. 내 마음은 비무대 위에 없었다. 어젯밤 들었던 사실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다. 이러니 검이 제대로 움직일 리 없었다. 하루하루 강해지고 실력을 십 할 이상 발휘해도 승산은 터럭 같은데 이 무슨 헛짓거리란 말인가?


푹.


비무대에 온 힘을 다해 검을 박아넣는다. 한치나 박혀 들어가 꼿꼿하게 서버린 검을 두고 나는 양손을 모아 포권지례를 취했다. 생사결이었다면 더없이 멍청한 행동이었겠지만 이건 비무다. 또한, 눈앞에 있는 상대는 이런 우스꽝스러운 꼴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무림의 고수다. 사파의 실력자들과 싸울 때하고는 또 다른 느낌이로군.


“대협의 아량에 불초 양 모가 또 크게 개안하는 바입니다. 부디 후배의 잘못을 헤아려 주십시오.”


도군이라는 이름을 말하려다 허둥지둥 양요평을 가장하니 어투가 어색하다. 그러나 상대는 일말의 의구심도 품지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상대는 내 행동에 감탄하고 있었다.


“어느 고인께서 사사하셨는지는 모르나, 실로 대단하신 분임이 틀림없겠군. 뛰어난 젊은이가 이리도 쉽게 자신의 추태를 인정하기는 쉽지 않을 터인데.”


자책과 반성이 습관처럼 붙어 있는 내게는 별다를 것 없었지만 어쨌든 잘 풀려서 다행이군. 나는 다시 검을 뽑아들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지금은 일기당천이나 다른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검을 휘두를 때는 검을 휘두르고 검을 내려놓았을 때는 검을 잊어야 한다. 그 간극을 좁히는 것이야말로 내가 가져야 할 힘이다. 내공 따위보다는 그런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럼 후배가 마지막 일초를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차피 정면승부로는 이길 수가 없다. 그러니 지금이 마지막 기회나 다름없었다. 지금까지와는 달리 나는 전력을 다해 승부수를 던졌다. 물론 결과는 같았다. 나는 다시 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조금은 달랐다. 아주 작은 깨달음을 얻고 내려가는 길에, 나는 고개를 당당하게 쳐들고 비무대를 내려갈 수 있었다.


“참가비 받으시오.”


나는 염소수염의 사내에게 다시 참가비를 내밀었다. 여러 번 얼굴을 마주하며 그에게 내민 돈을 전부 합치면 꽤 어마어마한 액수가 된다. 그 탓일까? 염소수염의 사내가 은자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나를 응시했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는 아는가?”


“알긴 하오만 횟소 제한이라도 있소?”


혹시나 싶어 물으니 사내는 세차가 고개를 휘휘 젓고는 돌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언제나 이 자리에 앉아 있었기에 엉덩이가 의자에 붙어 있는 줄 알았는데 떨어지기도 하는 모양이다.


“큰 어른께서 자네를 뵙고자 하시네. 나를 따라오게.”


“큰 어른이라 하셨소?”


“소룡대전을 여신 그분 말일세. 잠자코 따라오게.”


따라오지 않는다면 칼부림이라도 할 표정이라, 나는 우선 염소수염 사내의 뒤를 따랐다. 묵묵히 비무장 근처에 있는 장원으로 들어가며 나는 속으로 탄식을 내뱉었다. 의심을 샀을지도 모르겠다. 무명소졸이 족히 몇 달은 호의호식할 돈을 참가비로 냈으니 수상하게 여길 만도 하다. 하물며 암암리에 흉흉한 소문이 도는 평도에서는 더더욱.


“이쪽이네. 나는 여기까지니 자네 혼자 들어가게.”


염소수염의 사내는 이곳이 용담호혈이라도 되는 듯 쏜살같이 장원을 빠져나갔다. 사내가 나간 다음에도 인기척은 느껴지지 않았다. 장원에는 폐허라 해도 좋을 만한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그 정적이 더욱 긴장감을 부추긴다. 침을 꿀꺽 삼키고 나는 장원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왔군.”


다행히도 귀신에 홀린 건 아니었나 보다. 놀랍게도 텅 빈 것 같은 장원에서 나를 반기는 이는 방금 나와 싸웠던 무인이다. 이름이 아마....


“금 대협께서 여긴 어쩐 일로...”


평도 부근의 산 중에서도 유난히 가을의 풍광이 유명한 홍산(紅山). 그 근방에서 이름을 떨치는 검객이 바로 홍산검객 금정하다. 무림 전역을 떨치는 명성을 지닌 것은 아니나, 직접 검을 대면하며 실력이 녹록지 않다는 건 잘 알 수 있었다.


“그리 보지 말게. 나는 이 비무대회를 주관하는 자가 아닐세. 단지 친우의 부탁으로 비무대회에 나왔을 뿐이야.”


“그렇군요. 실례했습니다.”


얼굴을 붉히며 포권을 취한 다음, 나는 이번에는 금정하의 뒤를 따라 걸었다. 잠시 후 우리는 장원 한가운데를 차지한 아담한 후원에 들어섰다. 그곳에는 진짜 나를 부른 이가 다과상을 차려 두고 앉아 있었다.


“그대가 양요평이라는 소협이로군. 나는 소협이 참여한 비무대회를 연, 벽가(癖家)일세.”


후덕한 인상의 중년인이 부드럽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나를 반겼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나는 그 웃음이 거짓이라는 생각이 앞섰다. 잔주름이 자글자글한 눈 너머에는 손익을 따져가는 냉혹한 상인 같은 기질이 숨어 있는 것 같았다.


“벽 어르신을 뵙습니다.”


한껏 긴장한 채 포권을 취하니 중년인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나를 다과상으로 이끌었다. 긴장을 풀라는 말도 잊지 않으며 말이다. 그러나 역시 긴장은 풀리지 않았다.

천의검문의 소문주였던 나는 명성. 혹은 실력을 지닌 자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 잘 안다. 그리고 지금은 그렇지 않은 자의 대우가 어떤지 잘 안다. 그리고 중년인은 어째서인지 내게 호의를 베풀고 있었다.

변변한 연고도, 실력도 없는 내게 저리 대하는 것은, 무언가 원하는 바가 있어서라는 확신이 든다. 하물며 그는 비무대회를 연 상인이 아닌가?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심하령에게 벽씨상(商)에 대해 좀 들어둘 걸 그랬군.


“그래, 소협의 실력이 그리 뛰어나다고? 고작 약관의 나이에 정하와 자웅을 겨루었다지?”


“대협께서 아량을 베푸신 덕입니다.”


“허어, 과연 물건이로고. 이리도 겸손한 젊은이는 실로 오랜만이야. 요즘은 통 제멋대로인 것들밖에 없다는데 안 그런가?”


벽씨 성의 중년인이 즐거운 듯 말하니 금정하도 조용히 웃으며 맞장구를 쳤다.


“비룡검객의 제자도 만나 보았지만 이만 못하더이. 그런 걸 보면 비룡검파도 슬슬 저무는 해야. 안 그런가?”


“허허, 아무리 그래도 비룡검파가 어디 가나? 그래, 이번에 진운이라는 아이가 태평궁에서 비무를 치른다던데 자네는 어찌 보는가?”


“제법 대단하지. 하지만 때가 안 좋았어.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도 후기지수들이 두각을 보이는 때가 아닌가?”


진운과 그리 친밀한 사이는 아니지만 나는 진운의 실력이 꽤 출중함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금정하는 그를 한낱 삼류잡배 보듯이 대하고 있다. 간악하게도 나는 그 사실이 무척 반가웠다. 내게 패배를 안겨준 자가 생각보다 더 대단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들었다.

내 상대는 전부 환호성을 자아내는 자였기에 오히려 나는 누가 대단하고 그리 대단하지 않은지 구분하지 못한 게 아닐까? 제기랄, 구역질이 난다. 그게 그리도 좋더냐? 상대가 대단하다고 내가 더 대단해지던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다니.


“흐음, 그렇다면 비룡검파도 썩 좋은 줄은 아니겠어. 그럼 자네 보기에 새 줄은 어디가 튼실하던가?”


두 사람은 내가 있다는 것도 잊은 양 그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실수? 아니다. 일부러 저러는 것이 뻔히 보인다. 무명소졸이나 다름없는 내가 이런 이야기에 위축될수록 저들은 앞으로 있을 이야기에서 더욱 우위를 점할 수 있다. 천의검문의 소문주라는 자리가 이럴 때는 또 도움이 되는군. 아마 소문주라는 이름을 겪어보지 못했다면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이야기의 무게에 휩쓸렸을 것이다.


“종리세가의 처자가 꽤 대단하다 들었지. 해주제일화(海主第一花)라는 소문도 그렇지만 성격이며 실력까지 어지간한 사내보다 낫다 하더군. 그렇지만 순수하게 실력과 명성을 따진다면 천의검문이 으뜸이지. 소천검이 문파의 절기를 대성하고 출도해서 지금 평도에 와 있다는데 자네도 선을 대 볼 텐가?”


천의검문 이야기가 절로 어깨가 들썩인다. 내 정체를 들키기라도 한 듯 안면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표정을 다스리려 애쓸 뿐이었다.


“그 자리는 심상이 차지하고 있지 않은가? 원 참..... 소문주가 이리 날개를 펼 줄 알았다면 양녀라도 들인 다음 시집을 보냈을 텐데 말이야.”


“이 사람이 농담도 영 형편없구만.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있다고 내 진작 말하지 않았는가? 그걸 차버린 건 자네일세. 그리고 천의검문이 어떤 곳인데 양녀를 며느리로 받겠나?”


금정하가 짐짓 냉정하게 일축하고는 차를 들이마셨다. 한편, 내 표정이 심상치 않은 것을 다른 의미로 오해했는지, 금정하는 내 등을 탁탁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그런 뜬구름같은 이들한테 선을 대는 것보다는 차라리 이 소협처럼 미래가 확실한 이들을 키우는 게 좋지. 안 그런가?”


“과, 과찬이십니다.”


속을 진정시키며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마셨던 차가 가슴이 벌렁대는 기세로 도로 튀어나올 것만 같다.


“어험, 기왕 말이 나왔으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네. 양 소협. 우리 벽상을 도울 생각이 없나?”


“어허, 정문. 소협을 그리 압박해서야 쓰겠는가? 소협. 혹여 비무대회가 끝난 다음 바쁜 일이 없다면 여기 벽상을 조금 돕는 게 어떻겠는가? 소협에게도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네만.”


“우선.... 어떤 일인지 먼저 들어볼 수 있을까요?”


슬슬 마음이 진정되고 나는 저들의 속내를 짐작하려 그리 물었다. 이에 금정하 대신 벽씨성의 중년인이 대신 답했다.


“너무 본론부터 꺼낸 듯 하이. 간단히 말해서 소협이 참여한 소룡대전의 목적은 크게 둘이야. 첫째는 이름없는 자들과 사파 무인들에게 참가비를 받아서 이문을 취하려는 것이지.”


“그렇다면 갑과 을조는..”


나는 금정하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이에 금정하다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부끄럽게도 갑과 을은 전부 벽상 사람들일세. 그리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어디 가서 부끄러울 실력은 아니지. 자네도 겪어 봤으니 그 실력의 간극이 크다는 걸 느꼈을 테지?”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다는 소리군. 왠지 맥이 빠진다. 하지만 얻은 것이 더 많기에 동시에 기쁘기도 했다. 그때 벽정문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년인이 탄성을 내질렀다.


“아, 그리고 보니 소협에게 미안하게 됐군. 짐작컨대 간신히 참가비를 마련해서 참여했겠지? 우리 벽상을 돕겠다 하든 말든 참가비는 돌려주겠네. 오합지졸이 몰려드는 걸 막으려는 처사였으니 부디 이해하게.”


“앞으로는 돈이 아니라 실력으로 참가자를 가리도록 해야겠지.”


금정하가 조용히 한 수를 거들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이 뻔히 보인다. 내가 정말로 이름없는 무림초출이었다면 돈을 돌려준다는 말에 정신이 팔려 진짜 문제에서 관심이 멀어질 뻔 했어. 어쨌든 돈의 출처를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게 다행일 뿐이다.


“두 번째 목적은 그렇다면....”


“그래, 자네처럼 숨은 인재를 발굴하려는 것이야. 평왕 전하께서 무림인을 불러모은 덕을 보는 게지. 덕분에 자네처럼 유망한 인재를 찾았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하하.”


벽상의 주인은 짐짓 유쾌한 듯 웃음 짓고 있으나 결국 그 안에는 쉴새 없이 이윤을 따지는 괴물이 숨어있을 것이다. 내가 쓴 참가비만 해도 한 달은 호의호식할 액수다. 즉, 나는 그 가치를 넘는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


“그런데 왜 제게 이런 제안을 하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비무대회에는 저보다 뛰어난 이가 있지 않습니까?”


병조에서 운 나쁘게 내게 진 사람도 있었고, 여기 금정하나 다른 정도의 고수 역시 대단한 이들이다. 그런 만큼 굳이 나를 찾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답해준 것은 금정하였다.


“내 수차례 비무를 치렀고 솔직히 자네 만한 실력자는 꽤 있었다네. 하지만 그중 자네처럼 치열하게 싸우는 자는 없었어. 그리고 더없이 높은 벽에 굴하지 않는 이도 자네뿐이었어.”


“한마디로 양 소협만큼 눈길을 끄는 자가 없었다는 말이야. 거두절미하고 소협이 이번에 해주었으면 하는 일을 말해주겠네. 태평궁에서 열리는 비무대회에 나가서 주목받아보게. 그리해준다면 자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주겠네.”


소룡대전에서 시선을 모은 것처럼 거기서도 시선을 모으라는 말이겠군. 그리고 벽상에 속해 있는 무명소졸이 주목을 받는 만큼 벽상의 이름이 더 크게 알려지겠지. 굳이 나를 찾은 이유를 이제야 알겠어.


“상황은 알겠습니다. 그럼....”


두 사람이 내 말을 기다리며 눈을 빛낸다. 아니, 그들은 내가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세속적인 이든, 그렇지 않은 골수 무인이든 이 제안은 달콤한 것이다.

그렇다면 일단 저들의 생각대로 움직여 볼까? 어차피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참여할 길이 없던 비무대회다. 내 실력과 운이 맞아떨어져 기회가 왔으니 붙잡아야겠지.


“언제 비무대회에 참석하면 되는 겁니까?”




감상이나 비평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작가의말

낭중지추! 이번 편은 이 정도로 요약하고 싶네요. 서역과 무림에서 쌓아온 것들이 이번 장에서 싹을 틔웠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상태로는 만년 유망주일 뿐.... 


다음 편부터는 장이 바뀝니다. 부제는 [북천(北天)의 망령(亡靈)]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간만에 4자가 아닌 제목이나 신나네요. 그럼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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