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신-에어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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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최근연재일 :
2018.10.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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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09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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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쪽

30-2. 리뉴얼

DUMMY

“간담이 서늘한 경기였어. 정말 최고였어, 킴.”

“레너드도 대단했고 즐거웠습니다. 리그에 온 이후 최고의 경기였던 것 같아요.”

“이거 영광인데? 그럼 내년에 보자고.”

스퍼스 선수들과 인사를 하고 그들이 빠져나가는 모습을 물끄러미 봤다. 그 사이 홈팬들을 위한 시즌 마감 행사가 준비되었다.

오늘 이겼다면 시즌 마감 인사도 하지만 되도록 새로운 상대를 불러오겠다는 말과 함께 했을테지만 이미 져버린 이상 그냥 시즌 마감 인사만 할 예정이다.

준비가 끝나자 장내 MC가 이런 저런 말과 주요 코칭스탭의 인사말 등을 들었고, 마지막으로 내게 마이크를 넘겼다.

플레이오프 1라운드 탈락이 확정되며 시즌도 마감되었지만 이렇게 끝내려하니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아쉬움과 좌절감이 묵직하게 올라왔다. 저쪽 동네에서도 지금처럼 내 개인능력은 압도하는데 주변인들의 능력이 부족하고 중과부적으로 패배는 물론 많은 부하들과 동료, 일반인들이 죽어나가는걸 막지 못해 좌절했던 기억이 있다.

내가 부족해서 실패할때는 모든게 내탓이지만 혼자 힘만으론 어쩌지 못해서 오는 이 기분은 예나 지금이나 참 지랄맞다.

동료들의 부족함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걸 채우려고 노력하고 열심히 했는데도 아쉬움이 남는다. 한발만, 정말 딱 한발씩만 더 뛰었다면 승리를 염원하며 응원했던 팬들과 자신의 모든걸 쏟아부으며 달렸던 동료들에게 좀 더 나은 결과를 선물했을텐데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고개를 들수가 없었고 말도 쉽게 할 수 없었다. 저쪽 동네에서도 종종 울곤 했는데(친구들은 울보라고 놀렸다. 그래서 난 그들에게 감정이 매마른 놈들이라고 반대로 욕해줬다. 그리고 남자의 눈물이 얼마나 가치있는건데. 희소성의 원칙 모르나?) 지금 또 눈물이 나려한다.

아쉽고, 억울하고, 화가 나고, 미안해서 말이다.

내 모습에 수만명이나 모였음에도 일순 조용해졌다.

시즌 트리플 더블에 공수 전부분에서 최상위에 오를정도의 대활약을 하며 시즌 전 약체로 분류됐던 팀을 플레이오프로 이끌었다. 그리고 부상, 출장정지 등으로 그 약한 전력마저 무너졌음에도 6경기 동안 평균, 45분, 43득점, 7어시스트, 8리바운드, 1.4 스틸이란 엄청난 기록을 만들며 2승을 챙기고 3승도 할뻔하게 만든 괴물이 눈시울을 붉히니 다들 숙연해진 듯 싶었다.

“죄송··· 죄송합니다. 오늘 이기고 싶었고, 이길 수 있었는데··· 후우··· 너무 분합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체력적으로 힘들었음에도 끝까지 함께 달려준 팀원들과 부족한 저희를 위해 응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승리를 안겨드리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크흡···”

말을 하다보니 더 성질나고 억울하고 미안하다. 내가 눈물을 참지 못하고 꺽꺽거리자 누군가 나이트를 외쳤고, 그 함성은 이내 스테이플 센터를 가득 채워나갔다.

“나이트! 나이트! 나이트!”

“나이트 최고다!”

“나이트 덕에 봄농구 봤다!”

나이트란 구호뒤 응원을 던지는 말과 휘파람이 이어졌다. 하아, 그래 또 이 기분도 오랜만이네. 패배로 인한 좌절과 분노를 녹이는 응원···

손을 들어 팬들의 응원에 화답하며 가슴을 내리 누르는 이 묵직한 감정을 이겨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더 노력해서 여러분에게 꼭, 황금볼 트로피와 가능 늦게까지 농구를 볼 수 있는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와아!!!”


작년에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똑같이 산골 깊은 곳에서 수련(여러의미의)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다.

공식적인 스케줄은 현재는 비어있는데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면서 그 기간에는 다른걸 잡지 않아서였다. 기본 전력이 있어서 1라운드도 힘들다는게 지배적이었고 실제로도 그랬지만 스포츠란게 늘 그렇듯 뜻밖에 일이 벌어지기 때문에(2002년때 우리나라가 4강까지 갈거라고 누가 알았겠냐고) 시리즈가 끝날때까지 잡지 않은 것이다.

당연히 엘사도 자신의 스케줄이 있기 때문에 만날수도 없고, 또 만나고 싶은 마음도 그다지 많지(아예 없진 않다. 이건 본능이야) 않아서 그나마 편한 마음에 떠날 생각으로 하루를 푹 쉰 후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삑삑삑삑 삐리릭!

응? 올 사람 없는데? 엄마인가?

짐싸던걸 멈추고 나가자 뜻밖에도 엘사였다.

“어? 자기.”

“되게 힘들어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되게 멀쩡하네?”

“응? 무슨 소리야?”

“자기 우는 기사 봤어.”

아···

“쩝, 아쉬워서 그랬던건데 뭐. 그런데 뉴욕에서 촬영 있다고 하지 않았어?”

“일이 좀 생겨서 하루가 연기됐어. 내일 아침에 바로 가봐야돼.”

“우와, 그럼 나 위로해주러 온거야?”

“뭐, 보고 싶기도 했고. 3월초에 보고 한번도 못봤으니까.”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순 없지. 천천히 다가가 그녀를 부드럽게 꽉 안아줬다. 음··· 왠지 평소보다 더 왜소한 느낌이 드네. 일이 힘들어서 살이 빠진건가?


옆 느낌이 이상해서 살짝 잠에서

“몇신데 벌써 일어났어. 시간 좀 더 있는거 아니었어?”

“이제 가봐야 돼. 자긴 좀 더 자. 피곤하잖아.”

“자기도 잠 많이 못잤잖아. 그러지 말고 좀 더 있다 가.”

엘사를 끌어당겨 품에 안자 잠시 가만히 있다 살짝 밀어내며 일어났다.

“안돼. 비행기 예약해놔서 가봐야돼.”

“그럼 데려다 줄께.”

“아냐. 밖에 매니져가 와서 기다리고 있어. 그러니까 자긴 쉬어.”

언제나처럼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지만 왠지 느낌이 평소와 많이 달랐고 그래서인지 가슴이 꽤 답답했다. 이거 패배의 후유증인가.

NBA 진출한 이후 패배한적도 많고 저쪽 동네에서도 꽤 많이, 그것도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참혹하게 져본적도 많은 나다. 많이 겪어도 익숙해지지 않는게 패배지만 외부를 보는 시선에 감정이 섞여 다르게 보일만큼 정신력이 약하지는 않다.

정말 이상해.

대충 챙겨 입고 밖으로 나오니 진짜 매니져가 와 있었다. 작별 인사를 하고 차에 타기 직전 다시 달려와 진한 키스를 해주더니 날 꼭 끌어안으며 말했다.

“건강하게 잘 다녀와. 그리고 언제든, 언제든 보고 싶으면 연락하고.”

“어? 어.”

“진짜 갈게. 안녕, 자기.”

왠지 슬픈 느낌에 돌아와 물이나 한모금 할까해서 들어와보니 편지가 눈에 들어왔다. 요즘 같은 세상에 편지를 보니 기분도 묘했지만 이 요상한 느낌이 왜 드는지 그 답이 그곳에 있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뭐, 좀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만 그다지 좋은 내용은 아닐 것 같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아주 정확하게 맞아들었다.

<사랑하는 킴에게,

이메일이 아닌 이 손편지를 쓰려니 좀 많이 어색하네. 하하··· 그래도 이게 나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쓴거니까 천천히 읽어줘.

무슨 말을 먼저해야하나. 킴을 처음 만나서 얘기할 땐 이렇게까지 깊이 사랑할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어. 솔직히 그땐 자기에 대한 호기심에 그랬던게 더 컸어. 동양인 남자를 만나본 친구들이 꽤 신선한 느낌이라고 했었거든. 잠시만 만나봐야지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자기를 만났는데 만남이 계속되다보니 자기의 섬세하고 따스한 모습에 너무 깊이 빠져버린 내 모습을 보게 되었어. 정말, 태어나서 자기만큼 사랑한 남자가 없었던 것 같아.

그런데 어느순간부터인지 자기의 그 배려심 많은 행동에서 알 수 없는 거리가 느껴졌어. 내가 어떻게해도 그 거리는 좁혀지지 않더라. 마치 그 이상은 허용하지 않겠다는 성 같이 느껴졌어.

확인하고 싶었어. 혹시라도 내가 잘못 느낀건지. 단순히 사랑에 빠져버린 내가 혼자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는건지 말이야. 하지만 내가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아. 분명 날 아끼고 사랑해줬지만 가장 중요한 무언가가 빠져 있었어. 솔직히 그게 뭔지 지금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내 마음은 계속 그렇게 말하고 있어. 그래서 이제 우리 사이는 이걸로 끝냈으면 해. 아니 끝냈어.

나 혼자 이런 결심을 한게 웃기지? 하지만 더 이상 자길 행복한 마음이 아닌 슬픈 마음으로 볼 것 같아서 내린 결정이야. 이해가 안되더라도 받아들여줘. 아직 난 자길 사랑해. 비록 곁에 계속 있지는 못하겠지만, 자기가 찾아온다면, 내 곁에 있고 싶다면 난 기쁜 마음에 자기를 받아줄거야. 자기가 있고 싶을때까지··· 그게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고, 자기에 대한 내 사랑의 결말인 것 같아. 잘 지내.

사랑했고, 사랑해. 안녕, 내사랑.>


연애편지를 처음받아본건 아니다. 오히려 엄청 많이 받아봤다. 하지만 그 땐 육체관계 이외엔 관심이 없었던 시절이라서 솔직히 편지에 담긴 사랑과 슬픔을 느끼지 못한 채 그저 내가 이렇게 매력 터져요란 생각만 했을뿐이었다.

그런데 돌아온 후 부족함(그래도 안생겨요 시기. 이 분위기에 이런 생각하는 나도 웃긴다. 그런데 어떻하냐, 원래 난 이런 놈인걸)이 이 연애 감정이 뭔지 알게 했고, 원치 않는 시점에 뜻밖의 양다리는 이 감정이 어떠한 것이지 확실히 마음에 새겨졌다.

엘사의 마음이 어떠한지, 또 내가 왜 그때 알싸한 기분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무슨 생각하는거야?”

“어? 아니 그냥 지난번에 게임 진 생각. 어떻하면 다음 시즌엔 복수할 수 있을까란 생각 등등?”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매끄럽게 대답했는데도 케이시의 눈이 가늘게 변했다.

“웃기고 있네. 엘사 생각했지?”

“아닌데? 그럴리가···”

역시나 적절한 감정선과 표정을 지켜내며 대답했지만 케이시의 눈빛은 더욱 매서워졌다.

“엘사 편지 내용 기억하지? 거기 보면 여자의 감각이 얼마나 대단하지 알텐데. 어디서 거짓말이야?”

제기랄, 인정. 마치 내가 위험을 본능적으로 느끼는 것과 같다. 차이가 있다면 내 본능은 수많은 경험속에서 터득한거고 이 본능은 타고난쪽에 가깝다는 정도다.

“이번 일 가슴에 깊이 새겨둬. 오빤 이번에 두 여자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고, 처가될 곳엔 미울털 단단히 박았으니까. 알았어?”

“어.”

대답은 빠르게, 표정은 진지하게.

물론 진심으로 이런 일은 안버리고 싶다. 의외로 정신적 피로감(나쁜짓했구나와 계속 나쁜짓을 하는구나, 걸리면 안돼 등등)이 꽤 와서다. 그럴려면 여자를 멀리해야되는데, 하아, 그게 될까 모르겠네. 내가 말을 안해서 그렇지 엘사와 사귄다는건 다 아는 사실임에도 추파 던지는 언니들이 굉장히 많았었다. 다행히 엘사처럼 저돌적으로 덤벼들지 않아서 사고는 안쳤다만 또 그런 경우를 당하면 솔직히 잘 모르겠다. 이 몸둥아리가 영···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옥타곤에서 연락이 왔다. 신발 제작을 새로 할 예정인데 무빙 테스트를 다시 한번 했으면 한다는 말이 나와서란다.

회사에서 올해 내 플레이를 집중적으로 분석해본 결과,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데이터값이 나오면서 더욱 플레이에 적합한 신발을 제작하고 싶다고 해서다. 의외로 굉장히 체계적이고 과학적 접근이다.

변화한 내게 더 적합한 신발을 위해서라는데 귀국이 며칠 늦어진다 해도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일찍 가봤자 엄마 아부지는 물론 형과 동생한테 온갖 욕은 다 먹을텐데 굳이 일찍 가고 싶지도 않고···


집으로 돌아오자 예상대로 엄청난 비난과 욕을 감수해야만 했다. 케이시가 먼저 와 약을 쳤는데도 이 정도(케이시가 약을 쳐서 더 그럴지도, 이렇게 착한 앨 두고 바람폈다고 말이야)로 끝났다고 생각하며 집에서 조용히 지냈다.

물론 아주 편하게 지낸건 아니다. 아직 미국 에이전시에 의한 국제적 이벤트 스케줄은 없었고, 국내 에이전시를 통해 인터뷰라든지 혹은 강연 제의는 계속 들어왔는데 이중 몇 개는 마음이 동해서(집에만 있자니 답답하기도 했고, 아 케이시는 미국에 돌아갔다. 사업가잖아. 작년에 눈이 돌아가서 그랬던거지 올해도 그랬다간 회사 망하지.) 간단한 스케줄을 소화했다.

그런데 최근에 종각역 마비사건 이후 또하나의 빅이슈가 터뜨렸다.

바로 내가 한 강연에서 한 발언을 우리 대한농구협회 및 농구지도자협회(이런게 있었어?)가 동시에 태클을 걸었기 때문이고, 이로 인해 수많은 농구팬들과 관계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일단, 엄청 많은 농구인들(대부분 나이대들이 있는 원로들이나 현직 중고등학교 코치들이다)이 한 발언의 요지는 이것이다.

“그의 발언은 우리나라 농구계를 이끌어온 모든 이들을 폄하하고, 어린 선수들을 망가뜨릴만한 굉장히 위험한 발언이다.”

그들이 이런 말을 하는건 이해가 되긴 한다. 솔직히 말해 내가 말을 하면서도 분명 알려지면 크게 한바탕할 것 같단 생각이 들긴했었다. 하지만 난 질문을 받았고, 그에대해 내가 생각하는 정답을 말해주는게 맞다고 봤다. 강연 자체가 내가 생각하는걸 말하는 자리니까.

그 때 당시에 강연 주제는 ‘꿈으로 가는 길’이었고, 부상을 이겨내고 NBA까지 간 내 이야기를 어린 선수들과 부모들 등에게 하는 이야기를 하는 자리였다.

말하기 좀 애매한 부분(저쪽 동네 납치 후 목숨 건 수련과 전투 후 얻은 육체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는 토대가 된거라서 말이야. 일종의 말할 수 없는 비밀이고 사기라고 본다)이 있지만 적어도 내가 스킬을 익히고 근육을 필요한만큼 키워낸건 사실이라서 이 부분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줬다.

그렇게 즐거운 강연히 끝나고 마지막으로 몇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그 때 문제의 질문이 나왔다.

“김대협 선수의 플레이를 보면 도저히 동양인의 그것이라고 보기 힘듭니다. 어떻게 그런 플레이를 익힐 수 있었던거죠?”

“음··· 일단 재능이죠. 하하하···”

“하하하···”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하지만 이거 팩트다. 우리 또 팩트는 팩트라고 확실히 찍어준다. 그래야 현실을 직시하고 스스로의 길을 정확하게 찾아간다. 나처럼 하려고 하면 오히려 망가질 테니까.

“농담이구요···가 아니고 사실입니다. 일단 제 몸 자체가 남들보다 확실히 좋습니다. 좀 안좋게 들리실수도 있습니다만 사실은 사실입니다. 제 손과 팔 보이시나요?”

내가 팔을 양쪽으로 쭉 뻗고 손은 쫙 펼쳐 보였다.

“보이시죠? 어떤가요? 같은 키의 우리나라 선수들 중 저보다 긴 팔과 큰 손을 가진 이를 아직까지 본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다리도 확실히 긴편이구요. 덕분에 농구할 때 유리합니다.”

지금까지 희망적인 이야기를 많이 했기 때문에 굉장히 분위기가 좋았는데 이 발언으로 분위기는 단방에 가라앉아버렸다. 다른건 몰라도 신체부분은 어떻게 해결 못하니까.

“하지만 대신 다른 부분은 다 연습으로 만들어왔습니다. 다른 부분이 뭐가 있을까요? 다들 아시죠? 그렇습니다. 바로 스킬입니다, 스킬. 분명 농구는 다른 종목에 비해 기본적으로 신체사이즈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그리고 운동능력도 그렇구요. 우리나라 농구계의 한은 늘 키였잖아요? 센터높이가 낮아서 리바운드를 장악당해서, 또는 키 큰 가드와 포워진을 막지 못해서라고들 했죠. 그렇죠? 맞습니다. 높이와 운동능력 중요하죠. 그런데 전 이 말에 한 10%정도만 동의합니다. 저를 보고 흑인과 비슷한 신체사이즈와 운동능력으로 리그에서 성공했다고 하시는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만 전 그 말에 크게 동의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화가 날때도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잠시 말을 멈추고 청중들을 좌에서 우로 스윽 훑어봤다.

“그분들은 제 스킬보다 신체능력을 더 높게 평가해서입니다. 좀 이상한가요? 그럼 이렇게 말해보죠. KBL에서 뛰는 외국인선수들 아시죠? 그 선수들 중 저보다 뛰어난 신체능력을 가진 경우 많습니다. NBA에서도 마찬가지에요. 정말 괴물 같은 신체능력을 가진 선수들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다 최고의 플레이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이유? 이유 간단하죠. 스킬, 바로 스킬의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서 최고의 가속도와 핸들링, 가볍고 튼튼한 차체를 가진 세계 최고의 스포츠카를 일반인에게 일반차를 세계 최고의 레이서에게 주고 정식 레이싱시합을 한다고 생각해봅시다. 직선주로만 있다면 분명 최고의 스포츠카가 이기겠죠. 하지만 코너링이 있는 서킷이라면 어떨까요? 열이면 열 레이서가 이깁니다. 차를 드라이빙하는 기술의 차이가 성능을 넘어서기 때문입니다. 농구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킬, 바로 그 스킬이 신체능력을 커버하거나 혹은 더욱 빛나게 한다는거죠.”

여기까지 말을 하자 눈빛들이 살아난다.

“스테판 커리는 다 아실겁니다. 지금 현재 최고의 선수니까요. 그가 들으면 억울하다고 할수도 있겠지만, 여하튼 커리 선수의 신체능력은 리그에서 보면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커리보다 더 크고 빠르고 높이 뛰는 선수는 널리고 널렸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리그 최강자입니다. 솔직히 저도 그를 막는데 애를 먹습니다. 왜 그럴까요? 맞습니다. 그의 스킬 때문입니다. 커리하면 3점슛이 먼저 생각나시죠? 하지만 커리는 3점슛 말고도 현재 알려진 모든 슛스킬을 다, 정말 다 잘합니다. 무슨 뜻이냐하면, 언제 어디서 어떤식으로든 슛을 쏠 수 있고 또 잘 넣는다는거죠. 심지어 패스는 물론 드리블 스킬도 기가 막힙니다. 이렇다보니 커리 선수를 수비하게 되면 슛인지 돌파인지 패스인지 알수가 없고, 비슷한 동작만 나오면 움찔거리면서 타이밍을 뺏기는거죠. 그냥 막기 힘든겁니다. 운동능력? 키? 압도는 할수 있는데 뭘할지를 모르는거죠.”

그렇게 스킬의 중요성에 대해 열변을 토하고 만족하냐고 하니 다시 질문이 들어왔다.

“그런데 스킬은 어떻게 키울 수 있죠? 연습을 해도 쓸수가 없는데···”

“연습을 했으면 써야죠. 써보고 고쳐나가야죠. 연습때는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전에 적용하면 차이가 날겁니다. 상대의 힘이 가해지고 주변에서 방해가 오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응을 추가로 기억해내 연마해야겠죠. 아, 많은 지도자분들이 일명 개인플레이라고 이런걸 뭐라고들 많이 하시는데요, 이건 틀린 말입니다. 아주 잘못된 말이에요. 개인플레이는 찬스가 났음에도 볼을 돌리지 않을 때, 시간이 충분한데 무리한 플레이를 할 때, 이럴때 개인플레이라고 지탄 받아야 하지만, 찬스를 만들기 위해 개인능력으로 움직이면 이건 지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봅니다. 오히려 개인능력을 도외시하고 팀플레이만 강조하는건 선수 개인은 물론 팀 자체도 퇴보시키는 겁니다. 팀전술에 앞서 우선되어야 할건 개인전술입니다. 개인전술이 빈약하면 아무리 좋은 팀전술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패턴은 팀전술 중 극히 일부입니다. 패턴은 결국 읽혀지게 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상황에서 끊임없는 변화를 선수들이 직접 구현해야하고 이는 개인전술, 즉 개인 스킬에서부터라는걸 기억하셔야 합니다. 개인전술이야 말로 모든 전술이 기본입니다. 팀을 위해 개인이 있지만 개인이 죽으면 팀도 죽는다는걸 명심하시고 연습하시고 게임에 임하세요. 이건 우리나라 지도자님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네요.”

이 말을 끝으로 갈채와 함께 강연은 끝났지만 이게 인터넷에 올라오면서 많은 지도자와 농구원로들의 집중포화를 받게 된 것이다.

몇몇 불 같은 성격의 지도자들과 원로들이 어떻게 알았는지(협회에 있는 내 번호가 유출되었겠지. 하여튼 남의 번호를 이렇게 막 돌려도 되나 싶어.) 전화와 문자로 항의는 물론 욕까지 해왔다. 물론 욕을 하면 녹음 후(처음에는 한번 당한 후 이런류의 전화가 오면 다 녹음했다) 가볍게 법적인 절차(명예훼손, 협박 등)로 들어가주셨고, 정중하게 항의를 하는 분들께는 내 개인적 의견이니 철회할 생각 없다고 한 후 끊어버렸다.

이쯤되니 농구계에선 나에 대해 성토가 들불마냥 번져나갔고, 여론도 이에 편승에 잘나가는 젊은 선수가 짧은 식견과 스타병으로 농구계 전체를 매도해나가고 있다는 식의 기사를 싸질렀다.

말도 안되는 논리와 편협함으로 사람을 무식하고 무도한 놈으로 몰고 가자 우리 또 키보드 워리어와 프로 불편러들까지 합세해 나를 아주 걸레로 만들어놓았다.

“넌 어떻게 된 애가 이렇게 맨날 시끄럽게 만드니?”

“엄마, 이건 제가 잘못한게 아니잖아요. 전 제 의견을 말했을뿐 누굴 비방, 비하한 적도 없다구요. 전 진짜 피해자라구요.”

“좀 적당히 숙이면 이렇게 시끄럽지도 않았지.”

“잘못한게 없는데 숙이긴 뭘 숙여요.”

“너 그러다 불이익 당할수도 있잖아.”

“불이익 당할것도 없고, 당한다해도 그러면 안되죠. 엄마, 엄마가 그런 말 하면 안되죠. 아무리 M&A전문이라고 해도 법의 정의를 지키신다는 분이 그래서야 됩니까?”

“얼씨구···”

내가 툴툴거리자 듣고 있던 엄마는 물론 아부지와 형, 그리고 막둥이까지 피식 웃는다.

“분명히 말하는데요, 저 이번일 절대 물러서지 않을겁니다. 지금 절 욕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 농구를 키워낸건 인정하지만 자신들만이 최고이고 틀리지 않았다는 그 편협한 사고가 어렵게 키워놓은 농구를 바보로 만든것도 그들이란걸 반드시 알게 할 겁니다. 지금 원로이고 뛰어난 지도자들이라고 하면서 절 욕하는 사람들은 좋은 제도로 건국했던 조선이 중기부터 바보가되서 결국 이리저리 치이는 역사를 써내려가게 만든 유교탈레반과 똑같습니다. 우리나라 농구가 그렇게 무너지게 두고 볼 순 없다구요.”

“와, 너무 멀리간거 아냐? 아주 열사네 열사.”

우리 막둥이는 갈수록 애가 이상해진다. 어릴땐 그렇게 귀엽고 예뻤었는데 이젠 그 예쁜 동생이 이렇게 미울수가 있구나.

“됐고, 그래서 어쩔건데?”

“어쩌긴요. 저쪽에서 여론 플레이 하는데 저도 해야죠. 그리고 인신공격하는건 법으로 해결보고. 협회에서 오는 압박은 가볍게 쌩가고.”

“괜찮겠냐? 저쪽은 나름 권력자들이잖아.”

형이 말로는 걱정스럽다는 식이었지만 표정은 재미있다는 얼굴이었다.

“저쪽이 권력자라고 해봤자 내가 아쉬운게 없는데 뭐가 무섭겠어. 안그래?”

“그럼 그렇지. 뭔가 막 자기 한 몸 불태우는 열사처럼 말했지만 결국 그거지. 아쉬운거 없으니 들이박겠다. 너 진짜 농구쪽으로 잘 빠졌다. 너 같이 계산 빠른 놈들이 나중에 정치 검사 된다고.”

“우이씨!”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이번 에피소드는 개인적으로 꼭 하고 싶은 말입니다.

진짜 요즘 선수들보면 개인기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 기억의 미화라고 하시는분들이 계시겠지만 국제대회 성적만 놓고봐도 차이가 있잖아요.

남들이 잘해서? 남들 잘하는동안 우린 뭐한건데. 그건 퇴보 아닌가?

여튼 무턱대고 체력훈련에 패턴훈련을 중심으로 하는 건 진짜 변해야한다고 봅니다.

농구가 뛰고 패턴만 죽자고 하면 이길 수 있는건 아니잖아요. 패턴도 개인능력이 부족하면 다양성이 떨어집니다. 프로에서야 못하니까 안시키고 잘하는 용병 시킨다라고 하면 최소한 이해는 갑니다. 하지만 아마추어, 특히 어린 선수들에게도 똑같이 못하니까 안시킨다고 하면 안되죠. 어리니까 가르치면 되잖아. 가르쳐주지도 않고 못한다고 하면 어쩌잔건데. 진짜.

여튼 지금처럼 애들 키우면 KBL은 망할겁니다. 맨날 용병이 혼자 플레이하다 가끔 적선하듯 패스하고, 국내선수들은 가끔오는 그 패스로 3점이나 쏘고, 평소엔 용병 볼셔틀밖에 안하는데 재미가 있겠어요? 농구광인 저도 요즘엔 재미 없을라고 하는데.

어떤때는 진짜 차라리 용병을 없애버리면 우리나라 농구계가 더 잘할지도 모르겠단 생각이들정돕니다. 아, 진짜 국내 농구계는 각성해야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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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80 고산(古山)
    작성일
    18.05.09 17:16
    No. 1

    참 그게 딜레마죠. 외국선수를 막으면 그 나름대로 리그물이 고여버리고, 개방하면 국내 발전여지가 줄고... 그래서 용병문제는 접근법이 신중해야 합니다.

    반면 아마추어 농구 교육은 애초에 잘못된 접근법을 들고 온 나이든 고인물들에 의해 돌아가니까, 바꾸어야 하는 게 맞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松川
    작성일
    18.05.10 13:00
    No. 2

    외국인선수제도는 정말 생각하면 짜증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외국인선수제도에서 가장 안좋은건 최대 3년이란거죠.
    프랜차이즈의 개념도 없는 놈들 같으니라고...
    그리고 어린 선수들에 대한 지도자들의 가장 큰 문제는
    역시나 스킬을 잘 알려주지도 않을뿐더러 경기 중 하면 구박한다는겁니다.
    스킬은 연습도 연습이지만 결국 자신감인데,
    구박 받으면서 하고 싶겠습니까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유리
    작성일
    18.05.09 18:00
    No. 3

    체력과 기술이 바탕이 되어야 전술이 빛을 발하죠.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松川
    작성일
    18.05.10 13:02
    No. 4

    그쵸
    개인 능력이 높아야 전술도 더 잘 이행하겠죠
    그런데 전술만 못하면 경기내내 처음처럼 뛸 수 있는 체력이 답이라고
    맨날 뛰라고만 하니...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3 지나95
    작성일
    18.05.09 22:51
    No. 5

    체력은 중요하죠. 근데 훈련 방법(예: 오리걸음)이 잘못된게 문제.
    히딩크: 한국 국대는 체력이 약하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松川
    작성일
    18.05.10 13:04
    No. 6

    전 농구선수들한테 산악구보 토나오게 시키는 이유를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체력? 그거 아니고도 체력은 높일 수 있거든요.
    오히려 산악구보 무리하게 하면 무릎만 더 나갑니다.
    올라갈땐 그렇다쳐도 내려올때 그 충격...
    NBA선수들이 산악구보로 체력을 높인다는 소린 들어본적이 없네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80 파월야
    작성일
    18.05.10 16:08
    No. 7

    저도 진짜농구 좋아했는데 ㅎ
    요즘은 안보네요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68 松川
    작성일
    18.05.10 17:41
    No. 8

    저도 kbl은 거의 안보고 있습니다.
    재미가 많이 없어졌더라구요.
    대신 nba를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진짜 저 같은 광들도 안볼정도이니 kbl반성 많이 해야됩니다.
    용병제도 이번에 바꾼것도 마음에 안들고
    FA제도... 이것도 엄청 웃기는거죠
    보상제도가 왜 있는겁니까?
    이래서야 선수들 이동이 자유롭지가 않잖아요
    선수가 움직여야 재미있어지지
    에효... 여튼 저도 KBL은 많이 안보는 상탭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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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 34-3. 컨퍼런스 파이널 +4 18.08.17 1,424 27 24쪽
112 34-2. 컨퍼런스 파이널 +2 18.08.13 1,386 31 29쪽
111 34-1. 컨퍼런스 파이널 +2 18.07.30 1,983 36 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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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33-1. Knight 4 +3 18.06.28 1,546 31 12쪽
107 32-3. 불안요소 +6 18.06.13 1,653 33 26쪽
106 32-2. 불안요소 +6 18.06.05 1,603 31 14쪽
105 32-1. 불안요소 +8 18.05.28 1,806 34 27쪽
104 31-4. Knight Order +4 18.05.26 1,884 33 16쪽
103 31-3. Knight Order +8 18.05.23 1,869 37 23쪽
102 31-2. Knight Order +2 18.05.21 1,845 35 18쪽
101 31-1. Knight Order +6 18.05.16 1,985 34 20쪽
100 30-4. 리뉴얼 +18 18.05.15 1,863 37 18쪽
99 30-3. 리뉴얼 +8 18.05.10 1,905 37 20쪽
» 30-2. 리뉴얼 +8 18.05.09 1,884 39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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