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신-에어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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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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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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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5.2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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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쪽

31-3. Knight Order

DUMMY

내게 수비만 마구 붙으면 어시스트가 나가고 혼자 막거나 어설픈 더블팀이 오면 득점, 붙으면 돌파, 떨어지면 슛이라는 농구의 가장 기본적인 플레이로 호주는 3쿼터에 무너져 내렸다.

3쿼터에 호주는 10%수준의 슛률과 13개에 이르는 턴오버까지 하며 고작 13점만을 뽑아내는 총체적 난국에 빠진데 반해 야투율 100%(3점슛 5/5, 2점슛 4/4, 자유투 5/5)로 28득점, 3어시스트, 2리바운드를 하는 괴물 같은 활약을 펼쳤다.

4쿼터에도 이 기세를 이어가며 13득점, 5어시스트, 4리바운드를 기록하며 호주를 완전히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최종 스코어는 103:65. 그야말로 대승을 거뒀다.

대승에 따른 기록도 많이 만들어냈는데, 일단 우리나라 농구 역사상 국제대회에서 상위랭크팀을 상대로 가장 큰 점수차이로 이겼다는거고, 개인 최다 득점 기록인 서재 감독의 60점(88올림픽에서 유고슬라비아를 상대로 기록했다)을 30여년만에 갱신했다는 것이다.

또한 국제대회에서 나온 첫 트리플 더블(65득점, 13어시스트, 13리바운드)을 작성했다는건 화룡점정이다.

여기에 지금은 좀 잠잠해졌지만 여전히 말이 나오고 있는 농구는 팀 스포츠이므로 팀 전술을 중심으로 운동시켜야 한다는 이야기를 완전히 찍어누르는 효과도 있었다. 농구가 분명 팀스포츠인건 맞지만 선수 개인의 기량이 경기력과 승패에 얼마나 큰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경기였기 때문이다.

인터넷상의 베뎃이 논란의 종지부처럼 되었다.

[봤냐? 팀전술이 아무리 좋아도 개인전술이 부족하면 박살이나고 팀전술이 부족해도 개인전술이 뛰어나면 엄청난 효과를 내는거다. 그러니까 제발 어린 선수들한테 개인기 훈련 좀 시켜!!]


우리나라 농구역사를 거의 새로 쓰다시피하고 귀국했기 때문에 공항에서 기자들한테 시달림 좀 받겠구나 했다. 그런데 출입국 게이트를 빠져나오는 순간,

파파팍!

저쪽 동네에서 두어번 당해본 썬플래쉬(순간적으로 엄청 밝은 빛을 내는 마법으로 갑자기 걸리면 일시적으로 시력에 문제가 생긴다) 수준의 카메라 플래쉬가 터져나왔다.

“김대협 선수! 언제부터입니까?”

“넷상에 두분이 사귀신다는게 사실입니까?”

생각이상의 취재진과 스포츠 기자가 아닌 연예부 기자들과 리포터들, 그리고 질문까지 뭐냐 이거?

“김대협 선수! 한말씀 해주십시오!”

내가 어리둥절하게 있자 취재 나온 기자들이 조금씩 밀고 안으로 들어오더니 결국 포토라인이 무너졌고 인터넷에서 보던 그 초밀착 촬영(카메라 렌즈가 볼에 닿았다)까지 당했다.

“비켜요! 비켜주십시오! 위험합니다!”

이 난장판을 뚫고 VB스포츠의 박상욱 대표는 물론 몇 명의 익숙한 사람들이 다가와 날 감싸더니 끌고 가기 시작했다.

“무슨 일이에요?”

“넌 임마, 비행기에서 왜 전화기는 꺼놓고 있는건데? 그리고 내리면 바로 전화기를 켜야 될 거 아냐?”

“딱히 전화올데도 없고해서 그랬죠. 진짜 이게 무슨 일이에요? 이거 호주 한번 이겨다고 나올 분위기는 아닌데.”

“그걸 몰라서 묻냐? 아, 됐고. 일단 여기 빠져나가서 차에서 얘기하자.”

“저기, 해단식···”

“지금 이 상황에 그게 되겠어? 협회와 이미 협의 끝났으니까 걱정말고 가자고.”

워낙 난리통이었기 때문에 해단식이고 뭐고 하지도 못하고 나만 먼저 나와버렸다. 이거 괜히 미안하네.

어렵게 차에 타서 보니 꼴이 말이 아니었다. 잡아당기고 밀고 긁고 머리며 옷까지 아주 난리가 났다.

공항을 빠져나와 가는데 뒤를 보니 엄청난 차량들이 따라붙고 있었다. 나 진짜 무슨 사고쳤나? 이게 무슨 난리야 진짜.

“와, 이게 무슨 난리에요?”

“진짜 몰라서 묻는거냐?”

“모르니까 묻죠.”

“하아··· 너 비행기 탈때쯤 가면가왕에 가왕이 바꼈거든.”

“그런데요?”

그러니까, 가면가왕이 요즘 유명한 예능인건 나도 안다. 하지만 그게 뭐. 내가 거기 나간것도 아닌데.

“그런데 두번이나 가왕을 했던 하늘나라 선녀님이 이번에 지면서 정체가 밝혀졌거든.”

아, 선녀님의 정체가 밝혀졌구나. 그래서 하늘나라로 돌아갔다고? 그게 뭐.

“선녀가 나온 이유가 자기가 사랑하는 나무꾼이 한국인이라서 나왔다는거야.”

오올, 용감한 처자일세. 응? 한국인? 외국인이라고? 외국인이 가면가왕에 나와서 두번이나 가왕을 했다고? 가면가왕에 나올정도면 유명인일텐데 스케줄을 어케한거래?

“외국인이었어요? 홍보하러 나왔는데 가왕까지 한거면··· 히야 되게 한가한가보네. 스케줄은 다 어쨌데요.”

“얌마, 지금 그게 중요해? 그 외국인이 한국인을 사랑한다잖아.”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냐고요.”

“무슨 상관이긴 미국에서 만난 프로선수인데 지금 한국에 와서 놀래켜주려고 나왔다더라.”

아, 그렇구나. 미국에서 만난 프로선수가 한국에 와서 서프라이즈~ 하려고··· 컥!

“케이시?”

“하아, 너 진짜 맞구나?”

전화, 전화기 어딨어.

“케이시!”

<거기 지금 난리라고 하던데. 빠져나왔나 보네?>

“뭐, 뭐야! 왜 네가 거길 나간건데?”

<서프라이즈~>

“뭐, 뭐···”

<말 더듬는거 보니까 제대로 했네. 키킥···>

“다, 당연히 놀라지. 아 뭐 다 좋아. 나가는건 좋았다 이거야. 그런데 거기서 미국에서 만난 프로선수라고 하면 어떻하냐고.”

<왜? 난 오빠 이름도, 종목도 말 안했다고. 되게 두루뭉술한 말이었는데 사람들이 오빨 정확하게 찍어내더라고. 나도 놀랐단 말야.>

놀란 사람 목소리가 아닌데? 그리고 그걸 모를수가 있냐? 해외에서 뛰는 프로선수들이 꽤 되지만 미국에서 만났다는건 거기서 뛰었다는 의미일 테니 용의자(?)가 좀 된다. 그런데 용의자 중 한국에 온 사람은 시즌은 끝난 나뿐(야구는 한참 시즌중이다)이잖아!

“아, 그렇구나.”

내가 체념한 듯 말하자 장난스럽게 말하던 케이시가 으스스한 느낌으로 말했다.

<아예 대국민 선포까지 한 마당에 또 바람피면 사람 취급 못받을거다. 이런 부분에 관대하지 못한 한국이고 무려 상대도 나니까.>

그렇지. 이거였구나. 미국은 몰라도 우리나라에선 이런 공개연애 중 바람은 절대 좋게 보이지 않는다. 더군다나 집안 좋아, 개인 능력 좋아, 미모까지 출중한 여자가 상대면 더더욱 그렇다.

“그러문입죠.”

<빨리 집으로 와. 어머니가 오빠 소고기 먹인다고 투뿔짜리 한우 꽃등심이랑 살치살, 우삼겹까지 사두셨어. 그리고 아버님이랑 아주버님, 아가씨도 일찍온다고 했어.>

너무 며느리처럼 말한다. 뭔가 무섭다.

“알았어.”

풀이 죽어 전화를 끊자 조용히 있던 박상욱 대표가 뭔가 복잡한 얼굴로 날 보며 말했다.

“대한민국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는 연인들을 만나서 부럽기는 한데, 솔직히 유부남 입장에서 보면 뭐··· 이해한다.”


작년엔 집안끼리 인사하게 하는 놀라운 추진력으로 도장을 박아넣더니 이번엔 아예 대국민, 아니 전세계를 상대로 공표를 해버린 덕분에 주변에서 은근히 들어오던 입질(?)이 싹 없어져버렸다.

물론 늘 그렇듯 골키퍼 있다고 골 안들어가냐는 식으로 덤비는 이들도 있기 마련이지만 주변에 다니면서 자기거에 손대는거 아주 싫어하고 마음대로 건드리면 박살낸다는 말을 직접해버려서(케이시 혼자도 가능하지만 집안이 나서면 현실화 100%다. 다시 말하는데 로즈가는 정말 대단한 집안이다) 무모한 도전을 하는 이들은 없어졌다.

그래도 작은 위안이라면 원나잇을 목표로 접근하는 이들은 종종 보인다는 정도다. 뭐, 그 정도는 걸리지만 않으면 봐준다고는 하는데 그러기엔 솔직히 양심에 걸리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누가 바람의 3대 원칙은 돈, 시간, 그리고 약간의 용기인데 이 세가지가 충족하지 못하면 절대 바람 못핀단다. 난 여기서 약간의 용기가 없다. 단지 이 물몸이 문제지.

여튼 오프시즌 일정이 끝나고 팀으로 돌아와 드디어 새로운 식구들과 만날 수 있었다.

일단 폴 조지를 만났을 땐 그야말로 하늘을 붕붕 나는 기분이었다.

올스타 포워드로 공수 밸런스가 좋고 이타적 플레이로 정평이 나 있는 이 선수는 나와 함께 우리의 원투펀치로서 강력한 힘을 발휘해줄 것이다.

루 윌리엄스를 넘기며 받은 1라운드 지명권으로 무려 2순위를 잡는 기적을 행한 매직 존슨 단장은 올 시즌 루키 중 메인 빌런(?)인 론조 볼을 뽑았다. LA출신이기도 하고 그의 아버지 라바 볼이 나를 최고의 선수로 완성해줄 수 있는건 자신의 아들뿐이라는 굉장한 개소리를 해댔는데, 존슨 단장께서 용감하게 이를 받아들이신 거다.

기분좋게 지명을 받아들였던 론조 볼은 나를 이끌고(???) 레이커스가 우승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당돌한 소리를 지껄였는데, 내가 오기 직전 모즈고브를 처분하기 위해 론조 볼을 내놓는 대신 올스타 출신 브룩 로페즈와 덤으로 카일 쿠즈마를 받는 2대2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당연히 라바 볼은 매직 존슨을 향해 온갖 악담(리그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될 자신의 아들을 고작 트레이드 카드로 이용했다고 눈이 썩었네, 레이커스는 망할거라는 둥의 말을 쏟아냈고 지금도 쏟아내고 있다)을 퍼붓었다. 물론 상큼하게 무시했고.

브룩 로페즈의 실력은 말할 것도 없다. 그냥 모즈고브보다 실력도 좋고 무엇보다 훨씬 더 건강하니까. 쿠즈마는 이번 신인인데 이번 서머리그에서 파이널 MVP를 먹었다고 하는데 파워포워드로서의 재능은 있어 보인다. 뭐 뚜껑은 열어봐야 알겠지만 팀에서의 평가는 나쁘지 않다.

켄타비우스 칼드웨-포프도 나쁘지 않은 자원이다. 1년 단기 계약으로 왔는데 생각보다 느린 성장세와 기복을 보인 클락슨(진짜 친구지만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의 부족함을 메워주고 안정감을 더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밖에도 이번 예선에서 봤던 앤드류 보거트가 팀에 합류했다. 확실히 폼은 떨어졌지만 스크리너로서의 매력과 더불어 빅맨 로테이션상 10분 전후로 뛰어줄 자원으로는 충분한 역할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이번 오프 시즌 팀 재구성은 확실히 내실이 있었고, 지난 시즌 부족했던 부분을 채운 상태로 보인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평균 이상의 선수들 또는 그렇게 될 선수들로 구성이 되었고 강력한 원투펀치를 갖춘만큼 외형상 대권도전을 위한 기반은 다진 셈이라고 본다.


“좌측으로!”

핸즈 오프 상황에 몸을 흔들며 수비를 따돌린 조지가 옆을 스칠 때 정확하게 패스하며 반대로 빠져나갔다. 수비의 눈을 현혼하는 움직임에 공간이 나오자 조지는 망설이지 않고 뛰어올라 덩크를 했다.

쾅!

“나이스 플레이, 폴!”

조지는 날 가르키며 옅게 웃어보였다. 느린듯 하지만 굉장히 날카롭고 정확한 플레이는 볼때마다 신기하면서도 왜 그가 리그 최고의 선수로 손꼽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수비에 좀 더 집중해야지. 조지하고 킴 연계 아주 좋았어. 자, 한번 더 가본다. 포지션 잡고.”

포스트업 자세로 45도에서 센터쪽으로 치우친 방향으로 밀고 들어가자 반대 사이드에 있던 조지가 다시한번 베이스라인을 타고 돌아나와 나를 스치듯 지나간다. 하지만 이번엔 시선이 분산되지 않고 조지에게 수비가 따라붙었기 때문에 패스를 하지 않고 몸을 돌리며 내가 직접 돌파를 시도했다.

“막아!”

볼이 넘어가지 않자 수비가 또 혼선이 오며 내게 시선이 돌아왔다.

퉁!

시선이 쏠리자 조지의 수비가 느슨해졌고 이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바운드 패스.

쾅!

다시한번 덩크로 마무리 하자 수비쪽에 있던 래리와 로페즈가 괴로워한다.

“어우, 같은 패턴인데 막기 너무 어려워! 연습인데 좀 살살하자. 하나정도는 걸려줘야 수비하는 맛이 나지. 너무하는거 아냐?”

“우리도 마찬가지에요. 연습인데 걸리면 쫄아서 실전에서 제대로 못한다구요. 안그래요? 폴.”

“맞는 말이야. 연습에서 걸리면 실전에서 하기 힘들다고.”

“그럼 수비는!”

“더 열심해서 막아야지. 막을때까지.”

“우우~”

“잡담들 그만하고, 이제 마무리 하자.”

윌튼 감독이 만족스런 얼굴로 소리치자 모두 한곳에 모여들었다.

“오늘 모두 수고했고, 자신에게 맞겨진 기본 롤과 변화된 타입별 움직임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도록. 자, 하나, 둘, 셋, 우리는!”

“강하다!”

“오케이, 수고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정규훈련이 끝나자 일제히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락커로 걸음을 옮겼고, 훈련 중 이런저런 일을 도와주는 트레이너들도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데이빗도 이젠 제법 익숙하게 볼을 모으며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개인 훈련 준비에 들어갔다. 이제 5일차지만 여전히 나이트를 보면 막 심장이 뛰었다.

남자 취향이라서가 아니라 슈퍼스타의 훈련과 플레이를 직접 보며 덤으로 얘기까지 할 수 있다는 이유이외에도, 아무리 연습이라지만 그의 스킬과 슛률을 볼 수 있어서다.

3점슛 100개, 그것도 다양한 드리블을 구사하며 하는데도 연속으로 2개를 놓친적도 없고 심지어 10개 이상을 미스하지도 않는다. 자신도 농구를 제법하지만 이건 진짜 사람이라고 보기 힘들지경이었다. 미들슛도 마찬가지고.

드리블로 치고 들때는 폭발적이고, 방향을 전환할때는 급격하지만 부드럽다. 공중에서의 모든 슛동작은 점퍼고 레이업이고 여유있고 우아하다. 멋짐은 모든 동작에 기본으로 장착되기까지···

나이트를 보고 있으면 그냥 경이로움 그 자체다. 그런 모습을 바로 옆에서 대화까지 하며 볼 수 있는 시간이 됐는데 안두근리면 그게 더 이상할거다.

“데이빗, 정리 안하고 뭐하고 있는거야? 퇴근해야지.”

“에? 연습하는거 도와야 되잖아요.”

데이빗의 말에 셰인은 잠시 무슨 말인가 싶은 얼굴로 있다 이내 크게 웃었다.

“하하하··· 이런 데이빗이 하도 일을 잘해서 오랫동안 같이했다고 생각하느라 말을 안해줬구나. 오늘 훈련은 이걸로 끝이야. 오늘은 영상분석하는 날이거든.”

“에? 영상분석이요? 여기서 일했던 친구 말로는 나이트는 단 하루도 안쉬고 미친듯이 연습했다고 했는데.”

“작년까진 그랬는데 올해에는 이렇게 일주일에 한번씩 영상분석을 하더라고.”

“왜요?”

“그게 더 좋을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

“그렇구나.”

“알았으면 얼른 정리해. 데이트 약속 있다고.”

“알겠습니다.”

데이빗은 락커쪽을 잠시 보다 이내 빠르게 움직였다.


정규 훈련 시간이 끝났지만, 한시간정도는 개인 스킬 훈련이 가능하고 데뷔 이래 이 시간을 누구보다 빡세게 하는게 바로 나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일주일에 한번은 제끼고 있다.

한국에 있을때부터 느꼈는데 모든 농구 스킬을 일정수준 이상인데다 내공 회복이 가속되면서 몸상태도 늘 최상, 아니 매일 최상의 상태가 갱신되고 있다보니 무작정 연습하는게 효율성이 그다지 높지가 않았다. 이렇게 저렇게 바꿔봐도 몸이 정확히 반응하다보니 딱히 훈련이 추가로 필요한가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조금씩 다 부족하다는 느낌이다보니 뭐가 문제일까 고민을 해봤다. 스킬 트레이닝을 다시 받아볼까도 생각했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부족함은 그야말로 나만 느끼는 미세한 차이정도이다보니 역시나 효과가 없을 것 같았다.

한동안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이다 어느날 문득 대뇌를 후려치는 기억이 떠올랐다. 무공을 익힐때도 이런때가 있었다. 배울건 다 배웠고 능숙하게 사용했지만 일정 수준, 그러니까 벽에 막히는 지점이 있었다. 여기부터는 스승님도 알려줄 수 없는 단계로 바로 흔히들 알고 있는 심상수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바로 머리에서 내 플레이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다 문득, 영상을 보면 더 낫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심상의 기본 중 하나가 내 움직임을 떠올리며 돌아보는건데 그쪽 동네에선 이런 영상장비가 없어서(마법으로 볼 수 있지만 매번 볼수도 없고 나만 전담해서 모습을 기억하지도 않으니까 없는거나 마찬가지다) 머리로 생각했던거고 여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내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잖아. 심지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것까지 세세히 말이다.

그때부터 주기적으로 영상을 분석한 후 깊이 생각하고 다시 몸을 쓰기 시작했고, 미국으로 돌아온 후에도 이걸 계속했다.

그렇게 두번정도하자 팀원들이 하나둘 관심을 보이며 여기에 동참하면서부터 정기적인 모임으로 발전했다. 영상을 보면서 분석하는거야 익숙한 것이지만 대부분 팀 전술적인 이해를 위해 진행하지만 이 모임은 팀 전술적 측면보다 개인전술(스킬 포함)에 집중하다보니 예상한 것 이상의 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나 좋자고 시작해 나와 친분이 돈독한 편인 클락슨 등의 소수모임에서 지금은 팀원 전체가 참여하는 모임··· 그래, 모임이 됐다. 팀원 전체가 온거니까 팀 훈련이라고 봐도 무방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개인 시간을 투자한 자율적 행위이므로 모임이다.

사실 규모가 커지면서 윌튼 감독과 존슨 단장이 공식 훈련으로 만들자고 했지만 그냥 거부했다. 공식 훈련이되면 이런저런 도움과 훈련에 필요한 자금 지원까지 받지만 대신 팀의 요구에 따라야한다는 문제가 생긴다.

영상분석은 어디까지나 심상수련의 한 방편으로 하는 것이라서 언제 어떤식으로 수련법이 바뀔지 알 수 없는, 그야말로 내 마음 내키는대로 해야만 한다. 그런데 자율성이 없으면 말짱 꽝인거지.

이 때문에 자금지원은 못받게 됐지만 대신 영상장비와 룸은 그냥 이용하는 중이다.

어쨌든 모임이 커지고 정기적이 되니 클락슨이 이름 짓자는 의견을 냈다. 모임은 이름이 있어야 멋져 보인다나. 하아···

그럴싸한데? 그래서 오늘 시작전에 각자 이름을 말하고 투표하기로 했다.

샤워를 하며 조지가 물었다.

“오늘 저녁 메뉴는 뭐로 할꺼야?”

영상을 보며 이야기를 나눠야 하기 때문에 늘 펼쳐놓고 집어 먹을 수 있는걸로 먹었고 오늘도 그럴 생각에 말했다.

“피자와 포테이토, 그리고 시원한 맥주!”

“오늘은 우리 모임 이름 짓는 날이니까, 한국식 치킨 추가해줘.”

“와우~ 역시 맥주엔 한국식 치킨이지! 그런데 난 족발도 먹고 싶은데? 시키면 안될까?”

“족발? 매운것도 되나?”

“매운거면 그··· 펀치, 아니 뭐더라···”

“주먹, 주먹! 주먹밥!”

“그렇지. 그것도 시켜줘.”

“난 막국수 추가해줘!”

“족발엔 쏘주인데···”

내가 진짜 이것저것 많이 사먹였나보구나. 국물요리처럼 불이 필요한거 빼곤 다 나올 기세네.

“시키는거야 각자 금전각출이니까 상관없는데, 시키면 다 먹을 순 있어요들?”

“걱정마. 오늘 이럴 줄 알고 점심 적게 먹고 훈련할땐 더 빡세게 뛰었거든.”

“나도.”

“그럼 시키죠 뭐. 대신 소주는 안됩니다. 맥주도 1인 1병, 나머진 콜라로.”

“에이, 1병은 너무 짜다.”

“우리 공부하는거라구요.”

“그래도 1캔은 너무하지. 맛도 못느낀다고.”

“맞아, 1인 5병은 해야···”

“그냥 술집 가세요.”

“오케이, 그럼 3병. 먹을때 2병, 영상보면서 얘기할 때 한병. 콜?”

“음주운전이란걸 생각하세요들. 2병. 딱 2병만 하죠.”

“콜!”

늘 시키는 집(코리아 타운과 거리가 있어서 시켜도 한시간은 족히 걸린다)에 시킨후 룸에 모였다.

“오늘 준비한 영상을 보기 전에 지난주에 얘기한 모임 이름을 정하기로 하겠습니다. 각자 하나씩 준비하기로 했고, 너무 성의 없는 이름이나 준비를 안하신 분들은 오늘 저녁밥값을 내는겁니다. 이의 없으시죠.”

“예!”

“그럼 한분씩 음··· 앤드류부터 해보죠.”

이름을 짓는다는거 생각보다 쉽지 않다. 이래서 창작의 고통이란 말이 있는거다.

팀 레이커스(레이커스의 또다른 팀이라고)부터 스톰(리그의 태풍을 일으킬거라고), X맨(강력한 생체능력이 생길거라고), 킴스 클럽(내가 만들었다고, 이거 내가 낸 이름인데 역시 난 창작엔 재능이 없는 것 같다, 남의 꺼 배껴왔잖아) 등이 나왔지만 모두 기각됐다. 너무 장난스럽거나 우리 모임과 잘 맞지 않는다는 의견에서다.

재빨리 끝낼 요량이었지만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사이 한시간이 훌쩍 지나며 주문한 음식이 도착했다.

“먹으면서 계속 하죠. 이거 오늘은 이것만하다 시간 다갈 것 같네.”

아직 이름을 다 말하지 않은 탓에 먹으면서 계속 생각해온 이름을 말했다. 하지만 역시나 모두 기각. 조지가 땀을 뻘뻘 흘리고 있다(매운족발 먹었다) 마지막 자신 차례가 되자 콜라를 벌컥벌컥 마신 후(쿨피스가 있으면 좋은데, 콜라는 더 따깝지 않나?) 어렵게 입을 열었다.

“스읍, 하··· 어우.”

말을 하려다 메운 기가 남은듯 고개를 마구 흔들고는 간신히 말을 했다.

“후우, 내가 생각해온 이름은 나이트 오더. 일단 이 모임뿐만 아니라 팀의 리더인건 다 인정하잖아. 그렇지?”

조지의 말에 잠시지만 열심히 먹던 팀원들이 동작을 멈춘 채 조지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폴 조지는 어느팀에 가나 1옵션을 차지하고 에이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스타 플레이어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폴 조지정도의 선수들은 자존심이 무척 강하기 때문에 팀에서 정한 포지션을 무시하고 보이지 않는 자존심싸움을 한다. 그런데 자존심을 세우지 않고 순순히 나와 자신의 포지션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으니 모두의 시선이 쏠린것이다.

조지도 이를 알기 때문에 시선이 모이자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보고 내가 생각했던 실력이 아니면 한번 붙을까 했는데 그냥 그 모습이더라고. 인정안할 수가 없잖아. 하하···”

조지가 시원스럽게 웃자, 휘파람이나 박수를 치며 팀원들도 따라 웃었다. 팀을 이끄는 원투펀치들의 사이에 문제가 있으면 분위기가 안좋은 법인데 이렇게 깔끔하고 확실히 정리되니 다가올 시즌에 대한 반가움 때문일거다.

“여하튼 내가 스타워즈를 엄청 좋아하는데 거기 보면 제다이들 모임 이름이 제다이 오더거든. 그래서 제다이 나이트, 킴은 나이트, 제다이 오더, 나이트 오더. 딱 좋더라고. 나이트와 함께 수련해서 우리 모두 나이트가 된다. 뭔가 막 멋지지 않아?”

오오~ 그럴싸한데? 딱 내 취향이다.

“난 찬성. 완전 내 취향이야. 그리고 나도 스타워즈 완전 좋아하거든. 개봉한 스타워즈 시리즈 한 오백번은 봤을걸.”

내가 찬성하자, 팀원들도 일제히 찬성하고 나섰다.

“나도 찬성. 1번 세레머니 써도 되는거지? 나도 나이트 오더니까.”

“그거 괜찮은데? 나도 찬성.”

“뭔가 용사가 된 느낌이라서 나도 찬성.”

온갖 이유가 나왔지만 결국 제다이하고 비슷한 느낌이라는 굉장히 유치한 이유로들 100%찬성을 얻었다. 동양이고 서양이고 남자들의 이 어린애 같은 유치함은 만국 공통인듯. 킥킥킥···

여하튼 우리 모임은 나이트 오더가 됐고, 난 새로운 별명을 추가로 얻었다.

마스터 나이트.

이 모임의 수장이란 의미로 마스터 제다이에서 따왔다. 그래, 이것도 좋다. 이제 연습하자꾸나 영글링들아.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자, 이제 최후의 시즌에 돌입합니다.

다들 예상하시겠지만 점점 시간의 흐름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번 시즌도 지난 시즌보다 빠를겁니다.

시원시원하게 스킵하며 가보죠.

아, 절대 게을러서 그러는건 아닙니다.

ㅎ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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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35-3. Grand-Master Knight +8 18.10.01 1,316 31 38쪽
115 35-2. Grand-Master Knight +2 18.09.17 1,351 23 25쪽
114 35-1. Grand-Master Knight +8 18.09.11 1,425 33 42쪽
113 34-3. 컨퍼런스 파이널 +4 18.08.17 1,424 27 24쪽
112 34-2. 컨퍼런스 파이널 +2 18.08.13 1,385 31 29쪽
111 34-1. 컨퍼런스 파이널 +2 18.07.30 1,983 36 29쪽
110 33-3. Knight4 +3 18.07.19 1,462 39 20쪽
109 33-2. Knight 4 +5 18.07.06 1,487 35 22쪽
108 33-1. Knight 4 +3 18.06.28 1,545 31 12쪽
107 32-3. 불안요소 +6 18.06.13 1,653 33 26쪽
106 32-2. 불안요소 +6 18.06.05 1,603 31 14쪽
105 32-1. 불안요소 +8 18.05.28 1,806 34 27쪽
104 31-4. Knight Order +4 18.05.26 1,884 33 16쪽
» 31-3. Knight Order +8 18.05.23 1,869 37 23쪽
102 31-2. Knight Order +2 18.05.21 1,845 35 18쪽
101 31-1. Knight Order +6 18.05.16 1,985 34 20쪽
100 30-4. 리뉴얼 +18 18.05.15 1,863 37 18쪽
99 30-3. 리뉴얼 +8 18.05.10 1,905 37 20쪽
98 30-2. 리뉴얼 +8 18.05.09 1,883 39 22쪽
97 30-1. 리뉴얼 +8 18.05.08 1,940 41 17쪽
96 29-4. 플레이오프 +12 18.05.03 1,920 39 16쪽
95 29-2. 플레이오프 +8 18.05.01 1,962 39 30쪽
94 29-1. 플레이오프 +4 18.04.28 2,024 35 19쪽
93 28-2. 퀘스트 +8 18.04.19 2,045 39 15쪽
92 28-1. 퀘스트 +6 18.04.13 2,171 43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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