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의 신-에어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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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松川
작품등록일 :
2017.07.03 09:23
최근연재일 :
2018.10.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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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0.1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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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쪽

36. Top of The World

DUMMY

1차전이 끝나고 여러가지 기록을 만들어냈다.

나는 좋은쪽이고 르브론은 안좋은 쪽이다.

르브론은 9년 연속 파이널 무대에 올랐지만 1차전 승률이 1승 8패로 역대급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파이널 무대에서 50+득점을 기록한 7명(61점 엘진 베일러, 55점 릭 배리, 55점 마이클 조던, 54점 나, 53점 제리 웨스트, 51점 르브론 제임스, 50점 밥 페팃) 중 한명이 되었지만 유일하게 승리를 챙기지 못한 선수로 기록되기도 했다.

물론 좋은 기록도 있기는 하다. 9년 연속 파이널에 진출한 만큼 누적 기록은 화려하다. 플레이오프 40+기록 1위, 플레이오프 단일경기 30+경기 횟수 1위, 파이널 누적 점수 3위, 파이널 누적 어시스트 2위 등으로 말이다.

나는 첫 파이널 진출에 50+를 기록하고 트리플더블을 기록한(54점, 11어시스트, 13리바운드) 최초의 선수가 되었다.

개인 기록은 이렇고 팀 분위기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1, 2라운드는 스윕이었고, 컨퍼런스 파이널은 리그 최강팀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를 상대로 단 1패만을 하고 올라온데다 파이널 1차전마저 기적에 가까운 신승을 거두면서 분위기는 최고 수준이다.

거기다 처음 겪는 상황이지만 훨씬 강해진 멘탈(아직 부족해, 많이 부족해)과 팀원간 신뢰도 상승은 2차전에서 더욱 나은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워리어스와의 컨퍼런스 파이널보다도 분위기가 좋았고, 경기 흐름 자체도 그때와는 비교도 안되게 좋다는 것이다.

워리어스는 전 시리즈 내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했고, 기세도 밀리지 않았다. 그냥 우리 전력이(라고 쓰고 내 능력이 라고 읽어줘) 그들보다 더 강했던 것 뿐이다.

하지만 클리블랜드는 워리어스처럼 팀 전체의 컨디션이 좋은게 아니었다. 팀 전체의 컨디션만 놓고 본다면 보스턴이 훨씬 더 좋았다.

그저 르브론이 전성기 시절이상의 압도적 기량을 선보이며 멱살 잡고 질질 끌고 파이널까지 왔다고 보는게 맞았다. 그리고 그 기량을 바탕으로 1차전을 유리하게 끌고 가면서 승리까지도 챙길 분위기였는데 스미스의 어이없는(우리 입장에서 하늘이 보우하사) 역주행으로 날려먹은 것이다.

이 와중에 스미스는 이 실수를 인정하지 않는 인터뷰까지 하면서 신뢰도는 추락해 있고, 르브론은 침울해져 있다. 여론에선 이번시즌을 마지막으로 르브론이 다시 클리블랜드를 떠날 것이라는 말이 벌써부터 나올 정도다.

리그 최강팀이라는 워리어스를 잡았고, 킹도 쓰러뜨렸다. 47분을 져도 마지막 1분안에 경기를 뒤집어줄 에이스도 있다. 누구든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위기의 순간을 넘길 수 있는 최후의 무기까지 있는 격이니 우리 분위기는 최상인게 당연하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2차전을 이번 시리즈의 분수령으로 보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실책으로 승리를 날려버리면서 팀 분열이 의심되는 클리블랜드이기 때문에 2차전마저 진다면 팀 컨디션 자체가 확 떨어져버릴 수 있어서다.

구단쪽도 같은 의견이었고, 2차전을 잡는건 물론 클리블랜드라는 팀을 와해시키기 위한 전략을 준비했고 결국 수비에서 해법을 찾아냈다.

우리가 준비한 수비전술은 현재 사용하는 수비전술을 약간 변형한 것이다. 지금은 내외곽의 밸런스를 맞추되 인사이드쪽에 조금 더 무게를 두고 있었다. 러브나 르브론의 인사이드 공략 능력이 뛰어난 반면 외곽이 상대적으로 약해서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외곽에 무게를 더 많이 두는 쪽으로 잡았다.

클리블랜드의 외곽은 강하진 않지만 그래도 한방이 있다. 코버, 스미스, 러브의 외곽은 맞으면 꽤나 아프다. 대신 이 외곽 자원의 돌파능력은 현저히 낮다. 러브? 러브는 외곽에서 뚫고 들어가는 돌파가 아니고 안쪽에서 자리잡은 상태에서 시작하는 센터 플레이가 되는거다.

여튼 외곽을 틀어막아버리면 센터 플레이 아니면 르브론의 돌파만이 루트가 된다. 물론 평상시면 결국 돌파에 당하면서 수비가 와해될 수 있지만, 지금의 클리블랜드는 외곽이 틀어막히면 먼저 공격 전술이 무너질 가능성이 아주 높다. 스미스나 코버, 그리고 힐 같은 경우 컨디션이 그다지 좋지 않은탓에 초반에 기를 확 죽여놓으면 스스로 멈칫거리게 되고, 팀원간 신뢰도가 낮아서 기회를 잘 주지 않을 것이 뻔해서다.

이쯤되면 가장 강력한 공격옵션은 돌파다. 당연히 이쪽에 비중을 높일테고 돌파 비중이 높아지는만큼 센터 플레이의 비중은 현저히 떨어진다. 돌파를 위한 공간을 내줘야 하잖아.

거기다 로우포스트에 공간을 내주기 위해 탐슨이 빠진다해도 생각보다 많은 공간은 나오지 않을 것이다. 탐슨의 슛거리는 림에서 조금만 멀어져도 뚝 떨어져서 로페즈가 멀리 나갈 이유가 없어서다. 러브? 러브는 외곽수비에게 맡기는거고.

하다보면 찬스를 주기야 하겠지만 어쨌든 클리블랜드의 공격은 단순화될거고 그만큼 뻑뻑하게 돌아갈거다. 경기가 매끄럽지 못하면 짜증이 나고, 그 짜증은 팀원에게 가겠지. 그럼 팀 클리블랜드는 사라질거고, 우린 손쉽게 우승컵을 챙긴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은 마지막 순간 정정당당을 외치며 상대가 풀전력으로 싸울 수 있게 기다려준다. 난 총들고 있는데 상대가 빈손이면 총 던지고 빈손으로 싸운다거나 부상을 입고 있으면 그쪽은 공격하지 않는거나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그런짓을 하면 아차하는 순간 진다. 죽는단 거지. 정정당당이란 자기만족을 위해 하기엔 너무 위험한 짓이란거다. 고로 약점이 보이면 그걸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공략해야 한다. 비겁? 비겁은 상황과 무관한 인명피해를 입힐때나 하는 소리고, 그렇지 않으면 철저하게 약점을 이용해 파괴하는건 비겁한게 아니다. 세상은 잔인한 곳이거든.

여튼 클리블랜드는 약점을 보였다. 그리고 우린 그 약점을 찌를거다. 아주 아프게 말이야.


2차전이 시작되었다.

공격은 1차전과 마찬가지로 나쁘지 않은 흐름으로 아니, 더 원활하고 빠르게 전개됐다. 굳이 패스로 풀어보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직접 마무리하는쪽으로 무게를 두고 풀어나갔기 때문이었다.

물론 1차전에서도 직접 마무리가 많았지만 중요한건 늘 패스를 염두에 두고 했던거고 지금은 정 안되면 패스 혹은 확연한 찬스일때만 주는 식이었다. 1번을 맡은 이후 강박처럼 패스를 했는데 오랜만에 득점에 올인한 것이다. 장기적으로야 이런 플레이를 하면 다른 팀원들이 받아먹기나 하는 수동적인 모습이 나와 팀에 좋지 않지만 단기전에선 문제 없다는 윌튼 감독의 판단과 동료들의 인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팀원들, 조지마저 대놓고 아이솔을 위해 코트 반을 비워줬다. 나 역시 패스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식으로 몰고가서 쏴버렸다. 평소의 패스 타이밍에도 쐈다. 반노막이상이면 거의 백프로 수준의 성공률로 말이다. 결국 더블팀이 들어왔고 그걸 놓치지 않고 패스로 득점을 만들었다. 한명이 붙으면 쏘고 두명이 붙으면 패스. 클리블랜드 수비는 대혼란에 빠졌다.

수비에서도 약속한대로 외곽을 강화했다.

“스위치! 스위치!”

스크린에 걸리면 무리해서 따라가지 않고 곧바로 스위치를 하며 움직였다. 스크린 후 안쪽으로 잘라 들어가는 동작들이 있었지만 스틸 등을 노리기보단 최대한 바짝 붙어 따라가기만 했다. 외곽을 담당하는 나이트4 모두 스피디와 높이에서 클리블랜드의 선수들을 압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것만으로 훌륭한 수비가 되고 있어서였다.

“집중해! 집중! 브랜든 그쪽 비었잖아!!”

샷클락이 떨어지면서 살짝 느슨해질 기미에 크게 외쳐 독려하며 드리블 돌파를 시도하는 힐에게 바짝 붙으며 볼을 위협했다. 내 움직임에 잉그램뿐 아니라 다른 팀원들마저 정신 차린듯 기합을 넣고 뛰어다녔다.

결국 르브론이 볼을 잡았다. 안풀릴땐 에이스니까.

쿠즈마를 상대로 잽스텝을 하자 잔뜩 자세를 낮추고는 왼손으로 체크를 해 돌파에 대비했다. 키는 같지만 파워와 스킬에서 압도하는만큼 점퍼와 돌파에 모두 대비하는 가장 정석적인 자세다.

쿠즈마가 잠시 시간을 끄는 사이 팀원들간 사인이 오고 가 돌파가 있을 경우 협력 수비를 갈 사람과 로테이션에 대한 준비를 했다.

퉁!

펌프페이크에 이어 덩치에 맞지 않는 날카로운 동작으로 베이스라인으로 파고 들었다. 반박자정도 느린 반응이면 보통은 옆쪽에서 붙어서 가면 부담을 줄 수 있지만 르브론은 큰 덩치와 파워 때문에 수비의 역할이 현저히 떨어진다. 밀면서 슛을 할 때 손을 뻗어야 볼을 위협하는데 르브론의 경우 밀리지도 않고 어깨도 넓어서 손이 아예 닿을 기미도 없어서다.

“막아!”

로우포스트쪽에 있던 로페즈가 림을 가리며 움직였고 잉그램이 비어버린 탐슨에게 붙었다. 그리고 조지는 잘라들어오려는 움직임에 반응했고 난 외곽쪽으로 돌아나가는 녀석을 체크했다.

밀리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밀지도 못한 관계로 림쪽으로 공간이 부족했고 로페즈도 이를 아는듯 림쪽을 완벽하게 가리며 뛰어올랐다. 르브론도 충분히 인지한 듯 인상을 찌푸리며 뛰어올랐다.

오호!

파워풀하게 뛰길래 힘으로 밀쳐내면서 탑쪽으로 가는 공격일 줄 알았는데 백보드 아래쪽으로 뛰어 몸을 비틀며 왼팔을 쭉 뻗어 비어있는 반대편 림을 공략하네. 그런데 저게 안정적이···구나. 파워풀하게 뛴건 몸이 부딪치면서 바깥쪽으로 완전히 밀려나는걸 막기 위한거였구나. 대단해.

터텅!

멋진 공격이었지만 역시 밀려나는걸 버티며 던져 올려서인지 충분히 림쪽으로 들어가지 못한채 튕긴 후 떨어져 내렸다.

“제길!”

착지한 르브론은 인상을 더욱 구기며 관성을 이겨내며 파고들어 로페즈보다 먼저 떨어져 내리는 볼을 잡아냈다. 그리고는 빠르게 펌프페이크로 로페즈의 타이밍을 뺏고 몸을 붙인 채 뛰어올라 골밑슛을 던졌다.

촤악!

골은 들어갔고 내려선 르브론은 심판을 보며 양팔을 벌리는 동작으로 파울이 아니냐는 모션을 취했다. 몸을 붙이고 뛰어서 꽤나 애매한 동작으로 한 슛이기 때문에 파울처럼 보일 수도 있긴 했다. 하지만 로페즈는 제자리에서 점프한 후 뛰지 못해 그냥 손만 올린 채 있어서 파울은 아니었다. 그냥 그렇게 보일뿐. 당연히 파이널인만큼 리그 최고의 심판진들인데 그런거에 낚일리가 없지.

르브론도 알고는 있지만 은근히 파울을 잘 좀 불어달라는 시위였을뿐 진짜 콜을 바란건 아니어서 곧바로 돌아서 백코트했다. 다만···

“움직임이 너무 적어! 뛰라고!”

이렇게 동료들의 움직임에 불만을 토로하면서 말이다.

이어진 공격에서 클리블랜드의 수비에 변화가 왔다. 스위치에 이은 일대일 공격에 연속으로 당하며 돌파를 허용해서인지 3-2지역방어를 펼친 것이다. 오른쪽으로 처지다 크로스오버에 이은 돌파로 치고 들자 수비가 확 좁혀들었다.

지금까진 어떻게든 비비고 들어갔지만 이렇게까지 집중적으로 들어오는데 계속 밀어다 붙이는건 바보다.

“뛰어!”

왼쪽 사이드에서 45도로 올라온 잉그램에게 빼내자 좁혀졌던 수비가 벌어지며 쫓아갔다. 안쪽으로 말려들었지만 반대편이라서 상대적으로 많이 안들어와서 금방 거리를 줄이며 체크 했다. 그때 탑쪽으로 이동했던 조지가 순간적으로 잘라들어왔고 잉그램은 원바운드로 패스, 벌어지던 수비가 다시금 급격히 좁혀들었다.

킥아웃을 하며 시선이 옮겨졌고, 그사이 림아래로 빠져나갔던 내가 베이스라인을 타고 왼쪽 사이드로 자유롭게 빠져 나가며 외쳤다.

“헤이!”

조지는 바로 볼을 빼냈고 캐치한 후 3점라인으로 완전히 나간 후 그대로 슛.

촤악!

“우와아아!!!”

“나이스 패스!”

오늘 경기 중 처음으로 특유의 유려한 팀플레이가 나오며 3-2지역방어로 변경한 클리블랜드의 수비를 보기좋게 박살내 버린 것이다.

공격은 빡빡했고, 수비는 답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르브론이 킹이라는 자신의 닉네임을 증명하듯 꾸역꾸역 득점을 만들어내면서 점수차가 확 벌어지지는 않았지만 쿼터가 끝날때마다 조금씩 차이가 벌어졌다. 그렇게 팀 전력이외에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하는 파이널에서 보기 드문 와이어 투 와이어 경기(단 한번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는)로 2차전은 마무리 되었다.

클리블랜드로 이동해 벌어진 3차전은 더욱 좋지 않았다. 로페즈와의 충돌로 크게 코트에 떨어지며 자리를 비운 3쿼터 5분여 동안 20점까지 벌어지며 4쿼터 5분여를 남기고는 양쪽 모두 주전이 빠지는 가비지 타임마저 나오며 완패를 당해버렸다.

굴욕적인 패배였지만 2년전 3패를 당하고 내리 4승을 챙기며 기적적인 우승을 일궈낸 기억을 되뇌이며 4차전에 돌입했다.

확실히 엘리미네이션 상황임을 인지한건지 1차전처럼 박빙의 경기가 펼쳐졌다.

4쿼터 2분이 남은 시점까지 양팀 토탈 23번의 역전을 주고받는 대접전이 지속됐다. 클리블랜드의 경기력도 경기력이었지만 르브론이 42점, 12어시스트, 11리바운드의 트리플더블을 작성하는 무지막지한 괴력으로 팀을 하드캐리한 덕분이었다. 거기다 우린 르브론의 돌파를 막다 쿠즈마가 5반칙, 잉그램과 조지, 그리고 로페즈까지 4반칙을 범하며 계속해서 손쉬운 득점을 헌납하고 있었다.

돌파 중심의 공격을 펼치면서 얻어낸 파울인만큼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았을텐데 경기가 다 끝나가는 지금도 엄청난 에너지 레벨을 보여주고 있었다.

촤악!!

삐익!

로페즈와 공중에서 몸을 부딪치면서 파울이 나왔지만 힘으로 이겨내며 골을 물론 보너스 원샷까지 얻어내는 르브론이었다.

르브론은 가슴을 쾅쾅 치며 자신의 강인함을 어필했고 이걸로 5반칙이 된 로페즈는 고개를 잘래잘래 흔들며 시선을 떨어뜨렸다.

“장난 아닌구만.”

남은 시간은 이제 1분 30여초고 점수는 2점차다. 아직 이기고 있지만 살얼음판 승부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클리블랜드는 르브론은 물론 러브마저 각성모드인데 반해 우린 르브론을 온몸으로 막은 탓인지 나를 제외하고는 굉장히 힘들어하는 기색들이었다. 특히 로페즈는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지쳐보였다.

리바운드를 위해 준비를 하는데 있으나 마나할 분위기라서 쿠즈마를 불렀다.

“카일, 나랑 바꾸자.”

르브론의 오늘 자유투 성공률은 50%가 조금 넘는다. 만약 80%정도만 됐더라도 이기고 있는건 우리가 아니라 클리블랜드였을 것이다. 여하튼 추가 자유투에서 리바운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컸다.

자유투 리바운드는 수비쪽이 한명 더 많고 위치도 림에 가까워서 유리하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란게 있다.

“카일, 나랑 바꾸자.”

“예? 아, 예.”

쿠즈마도 자신의 상태를 알아서인지 곧바로 대답하며 뛰어나왔다.

르브론이 자유투를 준비하자 자세를 낮추며 자신 옆에 있는 선수들에게 팔을 뻗으며 견제했다.

“박스아웃 확실히!”

슛이 던져졌다.

텅!

역시나 슛은 짧았고 림 앞쪽에 맞으며 길고 높게 튀어나갔다. 안쪽 선점했던 로페즈와 잉그램은 잡기 어려웠고 오히려 박스아웃에 걸려 있던 탐슨과 러브에게 찬스가 났다.

“어딜!”

탐슨이 잡기 직전 견제를 뚫고 뛰어올라 간신히 살짝 볼을 긁어냈다.

“쉣!!!”

볼이 살짝 떠올라 내쪽에 가까워질 때 재차 점프를 해 잡으려는 순간 뒤쪽에서 충격이 전해지며 중심이 앞으로 쏠린탓에 높이가 낮아져 잡지 못했고 그 때 손이 쑥 나오더니 채가버렸다. 다된 리바운드에 침 뱉은 새끼 누구야!

“뭐야!”

중심을 잡고 돌아보니 르브론이었다. 볼을 잡은 그는 바깥쪽에서 득달처럼 달려오는 우리 팀원들을 보더니 파워 넘치는 원드리블 투 스텝으로 림쪽으로 밀고 들어왔다. 리바운드 과정에 잉그램과 로페즈 모두 림 아래쪽까지 밀려들어가며 공간이 나왔던 것이다.

덩크를 하기엔 거리가 있었던 르브론은 한손으로 슛을 던졌다.

“익!!”

걸렸다.

르브론을 따라 움직여 뛰었는데 다행히 그의 손을 떠난 직후 볼 바닥을 살짝 건드릴 수 있었다. 슛 궤적이 바뀌며 백보드와 림 사이에 맞고 떨어져내렸다.

“잡아!!”

코트에 있던 선수 대부분이 리바운드에 참여하면서 완벽한 혼돈의 도가니탕 같은 상황이 연출됐다.

틱! 틱!

“아우!!”

“썅!”

볼이 떨어지는 위치에서 잡기위해, 먼쪽에서 못잡게 하기 위해 경쟁하면서 볼은 계속 공중에서 이리저리 움직여 다녔다.

그러다 볼이 운좋게 나와 르브론이 있는 쪽으로 날아왔다. 내가 앞쪽에 있으니까 이건 내가 잡는다!

퍽!

아, 젠장.

리바운드를 해내기 직전 누군가와 부딪치며 또다시 밀리며 르브론이 볼을 채가는걸 구경해야 했다.

“파울!”

일단 크게 외치고는 어떤 놈인지 보니··· 아, 쿠즈마 이 눈치없는 쉐이···

“비켜. 내가 르브론! 마크맨 잡아!”

일단 볼을 잡겠다고 뛴거라서 욕도 못한 채 빠른 수비 전환을 요구했다. 르브론이 리바운드를 잡아내자 바글바글하던 골밑의 선수들이 빠르게 흩어졌다.

바깥쪽으로 나가던 르브론은 공간이 나오자 태세전환과 함께 또한번 돌파를 시도했다. 빠르고 긴 드리블로 베이스라인을 타고 들었지만 진로를 가로막았는데 뜻밖에도 그는 상체를 살짝 숙이며 그대로 부딪쳐 왔다.

뭐야, 이거. 이대로 파울을 유도해봐? 에이, 그러다 여기서 멈추면서 뛰면? 어쩌지?

짧은 시간 선택의 고민을 하는데 르브론의 등이 보였다. 등이 보여? 이거 그럼!

끼익!

결정을 내리고 힘으로 버티며 가로막자 그 순간 밀던 힘이 확 빠지고 르브론의 큼직한 몸이 반대로 휙 돌아갔다. 강한 힘을 수비에게 전가하며 반탄력을 이용한 스핀무브.

보통 부딪칠 때 버티면 이동한쪽으로 갈 여력이 부족하고, 튕기면 튕긴걸로 끝인 파워 스핀무브다. 원래도 시전자가 파워와 신체 밸런스를 유지할 능력이 필요한 고급 기술이지만 르브론 수준의 덩치가 하면 더욱 막강한 스킬이다. 아무리 나라도 그냥 당하면 쫓아가기 힘들다.

스핀무브 한방에 림 옆에서 정면으로 이동한 르브론이다. 거짓말 좀 (많이) 보태서 이형환위 수준이다. 어쨌든 돌아선 르브론은 일단 내 위치를 확인하는게 보였다. 등지고 스핀무브를 나도 잘해서 아는데 몸을 대고 돌아서는 순간의 수비압력을 보면 따라붙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대략 알 수 있다. 따라붙을 수 있을 것 같으면 지금처럼 확인하는거지.

르브론은 내가 쫓아오는걸 본 듯 축 반대발을 뒤쪽에서 밟고 중심을 뒤로 넘기며 뛰었다. 이제는 거의 내 성명절기 같은 페이더웨이를 구사하는 것이다. 나처럼 우아한 동작과 다르게 투박한 모습이지만 큰 키와 그만큼 긴 스텝을 감안하면 그의 슛도 언터처블급이다.

페이더웨이를 막으려면 앞으로 뛰어야 한다. 그러니까 급가속하면서 풀···!!!

뛰려는 찰나 다시한번 르브론의 움직임에 변화가 보였다. 뒤로 뛰기 위해선 앞쪽 발끝의 방향으로 뒤쪽 발끝이 맞춰지는 식으로 움직여야 되는데 거의 직각에서 힘이 꽉 들어가는게 보였던 것이다. 이건 점프할 의도가 없다는거다.

뛰어들어서 스핀무브까지 스피드도 있었고 르브론의 무게를 생각할 때 멈추면 관성으로 축발이 끌릴 가능성 높아 워킹이 나올 수 있다. 그래서 이건 슛이다 싶었는데··· 제대로 낚였다.

다행히 뛰어오르기 직전이라 점프로는 안갔지만 중심이 위로 가는건 어쩔 수 없었다. 천근추를 쓰면 되긴 하지만 이번 시즌부터는 경기중에 내공이나 무공은 쓰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으니 지켜야지.

끼익!

다행히 멀리가지 않은 상태로 멈출 수 있었지만 부딪치는걸 피하느라 약간 뒤쪽으로 쳐져서 위험하다 싶었는데 르브론도 다음동작으로 넘어가지 못하고 이제서야 중심을 앞으로 돌리고 뛰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발이 끌리는 것까진 막았지만 관성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탓에 중심을 앞으로 돌리고 점프를 완벽하게 하지 못하는 르브론이었다. 괴수는 괴수지만 일반괴수구만.

점프가 부족해서 덩크 대신 핑거롤로 림 쪽에 올렸고, 그건 내게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아무리 나라도 순수한 육체의 힘으로 역동작을 뚫고 뛰는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절로 짧은 기합이 튀어나왔다.

“하압!!”

다행히 볼 밑을 다시한번 긁어내는데 성공했고, 가벼운 충돌도 블락 이후에 나온거라서 파울은 불리지 않았다. 볼이 림을 옆을 맞고 떨어져 내렸고 또 한번의 짧은 기합을 지르면서 뛰어올랐다.

“합!!!”

르브론도 몸을 부딪쳐오며 리바운드를 노렸지만 이번에는 준비를 했기 때문에 밸런스를 지켜내며 리바운드를 차지할 수 있었다.

팡!

한손으로 볼을 잡아 힘껏 끌어당겨 움켜쥐자 스파이크할때처럼 소리가 울렸다. 소리는 팡이었지만 내 귀엔 축포소리처럼 들려왔다.

리바운드를 따내고 내려섬과 동시에 몸을 움츠리며 품에 꼭 끌어안았다. 이 볼은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보물이란 것처럼 말이다. 르브론은 물론 뒤늦게 달려온 클리블랜드 선수들이 날 압박하며 험블을 노렸지만 몸을 좌우로 흔들며 그들의 손을 뿌리쳤다. 속으로 이렇게 외치며.

마이 프레셔스~

푸흐흐흐···

압박이 풀렸지만 잠시 그 상태로 있었다. 흥분감이나 뭐 그런것보다는 골룸 생각에 순간 너무 심취해서였다. 나도 참, 어지간하단 말이야.

“킴!”

팀원들의 외침에 뻘 생각에서 빠져나온 내가 몸을 일으키고는 괜찮다는 사인 후 천천히 코트를 넘어갔다. 이제 남은 시간은 1분. 이제부터 시간은 우리편이다.

센터서클 근처에 서서 시간을 보내다 샷클락이 10초일 때 공격을 개시했다. 집중력은 올 시즌 그 어느때보다 높았고 손끝 감각도 최고조다. 팀원들도 잘 아는데다 에이스에 대한 믿음아래 헌신적인 스크린으로 길을 열어줬고, 돌파 페이크에 이어 스텝백 3점을 던졌다.

촤악!

지금까지 수도 없이 들었지만 지금 들은 그물망 소리는 역대 최고로 아름답고 통쾌하게 들렸다.

이제 클리블랜드는 3점을 노려야 한다. 2점과 이후 반칙 작전으로 게임을 어찌해보기엔 5점이라는 차이는 어중간했다. 자유투를 하나라도 성공하면 두번 공격이 필요한데 시간이 부족해도 너무 부족했다.

역시나 클리블랜드는 3점에서 뭔가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수비가 한정되자 우리의 방어막은 더 없이 튼튼했다. 하지만 르브론은 일반괴수답게 우리 코트를 휘저으며 수비를 자신에게 끌어당기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오늘, 아니 이번 파이널 최고의 패스를 연결했다.

르브론의 최고의 패스는 3점라인 탑에 노마크로 올라온 스미스에게 전해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리고 잔인하게도 말이다.

희망을 이어가느냐 이대로 파이널이 종료되느냐 하는 순간이다. 패스는 캐치 앤 슛에 딱 맞는 속도와 높이, 그리고 타이밍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심적 부담(3차전 시작전에 팀원들에게 역주행에 대한 사과와 팬들에게 사과를 했다)을 완전히 떨치지 못한 스미스는 바로 쏘지 않고 멈칫하며 스스로 좋은 리듬을 끊어버리는 보이지 않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결과적으로 쏘기는 했지만 리듬과 밸런스가 흔들린 슛이었다.

“리바운드!”

텅!

림쪽으로 달려들 갔지만 리바운드는 가장 먼저 달려 뛰어오른 내 차지였다.

삐익!

최악의 컨디션을 보인 코버 대신 뛰고 있던 클락슨이 득달처럼 달려와 날 끌어안으며 파울을 했다. 실낱 같은 희망으로 한 파울 작전이다. 정말 실낱 같은 희망이었다.

촤악!

자유투 두개를 깔끔하게 성공시키고 나자 르브론이 빠르게 달려와 3점 슛을 던졌다.

촤악!

깨끗한 3점 슛이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막아!”

르브론이 볼이 쉽게 인바운드되지 못하게 붙었지만 그의 독려에도 불구하고 다른 팀원들이 수비에 가담하지 않으며 어렵지 않게 내게 연결되었다.

이제 남은 시간은 18초, 볼을 잡은 사람은 나다. 플레이오프에서 자유투 성공률은 98.7%(80/81)이니 내게 자유투를 놓치는걸 바라는건 의미가 없다.

조금전 자유투를 모두 넣는 순간부터 클리블랜드의 팬들은 빠져나가고 있었고, 선수들은 더 이상의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투지를 불태우던 르브론도 내가 볼을 잡자 고개를 들어 위를 보다 긴 한숨과 함께 고개를 떨구고는 터덜터덜 자신의 코트로 걸어갔다.

코트에 있던 팀원들도 공격의사를 보이지 않고 서로 포옹을 했고, 나는 클리블랜드 코트로 넘어가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 사이 양팀 선수들간에 간단한 포옹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었고 시간이 10초쯤 남았을 때 르브론이 다가왔다. 통통 튀기고 있던 볼을 심판쪽으로 던져주고는 그와 진한 포옹을 나눴다.

“수고했어. 킴. 정말 대단한 경기였어. 다음에 보자고.”

“제임스도 수고했습니다. 최고였어요.”

삐이익!

드디어 종료부져가 울렸고, 그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코트에 있던 나이트4와 로페즈, 그리고 벤치에 팀원들까지 일제히 환호성을 내지르며 나를 향해 몸을 날렸다.




누가봐도 알만한 선수들 이름을 각색해서 사용했으나 실제 인물은 절대 아니며, 따라서 선수들의 프로 데뷔연도는 다르다는걸 감안하고 보시기 바랍니다.


작가의말

다음편이 있을 것 같죠?

이거 마지막 편입니다.

끝이라고요.

허무한가요?

원래 마지막은 허무해야 제맛이죠.

여백의 미...

독자님들만의 또다른 이야기가 이어질 수 있는 열린 결말...

뭐, 그런겁니다.

푸하하하~


에피필그도 좀 써볼까 합니다.

의식의 흐름대로 말이죠.

물론, 끝까지 따라와 주신 소수의 형제자매님들에게 인사는 따로 남기겠습니다.

제가 또 한 예의 하거든요. ㅎㅎㅎ;;;

좋은 주말 보내시고 조만간 또 올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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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6 35-3. Grand-Master Knight +8 18.10.01 1,316 31 38쪽
115 35-2. Grand-Master Knight +2 18.09.17 1,351 23 25쪽
114 35-1. Grand-Master Knight +8 18.09.11 1,425 33 42쪽
113 34-3. 컨퍼런스 파이널 +4 18.08.17 1,424 27 24쪽
112 34-2. 컨퍼런스 파이널 +2 18.08.13 1,385 31 29쪽
111 34-1. 컨퍼런스 파이널 +2 18.07.30 1,983 36 29쪽
110 33-3. Knight4 +3 18.07.19 1,462 39 20쪽
109 33-2. Knight 4 +5 18.07.06 1,487 35 22쪽
108 33-1. Knight 4 +3 18.06.28 1,545 31 12쪽
107 32-3. 불안요소 +6 18.06.13 1,653 33 26쪽
106 32-2. 불안요소 +6 18.06.05 1,603 31 14쪽
105 32-1. 불안요소 +8 18.05.28 1,806 34 27쪽
104 31-4. Knight Order +4 18.05.26 1,884 33 16쪽
103 31-3. Knight Order +8 18.05.23 1,868 37 23쪽
102 31-2. Knight Order +2 18.05.21 1,845 35 18쪽
101 31-1. Knight Order +6 18.05.16 1,985 34 20쪽
100 30-4. 리뉴얼 +18 18.05.15 1,863 37 18쪽
99 30-3. 리뉴얼 +8 18.05.10 1,905 37 20쪽
98 30-2. 리뉴얼 +8 18.05.09 1,883 39 22쪽
97 30-1. 리뉴얼 +8 18.05.08 1,940 41 17쪽
96 29-4. 플레이오프 +12 18.05.03 1,920 39 16쪽
95 29-2. 플레이오프 +8 18.05.01 1,962 39 30쪽
94 29-1. 플레이오프 +4 18.04.28 2,024 35 19쪽
93 28-2. 퀘스트 +8 18.04.19 2,045 39 15쪽
92 28-1. 퀘스트 +6 18.04.13 2,171 43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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