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Steps From Hell Part III
이내 그 소망이 무너졌지만 에드워드는 피하지 않고 헨리를 근처에 있는 야외 술집으로 안내했다. 헨리와 함께 온 일행이 거리를 두고 서 있고 에드워드를 지키는 호위병들도 일정한 거리를 두고 섰다.
두 사람은 오랜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탁자를 사이에 두고 낡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곧 점원이 눈치를 살피며 다가오니 에드워드는 그냥 맥주와 건포도를 주문했다. 한참만에 음식이 나올 때까지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뿔을 가공한 잔에 맥주가 담겨 나오고 헨리가 먼저 잔을 들어 건배를 청했다. 에드워드는 공손히 잔을 들어 살짝 부딪쳤다. 그러고 보면 평생처음으로 큰형 헨리와 이렇게 마주 앉고 술잔을 든 것이다.
“너와 술잔을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아참! 헨리 형······. 헨리 형이 이스트 위크에서 큰 역할을 맡게 되셔서 너무 좋습니다. 이번 협상은 잘되셨는지요?”
“잘 되었지. 구체적인 내용은 네 군주에게 직접 알아보도록 해라. 그리고 너도 성공해서 참으로 다행이다. 축하한다. 이것은 진심으로 하는 말이다.”
“감사합니다. 헨리 형.”
에드워드는 목이 타서 여러 번 짧게 맥주를 마셨는데 상당히 맛이 좋았다. 맥주를 다시 한 모금 마시니 헨리는 에드워드가 무일푼으로 집을 나가 성공한 일을 축하했다. 진심인지 아니면 그냥 의례적으로 하는 말인지 구분되지 않을 만큼 무미건조한 어투였다.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운이 좋았을 뿐이죠.”
“삶은 아름다운 것은 그 과정과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지. 그냥 현재만 보고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단정 지을 수는 없지. 하기야 집안에서 평생 하인으로 있던 네가 이렇게 남작이 되고 기사가 되며 오크 족장 레프를 죽인 용사로 칭송받다니 말이지.”
“운이 좋았을 뿐이에요.”
“운이든 무엇이든······. 이제 너의 길을 찾은 것 같구나. 그럼 내가 네게 해 줄 말이 있다. 이것이 네게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겠다.”
헨리는 차분한 목소리 주저함과 후련함이 섞인 목소리로 에드워드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몰라 에드워드는 이상하게 개장수 앞에서 주눅이 든 사냥개처럼 꼬리를 말고 있었다. 헨리는 입술을 여러 번 우물거리다 겨우 중요한 의미를 꺼내 놓았다.
“결론부터 말을 하지. 에드워드 너는 내 형제가 아니다.”
“······알고 있습니다. 저는 집안의 하인이죠. 헨리 형과 나란히 설 수 없습니다.”
“······.”
“······.”
이미 자신도 알고 있는 사실이고 애써 부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것을 다시 꺼내 놓은 것은 헨리가 자신의 성공을 애써 부정하고 싶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헨리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더니 다시 자신의 뜻을 정확하게 밝혔다.
“아니 그 뜻이 아니다. 너와 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네?”
그 순간 에드워드는 헨리가 모종의 정치적인 이유에서 자신을 부정하려 한다고 생각했다. 에드워드 자신은 에드문드 왕과 적대 관계가 될 수 있다. 그러니 프리스터 가문을 위해서 자신과의 관계를 끊으려 한다고 생각했다. 헨리는 쓴웃음을 지으며 정확히 설명했다.
“에휴~ 정확하게 말을 하지. 에드워드 너와 나는 형제가 아니다. 너는 기억하지 못하겠지. 갓난 아이였으니 말이다. 아버지 헨리는 너를 다른 곳에서 데리고 왔다.”
“그럼 제가 서자입니까?”
“서자가 아니다. 너는 아버지의 핏줄이 아니다.”
“그럼 어디에서 데려온 양자인가요?”
도무지 알 수 없지만 한편으로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아버지 헨리는 모종의 이유에서 자신을 양자로 거뒀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형제들은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에드워드를 좋게 봐줄 이유는 없었다. 헨리는 계속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아니다. 아! 너를 아들로서 여기고 키웠으니 양자는 맞겠지. 어쨌든 너와 나의 혈관에 흐르는 피가 조금도 같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다.”
“그럼······. 무엇인가요?”
“너의 출신에 대해 비밀로 하라고 말씀하신 아버지는 네가 스스로의 위치를 찾게 되면 네게 이렇게 말을 하라고 하셨다. [에드워드는 세월과 시대의 급류에 녹아 버린 소금 덩이의 유산이다.] 라고 말이지.”
“무슨 말씀이신지요?”
헨리는 나직이 에드워드가 이미 망해버린 해리퍼드 왕가의 마지막 유산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직 헨리의 망상일 뿐 현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오직 에드워드 그 자신과 그 안에 흐르는 핏줄로만 증명할 수 있는 것이다.
“단지 나의 짐작일 뿐이지. 아버지는 오직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에드워드가 황야에서 자신의 두 발로 서 있고 스스로 가야 할 길을 찾는다면 킹스 우드 내해를 찾아가 보라고 말이다. 그곳에서 너 자신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하셨다.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지만 이 반지를 네게 주라고 하셨다. 아버지는 늘 목에 걸고 다니셨지. 내가 물려받았지만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
“반지요?”
“여기 있다.”
헨리는 자신의 금목걸이를 풀어 그곳에 걸려 있는 아무런 장식 없는 금반지를 빼내 에드워드에게 건넸다. 얼결에 반지를 받았는데 그냥 아무런 장식도 없는 지극히 평범한 금반지일 뿐이다. 에드워드가 조이를 위해서 산 장식 없는 반지나 금목걸이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아버지가 직접 제대로 말씀을 하셨다면 좋겠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여기까지다. 어쨌든 간에 내 목에 걸려 있던 가시 같던 이 금반지를 드디어 너에게 떠내 보내게 되었으니 나 또한 마음이 후련하다.”
“감사합니다. 형님. 저는······.”
“솔직히 프리스터 가문의 대접에 너도 많이 애석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들 알고 결심하고 있었다. 네가 어떤 존재든 너를 위해서 가문을 희생하지는 않겠다고 말이다. 어쨌든 간에 너의 길을 잘 가도록 해라. 그나저나 아직 추위와 회색 재를 뒤집어 쓴 것 같은 겨울의 흔적이 남아 있는 지금 새로운 봄이 태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구나.”
“사나운 겨울이 지나면 언제나 봄이 찾아오듯 지금 나에게 다가온 이 새로운 소식이 내게는 대체 어떤 의미가 될지 모르겠습니다.”
에드워드가 혼란스러워하니 헨리는 이제 자신의 일과는 상관없게 되었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함께 따라 일어서려 하니 별다른 말없이 어깨를 두드리며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에게로 향했다.
에드워드는 손에 든 술잔과 금반지를 번갈아 가며 바라보다가 단숨에 술을 마시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엇인가 큰 소리로 요란하게 도시를 빠져나가는 헨리에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고 던지듯 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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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날씨가 너무 좋네요...^^
Next-07
●‘마왕야사비’님...뭐 다 알고 있는 사실이기는 하지만...에드워드는 사실 데려온 자식이 맞습니다. 글쿠 이제 드디어 금반지(?) 같은 것이 나왔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판타지니 판타지 같은 요소가 좀 있어야죠...^__^ 그나저나 오늘 오후에 카페를 가서 아인슈페너 한잔 마시고 왔습니다. 여전히 아인슈페너 마실 때 섞어 마시는지 그냥 마시는지 모르겠네요...웅...
●‘笑傲江湖’님...처음에 무슨 말씀이신지 한참을 의아해 했습니다. 긁어서 찾아보니 왕좌의 게임이네요...@_@;; 저 작가넘도 왕좌의 게임을 전부 보고 소장도 하고 있는데요...;;; 그러고 보면 에드워드 이놈...완전히 존 스노우 같은 위치네요...처음에는 형제지만 버린 패로 나오다가...이제 데려온 아이로 나오고 말이죠...^__^ 글쿠 반지...그래도 판타지적인 요소를 넣으려 만든 것입니다. 잘 되어야 할텐데 말입니다...웅...
●‘Momonga’님...맞는 말씀입니다. 확실히 에드워드 이놈은 짐작하고 계셨듯 주워온 자식입니다. 하지만 그냥 아버지 헨리의 동정심이 아닌...무엇인가 있어 보이게 하기 위해서. 반지도 넣었습니다.
판타지적인 요소도 필요하고 말이죠...^__^; 그나저나 오늘 어제 퇴근 후 그냥 집에가기 좀 뭣해서 카페를 들러 아인슈페너를 한잔 했습니다. 마시고 그러니 기분 좋은 햇살만큼 하루가 좋더군요...^__^ 일요일 오후의 햇살도 맑고 좋아요. Momonga님도 행복과 함께 하시는 주말되세요...(부비적)(부비적)
모든 독자분들 즐거운 주말 마무리 잘하세요...^^-사도치님 늘 감사합니다. 얼른 수정했습니다...(부비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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