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o Steps From Hell Part III
며칠 지나지 않아 에드문드 왕은 마틴 곰 남작을 보내 마틴 몰링톤과 평화 협정을 체결했다. 양쪽은 지난 일을 덮어 두고 더 이상 칼을 들지 않기로 맹세했다. 우선은 무역로를 개방해 예전처럼 상인들이 자유롭게 왕래 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마틴 몰링톤에게 무역 재개는 무엇보다 부족한 식량 수입을 위해 매우 절실했다. 에드문드 왕도 자신을 위해서 대량의 군마와 조랑말 그리고 가축이 필요했다. 그렇지만 두 세력이 결정적으로 협정을 맺은 이유는 또한 짧은 시간 벌어진 막대한 인력 손실이 컸다.
전쟁에는 늘 돈이 드는 법인데 그 짧은 시간 벌어진 손실에 경악했다. 40여년 전 킹스힐 대 전투 만큼은 아니지만 동부의 힘이 만만치 않음을 다시 확인했다. 마틴도 마찬가지로 너무나도 많은 인력과 물자가 낭비되어 이번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했다.
이것들 이외에도 여러 가지로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져 평화 협상은 빠르게 진행 되었고 공표 되었다. 마틴 곰 남작이 후한 대접을 받고 돌아가고 에드워드는 캘빈 보킹 성주를 찾아가 순례 여행을 허락해 줄 것을 부탁했다. 뜻밖의 상황에 캘빈이 놀라 되물었다.
“순례 여행요?”
“그렇습니다. 저는 남자들의 세상에 내던져 진 후 손에서 피가 마를 날이 없었습니다. 부끄럽게도 언제나 정의롭고 정당했던 것은 아닙니다. 킹스 우드 내해는 예전부터 많은 순례자들이 방문해 자신의 죄를 씻어내던 곳입니다. 가장 북쪽에 오래된 신전이 있다고 하니 그곳에서 제 죄악에 대한 반성과 속죄를 하고 싶습니다.”
“······에드워드 남작께서 이렇게 신실하신 분이신지 몰랐소.”
“지금까지 내게 죽은 사람과 앞으로 내 손에 죽게 될 사람들에게 유감을 표하며 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고 싶습니다.”
에드워드의 부탁에 캘빈은 여비를 조금 도와주겠다며 은화를 한주먹 내밀었다. 미리 생각해 둔 것이지만 이 자리에서 기억난 것처럼 마틴 몰링톤에게도 허락이 필요한지 물었다. 캘빈은 의외로 흔쾌히 자신이 서신을 보내 보고하고 알려 주겠다고 약속했다.
다행히 5일째 되는 날 캘빈은 마틴 몰링톤이 허락했으니 순례 여행을 다녀와도 좋음을 알렸다. 에드워드는 깊이 감사하며 더글러스 행정관의 도움으로 서신을 작성해 마틴에게 보내고 캘빈은 직접 찾아가 잠시 작별 인사를 했다.
다시 저택으로 돌아온 에드워드는 여러 사람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출발하기 전날 더글러스 행정관과 충분한 대화를 나눈 에드워드는 다음날 안타까워하는 조이의 배웅을 받으며 조랑말 한필에 의지해 북쪽으로 올라갔다.
“여름 전에는 돌아올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알겠지?”
“알겠습니다. 나리.”
“그럼 다른 말은 하지 않겠어.”
조이의 부드러운 입술과 따뜻한 체온이 몹시 그리워질 것이지만 에드워드는 이것을 뒤로 하고 순례 여행에 나섰다. 갑작스러운 순례를 두고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무엇보다 헨리 프리스터가 자신에게 준 반지와 의문을 풀고 싶었다.
마침 더글러스 행정관의 제안이 큰 기회로 다가왔으니 그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출발해 북쪽으로 올라갔다. 들판에 풀이 올라오고 있고 날이 좀 따뜻하기는 해도 어둠이 세상에 내려앉으니 추위가 몰아쳐 오는 것은 당연했다.
생각 외로 에드워드는 자신의 토지가 넓다는 것을 깨달았는데 북쪽으로 며칠을 여행해도 자신이 지켜야 할 의무가 있는 땅이었다. 그리고 많은 소작농과 목동들이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경작하며 힘겹게 살아가고 있었다.
에드워드가 보통 사람들의 삶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잘 모르고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더글러스 행정관의 개혁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사람들의 삶이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헨리 형이 내게 해준 말이 무엇인지 확인을 해봐야 한다.’
중요한 일에 자신만 혼자 빠져 나가는 것이 마음에 걸렸지만 지금 목에 걸고 있는 아무런 장식 없는 금반지가 가리키는 곳을 찾아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지금 에드워드가 걱정하는 것은 어느새 따뜻하고 편안함에 젖은 자기 자신이었다.
지난해 이때쯤만 해도 그냥 얼음과 같은 대지 위에서도 얇은 담요 한 두 장만 가지고 편안히 잠을 잤다. 이날 사정상 노숙을 하려고 하니 봄이라고는 하지만 추위 때문에 밤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했다.
‘빌어먹을 아직 따뜻함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닌데······.’
순례 여행이기도 하고 혼자서 움직이는 것이라 이런 고생은 각오하고 나섰다. 하지만 벌써부터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간절할 뿐이다. 그러다 문득 에드워드는 자신이 조이의 따뜻함과 부드러움, 냄새를 참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젠장······. 조이······.’
전쟁에 나서 여러 차례 조이와 떨어져 지낸 적이 있는데 그때는 다른 일에 신경 쓸 것이 많았다. 그러고 보면 조이와 함께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 에드워드는 나중에 돌아오면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다짐했다.
혼자서 빠르게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니 별다른 어려움 없이 레드힐에 도착했다. 평화 협정이 체결되었다고 해도 레드힐 사람들 중에서 에드워드를 환영할 사람은 없었다. 도시를 지나쳐 그대로 북쪽으로 올라갔다.
킹스 우드 내해로 향하는 길은 어렵지 않은데 이스트 오버 폭포로부터 시작되는 버크워스 강을 따라 계속해서 올라가면 된다. 이스트 오버 폭포를 기준으로 동쪽은 던스포드 산맥 서쪽은 도디스 산맥으로 구분이 된다.
폭포 양쪽으로 조랑말 한필 정도 지날 수 있는 길이 나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언덕을 오르는 것 같지만 계속해서 위로 올라가야 한다. 더욱이 좁고 거친 길의 좌우로 자칫 발을 헛딛게 되면 그대로 저 아래로 추락해 버릴 곳이 많았다.
이곳에도 곳곳에 마을이 있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계곡을 따라 마을이 가파른 경사에 세워져 있었다. 대부분 한줌의 경작지에 매달려 있기도 하고 목축을 하거나 상인들을 상대로 장사를 하며 지내고 있었다.
음식도 팔고 말의 편자도 교체해 주며 여독에 지친 상인들의 은화나 식량을 가랑이에 채워 넣는 일도 많았다. 생각외로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어 산을 올라가는데 식사와 숙박에 큰 문제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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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 추위가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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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독자분들 행복한 주말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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