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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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
작품등록일 :
2012.11.17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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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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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9.26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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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DUMMY

샤를리즈가 그 화제에 대해 언급하려는 것을 꺼려한다는 것을 눈치 챈 둘은 샤를리즈가 내 준 숙제를 바라본다. 이 화제에 대해서는 에단과 로버트가 언급하고 싶지 않은 문제였다. 그 마음을 알 리 없는 샤를리즈는 걸어와 앉으며 말했다.


“뭐, 다 할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안했어. 하지만 이틀 안에는 다 끝내줬으면 좋겠는데?”


“당신도 왔는데 왜...”


에단이 반박을 하기 위해 뭐라 말하려던 찰나 샤를리즈는 시끄럽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내 분량은 따로 있어. 나도 이제 사람같이 살고 싶단 말이야. 그래서 말인데, 슈드레거 일이 끝나고 나면 로버트 씨가 부총수의 직무를 맡아줬으면 좋겠어. 에단은 그대로 총수 대리 일을 하고 말이야.”


샤를리즈가 아무렇지도 않게, 머리칼을 뒤로 넘기며 말했다. 그러나 정작 그 말을 들은 둘은 못들을 소리라도 들은 것 마냥 그녀를 바라본다. 샤를리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인다.


“왜?”


“무슨 심경변화입니까?”


“뭐가?”


“아니, 그렇잖아요. 당신이 에단 씨나 나에게 일을 미룰 성격도 아닐뿐더러 갑자기 저한테 그런 자리를 내리는 것도 그렇고. 에단 씨가 저렇게 말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죠. 마치 이건... 날 훈련시키는 것 같단 말입니다.”


“훈련시키다니요?”


“로버트 케일리, 당신 말이 맞아요.”


“잠깐만요. 지금 둘의 말, 저는 하나도 못 알아듣겠습니다.”


로버트와 샤를리즈가 서로를 노려보는 가운데 에단이 난처하다는 듯 말한다. 그러자 로버트가 한숨을 내쉰다.


“북쪽 지부장이 슈드레거 일을 처리하고, 부총수로 승진했다. 사실 지금 에단 씨가 부총수직을 맡고 있다고는 하나, 여왕님이 일을 다 처리해주고 있는 것 아닙니까? 여왕님의 정체를 아는 이들도 이를 다 용인하고 있는 것이고요. 하지만 만일 제가 부총수로 승진하게 되면, 저는 간부들에게 제 능력을 시험받게 되는 겁니다. 저는 슈드레거의 일을 처리한 공적이 있으니, 에단 씨와는 달리 실질적인 부총수가 된다는 겁니다. 실질적으로 빈트뮐러 상단의 중앙 일을 보게 되는 겁니다. 그러니 일종의 훈련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제가 생각하는 것이 옳다면요.”


“그리고 당신 말이 옳다고, 내가 말했죠.”


“에단 씨, 부총수 다음은 총수입니다. 저 아가씨는 지금 저를 적당히 훈련시킨 다음에 물러날 생각을 하고 있는 거라고요.”


그 말에 에단은 눈을 크게 뜬 채 샤를리즈를 바라보았다. 그 모습을 본 샤를리즈는 피식 웃는다. 생각해보면, 에단이 저렇게 동요하는 것은 거의 처음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아, 아니다. 처음은. 라제칸에서 저를 따르기로 한 날도 저런 표정을 지었었다.


에단이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는 그녀의 옆에서 그녀가 이 자리에 앉기 위해 어떤 짓을 저지르고, 얼마나 피나는 노력을 해왔는지 알고 있다. 그러니 저런 표정을 짓는 것이겠지. 샤를리즈는 한숨을 쉰 뒤 그녀의 책상에 걸터앉았다.


“그럴 의향이 있다는 정도에요. 일종의 보험이랄까? 나는 내가 젊고 건강하다고 생각해서 후임에 대해 전혀 생각을 하지 않았었죠. 하지만 빈트뮐러 상단은 어느 정도 기반에 올랐고, 사람들은 빈트뮐러 상단의 총수가 적어도 중년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러니 다른 늑대들이 상단을 노리기 전에 후임을 정해두는 편이 보기 좋을 것 같아서 그러는 것뿐이에요.”


“저는 싫습니다.”


마치 대답을 준비라도 했던 것처럼 샤를리즈의 말이 끝나자마자 로버트가 말했다. 그에 샤를리즈는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


“거짓말. 당신은 야망이 있고, 능력도 있는 사람이죠. 튕기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당신 말고도 후임은 많아요. 예를 들면, 마담 페트리시아라든가.”


“마담에게도 제의를 했습니까?”


마담 페트리시아라는 말에 로버트가 반사적으로 되물었다. 역시, 그녀의 이름이 나오면 로버트가 반응이 올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샤를리즈는 눈썹을 까딱이며 말했다.


“아직. 마담보다는 당신의 실력이 더 좋다고 나는 판단했으니까요. 아무튼 잘 생각해보고 말해줘요. 지금 여기서 결정하지 말고요. 물론, 내가 내준 숙제를 하면서.”


그 말에 로버트는 신음소리를 낸 뒤 그에게 배당된 종이뭉치들을 들었다. 그리고는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숙인 뒤 그녀의 방을 나가버렸다. 그 모습에 샤를리즈는 고개를 갸웃거리다 말했다.


“화난 것 같은데?”


“그러게요. 그러고 보면, 들어올 때엔 당신이 더 화가 나 있지 않았습니까?”


“아, 그거!”


에단의 말에 샤를리즈는 잊고 있었던 사실을 다시 떠올렸는지 인상이 다시 험악해진다. 그리고는 자리에 앉은 뒤 제 이마를 짚고는 중얼거렸다.


“란 씨에게 들었는데, 에드리안이 요즈음 궁정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나봐. 그 애의 출신 때문이겠지. 문제는 이 소식을 왜 내가 다른 이의 귀로 들어야 하며, 내가 왜 아직도 그 애를 따돌리는 자의 가문 이름을 아직 모르고 있냐는 거야!”


“저도 그 소식을 궁정의 소식을 담당하는 간부에게 들었습니다만...”


에단의 말에 샤를리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소리쳤다.


“뭐? 에단, 당신은 알고 있었단 말이야?”


“예. 하지만 스웨어 경이 알아서 다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당신에게 굳이 말할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에드리안 군도 제게 신신당부 했고요. 거기다 당신, 요즈음 스니케드 왕가의 일과 슈드레거의 일로 바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 스트레스 받는 와중에 장난감을 던져주면 그 가문의 도련님들이 불쌍하지 않습니까?”


“당신은 지금 에드리안을 괴롭힌 그 것들을 동정하는 거야?”


“충분히 그들은 스웨어 경에게, 그리고 로즈퍼드 경에게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고 있으니까요.”


에단의 입에서 뜻밖의 이름이 나오자 샤를리즈는 길길이 날뛰던 것을 멈추고는 중얼거리듯 말했다.


“스웨어 경은 그렇다 치고, 로즈퍼드... 그러니까 클랜디스도 에드리안을 돕고 있다고?”


“예. 뭐, 스웨어 경과 비교했을 때는 미약한 수준이지만 말입니다. 그 자, 당신이 조사를 해보라 해서 하고는 있는데 여자관계가 무척 복잡하다는 것 빼고는 별 것 없는 남자더군요. 검술 실력이 있긴 하지만, 기사단의 부대 대장을 맡고 있는 것은 그라니언 공작의 입김이 작용했고요. 아마도 에드리안 군의 신분 세탁을 위한 거래가 있었을 테니...”


“그 외에는 없어?”


“그 자의 어미가 평민이었는데 매우 뛰어난 미인이었다고 하더군요.”


“그건 나도 알아. 아무튼 그 자에 대해 더 뒤적여봐. 분명 뭔가 있을 거야.”


“마치 뭔가 있길 바라는 것 같군요.”


“뭐? 그런 거 아냐! 불길해, 그 작자는. 그리고 이런 내 예감은 틀린 적이 한 번도 없어.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 자가 무서워.”


“무섭다고요?”


“그래.”


되물었음에도 수긍하는 샤를리즈의 모습에 에단은 눈을 깜빡이고는 한숨을 내쉰다.

“세상에서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을 쉽게도 하시는군요. 제가 듣기로 그 자는 엄청난 미남이라고 했지, 무시무시한 외양을 가지고 있지는...”


“그 자는 뱀 같아. 그래서 싫어.”


참 대단한 이유다 싶었다. 에단은 그게 뭐냐는 듯 샤를리즈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샤를리즈는 진심인지 표정이 그다지 좋지 않다. 그러고 보면, 샤를리즈는 뱀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아무리 싫어하는 것이라도 상품가치가 있으면 좋아하려고 애라도 쓰는 샤를리즈였건만, 뱀에 대해서는 거의 반사적으로 기피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게 조금 신기해서 뱀에게 물린 적이라도 있느냐 물었더니 그것도 아니란다. 이유가 없었다. 그냥 싫을 뿐. 에드리안조차 그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었다. 이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불필요할 것이라 판단한 에단은 고개를 갸웃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 자, 당신보다 똑똑합니까?”


에단의 물음에 샤를리즈는 생각했다. 확실히 재치는 있어보였다만, 에단이 말하는 그 똑똑함과는 가깝지 않다. 샤를리즈는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는 어깨를 으쓱인다.


“아마도 아닐걸?”


“그런데 뭐가 무섭습니까? 단순히 다리도 없는 그 동물을 닮아서요? 그 자가 무슨 짓을 꾸며도 당신이 알아차려서 그 자의 뒤통수를 칠 거 아닙니까? 당신이 아마도 더 똑똑하다면요.”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냐? 내가 더 똑똑해도 그 자가 나보다 나은 건 얼마든지 있어. 외모나 언변이라든가. 아, 그래. 그 자는 기사이야. 검을 무척 잘 다룬다고.”


“검은 제가 잘 다루니 상관없지 않습니까?”


“허어? 에단, 기사라니까?”


“그런데요?”


“물론, 내가 에단이 강하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왕립 기사들을 상대로는 좀 힘들지 않을까? 그들은 아주 어릴 때부터 기사가 되기 위해 혹독한 훈련을 감내한다고 들었어. 물론, 클랜디스 그 자는 예외라고 하지만. 당장 엘루이즈 드 스웨어만 보더라도 엄청 뛰어나다고 들었는데? 내가 당신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아, 됐습니다. 전 이거나 하러 가죠.”


에단이 제게 배당된 종이 뭉치들을 집은 뒤 벌떡 일어나 그대로 나가버렸다. 그 무례한 모습에 샤를리즈는 눈을 깜빡인다. 저건 마치 라제칸에서 갓 데려왔을 때의 모습이 아닌가? 그 이후로 짐승 같던 이를 겨우 사람 구실하게 만들어놨다고 생각했더니. 샤를리즈는 가만히 있다가 혼자 중얼거린다.


“뭐야, 저거? 삐친 거야?”


그리고 그것이 사실임을 아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샤를리즈는 어이가 없다는 듯 홀로 웃는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일이 그토록 커지리라고는, 샤를리즈는 몰랐다.


작가의말

새로운 소설을 구상하고는 있지만 바로 막.. 올릴 수는 없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생각에 아마 차기작은 칠흑의 꽃보다 몇 배는 복잡한 세계관이라 세계관을 다 짜고 뼈대를 다 만드는 동안에 칠흑의 꽃 1부가 완결될 겁니다!

p.s. 검술에 관한 한은 굉장히 프라이드가 높은 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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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 칠흑의 꽃. [외전]실수 +4 12.10.29 1,142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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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3 12.10.27 1,418 15 10쪽
109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6 12.10.26 1,289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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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8 12.10.01 1,130 15 11쪽
98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6 12.09.29 1,183 18 10쪽
» 칠흑의 꽃. 제 9막. 위티시 훈장. +5 12.09.26 1,205 16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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