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흑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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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
작품등록일 :
2012.11.17 23:15
최근연재일 :
2014.08.09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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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10.06.05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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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글자
10쪽

칠흑의 꽃-제 1막. 검은 꽃 인장의 주인(9)

DUMMY

그가 앉자마자 샤를리즈는 조금 들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에단이 바켄바우어의 일을 잘 처리했대. 이제 바켄바우어의 남부지부의 상권은 빈트뮐러가 쥐게 되었어. 남부지방 쪽은 슈드레거의 세력이 약하니, 실질적으로 빈트뮐러가 이제 평정했다고 봐도 좋을 것 같아. 입을 다물어주는 대가로 바켄바우어를 많이 뜯어먹어야지."

"와! 에단 씨 엄청 큰일을 하셨네요! 역시 총수 대리는 다르네요. 아마 저라면 가슴 떨려서 못했을 거예요."


에드리안은 환호성을 지르며 에단을 존경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대단한 일을 했으면 좀 잘난 척을 해도 괜찮으련만 여전히 그의 표정변화는 거의 없었다.


"샤를리즈님이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그리고 위협을 할 뿐이죠."


그 담담한 말에 샤를리즈는 미소 지었다.


"하지만 그게 가장 어려운 거야. 보통은 총수 대리라는 직함에 들떠서 말도 안 되는 짓거리를 하게 되어 있어. 그런데 에단은 정말로 내가 시키는 대로 그 것만 하거든. 누가 에단보다 더 총수 대리를 잘 할 수 있을까? 난 없다고 단언할 수 있어. 그러니 그에 관해서는 자긍심을 가져도 좋다고 생각해, 에단."

"그리 말씀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에단은 보일 듯 말 듯 미소를 지은 뒤 재빨리 그 미소를 지웠다. 그를 미처 못 본 샤를리즈는 의자에 한껏 기댄 뒤 행복에 젖은 환호성을 질렀다.


"아아, 오늘은 정말 좋아. 바켄바우어 건도 성공했고, 각하에게서도 엄청난 빚을 지웠지.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


에드리안은 그녀가 한껏 들떠있다는 것을 깨닫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그런데 누님, 저 누님께 할 얘기가 있는데."

"음? 뭔데?"


샤를리즈는 여전히 미소를 띤 채 에드리안을 바라보며 물었다. 에드리안은 잠깐 주저하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각하께서 저를 로즈퍼드 자작가문의 영애에게 입적시킨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들은 샤를리즈의 표정은 삽시간에 굳어졌다. 그리고는 눈을 살짝 굴린 뒤 팔짱을 끼고 에드리안을 바라보았다. '빈트뮐러 상단 총수의 모습'이었다. 그 모습은.


"잠깐,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어. 너를 영애에게 입적 시킨다니?"


샤를리즈가 인상을 찌푸린 채 묻자 에드리안은 자신이 너무 생략을 하여 말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저 말만 듣는다면 에드리안 자신은 공작의 후계가 아닌 로즈퍼드 자작의 후계, 아니 영애에게 입적이 되는 것이므로 이도 저도 아닌 입장이 된다는 뜻으로 해석될 것이다.


자신조차 당황스러운 사건인지라 미처 정리를 하지 못하고 말을 던진 에드리안은 재빨리 사건의 개요를 정리한 뒤 샤를리즈의 물음에 답했다.


"제가 각하와 로즈퍼드 자작가의 영애 사이의 사생아로 된다나 봐요. 그리고 가까우면 올해, 사교계에 소개될 것이라고요."


그 말에 샤를리즈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는 공작이 에드리안을 자신의 후계로써 귀족들에게 소개하겠다는 뜻이 아닌가? 그녀는 당혹감이 섞인 미소를 띠며 에드리안에게 말했다.


"그건 정말 잘 된 일이구나. 네가 계승자로써 인정받았다는 거잖니? 그런데 왜 그렇게 축 늘어진 채로 말하는 거야? 기뻐해야 마땅할 일이잖아. 우리의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 거잖아."

"네. 그렇죠."


그러나 그런 식으로 말하는 에드리안의 표정과 말투에는 기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샤를리즈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그녀의 동생을 빤히 바라보다가 눈을 돌려 에단을 바라보았다. 왜 저렇게 축 늘어져있는지 자문이라도 구하고 싶었을까?


에단은 샤를리즈가 일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도 뛰어나나 정작 자신과 그 근처 사람들에 대한 감정에는 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통감했다. 에단은 에드리안에게 눈을 돌려 샤를리즈의 궁금증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에드리안 님께서 그 자작가문 영애의 아드님이 된다 한들 무슨 상관입니까? 샤를리즈 님은 여전히 에드리안 님을 사랑하는 누이일 것이고, 그것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겁니다. 단지 사람들이 오해를 한다고 생각하면 되는 것입니다."

"에?"


공작에게서 그 말을 들었을 때 에드리안을 지배했던 고민거리의 답을 쉽게 내놓는 에단을 에드리안은 멍하게 바라보았다. 샤를리즈 또한 에드리안이 축 늘어진 이유를 깨닫고는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리고는 그의 붉은 머리칼을 매만지며 말했다.


"맙소사! 에드리안, 설마 그걸 염려하고 있었던 거니? 정말 말도 안 되는 걱정을 하고 있었구나. 사람들이 너를 지금은 별 볼일 없는 서민으로 알지만 너와 각하의 연이 끊이지 않았던 것처럼, 네가 귀족이 된다 한들 너와 나의 연이 끊이지는 않아."

"그렇지만... 방금 이 말을 들었을 때 누님도 당황하셨잖아요."


조금 기운을 차린 에드리안이 샤를리즈를 바라보았다. 그의 지적에 샤를리즈는 머리칼을 만지던 손을 거두어 팔짱을 꼈다. 그리고는 인상을 살짝 찌푸린 채 입을 열었다.


"각하의 생각을 읽을 수 없어서였어.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단 말이야. 우리에게 있어서 너무 쉽게 일이 풀리는 것 같아."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의미를 모르겠다는 듯 에단이 물었다. 샤를리즈는 여전히 찡그린 표정으로 에단을 바라보았다.


"에단, 잘 생각해봐. 각하에게는 적통의 여식이 있어. 그것도 타국의 왕족의 피가 흐르는 여식이지. 비록 그 여식은 작위 계승자로써의 조건은 거의 만족시키지 못하지만. 하지만 그녀의 피는 무시하지 못해.


그녀를 홀대했다는 것이 알려지면 분명 외교상 문제가 생길 거야. 자, 그럼 문제. 작위 계승자로써의 조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이 멍청한 여식을 어떻게 하면 외교적 분쟁 없이 대우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먼저 답한 것은 에드리안이었다.


"프리실라 아가씨의 배우자에게 작위를 넘기는 것이겠죠. 실제로 방계에 적절한 작위계승자가 없는 귀족들은 그렇게 하고 있고요. 그러고 보니 정말 이상하네요. 프리실라 아가씨에게는 아직 적절한 약혼자조차 없으니까요. 보통 고위 귀족들의 자제들은 18살쯤에는 약혼을 하지 않나요?"


"그렇지. 뭐, 그 점이야 내가 그 약혼자에게 장난을 칠 것을 각하께서 눈치 채셨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말이야."


"자, 장난이라뇨?"


"에드리안. 네가 작위를 계승하려면 그 약혼자 또한 멍청해야 한다고. 하지만 각하께서 그런 자에게 제 딸을 넘길 리가 없잖니? 그러면 내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그의 가문을 파산시켜서 다시는 귀족 사회에 발걸음을 하지 못하게 만들어야 해.


그게 당연한 거라고. 뭐, 양심의 가책을 조금 받겠지만 그 이후에 너에게 돌아올 이득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할 수 있어. 실제로 그를 위한 재미있는 계획들을 다 세워놨고 말이야. 그 계획들이 모조리 물거품이 되어버렸다는 건 정말 유감이지."


실로 무시무시한 계획이 샤를리즈의 입에서 물 흐르듯 나오자 에드리안은 몸서리를 쳤다. 자신을 위해서 그러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에드리안 자신은 그렇게 남에게 해를 끼치면서까지 작위를 받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이 말을 했다간 샤를리즈가 얼마나 상처를 받고 실망을 할 지 잘 아는 에드리안은 차마 그 말을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에드리안이 속으로 끙끙 앓는 동안, 에단이 입을 열었다.


"그러나 공작이 외교적으로 분쟁이 일어나는 것을 원하지는 않으실 것 아닙니까? 프리실라라는 여자는 약혼자가 없고, 에드리안 님은 작위 계승자로써 확정이 되었고. 이가 의미하는 것들이 무엇입니까?"


신분으로 볼 때 공작과 프리실라가 에드리안보다 훨씬 높았음에도 그들을 하대하고 에드리안에게 높임말을 쓰는 에단의 말을 샤를리즈는 지적할까 하다가 관두기로 하였다. 그녀는 검지를 척 들고 말했다.


"딱 한 가지 방법이 있지. 분쟁을 피하고, 에드리안을 계승자로 삼는 방법이. 프리실라 아가씨를 그라니언 공작가문보다 높은 가문의 계승자에게 시집보내는 방법이야."

"하지만 누님. 그라니언 공작가문보다 높은 가문이라고는 왕가밖에 없잖아요."


에드리안의 말이 옳았다. 왕국에는 공작가문이 둘 뿐이었는데 남부의 그라니언 공작가문과 북부의 아스피트 공작가문이었다. 그러나 북부의 아스피트 공작의 경우에는 현왕이 선왕을 폐위한 이후로 중앙의 정계에 발걸음을 끊어버렸고, 그의 후계자만이 가끔씩 중앙에 발걸음을 하곤 했다.


즉, 현재 중앙 정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강한 가문은 그라니언 공작가문인 것이다. 그런 그라니언 공작이 단 하나밖에 없는 여식을 자신보다 세력이 약한 아스피트 공작가문의 후계자에게 시집보낸다는 것은 큰 손해였다.


즉, 샤를리즈의 말대로라면 공작이 가장 손해를 보지 않고 프리실라를 시집보낼 수 있는 가문은 왕가뿐이라는 것이다. 샤를리즈는 에드리안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에단은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입을 열었다.


"태자 저하께는 비마마가 계시지 않습니까?"

"그렇지."


샤를리즈가 간단하게 동의했다.


"게다가 비마마는 그라니언 공작 가문보다 낮은 백작가문의 출신이에요. 설마하니 각하께서 프리실라 아가씨를 후비로 들이시겠어요? 그럴 바에야 아스피트 공작 가문과 연을 맺는 게 더 낫죠."

"맞아."


또 다시 간단한 동의가 돌아오자 에드리안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샤를리즈의 생각과 공작의 생각을 도무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에드리안은 솔직히 그녀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그럼 누님, 각하의 의중이 도대체 뭐라는 건가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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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2

  • 작성자
    Lv.16 태류(太柳)
    작성일
    11.06.08 02:27
    No. 1

    뭘까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4 가엘프
    작성일
    11.07.13 07:59
    No. 2

    프리실라를 외국으로 보내는 건가요?

    하지만 그러면 이야기가 진행될 리가 없는데...

    아니면 아스피트 공작가?

    하지만 공작가가 현 왕을 싫어하는 보수파인 것을 감안하면

    귀족 여성의 교양에 대한 기준이 높을텐데... 프리실라는 바보잖아?
    아마 안될거야....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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