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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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한
그림/삽화
글한
작품등록일 :
2020.01.28 17:35
최근연재일 :
2020.04.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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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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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33. 이번 생은>

DUMMY

플래닛 인더스트리의 회장 에드워드 빅센은 포보스 위성으로 올 때면 언제나 푸른색 실크 정장을 입었다.

회사에서 올림푸스 산 아래, 해발 200m 부근에 조성한 뽕나무 숲에서 키우는 누에고치에서 최고급 명주실을 뽑아 만든 옷이다.


에드워드 회장은 사치스러운 호사가로 잘 알려져 있다.

사치를 좋아하는 그는 지구에서 베르사유 궁전을 화성에 복원한 집에 살며 아름다운 유명 여성들과 수많은 염문이 퍼뜨리고 다녔다.


하지만 그건 모두 그가 만들어낸 이미지였다.

맹주와 총무관을 속이기 위해서 그렇게 보일 필요가 있었다.


지구에서 멸종된 동, 식물들을 화성에서 기르는 것이나,

베르사유 궁전을 복원해 사는 것 등은 호사스러운 취미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들을 지켜 언젠가 지구에 복원하기 위함이었다.

화성은 미래가 없는 행성이었다.


생명체들이 지속하지 못하는 죽어버린 행성.

그것이 화성의 정체였다.


화성도 지구처럼 푸르게 빛나던 행성이었다.

하지만 수백만 년 전, 압소비움이 번식을 위해 행성의 생명체들과 함께 에너지를 흡수해 화성을 죽여버렸다.


지구의 인간들이 테라-포밍을 통해 지구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어 놓긴 했으나 죽어버린 땅에서는 생명체가 자라지 않는다.

행성 에너지가 없는 죽은 화성의 땅에서 무언가를 키워내려면 지구에서의 수십 배의 노력이 필요했다.


지구에서 가져온 생명체들을 키우는 데 들어가는 비용 때문에 기업의 재정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더군다나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게 하려면 그 이상의 에너지를 투입해야 했다.

죽음의 땅 화성에서는 인간의 미래는 없었다.

그래서 지구를 꼭 지켜야만 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때 한번 시도나 해보는 건데.‘

죽음의 순간에 이르자 에드워드의 마음에 씁쓸한 회한의 감정이 들었다.


8년 전 동생 르위나와 아내가 죽었을 때 그도 죽을 생각이었다.

죽기를 각오하고 맹주를 공격하려 했지만,

어린 카밀라가 눈에 밟혔다.

카밀라를 지키기 위해 차마 행동에 옮기지 못했다.


대신 그때부터 연합군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어떻게든 딥파이프의 공사를 고의로 지연시켰다.

자신의 손으로 지구 말살 계획을 실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지만 언제고 들통이 날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후회도 없다.

외로이 남을 카밀라가 걱정될 뿐.


8년 전,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의 파란색 실크 정장에 변화가 생겼다.

정장 안감이 특수한 섬유로 바꿨다.

플라스마 상태의 에테르를 농축한 실로 만든 섬유 폭탄이었다.

섬유 폭탄은 폭발력이 강력해 맹주의 회의장쯤은 날려버릴 수 있다.


안타깝게도 맹주를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그의 수족들을 저승길의 동반자로 삼을 것이다.

총무관과 두 회장이 사라지면 딥파이프의 계획에도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그 후는 연합군과 위메이를 믿어 볼 수밖에 없다.


에드워드 회장이 재킷 오른쪽 주머니 단추에 내장된 기폭장치를 누르려고 손을 움직였다.

그런데 느닷없이 팔이 위쪽으로 확 당겨졌다.

놀라 고개를 들어 쳐다보니 자신의 팔에 투명한 줄이 붙어있는 것이 보였다.

줄은 위쪽으로 이어져 있었고 그 끝에는 천정에 거꾸로 매달린 흉측하게 생긴 거대한 거미가 있었다.

천장에 붙어있는 금속 거미가 말을 했다.

“키키키. 옷에 폭탄이라도 숨겨놓은 거야? 키키. 여기서 그런 걸 터뜨리면 위험하다고.”


거미의 뒤 꽁무니에서 수십 가닥의 줄이 뿜어져 나와 에드워드 회장의 몸을 덮쳤다.

투명한 줄이 에드워드의 몸 꽁꽁 감아 누에고치처럼 만들고는 줄을 당겨 천정으로 끌고 올라갔다.


기계 거미가 올라간 누에고치를 자신의 몸에 새로 장착한 금속 케이지 안에 넣고 문을 닫아 거둬버렸다.

새로 장착한 케이지는 세 사람 정도가 들어갈 정도로 크기가 넉넉했다.


“황태자님도 참. 그 케이지는 그렇게 쓰려고 달아 놓은 것이 아닙니다. 맹주님 아시면 어쩌시려고. 호호.”

“키키키. 죽을 뻔한 걸 구해줬으면 고맙다고 해야지. 잔소리는···.”


거미 인간이 줄을 타고 천정에서 내려왔다.

금속 거미에 달린 기다란 여덟 개의 다리가 회장들이 앉아있는 의자 주변을 에워쌌다.

의자 위로 떠 있는 거미의 몸체에서 목이 쑥 빠져나와 회장들 바로 앞으로 다가왔다.

두 회장은 갑작스럽게 벌어진 상황에 놀라 눈만 껌벅거리고 있었다.

한쪽 눈이 붉게 번쩍이는 장리우의 금속 얼굴이 말했다.


“아이고. 두 분 아버지께서 여기 와 계셨군요. 낳아주신 아버지와 이 몸을 만들어주신 아버지. 키키키. 그러고 보니 전 참 복이 많은 사람이군요. 태양계에서 가장 큰 권력을 가진 아버지가 세 분이나 계시니까 말입니다. 키키.”


“아돌프 홀스테인이 황태자님을 뵙습니다.”

재빨리 정신을 차린 스페이스9의 회장이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


장룡 회장은 아무 말도 못 하고 얼굴을 찡그린 채 변해버린 장리우를 멍하니 쳐다만 봤다.

처참할 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한 저 거미 인간이 자신의 둘째 아들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었기 때문이었다.

“장룡 회장님은 제가 마음에 안 드시는 모양입니다. 키키.”


장리우의 말에 화들짝 정신을 차린 장룡 회장이 황급히 말했다.

“아닙니다. 아버···. 아니지. 장룡 회장이 황태자님을 뵙습니다.”

“키키키. 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습니다. 회장님. 제가 뭐 잡아먹기라도 한답니까? 키키.”


“황태자님 아니었으면 저 흉악한 배신자 때문에 저희 모두가 경을 치를 뻔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총무관의 말에 장리우가 대답했다.

“입에 발린 공치사는 집어치워. 키키. 약속한 대로 이제 플래닛 인더스트리는 내게 주는 거지?”


“곧 그렇게 될 겁니다. 맹주님께서 새로 만드신 친위대들을 그들의 본사와 함대에 파견해 놓았으니 벌써 접수되었을 겁니다. 다만.”

“다만이라니. 또 뭔데? 키키.”


“그전에 연합군 놈들의 소굴을 정확히 알아내셔야 합니다. 금성에 있는 것까지는 알아냈는데 놈들이 워낙 보안을 철저히 해 놓아서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회장에게 놈들의 근거지만 알아내신다면 플래닛 인더스트리는 황태자님의 것이 될 겁니다.”


“키키키. 그런 거라면 문제없지. 불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어 놓을 테니까. 키키. 에드워드 회장님. 지하에서 긴밀하게 얘기를 좀 나눠볼까요? 키키키.”

장리우가 케이지 속에 갇힌 에드워드 회장을 배에 품고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


“정말 잘 만들었습니다. 아돌프 홀스테인 회장님. 걸작입니다. 호호호.”

거미 인간 장리우가 나가는 것을 보고 총무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과찬이십니다.”

아돌프가 총무관의 말에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이제 두 분이 플래닛 인더스트리에서 공사하고 있던 네 개의 딥파이프를 두 개씩 나눠 마무리를 지어 주셔야겠습니다. 목표 심도까지 200km 남았으니 열흘 안에 완성 시키도록 하세요. 맹주님의 인내심이 이제 한계에 이르러 있습니다.”


“총력을 다해서 완공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돌프 회장이 다시 고개를 숙여 대답하자 장룡 회장도 이어서 같은 목소리를 냈다.

열흘 안에 마치려면 급하게 작업해야 하기에 엄청난 인명 피해가 예상되지만, 지금으로서는 감내할 수밖에 없었다.

“연합군 잔당들이 딥파이프 계획을 막으려고 마지막 발악을 할 겁니다. 모든 병력을 총동원해서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회의를 마치고 다국적 기업의 총수들이 나가자 망토를 머리에 쓴 총무관 혼자 회의실에 남았다.

‘드디어 앞으로 열흘 남았군. 열흘 후면 내가 태양계의 제왕이 되는 거야. 호호호.’

총무관의 기괴한 웃음소리가 음산하게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금성의 연합군 사령부.


“아버지가 사라지셨다니 그게 무슨 말이에요?”

카밀라가 도저히 믿기지 않아 되물었다.

위메이로부터 포보스 위성에서 아버지가 사라지셨다는 소식을 들은 후였다.


“일주일 전 회장님이 맹주에게 가져갈 에너지원과 함께 포보스 위성에 가신 후 사라지셨어요. 그리고는 본사로 친위대가 들이닥쳤고요. 급습을 당해 회장님의 직속 함대만 빼내 겨우 도망쳐 나왔습니다.”


위메이의 말을 들은 카밀라가 정신을 잃고 휘청거렸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충격을 받은 터였다.

“카밀라. 정신 차려.”

옆에 있던 헉슬리가 재빨리 그녀를 부축하며 말했다.

헉슬리가 다리가 풀려버린 카밀라를 부축해 사령실의 테이블 옆의 의자에 앉혔다.




챙이 얼른 물을 한잔 따라 마시고 정신이 돌아온 카밀라가 말했다.

“아버지의 생사를 확인 할 수 있나요?”

“하이퍼시티에 잠입해 있는 스파이를 통해 확인한 바로는 연맹 회의 중에 갑자기 감금당하신 것 같습니다. 그때까지는 살아계신 것이 분명한데 그 후로의 소식은 알 수가 없어요. 아가씨도 아시겠지만, 포보스 내부의 소식을 알아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위메이가 최대한 담담하게 말했다.


“그럼 어서 아버지를 구하러 가야죠? 뭣들하고 있는 거예요.”

카밀라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하나 남은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의 죽음을 이대로 지켜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위메이가 대답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자 사령관 레이먼드가 카밀라 옆의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카밀라 양. 아버지가 그렇게 되셔서 유감이네. 우리 때문에 아버님이 잘못되신 것 같아 송구하기도 하고. 마음이야 당장이라도 구해드리러 가고 싶지만, 지금은 더 큰 문제가 있어. 딥파이프가 수일 내로 완공된다고 하네. 딥파이프 만은 그걸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아야 하네.”


딥파이프 계획은 목숨을 걸고서라도 막아야 한다.

그건 아버지가 카밀라를 만날 때마다 하신 말씀이었다.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어쩌면 좋아? 케이.’

맹주에게 어머니와 고모를 잃은 카밀라였다.

유일한 혈육인 아버지마저 맹주에게 돌아가신다면 제정신으로 살아갈 용기가 없었다.

카밀라가 잠시 생각을 정리한 후 결심한 듯 사령실의 사람들을 모두에게 말했다.


“저 혼자 포보스 위성으로 가겠어요. 맹주가 저를 찾고 있으니 그걸 이용해서 들어가겠어요. 만약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저가 포보스 위성을 폭파해 버릴게요. 맹주를 죽이지는 못하겠지만, 적어도 충격은 줄 수 있겠죠.”


레이 사령관이 카밀라의 말을 반박했다.

“하지만 그러다 잘못되면 자네 하나로 끝나는 게 아니야. 8년 전처럼 그가 보복할 거라고.”

“그렇지만···.”


뒤에 조용히 듣고만 있던 정유진이 카밀라의 말을 끊고 말했다.

“지구가 멸망하게 생긴 판에 맹주의 보복이 뭐가 두려워? 난 카밀라 의견에 찬성이야. 모르겠어? 맹주가 아직 여길 찾지 못한 건 에드워드가 끝까지 버리고 있는 덕분이라는 걸. 그를 그냥 죽게 놔둘 수 없어. 비록 우리가 도와주진 못할망정 카밀라를 막지는 맙시다. 그리고 카밀라 말대로 혹시 맹주에게 조금은 타격을 줄지도 모르잖아.”


정유진의 말에 사령실 안에 있는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모두 찬성하는 눈치였다.


“감사해요. 모두. 아버지를 꼭 구출해서 돌아올게요.”

카밀라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면 그녀도 죽기를 각오하고 있었다.


“그런데 타고 갈 비행선이···.”

레이 사령관이 주변을 둘러보다가 슬그머니 문가로 가려는 헉슬리 선장과 눈이 마주쳤다.

헉슬리는 사령실 안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깜짝 놀랐다.

그리고는 잠시 후 체념한 듯 말했다.


“챙. 이번 생은 틀렸나 보다. 시동 걸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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