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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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한
그림/삽화
글한
작품등록일 :
2020.01.28 17:35
최근연재일 :
2020.04.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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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24 1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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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45. 벌커>

DUMMY

물속에서 나온 두 개의 형체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검은 형체는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사람의 형상이었지만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신이 검은색으로 감싸고 있어 얼굴이 보이진 않았다.

마치 윤곽이 드러나는 검은색 쫄쫄이를 머리까지 뒤집어쓰고 있는 모습이었다.


둘 중 키가 작고 뚱뚱한 사람의 머리에 덮여있던 검은색 쫄쫄이가 스르륵 사라지자 남자의 얼굴이 드러났다.

“희한한 일이네. 블록을 누가 가져간 건가?”

희멀건 얼굴의 뚱뚱한 남자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멍충아! 증식로가 채 채워지지도 않았잖아. 그건 증식이 성공하지 못했다는 거잖아.”

옆에 있던 또 다른 사람이 뚱뚱한 남자에게 화를 냈다.

키가 크고 마른 남자는 머리까지 쫄쫄이에 감싸여져 마치 검은색 성냥개비처럼 보였다.


“아. 그렇지. 미안해. 로리건. 하지만 이상하잖아. 증식 중에 숙주 벌커가 죽어버리다니···. 이런 경우도 있나?”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월키. 너도 생각이란 걸 좀 해봐.”

키가 큰 남자도 머리에 덮인 쫄쫄이가 사라지며 얼굴이 드러났다.

마른 남자의 이마에는 주름이 가득했다.

동료에게 화가 내며 인상을 찌푸리자 주름이 더욱더 깊어졌다.


“생각? 음···. 그러니까. 작은 행성에서 증식이 완전하지 않았던 거야. 그래서 블록이 모자란 숙주 벌커가 증식 중에 죽은 거지. 맞네. 작은 행성의 벌커들이 살아있는 게 증거지. 어때?”

뚱보 월키가 자신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 진짜. 뇌파 특성자가 멍청하기도 쉽지 않은데. 너 그 머리로 어떻게 시험을 통과한 거냐?”

“왜? 증식이 완전하지 못했으니 작은 행성에 벌커들이 살아있는 거 아니야?”

“아무래도 본부로 돌아가면 클로닉팀에 얘기해서 네 머리부터 검사받아봐야겠다.”

“내 머리가 어때서? 그럼 넌 작은 행성에서 증식이 제대로 됐다고 생각하는 거야?”


“작은 행성 표면 아래 확인 안 해봤어? 인공적으로 누군가 흙을 살짝 덮여놓긴 했지만, 아래는 녹슨 용융 금속으로 뒤덮인 붉은 행성이었어.

증식으로 인해 죽은 행성의 전형적인 모습이야.

행성 핵의 용융 금속이 표면 전체를 덮었는데 벌커들이 무슨 수로 살아남을 수 있었겠냐?”


“하지만 너도 봤잖아? 작은 행성에 꽤 많은 수의 벌커들이 살고 있었어.”

“나중에 이 행성에서 넘어갔겠지.”

“벌커들이? 그럴 리가···.”


“온드라 선배에게 들은 적이 있어. 네 개의 벌커 양식 행성이 있는 항성계에서 벌커들이 죽은 행성으로 이동해 번식하고 있었다고 했어.”

“죽은 행성에서 벌커가 어떻게 번식해?”

“나도 잘은 모르지만, 가끔 초보 단계의 문명을 이룬 벌커들이 그런 짓을 벌이나 봐.”

“별짓을 다 하네. 그래 봐야 죽은 행성에서는 번식이 안 돼 오래 못 살 텐데 말이야.”


“그건 우리가 알 바 아니고. 월키. 이건 우리에게 다시 없을 황금 같은 기회야.”

“황금 같은 기회? 그게 무슨 소리야?”

“이건 비밀인데.”

엿듣는 사람도 없는데 키 큰 로리건이 허리를 숙여 월키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말했다.

“온드라 선배와 그 동료 둘이서 그 죽은 행성에 번식하고 있던 벌커들 생명 에너지를 모두 흡수해 버렸데.”


“뭐? 벌커들 생명 에너지를? 그러다 당국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뚱보 월키가 화들짝 놀라 소리쳤다.

“조용히 해! 멍충아.”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본 로리건이 이어서 말했다.

“둘만 입 다물고 있으면 걸릴 게 뭐야? 블록들만 잘 수거해가면 당국에서 알 게 뭐야?”

“그러다 걸리면 폐기돼버린다고.”


“으아. 답답하긴. 걸리긴 왜 걸려? 그리고 수거팀 중에 증식하고 살아남은 벌커들 흡수 안 해본 놈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너도 B-850-x 항성계에서 살아남은 벌커들 흡수했었잖아?”

“그건 살기 위해서 그런 거지. 본사에서 주는 불량 클론들의 에너지만 흡수했다간 벌써 쓰러져 죽었을 거야.”


“그래. 본사 놈들이 나쁜 거야. 단순 노동자라고 수거팀을 무시하는 거라고. 이렇게 살다간 우린 얼마 버티지 못하고 죽을 거야. 눈 한번 딱 감으면 평생을 에너지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어.”

“블록은 어쩌고?”

“당연히 블록을 먼저 찾아야지.”


“하지만 찾는다고 해도 증식을 못 해서 양이 한참 모자라잖아. 그러면 본사에서 조사팀을 파견할 거야. 조사팀이 오면 들통날 거라는 거 잘 알잖아? 놈들에게는 과거를 읽는 능력이 있어.”

“오랜만에 머리가 좀 돌아가는구나. 월키 그러니까 먼저 여기 일을 우리끼리 해결해야 해.”

“우리끼리?”

“그래. 게이트가 다시 열리려면 시간이 좀 있어. 그동안 우리가 블록을 찾아서 증식까지 시켜버리는 거야. 그걸 수거해가면 본사에서 조사팀을 뭐하러 보내겠어?”

“뭐? 하지만 증식로도 모두 막혀 버려서 다시 뚫어야 하잖아? 꼭 그런 짓까지 해야 해?”

“월키. 선배들을 봐. 하나 같이 빌빌대고 살잖아. 불량 클론이나 흡수하면서 고된 수거일을 해온 탓이야. 몸이 아파 퇴직하면 당국에서 치료라도 해주던? 퇴직하면 모두 거지 같이 살잖아.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지금 기회를 잡아야 해.

3억의 벌커들이야. 둘이 나눈다 해도 1억 5천씩이라고.”


1억 5천의 벌커라.

윌키의 목에서 꿀꺽하고 군침이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벌커를 흡수하는 맛은 불량 클론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벌커 생명 에너지는 암시장에서 비싸게 팔려. 흡수해 두었다가 필요할 때 하나씩 팔면 돈 걱정 안 하고 살 수 있어. 온드라 선배도 호리안 행성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하더라고.”


벌커 에너지는 암시장에서 비싼 값에 팔려나간다는 건 월키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행성에서 키워진 벌커는 당국에서 워낙 철저히 관리해 부르는 게 값이었다.

혼자서 평생을 쓴다 해도 5천 벌커 에너지면 충분할 것이다.

나머지 1억 벌커 에너지를 암시장에 팔면 은퇴 후 남 부럽지 않게 살 수 있는 돈이 생긴다.

그 돈이면 은퇴 후 호리안 행성에서 호화로운 삶을 살 수 있다.

월키는 미녀들이 가득한 호리안 행성에서의 삶을 평생 꿈꿔왔다.


“하긴 블록만 찾으면 그다음은 어려운 것도 없겠네. 만약 못 찾는다면 본사로 돌아가 보고하면 그만이고. 로리건. 블록을 못 찾으면 포기하고 본사에 보고하는 거야?”

“당연하지. 나도 폐기되고 싶진 않다고. 잘 생각했어. 월키”


“한데 사라진 블록을 어디에서 찾지?”

“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지만, 행성의 중심에서 그걸 가지고 나왔다면 아마 뇌파 특성을 가진 벌커 놈이겠지. 놈들 특성상 벌커들 사이에서 왕 노릇 하고 있을 거야.”

“그럼 이 행성과 작은 행성만 뒤져보면 나오겠네. 둘이 나눠서 찾아보자”

“그래. 찾으면 혼자 상대하지 말고 날 호출하도록 해.”


“로리건. 날 무시하는 거야? 놈은 많아야 기본 블록 아홉 개밖에 없잖아. 내가 아무리 멍청해도 20분의 1도 되지 않는 블록을 가진 벌커 하나 못 잡겠어?”

“널 무시해서 그러는 게 아니야. 숙주에게 블록을 빼앗은 놈이야.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 우리가 모르는 능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


“너답지 않게 걱정이 너무 많은 거 아니야? 그래 봐야 벌커잖아.”

“그런가? 아무튼, 조심해. 그리고 증식시켜야 하니까 생포하도록 하고. 다른 숙주 찾을 시간까지는 없어.”

“그 정도는 나도 알지. 난 동쪽으로 갈게. 거기서 아까부터 맛있는 냄새가 풍겨서 참을 수가 없어. 일단 벌커 몇 마리 흡수하고 시작해야겠어. 그럼 이따 봐. 로리건”


두 남자의 얼굴에 검은 쫄쫄이가 다시 씌워졌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어디론가 사라졌다.

인간의 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 대한민국, 제주도


‘딩동’

“네~”

거실의 화면에 나타난 반가운 얼굴들이 나타나자 카밀라가 서둘러 달려가 현관문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헉슬리 선장님. 챙 언니? 너무 예뻐져서 몰라볼 뻔했어요.”

카밀라가 현관문으로 들어오는 일행을 향해 반갑게 웃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항상 남자 행색을 하고 다니던 항해사 챙의 모습이 완전히 변해 버린 것이다.

항상 짧게 자르고 다녔던 머리카락이 길게 길러져 어깨 아래에서 찰랑거리고 있었다.

탄력적인 긴 흑발과 꽃무늬 원피스가 조화롭게 어울려 여성스러운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부끄럽게 왜 그래. 카밀라. 생전 처음 원피스 입었더니 창피하단 말이야.”

“빈말 아니에요. 정말 예뻐요. 깜짝 놀랐어요. 진작에 이렇게 입고 다니시지. 그렇죠? 선장님?”

“솔직히 말해서 내가 봐도 예뻐. 허허허.”

챙을 바라보는 헉슬리의 입이 귓가에 걸려 내려오질 않았다.


“주책이야. 당신까지 왜 그래요?”

챙이 헉슬리의 배를 꼬집으며 말했다.

배를 꼬집힌 헉슬리가 고통스러운지 올라가 있던 입꼬리가 내려갔다.


“애들은요?”

“유치원에서 달 탐사 수업 가는 바람에 못 왔어. 카밀라 이모 보고 싶다고 울고불고 난리가 아니었지.”

“저도 쌍둥이들 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더 컸을까?”


“애들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자라. 카밀라도 이제 배가 꽤 나왔네. 출산일이 언제지?”

“다음 달 말이요. 요즘 부쩍 움직임이 많아졌어요.”

“그래. 한창 그럴 때야. 어떤 아기가 나올지 궁금한데?”

챙이 카밀라의 배에 손을 올리고 흐뭇하게 바라봤다.


“케이는 아직인가?”

헉슬리가 물었다.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거예요. 요즘 대기 정화기 문제로 바쁜가 봐요. 증설이 여의치 않아서 금성에서 가져오려는 것 같더라고요.”

“케이가 애쓰는군. 덕분에 지구가 환경이 부쩍 좋아졌어. 겨울이긴 하지만 한국에 사람이 다시 살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할아버지와 어머니의 고향이라서 그런지 그이는 한국 땅에 유독 애정이 있어요. 여기 제주도에 정착한 것도 그가 원해서였고요.”

“그렇겠지. 나도 처음 와봤지만, 섬이 정말 아름다운데? 내 고향인 인도네시아에도 섬이 많지만 이렇게 아늑한 섬은 잘 없어.”


“아이를 키우기에도 좋은 환경인 거 같아. 케이를 닮은 아이가 저 푸른 바다와 넓은 초원을 뛰어다닌다고 생각하면 왠지 가슴이 뭉클해지는 거 같아.”

챙이 창밖으로 다시 살아난 제주도의 자연을 아득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언니 말을 들으니 하루빨리 그런 모습을 보고 싶어지네요.”


“그나저나 태양계 최강의 사나이가 사는 곳치고는 집이 너무 초라한 거 아니야?”

“좀 작아 보여도 세 식구가 살기에는 부족함이 없어요. 위메이 회장님이 집을 새로 지어준다고는 하셨지만, 불편함이 없어서 그냥 살기로 했어요.”


“아버님은 좀 어떠셔?”

“많이 좋아지셨어요. 컨디션 좋으실 때는 걷기도 하세요. 본사의 의료진도 있지만, 위메이 회장님이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지극 정성으로 돌봐주시고 계세요. 두 분이 결혼식만 안 올렸지 부부 같아요. 저도 회장님을 어머니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다행이네. 아버님과 위메이 회장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들이야. 지구를 위해 그렇게 헌신하셨으니 두 분에게 앞으로 좋은 일만 있을 거야. 다른 두 다국적 기업과는 질적으로 다르지.”


“두 분은 이제 회사를 전문 경영인에게 물려주고 자선 사업을 시작하시려는 것 같아요. 참. 내 정신 좀 봐. 손님이 오셨는데 차도 안 내드렸네.”

“우린 괜찮아. 천천히 해.”

“여기 잠시 앉아 계세요. 금방 내 올게요. 두 분 커피 드시죠? 이번에 새로 재배한 원두가 조금 들어왔어요.”

카밀라가 차를 내오려고 주방으로 들어가자 헉슬리와 챙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창밖의 경치를 바라봤다.


겨울 오후의 햇살이 거실 창을 통해 들어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런데 갑자기 창밖으로 검은 그림자 하나가 휙 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주방에서 와장창하고 창문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꺄아아악!!! 당신 누구야?”

카밀라의 비명을 듣고 헉슬리와 챙이 주방으로 뛰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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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050. 디스토리어> +2 20.04.12 143 4 12쪽
49 <049. 끈적이는 액체> 20.04.07 150 3 10쪽
48 <048. 순간이동> 20.04.02 181 4 10쪽
47 <047. 나메부님> 20.03.31 146 4 11쪽
46 <046. 정품> 20.03.26 168 4 11쪽
» <045. 벌커> 20.03.24 174 3 12쪽
44 <044. 수거팀> 20.03.23 169 3 12쪽
43 <043. 재회> 20.03.20 166 3 12쪽
42 <042. 티타늄 관> 20.03.18 176 3 12쪽
41 <041.작동> 20.03.17 182 2 13쪽
40 <040. 간발의 차이> 20.03.16 189 3 12쪽
39 <039. 격전> 20.03.12 190 4 12쪽
38 <038. 한줄기 희망> 20.03.11 201 4 12쪽
37 <037. 직속 함대> 20.03.10 212 3 11쪽
36 <036. 침투> 20.03.09 205 2 12쪽
35 <035. 프로세스> 20.03.06 227 6 13쪽
34 <034. 맹주> 20.03.05 217 6 12쪽
33 <033. 이번 생은> 20.03.04 243 5 12쪽
32 <032. 발각> 20.03.03 225 5 12쪽
31 <031. 카밀라의 마음> 20.03.02 221 5 12쪽
30 <030. 자주색 큐브> 20.03.01 240 5 12쪽
29 <029. 보틀 시티> 20.02.28 242 5 12쪽
28 <028. 카이퍼 벨트> 20.02.27 276 5 12쪽
27 <027. 융합> 20.02.26 265 5 12쪽
26 <026. 거미 인간> 20.02.25 260 4 12쪽
25 <025. 습격> 20.02.24 290 3 12쪽
24 <024. 이별> 20.02.23 305 3 12쪽
23 <023. 황태자> 20.02.21 33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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