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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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한
그림/삽화
글한
작품등록일 :
2020.01.28 17:35
최근연재일 :
2020.04.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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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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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51. 게이트 속으로>

DUMMY

로리건이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자신의 가슴에 박힌 물체를 내려다봤다.

거칠게 생긴 자주색의 길고 넓적한 양날의 검이었다.

손잡이도 없는 자주색 양날 검은 마치 원래에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압소비움 전투복을 상처하나 없이 깔끔하게 뚫고 들어가 박혀있었다.


자신의 눈을 믿을 수 없었다.

압소비움이 이렇듯 쉽게 뚫린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본사의 기술로도 다량의 압소비움이 함유된 전투복을 이 정도로 쉽게 자르긴 어려웠다.

하물며 벌커가 어떻게?

꿈을 꾸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가슴에 이는 불에 덴 듯한 통증이 로리건의 정신을 현실로 이끌었다.

심장이 요란하게 펌프질을 해대고 있는데도 정신이 점차 흐릿해져 갔다.

피가 세어나가 뇌로 흘러가지 못하는 것이다.

칼날이 자신의 심장을 찢어 놓은 것이 틀림없었다.


의식을 완전히 잃기 전에 어서 칼날을 빼내야 한다.

칼날만 빼낸다면 압소비움이 어렵지 않게 찢어진 심장을 재생시킬 것이었다.

로리건이 가슴에 깊게 박힌 자주색 양날 검의 양쪽 날을 두 손으로 부여잡았다.


그리고 아귀에 힘을 주어 양날 검을 자신의 가슴에서 당겨 냈다.

그런데 칼날이 뽑히지 않고 칼날 위로 손이 미끄러졌다.

‘슥’

하는 소리가 나며 자주색 칼날에 붉은 선혈이 묻어나왔다.

칼날의 잡았던 손바닥을 들어 바라본 로리건이 깜짝 놀랐다.

잘려 나간 손바닥의 전투복 잘리고 그 사이로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로리건을 아연실색게 한 것은 따로 있었다.

자주색 칼날을 잡았던 전투복의 손바닥 부근이 원래의 검은색을 잃고 은회색으로 변해버렸다.

전투복의 압소비움이 사라진 것이다.


더욱더 놀라운 것은 물감이 번지듯 은회색 부분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때 로리건의 앞에 아래에서 올라온 케이가 나타났다.

케이의 얼굴이 극도의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다.


조금 전.

로리건이 뿜어내는 고에너지 속에서 몸의 나노 셀이 녹아내리던 케이는 자신이 실패했음을 깨달았다.

지구 위의 생명체 절반의 기운이 사라졌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가 그토록 지키려 했던 생명이 허무하게 사라지자 심한 좌절감이 밀려들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다.


나노 셀이 거의 사라지자 의식도 희미해져 갔다.

희미한 의식 속에서 마지막으로 카밀라가 떠올랐다.

그녀를 생각하자 다 녹아내리고 손톱만큼 남은 가슴속에 따스함이 느껴졌다.


그런데 갑자기 카밀라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리고 뱃속의 태아도 함께였다.

흐릿한 의식으로도 확실히 느껴질 만큼 둘은 가까이에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강력한 기운이 곁에 있었다.

뚱보의 강력한 압소비움의 기운이 그녀의 바로 뒤에서 느껴졌다.

케이가 놓았던 의식을 순간 다시 붙들었다.

어떻게든 그녀와 아이를 지켜야 했다.

그러자 손톱보다 작게 남은 케이의 나노 셀이 증식을 시작했다.


아무리 강력한 의지가 있더라도 쏟아져 내리고 있는 고에너지의 광선 속에서 증식한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주변을 에워싼 익숙한 기운이 케이를 보호했다.

아이의 기운이었다.


케이의 유전자를 이어받은 아이의 기운은 근본적으로 성질과 크기가 케이와 비슷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임신한 카밀라를 통해 아이의 기운을 느끼곤 했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그 크기가 엄청나게 커져 있었다.


아이가 발산하는 에너지가 무언가와 섞여 증폭한 것이다.

평소의 몇십 배가 넘게 강력해진 에너지가 주변을 에워쌌다.

그리고 놀랍게도 기 기운이 로리건으로부터 쏟아져 내리는 고에너지를 차단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케이가 나노 셀을 증식하는 데에 에너지를 보태주었다.

덕분에 케이의 나노 셀이 수십 초 만에 증식을 끝냈다.


본 모습을 찾은 케이를 카밀라가 덥석 끌어안았다.

“죽은 줄 알았어. 다행이야. 살아있어서.”

그녀의 강화복 안쪽에 눈물이 흥건히 고여 있었다.


“당신과 아이 덕분에 살았어. 그런데 뚱보가 어디 있지?”

좀 전까지 느껴지던 뚱보의 압소비움의 기운이 사라졌다.

케이가 뚱보를 찾아 그녀의 뒤쪽으로 돌아갔다.


그녀의 뒤에 뚱보가 있었다.

그런데 뚱보의 검은색 쫄쫄이가 은회색으로 변해있었다.

거기에서는 조금 전에 느꼈던 압소비움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너야? 정말 네가 디스토리어를 작동시킨 거야.”

은회색 쫄쫄이에서 뚱보의 목소리가 울려 나왔다.


“디스토리어라니? 무슨 소리야? 알아들을 수 있게 얘기해.”

케이가 손을 뾰족하게 만들어 뚱보의 허벅지를 찔렀다.

압소비움이 사라진 은회색 쫄쫄이는 쉽게 뚫렸다.

뚱보고 비명을 질러댔다.

“으악-. 아파. 제발 그만둬.”

“디스토리어가 뭐야?”

“저거. 저 연기가 디스토리어야. 저게 내 전투복의 블록을 파괴해 버렸다고.”

뚱보가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은회색의 쫄쫄이 속에 갇힌 뚱보는 몸을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듯했다.

이유는 모르지만, 쫄쫄이에서 압소비움이 사라진 것이다.

압소비움이 사라지고 남은 쫄쫄이는 금속으로 만든 옷과 같았다.

그 속의 뚱보는 이제 압소비움의 힘을 잃고 자신이 그토록 경멸하던 보통의 벌커가 되어 공포에 질린 채 갇혀 있었다.


케이가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자색의 연기를 바라봤다.

그리고 카밀라가 입은 그녀의 강화복으로 시선을 돌렸다.

오른쪽 허벅지에 달린 포켓이 밖으로 깨져 있었다.

그러자 지금의 상황이 이해되었다.


카밀라가 지니고 다녔던 자색의 큐브.

어떤 방법으로도 작동하지 않던 그 큐브가 무언가에 반응해 작동한 것이다.

그 무언가는 바로 배 속의 아이였다.


케이는 전에 압소비움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압소비움은 카밀라에게 무언가 특별한 것이 느껴진다고 했다.

그런 카밀라와 케이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부모의 위급함을 느끼고 자주색 큐브를 깨운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서 나온 나노 기체가 압소비움을 파괴한 것이다.

자주색 큐브의 정체가 바로 디스토리어였다.


로리건이 쏟아내던 고에너지 방출을 멈췄다.

이제라도 그를 막아야 한다.

지구의 반쪽은 잃었지만, 남은 반쪽이라도 지켜야 했다.


케이가 주변을 에워싼 자줏빛 나노 기체를 향해 다가갔다.

그리고는 카밀라의 뱃속 태아에게 마음을 전달했다.

‘아이야. 내게 힘을 빌려주렴.’

그리고는 나노 기체 속으로 손을 뻗어 넣었다.


그러자 자줏빛 기체인 디스토리어가 케이의 손으로 모여들었다.

모여든 기체가 그의 몸을 감싸고 휘돌았다.

만일 디스토리어가 능대로 움직인다면 케이의 나노 셀에 융합된 압소비움을 파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케이는 아이의 의지가 디스토리어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다.


케이를 휘감아 돌던 자줏빛 기체가 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잠시 타는 듯한 고통이 밀려왔지만,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 몸 안에 들어온 이질적인 기운이 점차 안정되며 케이와 융합되었다.


몸이 안정되자 지체하지 않고 로리건에게 날아갔다.

그리고 로리건이 방출한 고에너지 광선을 향해 자줏빛의 디스토리어를 쏘아냈다.

그 디스토리어가 에너지를 분해하고 날아가 로리건에게 꽂힌 것이다.



지금 케이의 앞에는 로리건이 피를 흘리고 있다.

디스토리어의 칼날이 박힌 그의 가슴에서 붉은 피가 뿜어졌다.

로리건은 의식이 혼미한 듯했다.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왜 수많은 생명을 죽인 거냐고?”

케이가 분노를 억제하며 외쳤다.


“큭큭큭. 왜냐고? 말해주지. 내겐 그런 힘이 있으니까. 벌커 놈들 죽이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해? 크큭.”


“그래? 좋아. 넌 우리와 얼마나 다른지 한번 보자.”

케이가 로리건의 가슴에 박힌 칼날을 손에 쥐었다.

그러자 칼날이 기체로 변하며 로리건의 몸을 에워싸고 휘돌았다.

디스토리어의 기체가 휩싸인 로리건의 전투복이 금세 은회색으로 변했다.

압소비움이 파괴돼 사라진 것이다.


케이가 금속 옷을 잡고 단숨에 찢어발겼다.

그리고 로리건의 뒷덜미를 움켜쥐고 말했다.


“자. 봐. 네 모습을 보라고. 네가 벌커라고 멸시한 우리 인간과 뭐가 다른지. 압소비움이 없으면 너도 그냥 인간이야.”

“아니야. 난 벌커가 아니야. 너희와는 종자가 달라.”

“그래? 그럼 어디 한번 시험해 볼까? 압소비움이 없이도 날 수 있는지.”

케이가 로리건의 목덜미를 잡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안돼. 제발 그러지 마. 내 압소비움을 돌려줘. 살려줘~”

로리건이 마지막 말을 외치며 떨어졌다.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내린 로리건은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지표면에 철퍼덕 처박혔다.

피떡이 된 그의 피와 살이 지표면을 더럽혔다.


케이가 이번엔 카밀라의 등 뒤에 붙어있는 뚱보를 향해 날아가 말했다.

“너도 죗값을 치러야지.”

“살려줘. 제발. 하라는 데로 무엇이든 다 할게.”

뚱보가 아무리 애원해봤자 분노한 케이를 막지 못했다.

케이가 뚱보를 향해 손을 뻗었다.


“잠깐. 죽은 사람들을 살릴 방법이 있어.”

뚱보의 짧은 외침에 케이가 손을 멈췄다.

“뭐? 다시 말해봐. 죽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고?”

“그래. 날 살려준다고 약속해줘. 그러면 알려줄게.”


“좋아. 사람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널 죽일 이유가 없지. 대신 허튼소리 하면 더 고통스럽게 죽게 될 거야.”

“거짓말 아니야. 믿어줘. 나메부님을 찾아가면 시간을 돌릴 수 있어.”

“시간을 돌려?”


“그래. 나도 들은 얘기지만, 나메부님이 블록을 모으시는 건 시간을 돌리기 위해서라고 했어.”

“그놈은 시간을 돌려서 뭘 어쩌려는 거야?”

“시간을 돌려 우주를 재창조하시려는 거야. 나메부님은 고통받는 우리를 위해 혼돈뿐인 우주를 대신해 균형 잡힌 우주를 만드시려는 거야. 그리고 듣기로는 필요한 블록을 거의 다 모으셨다고 했어.”


“네 말은 그 나메부라는 놈만 찾으면 시간을 되돌려서 죽은 사람들을 살릴 수 있다는 거야?”

“그래. 네가 나메부님을 설득할 수 있어야 하지만.”

“지금 그놈 어디 있어.”


“나메부님은 항상 본사에 머무셔. 본사는 여기서 12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어.”

“뭐? 거기까지 어느 세월에 가? 지금 날 놀리는 거야?”

케이가 뚱보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잠깐. 내 말 좀 끝까지 들어봐. 방법이 있어. 우리가 여기 어떻게 왔겠어. 본사에서 쓰는 웜홀 게이트를 있어. 게이트를 통하면 곧바로 본사에 도착할 수 있어.”

“웜홀 게이트?”

그러고 보니 전에 압소비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수거팀이 사용하는 게이트.


“좋아. 믿어보지. 위치가 어디야?”

“그건 설명하기 힘들어. 위치가 미묘하게 변하거든. 게이트는 여기 시간으로 이틀 후에 열려.”

“이틀 후?”

시간이 없었다.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날 데리고 가야 해. 우리 몸의 유전자에 심어진 센서가 있어야 게이트를 통과 할 수 있어. 로리건이 저 꼴이 되었으니 이제 나만 남았지. 그러니 날 죽이면 안 돼.”


믿기 힘든 말이었지만. 케이는 벌써 결심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순식간에 죽어버렸다.

시간을 돌려 죽은 사람들을 살릴 수만 있다면 불구덩이에라도 뛰어들 각오가 되어있었다.

어쩌면 장리우에게 희생당한 어머니와 마을 사람들도 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이틀 후 태양계의 한쪽 끝.

두 개의 검은 형체가 어두운 공간을 속에서 유영하고 있다.

검은색 쫄쫄이를 입은 뚱보의 정체는 월키다.

그는 무언가를 찾고 있는 듯 두리번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가 입은 검은 쫄쫄이는 홀스테인 회장이 만든 것이다.

그 검은색 합금에는 비록 압소비움은 아니지만, 회장이 압소비움을 연구해 만든 나노 머신을 함유시켜 놓았다.

그래서 뚱보가 마음껏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그 옆의 마른 형체는 케이다.

케이는 나노 셀을 이용해 꺽다리 로리건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무언가를 찾던 뚱보가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잠시 후.

그들 앞에 희미한 하얀 광채가 일었다.

희미한 광채가 점차 짙어지더니 동그란 원 모양이 되었다.

그리고 원이 커지며 가운데가 뚫린 도넛 모양으로 변했다.

도넛의 중앙의 검은색이 부분이 살짝 흔들렸다.


잠시 머뭇거리더니 케이와 월키가 광채가 만든 중앙의 검은 부분으로 들어갔다.

원안으로 들어간 두 사람이 사라졌다.

그러자 광채가 만든 원이 희미해지며 사라졌다.


원이 사라진 공간에는 어둠만이 외롭게 남아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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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여정을 마무리하며 +1 20.04.21 136 0 -
» <051. 게이트 속으로> 20.04.15 166 3 12쪽
50 <050. 디스토리어> +2 20.04.12 143 4 12쪽
49 <049. 끈적이는 액체> 20.04.07 149 3 10쪽
48 <048. 순간이동> 20.04.02 181 4 10쪽
47 <047. 나메부님> 20.03.31 146 4 11쪽
46 <046. 정품> 20.03.26 168 4 11쪽
45 <045. 벌커> 20.03.24 173 3 12쪽
44 <044. 수거팀> 20.03.23 169 3 12쪽
43 <043. 재회> 20.03.20 165 3 12쪽
42 <042. 티타늄 관> 20.03.18 175 3 12쪽
41 <041.작동> 20.03.17 182 2 13쪽
40 <040. 간발의 차이> 20.03.16 189 3 12쪽
39 <039. 격전> 20.03.12 190 4 12쪽
38 <038. 한줄기 희망> 20.03.11 201 4 12쪽
37 <037. 직속 함대> 20.03.10 212 3 11쪽
36 <036. 침투> 20.03.09 205 2 12쪽
35 <035. 프로세스> 20.03.06 227 6 13쪽
34 <034. 맹주> 20.03.05 216 6 12쪽
33 <033. 이번 생은> 20.03.04 243 5 12쪽
32 <032. 발각> 20.03.03 225 5 12쪽
31 <031. 카밀라의 마음> 20.03.02 221 5 12쪽
30 <030. 자주색 큐브> 20.03.01 240 5 12쪽
29 <029. 보틀 시티> 20.02.28 242 5 12쪽
28 <028. 카이퍼 벨트> 20.02.27 276 5 12쪽
27 <027. 융합> 20.02.26 265 5 12쪽
26 <026. 거미 인간> 20.02.25 259 4 12쪽
25 <025. 습격> 20.02.24 290 3 12쪽
24 <024. 이별> 20.02.23 305 3 12쪽
23 <023. 황태자> 20.02.21 33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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