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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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글한
그림/삽화
글한
작품등록일 :
2020.01.28 17:35
최근연재일 :
2020.04.15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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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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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036. 침투>

DUMMY

>>> 남극


남극 대륙의 서부의 구역인 마리버드 랜드에는 대륙의 최고봉인 빈슨 산이 높게 솟아있다.

2km의 두꺼운 얼음이 남극 대륙을 덮고 있던 21세기 초반에는 그리 눈에 띄는 산은 아니었다.

하지만 얼음을 모두 사라진 지금에는 해발고도 4,892m의 위용을 뽐내며 우뚝 서 있었다.


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연평균 기온이 10도 이상 올라가 지구가 불가마처럼 뜨거워진 지 1세기가 흘렀다.

남극의 두꺼운 얼음층이 모두 녹아버렸고 변해버린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많은 동, 식물들이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그렇다고 생명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남극은 지구에서 유일하게 남은 연평균 기온이 섭씨 15도 이하인 온대기후를 가진 대륙으로 변했다.


얼음이 사라지고 3,400만 년 만에 드러난 남극의 속살 같은 땅 위에 다시 생명이 싹트기 시작했다.

바람과 파도에 흘러온 식물들의 씨앗들이 흙 속에 자리를 잡고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최초로 싹이 트기 시작한 지 80년이 흐른 지금, 남극은 초록이 물결치는 초원으로 변했다.


살 곳을 찾아 헤매다 흘러온 난민들이 하나둘씩 정착하기 시작했고 소식을 듣고 각 대륙에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인구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마을이 형성되고 안정된 기후 덕분에 농사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자 농작물을 심었다.

농작물의 첫 수확이 이루어지면서 점차 생활도 안정되어갔다.


현재는 기반시설도 어느 정도 확충되었고 인구도 5,000만 명이 넘었다.

남극은 이제 지구에서 유일한 도시의 형태를 갖추어 나가고 있었다.


남극의 사람들은 다른 곳의 사람들과는 달리 먹고사는 것을 걱정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교육과 의료의 혜택도 받으며 살았다.

다국적 기업의 정직원은 아니었지만, 많은 혜택이 제공되었다.


그 뒤에는 에드워드 빅센 회장의 노력이 있었다.

남극의 소유주인 그는 자신의 사비를 털어 난민들을 위한 주택을 지었다.

농사를 지을 땅을 빌려주고 일자리를 만들어 사람들이 정착할 수 있게끔 도와주었다.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도 보장해주었다.

또한, 학교나 병원, 도로 같은 기반시설을 확충해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었다.


그런 남극에도 다른 대륙들과 마찬가지로 피해갈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다.

딥파이프가 그것이다.


지구에 박아넣은 열세 개의 중에서 13공구의 딥파이프가 남극 대륙의 마리버드 랜드에서 박혀 있었다.

딥파이프 공사는 지름 120m의 거대한 파이프를 지구의 중심을 향해 깊이 3,100km까지 박아넣는 어려운 공사였다.

더군다나 다국적 기업에서 무리하게 공사를 밀어붙여 각 공구마다 사망한 작업자가 수천 명에 달했다.


하지만 플래닛 인더스트리의 딥파이프 13공구에서는 지금까지 사망자가 거의 발생 되지 않았었다.

인부들의 숙련도가 뛰어나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안전에 특별히 신경을 썼기 때문이기도 했다.

또한, 다른 공구들과는 다르게 인부들을 독촉하거나 무리한 공사를 강행하지도 않았다.

외려 회사가 공사를 늦추고 있는 건 아닌지 인부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정도였다.


하지만 열흘 전 상황이 급격하게 변했다.

거대한 붉은색 전함을 타고 온 하이퍼시티의 관리자들이 군사력을 앞세워 기존 관리자들을 몰아냈다.

그리고는 인부들을 거칠게 몰아붙였다.

안전은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해 다치거나 죽는 인부들이 속출했다.


인부들의 항의는 무력으로 봉쇄했다.

총구가 등에 겨눠진 채 열흘 동안 쉬는 시간 없이 일했다.

덕분에 열흘 동안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낸 공사는 99% 진행되어 공사의 완공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파이프의 끝은 목표 심도인 3,100km에 근접해 있었다.

선단에 달린 거대한 나사 모양의 스크류가 지구 중심의 맨틀과 외핵의 경계점에서 굉음과 함께 힘차게 돌아갔다.

지하의 뜨거운 열기가 올라와 지표면에 벌리고 있는 커다란 구멍처럼 생긴 입구의 주변 공기를 달구었다.


딥파이프의 입구에서 그리 멀리 앉은 빈슨 산 아래의 야트막한 언덕 뒤편에 베이지색 강화복을 입은 병사들이 은신해 있었다.

길게 자란 풀숲에 바짝 엎드려 전방을 주시하고 있는 49명의 병사에게서 긴장감이 감돌았다.


“대장님. 너무 늦어집니다. 저희끼리 진입하시죠.”

정유진에게 묻고 있는 제1 침투조 조장의 목소리에서 초조함이 묻어나왔다.

유진도 속이 타긴 마찬가지였다.

상공에 떠 있는 적 함대 때문에 교신을 시도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적 전함 120척이 남극 상공을 빈틈없이 지키고 있다.

비행선으로 딥파이프에 접근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정유진은 수중 침투를 결정했다.

침투조를 태우고 남태평양을 건너온 잠수정이 두 시간 전에 남극 대륙의 남서쪽 아문센 해변에 상륙했다.

그리고 도보로 한 시간 반을 이동하여 이 풀숲에 도착한 것이다.


도착한 침투조 병사들은 풀숲에 몸을 숨기고 함대의 공중 교란 공격을 기다렸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예정 작전 시간이 20분이 지나도록 하늘에선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 10분. 그 후엔 공중지원 없이 진입한다.”


언제까지고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침투조 50명이 매복하고 있는 언덕의 초원지대는 엄폐하기 적당한 장소가 아니었다.

풀숲은 항공 정찰에 취약하다.


사전에 적에게 공중 침투 계획의 역정보를 흘려 놓았기 때문에 함대의 감시가 남극 상공을 향하고 있기는 했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적이 정찰기라도 띄운다면 곧바로 들켜버릴 것이다.


공중지원 없이 침투하는 것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였다.

숨어있는 풀숲을 경계로 1.3km 떨어진 딥파이프까지는 풀 한 포기 없는 광활한 개활지였다.

풀숲을 벗어나는 순간 침투조는 적의 감시망에 걸려들 것이었다.

걸려든 즉시 대기권 밖에 떠 있는 적 함대에서 빔-버스터가 쏟아져 내릴 것이다.

흑색 갑옷을 입은 정유진을 제외한 병사들의 강화복은 중화기인 빔-버스터가 근처에 스치기만 해도 즉시 녹아내린다.

1.3km 떨어진 딥파이프까지 도달하는 동안 버스터의 비를 피해 몇 명이나 살아갈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들었다.


작전이 성공하려면 위메이의 함대가 적 전함 120척을 묶어 놓아야 했다.


딥파이프 주변에는 적의 지상군 병력도 있었다.

위메이에게 받은 정보로는 딥파이프 주변에 배치된 무기는 대부분 레이저나 블러스터 같은 경화기였다.

하이퍼시티에서 열흘 동안 병력을 보강했을 수도 있겠지만 그들의 주력은 전통적으로 함대였다.

120척의 전함의 전력을 믿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일단 딥파이프 안으로 진입하면 전함들은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

자칫 자신들의 공격에 파이프에 손상이라도 생기면 안 되기 때문이었다.


물론 대기권 밖에서 발사된 전함의 빔 공격이 딥파이프에 심한 손상을 입힐 확률은 극히 낮았다.

딥파이프를 구성하는 파이프의 벽은 150cm의 텅스텐 합금으로 만들어져 섭씨 4,000도의 온도에도 녹지 않았다.

게다가 빔은 파이프의 벽과 수평 방향 이어서 제아무리 양자 빔이라 해도 파이프에는 흠집 정도만 생길 것이다.


혹시 양자 빔이 딥파이프의 말단까지 도달한다면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3,100km 길이의 안쪽까지 빔이 도달할 확률은 극히 희박했다.

작은 오차만 생겨도 빔은 파이프의 벽에 부딪혀 소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연합군도 공중 공격의 방법은 처음부터 제외하고 있었다.


유진이 기다리기로 한 10분의 시간이 속절없이 흘러갔다.

시간이 다 되어갈 때쯤 하늘 위에 가득히 떠 있는 구름 속에서 작은 섬광 하나가 번쩍였다가 이내 사라졌다.

그리고는 사라진 섬광 주변으로 또다시 작은 섬광들이 번쩍이더니 섬광이 곧 하늘 전체로 번져 나갔다.

잠시 후엔 폭발음도 들려왔다.

위메이가 이끄는 플래닛 인더스트리 함대의 공격이 시작된 것이다.


“대장님. 함대의 지원 공격이 시작됐습니다.”

“5분 뒤에 진입한다. 다시 한번 작전을 점검하겠다. 공중 지원팀이 적 전함의 화력을 묶어 놓을 것을 믿고 우린 지상군에 집중한다.

입수된 정보에 따르면 지상군의 화력은 경화기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제1 침투조는 에너지 방어막을 펼치고 선두에서 방어하며 나간다. 알겠나?”

“네. 알겠습니다.”

24명의 병사로 구성된 제1 침투조가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제2 침투조는 방어막 뒤에서 조준사격으로 적의 화기를 섬멸하며 진입한다.

딥파이프에 진입하면 나는 목표지점으로 계속 내려갈 것이다.

제군들이 지하 10km 부근에서 진을 치고 내려오는 적을 최대한 막아줘야 한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은 아쉽게도 제군들의 목숨을 지키라는 말은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오늘 우리에게 지구의 수십억 목숨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 커다란 계획을 막기에는 우리 49명의 전력이 턱없이 부족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에서 죽기로 각오한다면 오늘 이 작전은 기필코 성공할 것이다.

우리가 죽음으로 성공시킨 오늘의 작전은 내일의 희망으로 이어질 것이다.

인간은 절대로 지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진의 짧은 연설에 대원들의 사기가 올라갔다.


병사들도 지구에 사는 가족이나 친지 또는 친구들이 있었다.

기필코 그들을 지켜내겠다는 의지가 용기로 변하는 순간이었다.


제1 침투조가 숨어있던 풀숲에서 나와 대열을 갖췄다.

24명의 병사가 3명씩 짝을 이뤄 강화복을 연결하자 에너지 방어막이 형성되었다.

3명씩 짝을 이룬 제1 침투조 병사들이 추진기를 이용해 딥파이프를 향해 낮게 날아갔다.

제2 침투조가 제1 침투조의 방어막 뒤에서 적을 향해 블러스터를 날렸다.

방어막 덕분에 조준사격이 가능해 명중률을 높일 수 있었다.


딥파이프를 지키는 적의 지상군도 즉시 반격했다.

고출력 레이저와 블러스터가 연합군 병사들에게 날아들었다.


”방어막을 너무 믿지 말고 피할 수 있는 공격은 피해.“

선두에선 정유진 대장이 외쳤다.

혹시 적에게 중화기가 있다면 에너지 방어막이 뚫릴 수 있었다.


유진이 속도를 올리자 딥파이프와의 간격이 빠르게 좁혀졌다.

가까이 접근하자 딥파이프 주변에 배치된 벙커 이십여 개가 보였다.

하이퍼시티의 병사들이 안에 숨어 레이저포를 발사하고 있었다.


유진이 팔에 에너지를 집중해 하얀색 광선을 벙커를 향해 날렸다.

광선에 맞은 벙커가 단박에 뚫리며 폭발했다.

폭발한 벙커 안에서 기어 나오는 병사들에게 광선을 발사해 남김없이 해치웠다.

오늘만은 유진은 손속에 자비를 두지 않았다.


유진이 벙커들을 해치운 덕분에 병사들이 무사히 딥파이프에 접근했다.

그런데 갑자기 딥파이프의 위쪽에서 커다란 초록색 에너지 덩어리가 발사되었다.

에너지 덩어리에 맞은 한 조의 병사들의 에너지 방어막이 파괴됐다.

6병의 병사들이 날아오는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나뒹굴렷다.

쓰러진 병사들을 향해 적이 공격을 계속 퍼부었다.


유진이 쓰러져 있는 병사들에게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리고는 병사들의 앞에서 공격을 막아냈다.

하지만 유진 혼자서 흩어져 있는 6명의 병사에게 날아드는 공격을 모두 막아낼 수는 없었다.


‘변형’

유진이 속으로 되뇌자 몸을 감싸고 있는 흑색 갑옷이 스르륵 움직였다.

그리고는 유진의 양쪽으로 얇은 막처럼 뻗어나갔다.

순식간에 펼쳐진 검은색 막이 쓰러진 병사들을 에워싸고 날아오는 적의 공격을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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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038. 한줄기 희망> 20.03.11 201 4 12쪽
37 <037. 직속 함대> 20.03.10 212 3 11쪽
» <036. 침투> 20.03.09 206 2 12쪽
35 <035. 프로세스> 20.03.06 227 6 13쪽
34 <034. 맹주> 20.03.05 217 6 12쪽
33 <033. 이번 생은> 20.03.04 243 5 12쪽
32 <032. 발각> 20.03.03 225 5 12쪽
31 <031. 카밀라의 마음> 20.03.02 222 5 12쪽
30 <030. 자주색 큐브> 20.03.01 240 5 12쪽
29 <029. 보틀 시티> 20.02.28 242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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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027. 융합> 20.02.26 265 5 12쪽
26 <026. 거미 인간> 20.02.25 26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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