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최강 케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글한
그림/삽화
글한
작품등록일 :
2020.01.28 17:35
최근연재일 :
2020.04.15 19:41
연재수 :
51 회
조회수 :
20,787
추천수 :
305
글자수 :
273,196

작성
20.03.05 17:55
조회
216
추천
6
글자
12쪽

<034. 맹주>

DUMMY

금성에서 출발한 은색의 윙테일 호가 화성의 중력권에 들어서고 있었다.

“이렇게 경비가 허술할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

헉슬리 선장이 바짝 긴장한 얼굴을 하고 조종석 창밖을 살피며 말했다.

저 멀리 작은 점처럼 보이는 포보스 위성이 하얗게 반짝이고 있었다.


“연합군에서 달아준 전파방해 장치가 레이더를 교란하고 있어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거 아닐까요?”

조종간을 잡은 항해사 챙이 말했다.

“아무리 그래도 태양계 최고 권력자라는 맹주의 거처가 그 정도로 경비가 허술하겠어? 함대는 아니더라도 어떻게 경비정 한 대가 안 보이지? 혹시 함정 아니야?”


“포보스 위성 주위에는 원래 경비정이나 전함 같은 건 없어요. 맹주가 화성 전체를 볼모로 잡은 거나 마찬가지여서 누구도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하거든요. 포보스 위성에 사는 사람은 맹주와 총무관 둘뿐이에요. 시종들은 제외하고요. 총무관이 아무도 거주하지 못하게 했거든요. 포보스 내부는 드로이드 경호원이 경호하고 있고요.”

카밀라가 강화복을 입고 비행선에서 내릴 준비를 하며 빠르게 말했다.


“벌써 내리려고? 좀 더 가까이에 가서 내려줄게.”

“아니에요. 괜히 조금 더 가려다가 들키기라도 하면 큰일이에요. 이 정도 거리면 강화복 추진기로도 충분해요. 여기서 내려주세요.”

내릴 준비를 마친 카밀라가 말했다.


“그렇다면 하는 수 없지. 카밀라. 조심해서 다녀와.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을 거니까. 필요할 때 언제든지 호출해. 1분 안을 날아갈 테니.”

“알겠어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선장님. 그리고 항해사님한테 잘해주세요. 두 분 너무 잘 어울려요.”

“어? 어험. 무슨 소리야? 잘 어울리다니?”


헉슬리 선장이 얼굴이 벌게져서 카밀라와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딴청을 피우며 말했다.

조종간을 잡은 챙의 뒷모습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금성으로 가는 일주일 동안 두 분이 그렇게 뜨거웠는데 아무리 제가 눈치 못 챘겠어요? 밤마다 얼마나 힘들었는데요? 저 없을 때 두 분이 좋은 시간 보내고 계세요.”

“으음. 무슨 소리야? 우린 네 연락 기다리면서 경건하게 있을 거라고.”

“알겠어요. 그럼 다녀올게요.”

“카밀라. 무사히 돌아와야 해.”

“네. 항해사님.”


카밀라가 감압실을 통해 비행선 밖의 우주 공간으로 나갔다.

그리고 추진기를 사용해 포보스 위성을 향해 조용히 날아갔다.


날아가며 위메이가 준 포보스 위성의 지도를 화면에 띄웠다.

포보스 위성은 다국적 기업에서 건설했기 때문에 플래닛 인더스트리에도 지도가 있었다.


지도의 하부에 표시된 열기 배출구로 날아갔다.

열기 배출구는 맹주가 에너지원을 흡수할 때 발생 되는 열기를 배출시키는 구멍이었다.

배출구는 맹주의 방과 직접 연결되어있었다.


위성의 자전축 하부로 내려가자 위성을 뒤덮고 있는 하얀 패널 사이에 한 변이 10m 정도 되는 사각형 구조의 은색 배출구가 보였다.

세 개의 판이 겹쳐진 구조로 된 배출구의 금속판 사이에는 벌어진 틈이 있었다.

카밀라가 배출구로 날아가 금속판 사이의 틈으로 몸을 밀어 넣었다.

틈이 좁아 보였지만 다행히 겨우 들어갈 수 있었다.


배출구 안쪽 공간은 꽤 넓어서 추진기를 이용해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카밀라의 손에 땀이 고였다.

만약 카밀라가 올라가는 동안 맹주의 의식이 시작된다면 그녀는 통구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그녀가 배출구의 흡입구에 도착하는 동안 맹주의 의식은 없었다.


흡입구의 틈 사이를 통해 어두운 통로 안으로 흐릿한 빛이 비쳐 나왔다.

틈 사이로 들여다본 내부는 강당처럼 넓고 천정이 높은 방이었다.

카밀라가 있는 흡입구는 강당의 천정에 붙어있었다.


강당의 한쪽 구석에 망토를 뒤집어쓴 사람이 앞에 켜있는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며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강화복의 영상을 확대해 모니터를 들여다보려 했지만, 망토를 쓴 사람의 머리에 가려 내용을 정확히 볼 수가 없었다.

어쩌다가 망토 사이로 보이는 모니터의 화면에는 프로그램 언어가 복잡하게 표시돼 있었다.


한참을 들여다보고 있을 때 어디선가 금속이 쿵쾅거리며 누군가 빠르게 걸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망토의 사람이 황급히 모니터를 껐다.

그리고 방과 연결된 복도에서 벌레처럼 발이 여러 개 달린 은색의 기계가 나타났다.


벌레처럼 생긴 기계가 넓은 방으로 들어오자 웅크렸던 다리가 펴지며 몸이 위쪽으로 올라왔다.

다리가 여덟 개 달린 거미처럼 생긴 기계의 몸이 카밀라가 있는 천정에 거의 닳을 듯 올라와 카밀라가 놀라서 흡입구 안쪽으로 숨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몸통에서 목이 쑥 빠져나와 머리가 아래로 내려가 들키지 않았다.

흡입구의 틈으로 둘이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총무관. 여기서 뭐 하고 있나? 키키.”

밑으로 내려간 거미의 머리가 기계음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을 좀 보고 있었습니다.”

망토를 입은 남자 모니터 곁에 놓여있는 검은색 지팡이를 손에 쥐며 말했다.

“난 갑갑한 지하에서 쉬지도 않고 일하는데 자네는 한가하게 놀고 있는 것 같은데? 키키”


“그럴 리가 있습니까? 그런데 어쩐 일이십니까?”

“키키키. 놈이 또 기절했어. 이젠 약을 써도 깨어나질 않는군.”

“아직도 알아내지 못하셨습니까?”

“정말 독종이야. 일주일 동안 한마디를 안 해. 키키. 팔다리를 하나씩 잘라놓아야 말을 할 것 같은데 자네가 못하게 하니 문제지. 키키. 마음 같아서는 그냥 확 죽여버리고 싶어.”


“참으셔야 합니다. 맹주님이 그를 다른 곳에 쓰시려고 계획하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제 고문은 그만하셔도 됩니다. 내일이면 딥파이프 계획이 실행되니까요.”

“그건가? 키키. 모든 것이 끝나면 아버지가 플래닛 인더스트리를 나에게 주시겠지?”

“그럼요. 내일 황태자님이 본인의 역할을 다하신다면 맹주님께서 선물해 드릴 겁니다. 호호호. 걱정하기 마시고 방에 올라가서 좀 쉬고 계십시오. 내일을 위해 정비 드로이드들을 올려 보내드리겠습니다.”

“키키키. 그렇지 않아도 오른쪽 세 번째 다리가 뻑뻑해져서 윤활유가 좀 필요했는데 잘됐군. 부탁하네. 총무관”

목이 줄어든 거미가 다시 다리를 접고서 통로 안쪽으로 들어가 사라졌다.


기계 거미가 사라지자 망토를 입은 남자도 반대쪽의 문으로 나가버렸다.

‘아직 살아계시는구나. 저 거미의 모진 고문을 일주일 동안이나 당하셨으니 얼마나 고통스러우셨을까? 어서 찾아서 모시고 나가야 해.’

카밀라가 영상을 통해 지도를 빠르게 살폈다.

지도위에 맹주의 방 아래에 있는 두 개의 방이 표시되어 있었다.

망토를 두른 남자가 나간 문 쪽에 있는 복도가 지하로 이어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흡입구의 커버를 살며시 떼어낸 후 추진기를 이용해 천정에서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망토의 남자가 나간 문을 열고 밖을 살폈다.

복도에는 아무도 없이 조용했다.

지하로 내려가는 내내 사람이나 드로이드의 그림자 하나도 비치치 않았다.

‘왜 지키는 사람이나 드로이드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걸까?’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지고 있을 경황이 없었다.


지하로 내려가자 복도가 끝나는 곳에 똑같이 생긴 두 개의 문이 양쪽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카밀라가 오른쪽 문을 열었다.

잠금장치가 강화복의 힘을 당하지 못하고 우지끈 소리를 내고 부서지며 문이 열렸다.


방 안쪽은 불빛이 전혀 없어 칠흑처럼 어두웠다.

화면을 적외선 모드로 하자 화면이 초록색으로 바뀌며 앞이 보이기 시작했다.

초록색 화면 안의 방 벽에는 끔찍한 모양의 도구들이 걸려있었다.

송곳 같은 작은 것부터 괴상하게 생긴 도끼 형태의 것까지 크기와 형태가 다양했다.


조금 더 들어가자 안쪽에서 작은 신음이 들려왔다.

“아버지?”

카밀라의 목소리에 반응한 듯 신음이 조금 커지더니 흐느끼는 소리로 바뀌었다.

방의 안쪽 끝 벽에 의자에 묶여 있는 사람이 보여 그쪽으로 빠르게 다가가며 다시 외쳤다.


“아버지!”

“카-카밀라?”

“네. 저예요. 아버지. 살아계셔서 다행이에요.”

에드워드 빅센 회장은 말은 하지 못하고 딸 앞에서 눈물만 하염없이 흘렸다.

일주일 동안 장리우에게 갖은 고문을 받은 그의 몸은 팔다리만 겨우 붙어있을 뿐 사람의 몰골이라 말하기 힘들 정도였다.


얼굴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뭉그러져 있었고 손과 발에는 손가락과 발가락이 몇 개 남아있지 않았다.

환각제와 각성제에 몸이 절어 정신도 혼미해 보였다.


장리우의 잔인한 고문이 이어질 때는 모든 것을 털어내고 죽고 싶은 마음이 수백 번도 더 들었지만, 맹주에 대한 증오심이 그를 버티게 해주었다.


“어서 나가요. 아버지. 제가 부축해 드릴게요.”

카밀라가 회장을 묶고 있는 줄을 자르고 부축해 나가려는 순간 주위가 갑자기 밝아졌다.


“어흑-”

적외선 모드로 바꿔 놓은 강화복의 화면에서 강한 빛이 들어오자 카밀라가 눈에 통증을 느끼며 쓰러졌다.


“미끼를 풀어놓았더니 드디어 물고기가 걸려들었군요. 호호호.”

시야가 조금씩 살아난 카밀라가 고개를 들어 문 쪽을 보니 망토를 쓴 남자가 문 앞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포보스 위성을 너무 만만하게 보셨군요. 여기 도착했을 때부터 다 보고 있었습니다. 호호호.”


카밀라가 오른팔을 들어 망토의 남자에게 블러스터를 연속해서 발사했다.

‘퍼-버-벅’

날아간 블러스터 들이 연속해서 남자에게 명중하며 폭발했다.


“과연 소문대로 성격이 거칠군요. 카밀라 양은. 호호호”

폭발의 섬광이 가시자 검은색의 커다란 원반이 보였다.

남자의 앞에서 블러스터 공격을 막아낸 원반이 점점 작아지며 가운데로 모이더니 지팡이 모양으로 변했다.


지팡이를 손에 든 남자가 말했다.

“그런 공격은 저에게 통하지 않습니다. 다치기 전에 강화복을 벗고 나오세요. 호호호.”


‘압소비움 같은데? 그걸 저렇게 자유자재로 다루다니 누구지?’


“넌 누구냐?”

“포보스 위성의 총무관입니다. 호호호.”

총무관일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포보스 위성에는 맹주와 총무관만 거주하고 있다는 걸 카밀라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어떻게 압소비움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지 의아할 뿐이었다.


“맹주의 개 주제에 누구한테 명령이야! 맹주는 어디에 있지? 그가 날 찾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을 텐데. 우릴 풀어줄 것이 아니면 날 맹주에게 데려가라.”

“맹주님이 카밀라 양을 애타게 찾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건 어떻습니까? 맹주님을 직접 모시고 오는 건 말입니다.”


총무관이 덮고 있던 망토를 벗었다.

망토가 벗겨지자 총무관의 주름 하나 없는 기괴해 보이는 얼굴이 드러났다.

하지만 그것보다 눈에 띄는 것은 머리였다.

머리카락이 있어야 할 부분이 은색의 금속판으로 덮여 반짝거리고 있었다.


“맹주께서 오십니다.”

총무관이 말을 마치자 반대편에 있던 문이 열리더니 짙은 검은색 연기가 방으로 흘러들어왔다.


방안으로 들어온 검은색 연기가 공중에서 모여 점점 짙어지더니 아래로 내려가 팔을 벌리고 있는 총무관을 감싸고 천천히 회전했다.

검은 연기의 형태가 점점 뚜렷해지더니 마침내 흑색 갑옷으로 변했다.


“내가 바로 태양계의 지배자인 맹주다. 하하하하하.”

흑색 갑옷을 입은 총무관이 말했다.

맹주로 변한 그의 목소리가 마치 어두운 동굴에서 울려 나오는 것처럼 방안에 메아리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우주 최강 케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여정을 마무리하며 +1 20.04.21 136 0 -
51 <051. 게이트 속으로> 20.04.15 166 3 12쪽
50 <050. 디스토리어> +2 20.04.12 143 4 12쪽
49 <049. 끈적이는 액체> 20.04.07 149 3 10쪽
48 <048. 순간이동> 20.04.02 181 4 10쪽
47 <047. 나메부님> 20.03.31 146 4 11쪽
46 <046. 정품> 20.03.26 168 4 11쪽
45 <045. 벌커> 20.03.24 173 3 12쪽
44 <044. 수거팀> 20.03.23 169 3 12쪽
43 <043. 재회> 20.03.20 165 3 12쪽
42 <042. 티타늄 관> 20.03.18 175 3 12쪽
41 <041.작동> 20.03.17 182 2 13쪽
40 <040. 간발의 차이> 20.03.16 189 3 12쪽
39 <039. 격전> 20.03.12 190 4 12쪽
38 <038. 한줄기 희망> 20.03.11 201 4 12쪽
37 <037. 직속 함대> 20.03.10 212 3 11쪽
36 <036. 침투> 20.03.09 205 2 12쪽
35 <035. 프로세스> 20.03.06 227 6 13쪽
» <034. 맹주> 20.03.05 217 6 12쪽
33 <033. 이번 생은> 20.03.04 243 5 12쪽
32 <032. 발각> 20.03.03 225 5 12쪽
31 <031. 카밀라의 마음> 20.03.02 221 5 12쪽
30 <030. 자주색 큐브> 20.03.01 240 5 12쪽
29 <029. 보틀 시티> 20.02.28 242 5 12쪽
28 <028. 카이퍼 벨트> 20.02.27 276 5 12쪽
27 <027. 융합> 20.02.26 265 5 12쪽
26 <026. 거미 인간> 20.02.25 259 4 12쪽
25 <025. 습격> 20.02.24 290 3 12쪽
24 <024. 이별> 20.02.23 305 3 12쪽
23 <023. 황태자> 20.02.21 337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