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일본 교환유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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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사이타니야
작품등록일 :
2014.07.07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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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0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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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7.1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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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4. 10일 화요일 유학생활 열 네 번째날

DUMMY

2012. 04. 10일 화요일 유학생활 열 네 번째날


월,화,수는 모두 1교시가 있다. 일찍일어나서 빨리 수업을 끝내고 놀겠다는 나의 생각은 참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화요일 1교시는 문화교류사. 말투가 느끼해서 내가 ‘간드러지는 분’이라는 별명을 붙인 사토센세의 수업이다. 점수를 잘 준다는 소문이 난 분이고 말을 천천히 또박또박 그러면서도 부드럽게 하기 때문에 알아먹기도 쉽다. 문화교류사라는 대 타이틀에 소제목은 일본과 아시아로 되어있으니 우리나라와 관계된 , 깊게 알수록 재미있으면서도 씁쓸한 그런 공부를 하길 기대하며 앉았으나, 사토센세의 수업은 타이틀과 완전히 빗나갔다. 일본과 아시아라는 타이틀을 달고서 왠 유럽의 패션얘기만했다. 나랑 패션은 흥미도 없고 전혀 상관이 없다. 90분 수업이 끝나고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철이랑 이야기했다. 저 센세 혹시 착각해서 다른수업을 한게 아니냐고.

좋아하는 사토센세이긴했지만 이건 좀 너무하기에 직접 물어보기에 이르렀다. 이 수업, 문화교류사 아시아 맞죠? 맞다고 했다. 물론 아시아도 좀 하긴 할거지만......이라며 말을 흐리는걸 보니 앞으로도 계속 이 페이스일 것 같았다. 이따가 일본과 유럽이란 수업이 있기 때문에 난처하긴 했지만 그래도 이 수업은 시험에 대한 부담감이 없기 때문에 듣기로 결정을 했다.

2교시는 여러모로 기대중인 비즈니스 일본어시간이었다. 난 취직에 필요한 심화된 비즈니스용 일본어를 배우러 유학을 왔다고 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매 시간 정장을 입으라고, 그리고 1급을 딴 사람만 신청하는걸 추천한다고 써있던걸보면 꽤나 수준높은 강의를 들을 수 있을거라 기대했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취직을 앞둔 학구열 넘치는 일본인이 많을 것을 기대했지만 들리는건 한국어와 중국어 뿐이었다. 이게 아닌데... 그리고 등장하시는 센세, 수업은 정말 재미있게 잘 하신다. 지금까지 들었던거중에 최고로 재미있게 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중간중간 던지시는 질문. 분명히 강의계획서에는 1급을 딴 사람들의 수업이라고 하지않았나, 너무 기초적인 경어 질문이잖아. 그런데 질문을 받은 사람은 답을 하지 못한다. 재미있는 수업이긴 하지만 생각했던 것 만큼 높은수준의 수업이 아니라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초보적인 경어질문에 대답을 못하는 학생들을 보며 철이랑 나는 그냥 얼굴을 마주보고 허탈하게 웃었다. 우리가 잘한다고 과시하는게 아니라, 1급을 딴 사람들만 왔으면 좋겠다는 경고문구를 생각하니 어이가 없어서 그랬다.

아무래도 내 기대와 달리 유학생이 많았으므로 센세도 우리들의 실력에 맞춰 수업을 해야겠다며 테스트문제를 냈다. 역시 1급 소지자를 대상으로 한다곤 할 수 없는 장난수준의 문제였다. 다 맞춘 사람은 나 혼자였다.

희애랑 한 걱정을 했던 매 시간 정장입으라고 써있던 것은 언급하시지 않았다. 1급소지자를 대상으로 한 다는 문구도 없던게 된 마당에 정장얘기가 안나와도 이상할건없었다. 안입어도 된다면 우리야 좋지 뭐. 아무튼 기대 반 걱정 반 했던 비즈니스 일본어는 재미로만 따지면 최고중의 최고였다. 그리고 경제 쪽으로도 매주 신문을 이용해서 수업한다니 도움도 많이 될 것 같았다. 나중에 선생님이 된다면 저런 선생님이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다.

밥은 이번에도 역시 학식이었는데 또 꽤나 비싼걸(역시 내 기준에서) 먹었다. 이번엔 돈까쓰카레였는데 학식 메뉴를 하나씩 다 먹어볼 생각으로 시켰다. 다음엔 360엔짜리 런치를 먹어야지. 밥을 먹으니 바로 3교시가 시작할 시간이 되었다. 고전일본문학이라는 시간이었는데 일본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 장정희 어드바이저 선생님이 이 사람 유명한 사람이라고 추천해주셔서 듣기로 한 과목이다. 물론 고전에 흥미가 있는 친구들은 없었다. 유난히 역사, 고전쪽을 좋아하는 나이고 추천까지 있는 과목이니 결국 혼자 듣기로 하고 들어갔다. 수강생은 거의 정말 적었다. 하긴 나도 한국의 고전을 들으라고하면 기피할 것이다. 외국인은 나 혼자 인 것 같았다. 교수님은 고전이라는 과목에 어울리게 백발의 노인이 들어오셨다. 할아버지가 나긋나긋하게 아무 유머없이, 그리고 소통도 없이 그냥 일방적으로 천천히 이야기를 하셨다.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일본인들은 초토화되어서 전부 졸거나 대놓고 자고있었다. 눈이라도 떠서 그나마 듣는 시늉을 하고 있는건 나랑 건너편의 여자 둘 뿐이었다. 아무래도 고전이니 나도 노인이 이야기하는걸 100% 이해할 수가 없었기에 뜨문뜨문 집중력을 잃었다. 결국 어드바이저의 추천이라는 이 고전수업은 다들 자고 노인 혼자 떠들어대는걸로 끝나고 말았다. 앞으로도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내가 남자일 확률과 같다고 보인다. 그래도 이 수업을 삭제하지 않는다고 결정한 이유는 고전만 보면 연구하고싶어지는 내 성격과, 여기서가 아니면 고전을 제대로 누구에게 배우겠는가, 힘들지만 재미있게 들을거라 생각되었다.

4교시는 공강이라 도서관에가서 영어숙제를 끝내고 한숨 잤다. 어지간해서는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내가 요새 공강시간엔 도서관에서 잠을 참 푹 잔다. 일본의 수업이 힘들긴한가보다.

마지막 5교시는 철이랑 끝까지 고민했다. 이문화이해랑 일본과 유럽, 두 수업중에 무엇을 들을지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찢어져서 듣기로했다. 들어 본 후, 서로 소감을 말한 뒤에 어느쪽을 정하여 같이 듣기로하였다. 철이는 이문화이해쪽으로 가고 난 일본과 유럽 쪽으로 갔다. 일본과 유럽 강의실을 찾아가니 명인이랑 지은이가 있었다.

결론만 말하면 일본과 유럽은 참으로 애매하다. 수업 내용, 수업방식은 참으로 맘에들었으나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 하나의 문제가 너무나 컸다. 바로 교수의 말투였다. 발음이 정확하지 않고 그냥 흘려보내는 발음이었다. 명인이랑 지은이는 저 교수가 한마디 하자마자 이미 과목삭제를 결정했다. 나조차도 정신차리고 들어야 겨우 ‘이렇게 얘기했겠거니’ 하고 이해했으니 철이한테 이 수업을 권유할 수가 없었다. 일본인들한텐 저 교수가 평판이 좋은데 우린 저 사람의 흘리는 발음이 너무나 힘들다. 저 교수의 말을 받아 쓸 수 있을정도면 말못하는 어떤일본인의 말도 이해할수 있을거란 자신감이 생길것같았다.

이문화이해쪽은 어떻냐고물어보니까 수업을 들었던 유선이, 혜연이가 당장 삭제를 하겠다고 했다. 일본아이들이 너무 떠들어서 수업을 들을 수가 없을정도라고 했다. 수업자체도 재미가 없다고 했다. 철이가 유럽은 어떻냐고 물어봐서 아마 못들어먹을거라고 했더니 이문화쪽으로 간다고 했다. 명인이랑 지은이도 일본과 유럽수업을 삭제하겠다고 했으니 내가 듣는다면 혼자 듣게 되는것이었다. 화요일 5교시는 천천히 시간을 두고 생각해야겠다.

집에 와서 밥을 하는데 철이에게 물었다.

"철아, 오늘은 특별하게 참치캔 하나 뜯을까?"

"오오오오! 그래 좋다"

.....말을 뱉고나서 우리 둘 다 심하게 자존심이 상해서 그냥 웃었다.

참치캔 하나가지고 특별하다고 여기게 되다니, 엄마가 해준 밥을 먹을 수 있을 때 맛있게 먹어야했다. 한국에선 먹을거없을 때 그냥 뜯었던 참치캔이 여기선 스페셜반찬이 되어버렸다.

명인이랑 지은이가 집에 놀러왔다. 그것도 과자를 들고, 살이 찐다면 얘네 때문에 찌개 될것같았다. 과자를 먹으며 수다를 떨며 놀았다. 역시나 화제는 토모미로, 지은이 말로는 코즈에도 나에게 조금 관심이 있어보인다고 했다. 그 이쁜 코즈에가? 아직 까지 난 어찌할줄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다들 친구로 지내는게 가장 안전하지만 누구 하나랑 사귀면 일본어실력이 폭발적으로 느는 것은 확실했으므로 한 명을 확실히 잡고싶은게 속마음이었지만 섣불리 건드렸다가 현재 놀고있는 일본인 친구들을 다 잃어버리는 불상사가 생기고 또 그게 소문이 퍼져서 결국 외톨이가 되어버리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얘들이랑 많이 노는게 우선이었다. 아직까지도 그냥 한국인이랑만 얘기하고 있지않은가, 아닌게 아니라 난 여기 오면 당연히 이야기도 많이하고 교류도 저절로 생길줄 알았지만 학교 수업을 들어보니 한국과 다르다는걸 알았다. 90분 수업이라 쉬는시간도 없으니 그냥 수업끝나면 다른수업들으러 헤어지는거고 중간에 쉬는시간같은것도 없으니 잡담할 시간도 없다. 교수가 일방적으로 떠드는 수업이 대부분이니 뭐 눈에 띌 기회조차 없다. 결국 자기가 먼저 따로 다가가야 사귈 수 있는게 일본대학친구이다. 이걸 알고 난 뒤 바로 난 서도부에 동아리 가입을 하기로 정했다. 역시 내가 찾아가야 된다. 화요일 5교시 수업도 토모미들이 있는 이문화이해로 옮기기로했다.

일본수업을 시작하고 난 후 텔레비전을 거의 보지않고 있다. 그냥 피곤해서 쉬는것같다. 10시 반 쯤 텔레비전을 키니 37세에 의사가 된 나라는 전에부터 눈여겨보던 드라마가 하고있었다. 1회였는데, 이게 오늘 첫방송이었나? 드라마 시간표를 만들어 붙인다는걸 깜빡하고 결국 놓쳤다. 다른드라마는 꼭 챙겨봐야지.

이번주말에는 뭘 할까, 학교일정에 휘둘리지않는 첫 주말이다. 마음이 잘 맞는 명인이랑 지은이랑 무언가를 하며 보내고싶은데 내일 이야기해 봐야겠다.


오늘의 지출 – 돈까스카레 410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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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2012. 05. 01일 화요일 유학생활 서른 다섯 번째날 +1 14.08.03 1,335 7 10쪽
34 2012. 04. 30일 월요일 유학생활 서른 네 번째날 +2 14.08.02 1,213 9 8쪽
33 2012. 04. 29일 일요일 유학생활 서른 세 번째날 +2 14.08.01 1,248 8 6쪽
32 2012. 04. 28일 토요일 유학생활 서른 두 번째날 +2 14.07.31 1,397 15 14쪽
31 2012. 04. 27일 금요일 유학생활 서른 한번째날 +1 14.07.30 1,437 11 7쪽
30 2012. 04. 26일 목요일 유학생활 서른 번째날 +2 14.07.29 1,142 11 5쪽
29 2012. 04. 25일 수요일 유학생활 스물 아홉 번째날 14.07.28 1,072 9 6쪽
28 2012. 04. 24일 화요일 유학생활 스물 여덟 번째날 14.07.27 1,129 8 9쪽
27 2012. 04. 23일 월요일 유학생활 스물 일곱 번째날 +1 14.07.26 1,226 12 6쪽
26 2012. 04. 22일 일요일 유학생활 스물 여섯 번째날 +4 14.07.25 1,165 7 8쪽
25 2012. 04. 21일 토요일 유학생활 스물 다섯 번째날 14.07.24 930 6 5쪽
24 2012. 04. 20일 금요일 유학생활 스물 네 번째날 +1 14.07.23 1,166 9 7쪽
23 2012. 04. 19일 목요일 유학생활 스물 세 번째날 +2 14.07.22 1,230 9 8쪽
22 2012. 04. 18일 수요일 유학생활 스물 두 번째날 +2 14.07.21 1,244 16 8쪽
21 2012. 04. 17일 화요일 유학생활 스물 한 번째날 +4 14.07.20 1,203 13 8쪽
20 2012. 04. 16일 월요일 유학생활 스무 번째날 +2 14.07.20 1,004 9 6쪽
19 2012. 04. 15일 일요일 유학생활 열 아홉 번째날 +4 14.07.20 1,134 6 9쪽
18 2012. 04. 14일 토요일 유학생활 열 여덟 번째날 +7 14.07.17 1,140 10 7쪽
17 2012. 04. 13일 금요일 유학생활 열 일곱 번째날 +4 14.07.16 1,108 9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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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2012. 04. 11일 수요일 유학생활 열 다섯 번째날 +2 14.07.13 1,237 10 8쪽
» 2012. 04. 10일 화요일 유학생활 열 네 번째날 +5 14.07.13 1,051 11 10쪽
13 2012. 04. 09일 월요일 유학생활 열 세 번째날 +4 14.07.11 1,056 12 7쪽
12 2012. 04. 08일 일요일 유학생활 열 두 번째날 +6 14.07.11 1,637 91 8쪽
11 2012. 04. 07일 토요일 유학생활 열 한번째날 +9 14.07.11 1,210 15 9쪽
10 2012. 04. 06일 금요일 유학생활 열 번째날 +4 14.07.10 1,261 17 9쪽
9 2012. 04. 05일 목요일 유학생활 아홉째날 +4 14.07.10 1,216 16 8쪽
8 2012. 04. 04일 수요일 유학생활 여덟째날 +2 14.07.10 1,437 16 9쪽
7 2012. 04. 03 화요일 유학생활 일곱째날 +6 14.07.09 1,277 20 11쪽
6 2012. 04. 02 월요일 유학생활 여섯째날 +3 14.07.09 1,260 19 7쪽
5 2012. 04. 01 일요일 유학생활 다섯째날 +2 14.07.08 1,634 24 9쪽
4 2012. 03. 31 토요일 유학생활 넷째날 +2 14.07.08 1,743 22 8쪽
3 2012. 03. 30 금요일 유학생활 셋째날 +2 14.07.07 2,199 26 9쪽
2 2012. 03. 29 목요일 유학생활 둘째날 +6 14.07.07 2,502 33 8쪽
1 2012. 03. 28 수요일 유학생활 첫째날 +11 14.07.07 5,263 6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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