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4. 12일 목요일 유학생활 열 여섯 번째날
2012. 04. 12일 목요일 유학생활 열 여섯 번째날
수업은 무려 오후 3시부터이다. 무슨짓을 해도 지각이란 절대 있을수가 없는 여유로운 시간이다. 하지만 내가 일어난 시간은 아침 8시. 사람의 습관이란 정말 무서운 듯 매일 일찍일어나니 저절로 눈을 뜨게 되었다. 일어나서 한거라곤 샤이니의 루시퍼를 또 듣고, 유즈의 나츠이로라는 신나는 노래를 가라오케에서 소화할 수 있게 들은거였다. 한국 노래를 많이 알면 나도 아마 노래방을 좋아했을 것이다.
텔레비전을 보다보니 벌써 오후가 되어버리고 2시반쯤 철이랑 함께 학교로 출발했다.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등굣길이다. 지도를 보며 검토하고 검토하고 가는길에 유학생들을 만나면 길에 대한 상의를 하고 했던게 엊그제같은데 말이다. 뭐, 엊그제가 아니라고 해도 불과 2주전이다. 단 하나 있는 오늘의 수업은 일본어교육사정이라는 강의로 재미랑은 거리가 좀 멀었지만 교육 쪽에 재능이 있다고 깨우친 내가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이 많았다. 90분 내내 교수가 실컷 떠들다가 이 수업에서 무엇을 얻고싶은가를 종이에 쓴 뒤 제출하는걸로 수업이 마감되었다. 수업은 이거 하나가 끝이므로 그냥 집으로 돌아가면 되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있는 배팅센터를 들어갔다. 무려 200엔이다. 20발이 나오긴 하지만 200엔이면 어제 갔던 가라오케를 오전에 갔단 전제하에 2시간을 놀 수 있는 돈이 아닌가, 그래도 일본의 배팅머신을 체험하고 싶어 200엔을 넣고 배트를 휘둘렀으나 제대로 맞은게 단 하나도 없었다. 공이 무지하게 빨랐다. 단지 빨라서 못친거면 실력부족이지만 변명을 쓰자면 공이 참 더럽게도 밑으로 왔다. 다 볼이다. 진짜다.
배팅센터에서 나와서 갑자기 배고파졌으므로 철이랑 무라노이치바를 가서 먹을거를 사기로 했다. 한 5일전에 광표랑 해먹은 야키소바 재료가 있으므로 면만 사서 그거나 해먹을까 생각했다. 광표에겐 아이폰을 빌려받은 예를 표하고 싶었으므로 야키소바를 만들어주겠단 결심을 한 뒤에 과감히 집어서 계산을 했다. 그리고 광표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집으로 야키소바를 먹으러 오라고 했다. 책을 산 뒤에 집으로 오겠다는 광표의 대답을 받고, 집으로 돌아가려했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 같이 있는 여자애들도 먹고싶다고 한다고 한다. 유선이들에게는 저녁을 몇 번 얻어먹은것도 있으니 수락했다. 솔직히 흔쾌히 수락한건 아니고 마음속 깊숙한곳에서는 귀찮다고 말하고 있었으나 이번기회에 얻어먹은걸 조금 갚을 수 있다면 나쁘지 않았다. 철이는 사정이 있어 나가고, 한 시간 뒤쯤 광표랑 혜연이랑 희애, 은아가 우리집으로 들어왔다. 그냥 올 줄 알았는데 손에 무언가를 다들 들고 있다. 마실거리랑 과자, 오코노미야키를 만드는 세트였다. 그냥 광표랑 야키소바를 만들어 먹으려고 건 전화가 어쩌다보니 우리집에서 건양대 유학생 파티가 되어버렸다. 나랑 광표가 야키소바를 볶고 여자애들이 오코노미야키를 만들기로 역할을 분담했는데 계란이 없다고 한다. 다들 우리집에 걸어왔고 (광표가 자전거를 타지 못하므로) 우리집이라 내 자전거가 앞에있기도 하니 내가 가서 계란을 사오기로했다. 집에서 그나마 가까운 약쿠스드러크에 자전거를 빨리 달려서 갔으나, 아뿔싸.... 계란이 다 팔리고 없었다. 그러면 무라노이치바를 가야했는데 우리집을 지나서 가야하는 정반댓길이었다. 하는 수없이 무라노이치바에 가서 계란과 함께 마요네즈를 샀다. 이 돈은 광표가 부담했다. 내 전화로 예정없던 건양대유학생파티는 순조롭게 진행되어 맥주와 함께 넘치는 안주로 웃음꽃을 피웠다. 광표의 자전거에 보조바퀴를 달자는 농담과 함께 시간표 얘기를 하다보니 시간이 금방 가버렸다. 얘들이 우리집에 올 때 가져온 음료수 남은것과, 마요네즈, 아까 사온 계란까지 다 나에게 선물로 남기고 갔다. 야키소바 면만 대접하고 엄청나게 많은것들을 얻었다. 남는장사를 한 것이다. 사람은 무조건 아끼지말고 적당히 베풀어야 오히려 큰게 들어온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깨달은 순간이었다.
이번엔 명인이랑 지은이가 우리집에 놀러왔다, 건양대와 한남대 바통터치한 셈인데 이젠 얘네가 안놀러오면 뭔가 허전할 정도가 된 것 같다.
하는거라곤 맥주먹으며 같이 텔레비전을 보는건데 이게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내일은 수업이 2교시부터라 잠이 부족할 일은 없을거같았는데 광표에게 전화가 왔다. 내용은 무려 내일 같이 자전거를 타고 학교를 가자는것이었다! 물론, 학교까지 가는데 1시간은 잡고 9시 반에 출발하자고 한다. 참고로 내가 학교까지 가는데는 넉넉잡아 15분정도이다. 귀찮지는 않지만 선뜻 기분좋게 응할 수는 없었다. 혹시 사고라도 당할까봐 무서웠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이 알아서 조심하겠지만 그래도 세상에 예측되거나 의도된 사고가 어디있겠는가. 내일 무사히 학교에 도착했으면 좋겠다.
오늘의 지출 – 배팅센터 200엔
무라노이치바 737(두부, 카레 등 식료품)
총 937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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