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04. 27일 금요일 유학생활 서른 한번째날
2012. 04. 27일 금요일 유학생활 서른 한번째날
2교시 수업이라 10시 10분쯤 알람을 맞춰놨다. 아, 10분만 더 자야지. 근데 철이는 왜 일어날 생각을 안하지? 아 맞다. 이 녀석은 나랑 다르게 3교시 수업이다. 나 혼자 일어나야겠구만. 요새는 도시락을 싸야하기 때문에 평소보다 더 일찍 일어나야한다. 오늘은 전에 산 두부랑 소세지를 후라이팬에 구워서 가져가기로 했다.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도시락을 완성시키고 얼른 씻은 다음에 가방을 메고 현관문을 열었다. 으잉? 그런데 비가 엄청많이 내리고 있었다. 생각할필요는 없다. 수업까지 약 15분 남았으니 걸어갈수도 없고 전차시간도 모르고 자전거밖에 없었다. 우산을 피고 자전거에 올라타서 학교로 향했다. 바람마저 많이 불었으면 완전 끝장이었을 것이다. 다행이 바람은 약해서 우산을 들고있는 손이 그리 힘들지는 않았다.
오늘 아주 소중한 교훈을 얻었는데 비가 많이 내리는 날은 자전거에 우산을 써봤자 아무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비가 많이 온다 싶으면 그냥 걸어가야겠다. 이건 우산을 들고있어봤자 머리카락만 젖지않을뿐 다른곳은 글자그대로 완전히 다 젖어버렸다. 강의실에 들어가면 일본인들이 뭐라 생각할까, 옷이고 바지고 완전히 젖어서 들어가면 싫어할텐데, 아 비 싫다. 갑자기 신문배달 아르바이트를 할 때가 생각났다. 비 오면 짜증나서 연예인 비도 진짜 싫어했었다. 일본에서도 계속 싫어할 듯 싶다.
그 젖은 몸으로 강의실에 들어가니 괜히 눈치보였다. 교수는 왜이리 안오는거야. 약 10분이 지나자 교수님이 등장하셨다. 음, 그런데 늦게왔고 뭔가 서두르고 있는걸보니 어쩐지 휴강의 냄새가 난다. 휴강까지는 아니지만 교수님은 내일 조사이 창립 20주년으로 여러 가지 일이있어서 바쁘다고 했기에 지난 수업의 감상을 쓰는걸로만 오늘 수업을 대신한다고 했다. 15분정도 끄적거리고 교실을 나왔다. 음, 나머지 1시간을 뭘할까. 수요일날 다 못본 DVD를 마저 보기로했다. 아, 그런데 누가 보고있나보다 없다. 이런 제길! 그래도 뭔가를 봐서 시간을 때워야하니 간단하게 볼만한거 없나 찾아봤다. 음...‘동일본대진재의 진실’ 작년 진도9.0의 대지진을 다룬 듯 하다. 아아, 정말 재미없다. 쓰러져 잘뻔했다. 쓰러져 자버리기 전에 얼른 반납하고, 세계의 신문들을 철 해놓은 곳으로 가서 한국신문을 읽었다. 날짜가 4월 25일. 이틀전이다. 하긴 다른나라 신문을 거의 실시간으로 받아볼 순 없겠지.
신문을 읽다보니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어 광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식당이라고 한다. 식당으로 가는중에 유학생센터 게시판이 보였다. 가마쿠라 여행을 모집한다는 글이었다. 3500엔, 식비는 따로이다. 오, 괜찮은데? 3500엔이 싼 돈이 절대 아니지만 이런거에 돈을 아끼고 싶지는 않았다. 신청을 하러 가야겠다. 식당에서 광표를 만나 자리를 잡고 도시락을 열었다.
앞으로는 두부를 싸오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두부 부친거에 물이 생겨서 김도 젖고 엉망진창이 됐다. 도시락가방은 물론, 책가방에도 그 물이 조금묻은것같다.
3교시 비즈니스 일본어수업으로 오늘의 수업은 끝이다. 철이는 비가 걸어왔다고 해서 나부터 자전거를 타고 빨리 집에 돌아왔다. 얼마 후 철이도 돌아왔다. 침대에 누워서 토모미랑 대화를 하고있는데 명인이랑 지은이가 우리 집에 놀러왔다. 다음주에 놀러 갈 도쿄여행 이야기를 했다. 시간도 시간인지라 저녁 이야기가 나왔는데 역시나 피자 이야기가 나왔다. 음 먹고싶다. 그래 일본 피자는 어떤 맛일까. 야후재팬에서 토가네역점 피자라의 전화번호를 찾았다. 그리고 메뉴를 골랐는데 자주 시켜먹을 수 있는거 아니고 이왕 시켜먹는거 맛난거를 먹자고 해서 신제품의 비싼 피자를 주문했다. 주문은 그럼 누가하느냐. 그나마 게중에 내 실력이 가장 낫다고 나한테 떠맡겼다. 주문전화라니, 일본에 와서 처음해보는 전화다. 주문을 하려면 우리 집 주소를 말해야 했으므로 수첩에 적어둔 걸 꺼냈다. 초반에는 주소를 쓸 일이 하도 많아서 외어버렸는데 이제 서류쓸일이 없으니 잊어버렸다. 뚜뚜뚜뚜 전화를 걸었다. 저쪽에서 ‘조사이국제대학’ 어쩌고저쩌고 하는 말이 들렸다. 오, 역시 일본의 피자집은 대단하군, 내가 조사이국제대학 학생인걸 어떻게 알았지? 근데 그럴리가없잖아. 수첩에 적힌 우리 집 주소를 보다가 그 밑에 적어놓은 난 조사이국제대학 전화번호에다 전화를 건 것이다. 당황해서 사과도 안하고 그냥 끊어버렸다. 철이랑 명인이랑 지은이랑 폭소를 하고 난 다시 피자라 번호를 확인 한 다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엔 맞게 걸었다.
“홋카이도 숙성 믹스 부탁합니다”
우리 나라라면 이걸로 끝났을걸 주문도 참 복잡했다. 뭐 피자의 사이즈를 물어본건 당연한거고, 생지의 두께, 내 이름, 전화번호까지 확인을 한 다음에야 집 주소를 물어봤다. 광고 중인 피자라 서비스가 있었나본데 콜라랑 너겟중에 고르래서 주문전화를 하는건 나니까 내멋대로 콜라를 선택했다. 이걸로 아무 문제없이 매끄럽게 주문전화 완료. 30분 정도면 도착한다고 한다. 얼마 후 초인종이 울렸고 문을 여니 유니폼을 입은 아주머니가 피자를 들고 서있었다. 1인당 천엔 씩 걷어서 지불했다. 맛있었다. 1인당 3조각씩 먹으니 딱 떨어졌다. 피자 세 조각에 천엔이 날아간 셈이다.
명인이랑 지은이가 돌아가고 난 아스카, 토모미랑 계속 대화를 하면서 야구를 봤다. 코즈에도 아르바이트가 끝나서 나랑 문자를 주고 받기 시작했다. 코즈에는 오늘 자기가 아르바이트를 할 때 입은 옷을 사진으로 보내줬는데 역시 예뻤다. 코즈에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그냥 일반 문자였는데 오늘 꽤나 주고받아서 돈 좀 들었을 것이다. 코즈에가 문자에 하트를 넣으며 보내줘서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한화이글스는 오늘도 졌다. 도대체 난 이 병신팀을 뭐가 좋다고 계속 일본에까지 와가지고 시간을 버려가며 보고 있는것일까. 자식같은 마음일까.
아스카랑 토모미랑의 대화는 12시 넘어서도 계속 되었다.
오늘의 지출 – 피자 1000엔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