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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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주안작가
작품등록일 :
2020.11.16 20:49
최근연재일 :
2021.04.1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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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28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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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검권천하] 제18화 -비적단의 소굴(5)

DUMMY

한 번씩 다녀왔습니다.

[1부 검권천하] 제18화


소환수 역시 하나의 캐릭터였기에 체력이 존재했다. 작은 새 형상의 금시조는 체력이 높지 않았다. 대신, 높은 민첩성으로 회피 능력이 상당히 뛰어났다.


개발 당시, 한영은 금시조의 체력을 낮게 설정해두었다. 일종의 밸런스 조절이었다.


비적단 정예 주술사가 쏜 음파 공격을 금시조가 대신 맞아주려고 하자 한영이 다급하게 외쳤다.


“금시조! 피해!”


금시조는 고개를 돌려 한영을 깔보듯이 쳐다봤다. ‘이 몸을 얕보는 것이더냐!’ 딱 이런 눈빛이었다.


금시조는 한영의 손바닥만 한 두 날개를 활짝 펴서 펄럭였다. 일순간 한영의 몸을 휘청거리게 할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정예 주술사의 음파 공격은 일렁이는 바람에 궤도를 바꿔 다시 정예 주술사에게로 날아갔다.


‘콰과광!’


그리고 이어지는 알림 메시지!


-소환수의 속성 공격 ‘바람(風)’이 추가되었습니다.


“뭐, 뭐라고?”


시스템적으로 설정된 금시조의 속성 공격은 ‘불(火)’ 뿐이었다. 그러나 자의식을 갖게 된 금시조는 스스로 날개를 펄럭여서 바람 속성 공격을 펼쳤다.


이에 검권천하의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금시조의 속성 공격을 인정한 것이었다.


“어떻게, 어떻게······.”


자신도 예측할 수 없었던 변화에 멍한 표정만 짓고 있는 한영, 금시조는 다시 한 번 한영을 비웃더니 정예 주술사를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이때부터 전투의 흐름은 180도 달라졌다. 한영은 그저 입만 쩍 벌린 채 금시조의 활약을 지켜봤다. 금시조는 화염구를 날렸고, 바람을 일으켜서 화속성 공격을 더욱 위력적으로 만들었다. 정예 주술사가 음파 공격을 가하면 이 역시도 되돌려 보냈다.


그러나 금시조의 공격은 오래가지 못했다. 소환수의 공력 개방 유지 시간은 소환자의 레벨에 비례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지만 아직 한영의 레벨은 13에 불과했다.


믿기지 않는 광경에 잠시 넋을 놓았던 한영은 정신을 차리며 운기조식을 운용했다. 금시조가 전적으로 활약한 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한영은 피로도와 체력을 조금이라도 회복할 수 있었다.


다시 시작된 한영의 공격! 주먹과 팔꿈치와 무릎에 쥐어터지자 정예 주술사의 얼굴이 새빨갛게 부어오르고 있었다.


비적단 정예 주술사 ( 6119/ 41350)


체력이 15% 미만으로 내려가자 정예 주술사의 공격 패턴이 또 한 번 바뀌었다.


[분노가 빗발치리라!]


정예 주술사는 칼날 모양의 음파를 날렸다. 유도 공격보다 피하기는 쉬웠으나, 위력은 훨씬 대단했다.


벽에 닿자 음파 칼날은 벽이 움푹 파였다. 공격 딜레이(다음 공격까지의 대기 시간)도 상당히 짧아졌다.


몬스터 입장에서는 분노의 표출이겠지만,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최후의 발악이었다. 막타를 날릴 시간이 다가왔다는 의미였다.


야금야금 정예 주술사의 체력을 깎아가던 한영은 마지막 일격을 준비했다. 아주 시원시원하게!


‘퍼버버퍽, 딱, 뚜악!’


연속 공격의 마지막은 안면부를 강타하는 묵직한 니(Knee)킥이었다.


-경험치 214,562를 획득하였습니다.


그리고 하나 더!


-금시조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두 번째 중간보스를 잡음으로써 남은 건 다수의 비적단원들이 모여 있는 광장과 최종 보스인 단적비연수 뿐이었다.


*


잔몹들을 처리하는 건 이제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종종 한 무리에 회복술사와 주술사가 여럿 섞여있기도 했지만, 공력 개방 상태인 금시조 앞에서는 마른 낙엽처럼 활활 타올랐다.


30여 명의 무리가 30여 부대! 이전 광장에서는 최대 3개의 부대까지 몰이해서 잡았다면 지금의 광장에서는 다섯 부대까지 몰이사냥이 가능했다. 금시조의 위력은 이만큼이나 막강했다.


최종 보스의 방 앞에 선 한영은 가부좌를 틀어 운기조식을 운용했다. 피로도와 체력을 회복하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단적비연수와의 전투를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 해봐야 했다.


비적단의 소굴은 레벨이 낮을 때 오는 사냥터였다. 그러나 아무리 저렙 전용 사냥터라지만 보스 몬스터는 부담이 되는 존재였다.


현재 한영은 솔플을 하고 있다. 즉, 피해를 입어도 치료해줄 파티원이 없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걱정이 됐다. 단적비연수의 은신 공격은 피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공격력도 상당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일까, 몇 번을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봐도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하······, 이걸 어쩐다······.”


한영의 고민이 짙어졌다. 막무가내로 밀어붙여? 아니면 레벨을 더 올리고 다시 와?


여타의 MMORPG와 마찬가지로 검권천하 역시 캐릭터가 죽으면 패널티를 입게 된다. 경험치를 잃는 건 당연했고, 때에 따라서는 상당히 긴 상태 이상 효과가 뒤따랐다. 특히, 후유증 상태는 체력과 이동속도를 일정 시간동안 반이나 줄이기에 최악의 패널티였다.


그런데도 한영은 밀어붙이는 쪽을 선택했다. 도박이었지만 믿는 수가 있지 않은가! 내게는 금시조가 있다고!


한영은 비적단연수의 처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영이 들어오자마자 시스템적으로 입력된 비적단연수의 대사가 흘러나왔다.


[감히 겁도 없이 본좌의 처소에 침입하다니! 너의 건방짐이 명을 단축시키는구나!]


첫 공격은 암기였다.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일(一)자와 십(十)자 모양의 암기를 피하자 이번에는 단적비연수가 직접 달려와서 양손의 단검으로 한영을 공격했다.


근접 공격이 오히려 나았다. 목을 노리는 단검을 회피한 한영은 단적비연수의 안면부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그러나 멈칫!


비적단의 수장인 단적비연수는 여자였다. 그것도 예쁘게 생긴! 한영의 주먹이 멈칫한 이유이기도 했다.


아무리 게임 속 몬스터라지만 실제 사람의 예쁜 얼굴을 하고 있었기에 주먹이 마음처럼 휘둘러지지 않았다.


주춤하는 사이, 단적비연수의 단검이 다시금 한영의 목을 향했다. 이번에도 피한 한영은 자신의 어리석음을 누군가의 잘못으로 돌렸다.


“진용이 자식! 몬스터 얼굴을 예쁘게 만들면 어쩌자는 거야!”


윤진용이 디자인하긴 했지만, “오! 예쁘다!” 라며 승인을 한 건 한영이었다.


한영은 그래봤자 몬스터!라고 혼잣말하며 바보짓을 반복하지 않았다.


*


전투가 시작된 지 얼마나 지났을까, 단적비연수는 한영이 가장 걱정하던 공격을 가했다.


[본좌의 암기를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단적비연수의 처소가 삽시간에 어두워졌다. 그 순간, 금시조가 공력을 개방하며 화염구를 날렸고 덕분에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암기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가까스로 피한 한영, 벽에 박힌 표창에서 검은 물이 뚝뚝 떨어졌다. ‘정신 착란’ 상태 이상을 일으키는 독이었다.


정신 착란에 빠지면 캐릭터는 5초간 행동이 정지되었기에, 상태 이상을 제거해줄 수 있는 파티원이 없는 경우라면 상당히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게 바로 한영이 걱정하던 바였다.


금시조의 도움으로 걱정이 해소되자 한영은 분풀이라도 하듯이 단적비연수를 두드렸다.


단적비연수 ( 98253/ 114217)


짜릿한 손맛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다시금 걱정이 올라왔다. 조금 전의 은신 공격은 금시조가 도와줬기에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만약 금시조의 공력 개방 쿨타임에 단적비연수가 다시 은신 공격을 한다면? 요행을 바라기에는 위험이 너무 컸다.


그렇다고 다른 선택지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한영은 고개를 뒤로 돌려 입구를 쳐다봤다. 역시나! 굳게 닫혀 있었다.


보스방에 진입하면 보스를 죽이거나, 또는 플레이어가 죽기 전에는 나갈 수 없었다. 결국 최대한 빠르게 단적비연수를 제압하는 방법뿐이었다.


단적비연수는 암기를 던지는 원거리 공격과 두 개의 단검을 휘두르는 근거리 공격이 모두 가능했다. 무엇보다 공격이 단조롭지 않았다. 보스 몬스터였기에 여러 변칙이 시스템적으로 허용된 결과였다.


다행스럽게도 한영의 걱정처럼 은신 공격을 반복해서 사용하지는 않았다.


팔꿈치와 무릎 공격에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한영이 툴툴거리듯이 혼잣말을 했다.


“때려도 때려도 피가 거의 안 닳잖아!”


11만이 넘는 체력, 거기에 한영이 입히는 데미지는 고작 100을 살짝 넘겼다. 치명타를 입히더라도 150에 지나지 않았다.


반면, 450을 넘지 않는 한영의 체력, 단적비연수의 단검에 스치기라도 한다면 체력이 쭉쭉 닳을 것이다!


아직까지 단 한 번의 공격도 허용하지 않았다지만, 긴장의 끈을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하면 모든 게 끝이리라!


그 순간, 단검이 한영의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빠르게 머리를 숙였지만 머리카락이 잘려나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샤락.’


PLAYER38769155 ( 443/ 448)


“뭐야! 피가 왜 닳아!”


머리카락만 살짝 닿았을 뿐이었지만, 시스템은 단적비연수의 공격을 ‘허용’으로 인식했다. 그나마 ‘스침’으로 인식되었기에 70이 아닌, 5의 체력만 감소되었다. 그러나 이마저도 한영에게는 좋지 않았다.


“시스템 이거 뜯어 고치던가 해야지!”


한영은 몰려오는 짜증마저도 두 주먹에 실었다. 지체하면 더 위험해진다!


한영이 주춤하는 와중에도 금시조는 자신의 몫을 다 하고 있었다. 그게 자신을 지키는 길이기도 했다.


소환수는 소환자가 죽으면 패널티를 받는다. 그러나 한영이 죽는 건 일반 플레이어가 죽는 것과 다른 얘기였다.


한영은 정상적으로 로그인을 한 플레이어가 아니었기에 부활이 되지 않는다! 반신의 경지인 금시조는 이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한영이 죽으면 자신 역시 소멸된다는 것도!


금시조는 한영이 단적비연수를 상대하지 않기를 바랐다. 그러나 눈앞의 어리석은 인간은 자신의 처지를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말을 할 수도 없었기에 답답함은 더욱 컸다.


한영이 단적비연수의 처소에 발을 들이민 순간, 이미 엎질러진 물이 되고 말았다. 내가 죽더라도 소환자를 살려야 한다! 소환수는 죽더라도 다시 부활이 될 것이기에!


그러나 단적비연수는 금시조의 사정을 봐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였다. 단적비연수의 처소가 급격히 어두워졌다. 특수 공격인 ‘은신’의 신호탄이었다.


아직 금시조의 공력 개방 쿨타임은 끝나지 않았다. 한영은 어쩔 수 없이 감에 의해 피해야만 했다. 하지만 감이란 건 믿을 게 되지 않았다.


몸을 숨긴 단적비연수가 독이 묻은 암기를 던졌다. 사방이 어두웠지만 불의 화신인 금시조의 눈에는 암기가 보였다. 그러나 한영은 보지 못했다.


금시조는 선택을 해야 했다. 단 하나뿐인 선택이었지만!


-소환수가 사망하였습니다.


“금시조!”


한영은 몸을 던져 자신 대신 공격을 당한 금시조를 튀어나올 정도로 커진 눈으로 쳐다봤다.


안타깝게도 금시조의 희생은 빛을 바라지 못했다. 다시 한 번 단적비연수의 처소가 어둠에 휩싸였다.


한영은 날아오는 암기를 피하지 못했다.


-‘정신 착란’ 상태 이상에 빠졌습니다. 일정 시간동안 행동이 제한됩니다.


한영은 꼼짝없이 선 채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단적비연수를 보아야만 했다. 살면서 지금처럼 공포를 느낀 적이 있었던가!


“침입자를 제거하라.”


단적비연수의 단검이 한영의 목을 갈랐다.


--------


이름: PLAYER38769155

레벨: 13

생명: 448/448(+50)

공력: 103(+15)

소속: 파천문 제13천인대 제6조원

칭호: 회색 평야의 포식자

--------

근력 31 (+5) 체력 24 (+5)

민첩 32 (+5) 재능 29 (+7)

운 37 (+5)

분배 가능한 능력치 - 0

--------

금시조 레벨 13

활성화 능력:

운기조식 숙련치 보조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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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부 검권천하] 제22화 -의로운 섬(2) +1 20.12.02 967 2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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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부 검권천하] 제17화 -비적단의 소굴(4) +2 20.11.27 1,081 2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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