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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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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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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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1.20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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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모금

DUMMY

1소대 소속의 보병, 프레드리히와 파울은, 적이 잠깐만 공격하고 후퇴할 것 이라는 희망을 버려야 했다. 놈들은 작정하고 자신들의 화력을 쏟아 붓고 있었고, 2소대 쪽에서는 계속해서 수류탄 터지는 소리, 비명소리가 들렸다. 파울은 소총을 겨냥한 채로, 어둠 속에서 적들이 오는지를 살펴보았다. 그 때, 시꺼먼 형체가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저 쪽으로 온다!!”


타앙!


하지만 총알은 적이 아니라 옆에 있던 나무에 맞으며 번쩍거렸다. 시커먼 형체는 엎드린 것 인지, 도망간 것 인지, 갑자기 사라졌다. 프레드리히는 아군 전차들이 2소대랑 3소대 쪽으로 가는 것을 보았다.


“여기! 여기도 지켜줘!!이 쪽으로도 놈들이 오고 있어!”


끼기기긱 끼기긱


하지만 야속하게도 전차들은 1소대가 있는 곳은 그냥 지나쳐 갔고, 프레드리히가 울부짖었다.


“시발놈들아!!!”


캠머리히 상병이 외쳤다.


“집중해!”


파울은 사방이 껌껌한 어둠 속에서 적군이 나타나는지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2소대 쪽이 너무 시끄러웠기에, 놈들이 철조망을 자르며 기어와도 소리가 들릴 것 같지도 않았다. 파울이 결국 수류탄을 꺼내 들었다.


“시발 새끼들..오기만 해봐라..”


그 때, 한스의 전차부대는 2소대 쪽에서 영국군이 밀려들어온 길을 향해 전진하고 있었다. 한스는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었다. 계속해서 밀려들어오던 영국군은, 한스의 전차를 보자 경악해서 달아났다. 한스가 외쳤다.


“기관총으로 긁어!!”


‘젠장! 이럴 때 휘핏이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벤이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득 드드득


‘젠장! 놈들이 달려와서 수류탄이라도 던지면!’


한스는 영국군의 수류탄 공격으로 인하여 전차가 망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때로 몰려오는 영국군과는 약간의 거리를 둔 상태로 정지하고 기관총으로 긁어대라 명령했다. 애초에 지금 상황에 제대로 운전하는 것도 무리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그너 상병의 전차 푸마는 계속해서 앞으로 진격하였다.


‘푸마가?’


타앙! 탕!


영국 병사들이 소총을 쏘다가, 바그너 상병의 푸마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수류탄을 끄집어냈다. 한스가 비명을 질렀다.


“안돼!!”


그 때, 바그너 상병의 푸마가 영국 병사들을 깔아뭉개버렸다. 한스가 환호했다.


“푸마! 좋았어!”


푸마를 지휘하는 바그너 상병이 외쳤다.


“여기서 놈들의 퇴로를 막는다!”


‘여기서 잘만하면 1급 철십자 훈장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도망가는 놈! 진입하는 놈! 모두 기관총으로 긁어버려!!”


바그너 상병의 명령에, 3호 노획 마크 전차, 푸마의 기관총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기관총에서 불꽃이 번쩍일 때마다 어둠 속에서 달아나던 병사들의 모습이 잠깐, 잠깐씩 보였다.


드드득 드드드득


늘 한스의 지휘에만 소극적으로 따르던 바그너 상병은, 1급 철십자 훈장을 받겠다는 일념을 불태웠다. 푸마의 포수가 외쳤다.


“총알이 다 떨어졌습니다!”


“자네는 장전하고 있어!”


푸마의 포수가 기관총을 장전하는 동안, 바그너 상병은 57mm 포를 자신이 직접 장전해서, 영국군들이 진입해오는 방향으로 발사했다.


퍼엉!


슈욱


쿠과광!!콰광!!


한 독일 병사가 하늘 위로 조명탄을 발사했다. 조명탄이 타오르면서 어두컴컴하던 숲이 순간적으로 밝아졌고, 모든 병사들은 영국군과 독일군의 참혹한 백병전이 벌어지는 광경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다.


2소대 보병, 하인리히는 단검으로 자기 앞에 쓰러져 있는 병사를 해치우기 위해, 똥싸던 힘까지 다해서 손에 힘을 주고 있었다. 쓰러져 있는 병사는 있는 고함을 지르며 하인리히의 팔을 밀어냈다.


“아아아악!!!”


그 때, 하늘에 번쩍, 조명탄이 터지자, 하인리히는 자신 앞에 쓰러진 병사가 영국 병사가 맞다는 것을 알아챘다.


‘다행이다! 영국군이야!’


하인리히는 비명을 지르며 마지막 힘을 다했다.


“으아아앗!!!”


이 때, 요하임은 전투가 안 벌어지는 곳으로 튈 생각을 하고, 아무도 안 싸우는 곳으로 몰래 달려갔다. 그러다가, 발을 헛디디면서 쑥 미끄러졌다.


“아아앗!!”


운 좋게도, 요하임은 엄폐가 될만한 커다란 바위 뒤에 미끄러졌다.


‘아아···시발···’


발목과 무릎이 엄청나게 아팠지만, 요하임은 서둘러 다시 일어나려고 했다. 그런데 근처에서 빌어먹을 새끼들이 육박전을 벌이고 있었다.


타앙! 탕!


‘저 새끼들 싸움 끝나면 가자..’


요하임은 혹시나 들킬 까봐,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엎드려서 죽은 척 하고 있었다. 동료인지 적군인지 모를 병사들이 다리를 짓밟았지만, 그 누구도 요하임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쿠과광!콰광!


‘빌어먹을! 제발 수류탄만 이 쪽으로 오지마라..제발..’


타앙! 탕!


근처에서 들리는 총소리에 요하임은 자신도 모르게 바지에 오줌을 지렸다. 근처에서 아군의 기관단총 소리가 들렸다.


채캉!채캉!채캉!


계속되는 소음에 요하임은 오른쪽 고막이 찢어질 것 같았다. 독일 병사고 영국 병사고, 피아 식별을 하고 총을 쏘는 상황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움직이는 것만 느껴지면 바로 총알을 갈겨대고 반사적으로 총검을 휘둘렀다. 종아리 쪽이 쑤시고 뜨거운 것이 흘러내리는 것이 느껴졌다. 흙바닥에 코를 쳐 박고 있어도 화약 냄새와 피 냄새가 사방에서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때, 영국 장교 스미스 대위는 소총으로 여러 독일 병사들을 사살하고 있었다. 그는 총검술에 대단히 능했다. 스미스 대위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한 독일 병사의 가슴팍에 총검을 박았다.


“아아악!!”


스미스 대위는 곧바로 자신이 실수했음을 알았다. 가슴팍에 총검을 찔러 넣으면 다시 빼내기가 힘들었다. 이 때, 뒤에서 누군가가 스미스 대위의 머리를 곤봉으로 후려쳤다. 스미스 대위는 재빨리 권총을 꺼내어 쏘았다.


타앙! 탕!


‘밀리고 있어..후퇴해야 한다!;


그러나 스미스 대위의 눈 앞에는 한스의 전차 부대가 퇴로를 막고 있는 것이 보였다. 완전히 포위당한 것 이었다. 눈 앞에는 혼비백산한 영국 이등병이 독일 병사의 총검에 찔리고 있었다.


“으아악!!”


스미스 대위는 재빨리 그 독일 병사에게 권총을 쏘았다.


타앙! 탕!


하지만 그 영국 이등병은 이미 심한 부상을 입은 상태였고, 내일 새롭게 뜨는 해를 볼 수 없을 것 같았다. 스미스 대위가 외쳤다.


“남쪽으로 후퇴한다! 남쪽으로 후퇴해!”


하지만 스미스 대위의 말은 그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았다. 뒤에서 한 독일 병사가 스미스 대위의 등에 소총을 쏘았다.


타앙!


스미스 대위는 뒤 돌아서 자신을 쏜 독일 병사를 향해 권총을 쏘았다.


탕!


스미스 대위는 자신의 가슴팍을 내려다보았다. 누군가 조명탄을 쏘아 올려서 지금 이 상황은 대낮처럼 훤히 드러나 있었다. 오랜 시간 동안 평화롭게 나무와 풀이 자라고, 작은 새가 집을 짓던 숲 속은 눈 뜨고 볼 수 없는 지옥이 되어 있었다. 그 때, 한 독일 병사가 스미스 대위를 바라보았다.


“영국 장교다! 잡아!!”


스미스 대위의 총에는 단 한 발의 총알이 남아 있었다. 스미스 대위가 권총으로 독일 병사를 겨누자, 그 독일 병사는 입을 크게 벌리고 주춤하였다. 그러나 스미스 대위는 독일 병사에게 권총을 쏘는 대신, 자신의 턱 밑을 겨냥하고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새벽 5시 20분, 그 날 전투는 독일군의 승리로 끝났다. 오줌도 전차 안에서 싸던 전차병들이 해치를 열고 뛰쳐나왔다.


“살았다!!”


“드디어 끝났어!”


전차병들은 상쾌한 공기를 기대하며 뛰쳐나왔지만, 지금 숲 속에서 나는 냄새는 화약 냄새뿐이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땅 곳곳에는 핏자국, 탄피가 떨어져 있었다. 부상자들이 영어와 독일어로 비명을 지르고 애원하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렸다. 죽어가는 병사들의 반응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지금 보는 하늘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병사도 있는가 하면, 울부짖고, 원망하고, 질질 짜는 병사들도 있었고, 물 한 모금만 달라며 구걸하는 병사들도 있었다. 위생병들은 오줌 쌀 시간도 없이 부상자들을 치료했다. 누군가 외쳤다.


“여기 모르핀 좀 놔줘!”


하지만 지금 독일 병사들이 쓸 모르핀도 부족한 상황이었다. 많은 병사들은 마취도 하지 못한 채로, 서서히 죽어갔다. 6호 전차의 전차장 마르코는, 늘 중압감에 전차병으로 지원한 것을 후회하곤 했었다. 하지만 백병전 이후에 시체와 부상병들이 널려있는 광경을 보고 마르코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난 앞으로도 전차병만 할래.”


에밋이 말했다.


“저렇게 죽는 것 보단 산 채로 전차에서 불타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한 영국 소년병이 외쳤다.


“엄마!!엄마!!!살려주세요!!”


부상당해서 누워있는 영국 상병이 그 소년병을 보고 외쳤다.


“여기 니네 엄마 없어! 멍청한 새끼야!”


영국 상병은 그렇게 외치고는 끅끅대며 웃기 시작했다. 한스는 이 광경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저 꼬맹이는 왜 엄마를 부르는 거지?’


한스는 입에 담배를 물고 불을 붙였다. 그 때, 옆에서 죽어가는 영국 상병이 한스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거기!”


한스는 깜짝 놀라서 영국 병사를 바라보았다.


“그래! 자네! 담배 한 모금만 마시게 해주게.”


한스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영국 병사의 입에 담배를 물려주었다. 그는 아주 깊게 담배 연기를 들이마셨다.


“마지막 담배 연기라···좋군..”


죽은 척 땅에 얼굴을 쳐 박고 살아남은 요하임은, 자신의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아챘다. 요하임이 의무병한테 가서 말했다.


“오른쪽 귀가 들리지 않습니다!”


의무병이 자신의 동료에게 말했다.


“이 친구 오른쪽 귀가 멀었나 보군.”


그 말에 요하임은 무척 당황했다.


“귀···귀가 먹었다고요? 다시 청력이 돌아올 수는 없나요?”


그 때, 지나가던 베르너 대위가 말했다.


“무슨 일인가?”


의무병이 베르너 대위에게 말했다.


“오른쪽 고막이 나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이 병사는 더 이상 전투를 하기 무리일 것 같습니다!”


요하임이 덜덜 떨며 말했다.


“그..그럴 리가 없습니다! 다시 청력이 돌아올 수는 없습니까?”


베르너 대위가 요하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잠깐 안 들리다가 다시 들을 수 있을 거라네! 팔다리 다 달렸는데 전투를 못 할 이유가 뭐가 있나? 괜찮을 걸세!”


베르너 대위가 떠나자, 의무병은 한숨을 푹 내쉬고는 계속해서 부상병들을 치료했다.

1.jpg


작가의말

삽화는 2차대전 당시 동복을 입은 독일군입니다. 1부가 끝나면 2부에서는 2차대전을 다뤄보고 싶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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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무더기 +15 21.02.10 1,355 44 11쪽
158 엇갈리기 +11 21.02.09 1,382 50 11쪽
157 신호기 +11 21.02.08 1,373 39 11쪽
156 생매장 +9 21.02.07 1,395 37 11쪽
155 다이브 +19 21.02.06 1,414 34 11쪽
154 영국 군의 공격 +11 21.02.05 1,478 47 12쪽
153 오스카 바르크만 이등병 +7 21.02.04 1,470 46 11쪽
152 독일의 영웅 +11 21.02.04 1,592 46 12쪽
151 진정한 병사 +7 21.02.03 1,442 42 11쪽
150 하늘을 보다 +13 21.02.02 1,463 56 11쪽
149 새 전차 +15 21.02.01 1,563 46 11쪽
148 뺏고 뺏기기 +18 21.01.31 1,503 50 11쪽
147 트렌치 나이프 +15 21.01.30 1,559 50 11쪽
146 하늘의 사신 +15 21.01.29 1,507 49 11쪽
145 살의 +15 21.01.28 1,555 50 11쪽
144 에이스 +17 21.01.27 1,595 47 11쪽
143 마지막 전쟁 +16 21.01.26 1,645 51 11쪽
142 호기심 +16 21.01.25 1,550 49 11쪽
141 고장 난 르노 전차 +19 21.01.25 1,638 52 11쪽
140 전서구 +12 21.01.24 1,621 51 11쪽
139 강제 휴가 +21 21.01.23 1,689 5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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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도망자와 도망자 +13 21.01.21 1,551 49 11쪽
» 한 모금 +6 21.01.20 1,558 5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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