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륙양용전차
보급병들은 새로 얻게 된 자신들의 보급용 전차 마울티어와 카멜을 애지중지했다.
“이 아름다운 마름모꼴 궤도를 보라고!”
그 때 한 고참병이 신병들에게 이야기했다.
“야! 너네! 연극 좀 해봐!”
“넵! 어떤 것을 할까요?”
“그 영국 놈들 수륙양용전차인가 그거 있잖아!”
신병 세 명은 야전삽으로 열심히 땅을 파는 시늉을 했다.
“야 올리버! 너는 왜 맨날 파는 시늉만 하냐!”
“누가 파는 시늉만 했다는 거야! 난 열심히 파고 있다고 잭!”
그 때, 영국의 스미스 대위 역할의 신병이 나타났다. 영국 신병 잭과 올리버, 해리 역할의 신병들은 차렷 자세를 취했다. 스미스 대위가 말했다.
“아~~주 성실하군! 중대장은 자네들이 자랑스럽다! 자네들에게 특별 포상을 내리겠네!”
스미스 대위의 말에 잭과 올리버, 해리는 포상을 상상하며 실실 웃기 시작했다. 스미스 대위 옆에 있던 기술자 역할의 신병이 보급용 마크 전차 마울티어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대위님! 이것이 바로 우리가 개발해 낸 수륙 양용 전차입니다!”
잭, 올리버, 해리가 마울티어를 보고 쑥덕거리기 시작했다.
“수륙 양용 전차? 저게 뭐야?”
기술자가 말했다.
“수륙 양용 전차라는 것은, 물 위를 건널 수 있는 전차를 의미합니다! 이걸 이용하면 크라우트 놈들을 다 때려부술 수 있을 겁니다! 이제 전쟁은 완전히 끝입니다!”
올리버가 말했다.
“저게 물 위에 뜬다고?”
잭, 올리버, 해리 모두 못 미덥다는 표정으로 마울티어를 바라 보자 기술자가 말했다.
“영국의 과학 기술은 전 세계 최고입니다! 최초의 전차도 우리 영국이 만들지 않았습니까?”
스미스 대위가 잭, 올리버, 해리를 보며 말했다.
“내가 특별히 자네들 중 한 명을 저 수륙 양용 전차에 첫 번째로 탑승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겠네! 누가 타 보겠나?”
잭이 비장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중대장님!”
스미스 대위가 대답했다.
“그럼 자네가 타보겠나?”
“변소 보수를 열심히 한 올리버를 추천합니다!”
그러자 올리버가 비장한 표정으로 손을 들었다.
스미스 대위가 올리버를 보며 말했다.
“자네가 해보겠나?”
“중대장님! 저는 정말 수륙 양용 전차를 타보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자네에게 기회를 주지!”
“하지만! 대피호에서 똥 양동이 버리는 일을 맡은 해리가 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해리가 당황해서 눈치를 보았다.
“저..저는..”
스미스 대위가 말했다.
“이렇게나 전우들을 생각하다니! 중대장은 감동 받았다! 세 명 모두에게 기회를 주겠네!”
그렇게 잭, 올리버, 해리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울티어 안에 들어갔다. 기술자 역할의 신병이 커다란 널빤지로 마울티어 옆에 있는 구멍을 가리며 말했다.
“자! 그러면 강으로 갑니다!”
마울티어 안에서 잭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이 조금씩 들어옵니다!”
기술자가 외쳤다.
“물이 조금씩 들어가도 강을 건널 때 별 문제는 없습니다!”
스미스 대위가 말했다.
“잘 가고 있나?”
기술자가 자랑스럽게 외쳤다.
“잘 가고 있습니다! 이제 이 신무기로 전쟁은 완전히 끝입니다! 전부 다 끝입니다!이 몇 년 간의 지긋지긋한 전쟁이 다 끝날 수 있습니다!”
그 때 마울티어 안에서 올리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물이 허리까지 잠겼는데 원래 이런 겁니까?”
잭과 해리의 목소리도 들렸다.
“아악!!이젠 목까지 잠겼습니다!”
“살려줘!!”
“꼬르륵···”
스미스 대위가 이 광경을 보고 말했다.
“정말 다 끝났군.”
이 연극을 보고 주변에서 구경하던 병사들이 모두 웃기 시작했다.
“와하하하!! 병신 새끼들!!”
“야! 다른 것도 해봐!”
이번에도 신병들은 영국군 스미스 대위, 기술자, 신병 잭, 올리버, 해리 역할을 제각기 맡았고, 영국 보병 애덤스 역할의 신병이 추가되었다.. 기술자가 신병들과 스미스 대위에게 마울티어를 보여주며 말했다.
“이것이 우리의 비장의 무기! 마크 I 전차입니다! 보슈 자식들의 기관총도 이 전차의 장갑을 뚫을 수 없습니다!”
스미스 대위가 말했다.
“아주 좋아! 잭, 올리버, 해리 자네들의 임무는 보병들과 함께 이 전차를 몰고, 저 숲에 숨어 있는 독일 군들을 소탕하는 것이네!”
잭, 올리버, 해리가 마울티어에 들어가서 애덤스에게 말했다.
“우리는 총 안 맞는다! 부럽지?”
애덤스는 질투의 눈으로 마울티어를 쳐다 보았다. 그렇게 잭, 올리버, 해리는 입으로 전차가 움직이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가는 척 하기 시작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야 근데 왜 다른 애들은 안 보여?”
“지금 몇 시간 지났냐?”
“어? 저기 대위님 있다!”
“대위님! 독일 놈들은 어디 있습니까!”
“전투 끝났어! 새꺄!”
연극을 보고 독일 병사들이 폭소를 터트렸다.
“와하하하! 존나 웃기다!!”
하지만 한스와 전차병들은 이 연극을 보고 속으로 화가 났다.
‘망할 자식들..맨날 우리 덕분에 이기면서..’
하지만 A7V를 타는 제프 디트리히는 이 연극을 보고 웃고 있었다.
“와하하!! 마크 전차가 느려 터진 것은 사실이지!!”
다른 A7V의 전차병도 같이 웃다가 한스와 다른 전차병이 슬쩍 자신들을 쳐다보는 것을 보고 웃음을 멈추고 제프 디트리히를 쿡쿡 찔렀다. 하지만 제프 디트리히는 이걸 눈치도 못 채고 계속 웃었다.
“우하하하!!기병이 1분 만에 갈 거리를 마크 전차로는 30분은 가야 하지!”
제프 디트리히는 옆에 있던 요나스에게 자신이 먹던 술병을 내밀었다.
“우하하!!하도 웃어서 배가 아프군! 자네도 마실 텐가?”
한스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제프 디트리히한테 주먹을 날리고 싶었다.
‘망할 새끼! 감히 우리 전차를 무시해? 나를 비웃는 것은 참을 수 있지만 티거를 비웃는 것은 참을 수 없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제프 디트리히는 왠지 모를 위압감이 있었기에 한스는 속에서 울분을 삭혔다. 그 때, 뒤에서 구호 소리가 들렸다.
“앞으로~ 가!”
“왼발! 왼발! 왼발! 왼발!”
병사들이 모두 고개를 돌려서 소리가 나는 곳을 바라보았다. 군기가 잔뜩 들어 있는 신병들이 부사관의 구호에 맞춰서 걸어오고 있었다.
“따끈따끈한 신병들이군!”
그 때, 베르너 대위가 와서 신병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주 훈련이 잘 되어 있군!”
호프만 중위가 말했다.
“당장 전투에 투입시켜도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로 그 신병들을 바로 전투에 투입시켰다가는 90프로가 죽을 것이 분명했지만 베르너 대위도 호프만 중위도, 신병들을 이끄는 부사관도 그 사실은 개의치 않았다. 부사관은 장교들한테 칭찬을 들은 것이 좋아서 더 우렁차게 구호를 외쳤다.
“소대 정지!”
신병들이 모두 걸음을 멈췄다. 아까 연극을 구경하던 병사들은 이제 이 신병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신병들은 잔뜩 군기가 들어 있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런 모습 때문에 고참들로 하여금 신병들을 더 좆밥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한스도 동료들과 함께 그 신병들을 구경하며 낄낄댔다. 한 보병이 말했다.
“전쟁 영웅들 납셨군!”
“훈련소에선 왜 필요한 것은 하나도 안 가르치고 보낼까?”
베르너 대위와 호프만 중위와 많은 병사들이 바라보는 상황에서, 부사관이 외쳤다.
“앞에~ 총!”
그 때 두 번째 줄에 있던 한 신병이 허둥대면서 총을 움직이다가 자기 앞에 있는 병사의 철모를 소총 끝으로 건드렸다. 맨 앞줄에 있던 불쌍한 병사의 철모는 바닥에 나뒹굴었고, 대머리가 반짝거렸다. 구경하던 병사들이 모두 폭소를 터트렸다.
“우하하하!!”
베르너 대위와 호프만 중위의 표정이 안 좋아졌다. 부사관은 속으로는 당황했지만 계속해서 신병들에게 구호를 외쳤다.
“세워~ 총!”
부사관이 계속해서 구호를 외쳤기 때문에 철모가 벗져진 병사는 계속해서 태양빛에 반짝이는 대머리를 자랑해야 했다. 병사들은 모두 폭소를 터트렸지만 베르너 대위와 호프만 중위는 불편한 심기가 얼굴에 가득했다. 요나스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장교들은 저게 안 웃긴가?”
한스는 낄낄대며 이 광경을 구경하다가 전차를 정비하러 걸어갔다. 그런데 보병 둘이 서로 시비가 붙은 것 같았다. 한 보병이 말했다.
“내가 지난 번에 담배 여섯 개피 줬잖아! 왜 안 갚아!”
“여섯 개피는 무슨! 네 놈 나한테 세 개피 줬어! 그리고 나는 분명 갚았다고!”
“이 새끼가 거짓말 해!!”
다른 보병들은 둘이 싸움이 붙을 것 같자 흥미진진한 눈으로 붙어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한스는 멀찍이서 이 싸움을 구경하기로 했다.
‘둘 다 좆밥 같은데..난 장교도 아니고 보병도 아닌데 안 말려도 되겠지?’
담배를 빌려주었던 너석이 먼저 어설프게 다른 녀석에게 주먹을 날렸는데 제대로 펀치도 안 들어갔고 물주먹인 것이 눈에 보였다. 맞은 녀석도 열이 받아서 멱살을 잡고 주먹을 날렸다. 그렇게 둘은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했고 보병들이 외쳤다.
“좀 제대로 싸워!!”
“물주먹 새끼들아!!”
“우우우~~”
한스도 웃으며 먼 발치에서 이 광경을 구경했다.
‘진짜 병신같이 싸우네’
그 때, 호프만 중위가 저만치에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한스는 몹시 당황했지만 괜히 이제 와서 다른 곳으로 가면 더 밉보일 까봐 가만히 서 있었다. 호프만 중위가 경멸스러운 눈빛으로 병사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어차피 어떻게 된 일인지 병사들에게 물어봤자 아무 대답도 안 할 것이 분명했고 개입하는 것도 귀찮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프만 중위는 약간 나잇대가 있는 상병한테 물어 보았다.
“이게 무슨 일인가?”
상병이 대답했다.
“사소한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 호프만 중위가 한스를 불렀다.
“파이퍼 상사!!”
한스가 재빨리 달려왔다.
“네!”
“자네는 왜 가만히 보고만 있나!!”
한스는 식은 땀이 삐질삐질 났다.
‘내..내가 뭘 잘못했지?’
호프만 중위는 싸우던 병사들한테는 뭐라고 하지도 않고 한스를 노려 보았다. 한스가 우물쭈물하다가 대답했다.
“죄..죄송합니다!”
호프만 중위가 말했다.
“지켜보겠네!”
호프만 중위가 자리를 떴고 한스는 억울해서 죽을 지경이었다.
‘저 새끼는 내가 뭘 잘못했다고!’
보병들은 괜히 자신 때문에 한스한테 불똥이 튄 것 때문에 일부러 눈을 피하며 각자 자기 할 일을 하러 자리를 떴다.
- 작가의말
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에 후원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제 글을 봐주시는 독자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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