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병사
미하엘은 조만간 있을 중요한 임무를 위하여,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에게 편대 비행을 가르쳐 주기로 결심했다. 미하엘이 말했다.
“바닥에 기름 흘러내리는지 체크부터 해! 기체 체크하는 법은 다 배웠지?”
“네!”
‘그래도 아예 헛 배운 것은 아니로군.’
미하엘은 게르하르트, 노르만에게 기체 체크를 명령하고는 자신의 기체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멍청한 노르만이 자신의 기체 프로펠러 가까이 가서 살펴보았다! 미하엘이 길길이 날뛰며 소리질렀다.
“야 뒤로 물러나! 물러나라고! 목 날라가고 싶냐?”
그제서야 노르만이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뒤로 물러났다.
“하..하지만 점검하라고 하셨잖습니까?”
“멍청한 새끼야! 거리 두고 점검해야지!”
미하엘은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을 느꼈다.
‘신이시여 제발 오늘 살아돌아오게 해주세요!’
미하엘은 게르하르트, 노르만에게 편대 비행의 기본에 대해 알려주었다.
“모두 이해 되었나?”
“네! 이해되었습니다!”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이 이빨이 다 보이도록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미하엘은 갑자기 긴장되기 시작했다.
‘적군 에이스도 날 못 죽였는데 설마 이 새끼들한테 죽지는 않겠지?’
미하엘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자 게르하르트와 노르만도 덩달아 긴장해서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 미하엘이 말했다.
“그럼 게르하르트 너 이륙 연습부터 해보자.”
미하엘이 외쳤다.
“연료 ON 스위치 OFF!”
게르하르트도 확인하고 외쳤다.
“연료 ON 스위치 OFF!”
미하엘이 열심히 게르하르트 기체의 크랭크를 돌려주었다. 게르하르트가 페달을 밟자 엔진에 시동이 돌아가는 소리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우우우웅 우우웅
게르하르트는 심장이 쿵쾅거리며 무척 설레는 마음으로 자신의 기체를 바라 보았다. 사실 훈련 때도 기체를 실제로 타 본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던 것 이다. 고기절단기 프로펠러가 엄청나게 빨리 돌아가기 시작하며 거센 바람이 얼굴을 때렸다. 이제 비행기는 활주로를 떠나서 이륙할 준비가 거의 다 완료된 것 이다.
미하엘이 게르하르트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게르하르트는 브레이크를 밟고 레버를 당기고 스위치를 돌렸다. 그렇게 비행기가 앞으로 점점 전진하는데, 게르하르트는 실수로 방향을 우측으로 틀었다. 우측으로 30m 쯤 앞에는 다른 기체가 있었고 충돌해서 대형 사고가 나기 일보 직전이었다!!
“안돼!!!”
게르하르트는 잽싸게 브레이크를 밟았고, 기체는 위로 넘어져서 180도 회전하고는 아래로 뒤집혔다. 미하엘이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다.
“아아악!!!”
게르하르트가 안전 벨트를 매고 있었기에, 180도 뒤집어진 기체에서 바닥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 멍청한 게르하르트는 주변을 둘러보며 안전 벨트를 풀렀다.
쿵!
게르하르트가 머리를 바닥에 박으며 기체에서 떨어졌다.
“아이쿠!아아!!”
다행히 주변에서 다들 도와주어서 기체를 다시 뒤집을 수 있었다. 게르하르트는 아까까지의 과정을 다시 거치자, 비행기의 프로펠러가 빠른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미하엘이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제발..’
게르하르트는 아까 같은 실수를 다시 저지르지는 않았다. 비행기는 활주로 위를 점점 빠른 속도로 활강하더니, 이윽고 하늘로 조금씩 날아올랐다. 게르하르트는 기분이 째지는 것 같았다.
“날아올랐어!”
미하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잠시 뒤, 미하엘의 장기(편대 비행할 때 제일 앞에 가는 비행기)는 양 옆에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의 요기(편대 비행할 때 뒤따라가는 비행기)를 제각기 달고 v자 형태로 하늘을 비행하였다. 게르하르트의 요기가 미하엘의 왼쪽 뒤, 노르만의 요기가 미하엘의 오른쪽 뒤에서, 미하엘보다는 약간 낮은 고도로 잘 따라오고 있었다. 미하엘은 놈들의 요기가 불안하게 비행하는 것이 무척이나 거슬렸고 긴장되어서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설마 저 녀석들 나랑 부딪치는 것은 아니겠지..’
그런데 우측에 있는 노르만이 자꾸 뒤쳐지기 시작했다. 노르만이 생각했다.
‘장기가 왜 저렇게 앞서가지?’
그 때, 앞 쪽에 있던 미하엘이 빨리 오라고 손짓했다. 미하엘이 외쳤다.
“저 병신 새끼! 안 따라오고 뭐 하는 거야?”
미하엘이 빨리 따라오라고 수신호를 보내자,그제서야 노르만이 스로틀을 올려서 장기를 제대로 쫓아왔다. 미하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벌써부터 이 지랄인데 선회는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거야 저 새끼들?’
이제는 놈들과 함께 좌측으로 선회하는 것을 연습해 볼 시간이었다. 그렇게 선회하려면 좌측 요기는 스로틀을 줄이고, 우측 요기는 스로틀을 올려야 한다. 왜냐하면 좌측으로 선회할 때는 좌측 요기는 짧은 거리를 비행해야 하고, 우측 요기는 긴 거리를 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녀석들도 잘 하겠지..’
미하엘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좌측으로 선회한다고 수신호를 보냈다.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은 미하엘의 신호를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하엘은 안심하고 좌측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좌측 요기를 타고 있는 멍청한 게르하르트가 스로틀을 줄이지 않아서 더 앞서 나갔다. 자칫하면 부딪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아아악!!저 멍청한 새끼!!!”
게르하르트가 뒤늦게 스로틀을 줄여서 다시 V자 대형으로 돌아왔다. 미하엘은 온 몸에 식은 땀이 흘렀고, 바람에 식은 땀이 모두 증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냥 이 새끼들 다 버리고 복귀하고 싶다..’
그렇지만 중요한 임무가 얼마 남지 않았고, 그 때 실수하면 정말로 죽을 수 있었기에 남은 훈련을 더 진행해야 했다. 미하엘은 V자 대형을 사선 대형으로 바꾸라고 수신호를 보냈다.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이 이빨이 모두 보이도록 웃으며 알았다고 수신호를 보냈다. 미하엘은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이 저렇게 이빨을 보이며 웃을 때마다 무서워 죽을 지경이었다.
현재 V자 대형은 미하엘이 맨 앞에서 약간 높은 고도에서 게르하르트가 좌측 뒤, 노르만이 우측 뒤에 있었고, 이것을 사선 대형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게르하르트가 살짝 속도를 늦춰서 조금 대형에서 뒤처진 다음에, 오른쪽으로 쭉 수평으로 움직여서, 노르만의 요기보다 우측 뒤로 이동하면 되었다. 그렇게 하면 대각선 형태의 사선 대형이 되는 것 이었다.
미하엘은 거울로 게르하르트의 기체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날개가 수평을 이루지 않고 있었다.
“저 시발 새끼 뭐 하는 거야!!”
다행히 게르하르트의 기체 날개는 잠시 뒤 수평을 이루었다. 미하엘은 이마에서 식은 땀을 계속 흘리며 거울을 바라 보았다.
‘좀 많이 뒤쳐진 것 같은데?’
뒤쳐진 게르하르트의 기체가 우측으로 이동하더니, 대충 사선 대형이 되었다! 게르하르트의 기체가 많이 뒤쳐지기는 했지만 조금만 앞으로 전진하면 끝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게르하르트가 갑자기 너무 많이 전진하기 시작했다.
“저 멍청한 새끼!!”
그렇게 훈련을 모두 마치고 미하엘은 게르하르트, 노르만과 함께 비행장에 복귀하였다. 미하엘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훈련 전에 미리 오줌을 싸서 다행히 오줌을 지리지는 않았지만 아직도 너무 겁이 났다.
‘이..일단 오늘은 살았다···’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은 스스로가 무척이나 자랑스러운 모양이었다. 노르만이 이빨이 다 보이도록 헤벌레 웃으며 말했다.
“이따가 한 번 더 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미하엘은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네! 자네들은 이미 훌륭한 조종사야! 다시 할 필요 없네!”
게르하르트가 말했다.
“한 번만 더 해보면 제대로 감이 잡힐 것 같습니다!”
그 때, 근처를 지나가던 한 장교가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의 말을 듣고는 말했다.
“아주 열정적이구만! 우린 자네 같은 군인이 더 필요해!”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은 칭찬을 받아서 더 활짝 웃음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장교가 미하엘을 보며 말했다.
“젊은 친구들이 열심인 것 같으니 한 번 더 훈련을 시켜주게나!”
미하엘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나인!!!!!!!!!’
이 때, 프란츠가 있는 예비 참호에는 신병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있었다.
“왼발! 오른발! 왼발! 오른발!”
군기가 잘 잡힌 신병 열 명 정도가 참호에 도착했다. 구호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걷던 신병들은 참호 냄새에 코를 찌푸렸다.
‘이..이게 도대체 무슨 냄새야?’
프란츠는 참호를 보며 기겁하는 신병들을 보며 얼마전 자신이 참호에 왔던 날이 떠올랐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지..’
신병들은 앞으로 이 곳에서 지내야 한다는 생각에 모두 아연실색한 표정이었다. 한 고참이 낄낄거리며 말했다.
“저 새끼들 교전 참호를 본다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궁금하군.”
한 고참은 신병들이 올 때마다 늘 하던 식으로 선심 쓰듯이 말했다.
“자네들 집처럼 편히 있으라고!”
그 고참은 프란츠를 보고는 말했다.
“이 녀석들 대피호로 안내 좀 해주고 와!”
프란츠는 질퍽거리는 참호를 걸어가며 신병들을 대피호로 안내해주었다. 신병들은 참호에 물이 가득 고여 있는 것을 보여 질겁을 하며 군화가 젖지 않도록 신경쓰며 걸었다. 그렇게 프란츠가 신병들을 안내해주고 돌아오니, 동부전선 출신 고참인 오스카 바르크만 하사, 필립, 로버트, 브랜틀리, 칼로스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프란츠가 만약 그들이 전투에서 어떻게 싸우는지 실제로 목격했다면 겁에 질려서 근처에도 가지 못했을 것 이다. 하지만 동부전선 출신 고참들은 격의 없이 신병들하고도 어울렸기에 프란츠에게 그들은 사람 좋은 동네 아저씨처럼 편하게 대하고 있었다.
칼로스가 프란츠에게 말했다.
“이제 너도 좀 있으면 고참이군.”
프란츠는 얼마 전 운 좋게 영국 장교를 포로로 잡은 적이 있었다. 완전히 운빨이기는 했지만 프란츠는 내심 그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었다.
‘나도 적군을 몇 명이나 포로로 잡은 적이 있는데 이 정도면 고참이지..’
프란츠는 아무 말 하지 않았지만 고참들은 프란츠의 표정만 보고 뭔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브랜틀리가 말했다.
“모름지기 적군을 직접 죽여봐야 진정한 병사가 되는 걸세. 자네도 언젠가 그렇게 되겠지. 아니면 죽거나.”
프란츠가 말했다.
“하..하지만 적군을 죽이는 것 보다 생포하는 것이 더 가치 있지 않습니까?”
브랜틀리가 담배를 피우며 말을 이었다.
“언젠가는 네 놈도 알게 될 거다.”
프란츠는 고참들 말에 부루퉁해졌다.
‘꼭 죽여야 공을 세우는 것도 아닌데 다들 잘난 척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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