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루덴도르프에게 훈장을 받다
한 신병이 동경의 시선으로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을 바라보며 물었다.
“하늘에서 전투를 하면 무섭지는 않습니까?”
맨날 똥오줌을 지리는 노르만이 말했다.
“전우들을 생각하면 하늘도 두렵지 않네!”
게르하르트도 잘난척하며 말했다.
“난 죽더라도 하늘에서 죽고 싶네!”
한 신병이 물었다.
“어..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습니까?”
노르만이 말했다.
“전우를 믿게나! 그리고 편대에서 절대 이탈하지 말게나!”
게르하르트도 잘난척했다.
“훈련과 실전은 많이 차이가 있네! 주변을 계속해서 둘러보면서 적기가 어디 있는지 먼저 찾아내야 하네!”
미하엘은 둘의 잘난 척 헛소리를 더 이상 들어줄 수 없어서 외쳤다.
“이보게! 게르하르트! 노르만! 이 쪽으로 오게!”
게르하르트와 노르만은 신병들의 동경 어린 시선을 받으며 자리를 떴다. 미하엘이 속으로 둘에게 욕을 퍼부었다.
‘네 놈들이나 주변 잘 살피고 편대 이탈하지 말라고!!’
한편, 한스는 장교가 된 이후로 베르너와 호프만과 함께 식사를 해야 했다. 장교의 식사를 담당하는 요리사가 직접 요리하는 음식은 확실히 맛있고 영양가도 풍부했다. 심지어 오늘 점심은 갓 잡은 닭고기 스테이크였다. 하지만 베르너, 호프만과 하는 식사 자리는 불편해서 한스는 체할 것 같았다.
‘젠장! 티거 옆에서 전차병들과 먹는 것이 좋은데..’
그렇다고 해서 이 식사 자리를 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한스는 자신이 호프만에게 찍혔고 베르너도 우호적으로 보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내가 뭘 잘못했다고 저러는 거지?’
한스는 아무리 머리를 굴려봤지만 도저히 자신이 잘못한 것을 알아낼 수가 없었다. 한스는 베르너와 호프만이 증오스럽기 시작했다.
‘됐어! 내 능력으로 얻어낸 자린데!’
한스는 먹음직스러운 닭고기 요리를 썰어서 맛보았다.
‘맛이 기가 막히군!’
스테이크를 썰던 베르너가 말했다.
“내일 루덴도르프 참모차장님께서 오실 걸세.”
베르너의 말에 한스는 다시 속이 미식거리기 시작했다.
‘젠장! 꼭 그렇게 거창하게 훈장을 받아야 하나?’
루덴도르프가 직접 자신에게 훈장을 달아줄거라 생각하니 한스는 벌써부터 긴장되기 시작했다.
‘설마 별 일은 없겠지?’
그리고 두 시간 뒤, 베르너가 외쳤다.
“중대~ 전체~ 차렷!”
철모를 쓴 납 장난감 같은 병사들이 참호 속에서 차렷 자세를 취하고 바짝 군기가 든 상태로 기다렸다. 훈장을 수여 받을 한스와 전차병들은 비교적 앞 쪽에서 기다렸다. 한스는 오줌을 지릴 지경이었다.
‘그..그낭 훈장만 달아주고 가겠지? 설마 말은 안 걸겠지?’
베르너는 계속해서 구호를 외쳤다.
“세워~ 총!”
“우로~ 봐!”
그 때, 한스는 루덴도르프를 볼 수 있었다.
‘으..으익!’
한스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흘러 내리고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표정으로는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바짝 군기가 들어있는 납 장난감처럼 굳은 자세를 취했다. 하필이면 지금 이 때 등이 가려워서 죽을 지경이었지만 애써 참았다.
‘빨리 지나가라..빨리..’
베르너 대위가 루덴도르프에게 말했다.
“저희는 139 보병대대 3중대입니다!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렇게 루덴도르프는 베르너 대위와 훈장이 들어있는 상자를 들고 있는 장교와 함께 병사들이 줄줄이 서 있는 참호 사이를 걸어갔다. 루덴도르프가 한스의 코 앞에 왔을 때 베르너 대위가 외쳤다.
“한스 파이퍼 소위입니다!”
베르너 대위의 말에 루덴도르프가 멈추고 옆에 장교가 들고 있는 상자에서 훈장을 꺼내었다. 그리고 베르너 대위가 한스의 군복의 옷깃을 세워 주자, 루덴도르프가 한스의 군복에 직접 훈장을 달아주었다. 한스는 바짝 군기가 든 자세를 유지하면서 오줌을 지리지 않으려고 노력하였다.
‘괜찮아..5초 있으면 지나간다···’
그 때 루덴도르프가 입을 열었다.
“자네가 한스 파이퍼 소위로군.”
한스는 등과 이마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루덴도르프가 한스의 군복에 달린 3개의 훈장을 보고는 말을 이었다.
“훈장이 너무 적군..”
루덴도르프의 갑작스러운 말에 한스는 적 전차가 바로 뒤에서 포를 겨누고 있는 것처럼 긴장했다.
‘무..무슨 의미지?’
루덴도르프는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한스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다행이다..’
바그너 중사 앞에 왔을 때 베르너 대위가 외쳤다.
“리암 바그너 중사입니다!”
루덴도르프가 다시 멈추고 상자에서 1급 훈장을 꺼내어 바그너의 군복에 직접 달아주었다. 바그너도 잔뜩 긴장되었고 군기가 들어있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나이도 있어서 한스보다는 덜 쫄았다. 루덴도르프는 바그너도 유심히 바라보고는 앞으로 계속 걸어갔다.
“요나스 크라우제 하사입니다!”
그렇게 요나스와 니클라스, 마르코도 훈장을 받았다. 에밋, 거너, 헤이든, 루이스 등 다른 전차병들도 루덴도르프가 지나가자 흘끗거리며 구경하였다. 베르너 대위가 외쳤다.
“전체~ 쉬어!”
한스는 이제서야 후들거리던 다리의 떨림이 멈추고 긴장이 풀릴 것 같았다.
‘휴..다행이다..이따가 녀석들이랑 술이나 마셔야..’
그 때 루덴도르프가 베르너 대위에게 말했다.
“한스 파이퍼 저 소위는 이따가 나한테 데리고 오게.”
한스는 지금 전투 도중 티거의 궤도가 박살 나서 기동 불가 된 것 같은 심정이었다.
‘잘..잘못 들은 거겠지? 그냥 몇 마디 격려만 하겠지?’
잠시 뒤, 한스는 루덴도르프의 맞은 편 자리에서 베르너, 호프만과 함께 점심 식사를 먹기 시작했다. 요리사는 갓 잡은 칠면조를 맛있게 구운 식사를 내놓았다. 한스는 나이프를 든 자신의 손가락이 덜덜덜 떨리는 것이 보였다.
‘그냥 의례적인 자리일거야..조만간 공세가 있으니까 격려 차원에서 하는 거겠지! 난 기억도 못 할 거야! 긴장 안 해도 된다!’
루덴도르프가 입을 열었다.
“파이퍼 소위! 내가 자네에 대한 보고서를 빠짐없이 읽어 보았지! 아주 멋진 전차전이더군!”
한스는 들고 있던 나이프를 떨어트렸다.
달그락!
“가..감사합니다!”
호프만도 칠면조를 썰던 손을 잠시 멈추었다. 루덴도르프는 크게 썬 칠면조 고기를 맛 보며 말을 이었다.
“특히 미군을 상대로 시가지에서 싸웠던 전투가 어마어마하더군! 그 정도 전공이면 이미 한참 전에 소위로 진급했어야 하는데 말일세!”
호프만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지만 속으로 한스에게 저주를 퍼부었다.
‘망할 평민 새끼!!저 파이퍼 새끼 꼭 전투 도중에 뒤지게 만든다!!’
루덴도르프가 말했다.
“지금 군에서는 전차를 개발할 돈으로 성능 좋은 포를 만들자는 의견이 더 많네. 포 기술이 발달할수록 전차는 더 이상 전쟁터에서 쓰이지 않고 사장될 것 이라는 의견이고 나도 그 의견이 제법 타당하다고 생각하네. 하지만 기술이 발달할수록 전차를 더욱 효과적으로 쓸 수 있다는 일부 의견도 있네. 자네 생각은 어떤가?”
한스가 말을 더듬었다.
“저..저는..마···맞습니다..”
루덴도르프가 날카로운 눈으로 한스를 바라보았다. 한스는 불안해졌다.
‘뭐..뭐지? 내가 잘못했나?’
한스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전차는 보병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야포, 대전차 지뢰 등에 취약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하지만..”
루덴도르프는 한스가 무슨 말을 하는지에 따라서 아가리를 찢어 좋을지 안 찢어 놓을지 기다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한스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베테랑 보병과 함께 전술을 구사한다면 전차와 보병은 서로의 약한 점을 보완해줄 수 있습니다! 또한 육군 항공대의 정찰을 통해서 적 전차의 위치를 먼저 파악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적 전차 부대와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습니다. 그..그리고..”
한스가 더듬거리자 루덴도르프가 말했다.
“계속해보게.”
한스가 말을 이었다.
“적군의 포격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는 만큼, 그들의 전차 부대, 보병, 포병과의 협동 전술 또한 앞으로 더욱 효율적이고 체계적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프랑스 포병들의 이동탄막사격 또한 전차와 결합할 경우 더욱 많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그리고..”
호프만이 속으로 비웃었다.
‘멍청한 새끼..건방지게 잘도 나불대다니..더군다나 적군의 전술을 칭찬해? 등신 같은 놈..’
루덴도르프는 원래 인상 자체가 무시무시하게 생기고 찡그린 표정이라 화가 난 것 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스는 참지 못하고 계속 말했다.
“전차 간에 신호를 전달하는 신호기가 개발된 만큼 전차는 잘만 사용된다면 앞으로 있을 대공세에서 엄청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루덴도르프가 말했다.
“자네 군사학에 대해서 배워본 적이 있나?”
“없..없습니다..”
루덴도르프의 찡그린 눈이 한스를 바라보았다. 한스의 배 속에서는 칠면조 요리가 폭발하기 직전 수류탄처럼 요동을 쳤다. 루덴도르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무슨 말만 하던 네네 거리는 얼간이 같은 놈들보다 훨씬 낫군.”
베르너가 들고 있는 포크를 꽉 쥐었다. 그렇게 루덴도르프는 식사를 마치고 그 곳을 떠났다. 한스는 다리가 후들거려서 참호 바닥에 주저앉을 것 같았다.
‘휴..끝났다..티거나 보러 가야지..’
그런데 티거 앞에서는 동료 전차병들이 신문 기자들과 함께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요나스가 그들에게 무용담을 늘어 놓았다.
“우리 전차 부대가 그 전투에서 격파한 적 전차만 수십 대는 넘을 겁니다!”
전선 신문 기자가 메모를 하며 그들에게 물었다.
“전차가 격파되면 탈출이 어렵다던데 전투가 두렵지는 않습니까?”
헤이든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조국 앞에서 죽음 따위는 두렵지 않습니다!”
한스가 멀찍이서 이 황당한 광경을 보고 있었다.
‘저 겁쟁이 새끼가 뭐라는 거야?’
요나스가 외쳤다.
“이봐! 한스! 이 쪽으로 와!”
전선 신문 기자 세 명이 한스를 보고는 다가와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기자가 물었다.
“파이퍼 소위님이 싸우는 원동력은 무엇입니까?”
한스는 당황했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했다가는 큰일 날 것 같아서 대충 둘러댔다.
“제 조국, 그리고 가족입니다!”
“파이퍼 소위님에게 있어 가장 소중한 것은 무엇입니까?”
“티..물론 제 전우들입니다!”
한 기자가 외쳤다.
“파이퍼 소위님과 전차병들의 단체 사진도 촬영하고 싶습니다!”
그렇게 한스는 동료 전차병들과 함께 티거 앞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했다. 한스는 사진 찍는 것이 몹시 귀찮았다.
‘젠장..언제까지 찍는 거야..’
기자가 외쳤다.
“파이퍼 소위님이 전차 안에 들어가서 해치 위로 상체만 내밀고 지휘하는 모습도 촬영하고 싶습니다!”
- 작가의말
삽화는 그 당시 독일 장교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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