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륀힐트
티거는 바위 뒤에서 앞으로 전진해서 포를 쐈다가, 뒤로 전진해서 다시 포를 쏘는 식으로 영국군의 전차 중대를 향하여 연이어 포를 발사했다.
퍼엉! 쉬잇 쿠과광!!
끼기긱
퍼엉! 쉬잇 쿠과광!!
포가 발사될 때마다 티거가 덜컹거렸고, 크라우제가 들고 있던 영사기가 위 아래로 세게 흔들렸다. 크라우제는 몸을 움츠리고 영사기를 꽉 붙들었다.
“으아악!!아악!!”
티거가 앞 뒤로 자리를 이동할 때마다 벤은 포를 재조준 해야 했고 재장전도 직접 해야 했다. 능숙한 포수인 벤마저 이는 쉬운 것이 아니었고 포 발사 속도도 영국 전차보다 뒤쳐졌다. 벤이 생각했다.
‘젠장! 저 자식들은 장전수가 있어서 우리보다 발사 속도가 빠르다!’
벤은 여태까지 총 세 번을 쐈는데 아직 한 대의 영국 전차에도 타격을 주지 못했다. 벤이 프란츠에게 외쳤다.
“프란츠!! 포탄 장전해!!”
프란츠는 잽싸게 가서 포탄을 장전했다.
“장전!!”
“발사!!”
퍼엉!
크라우제가 영사기로 티거 내부를 촬영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여기가 높은 구릉 지역이라 영국놈들이 이 쪽으로 포를 조준하기는 힘든 모양이군!’
그 때, 영국군의 철갑탄이 티거가 엄폐한 바위에 정확히 내려꽂혔다.
쿠과광!!콰광!!
오랜 시간 그 곳을 굳건히 지키고 있던 바위에 철갑탄이 폭발하며 포탄 자국이 움푹 패이고, 돌가루가 흩어지며 근처에 땅 전체를 진동시켰고 영사기가 세게 흔들리며 크라우제의 턱을 때렸다.
“아악!!으아악!!”
크라우제는 자신도 모르게 똥오줌을 지렸다. 한스가 외쳤다.
“연막 뿌리고 자리 이동한다!!”
그 때, 관측창을 주시하던 한스는 영국 오토바이 부대가 이 쪽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발견했다.
“빌어먹을!!”
오토바이 부대는 이 쪽으로 달려와서 티거를 수류탄이나 화염병으로 공격할 것이 분명했다. 지금 벤은 적 전차와 싸우느라 오토바이 부대를 신경 쓸 시간이 없었다. 한스가 크라우제에게 기관총을 가리키며 외쳤다.
“이 기관총을 저 쪽을 향해 긁어주십시오!”
크라우제가 경악했다.
“전 기관총 다뤄본 적 없습니다!”
“그냥 위협 사격만 하면 됩니다!!”
“으아악!!난 기자라고!!군인이 아니야!!”
“여기선 모두가 군인입니다!!”
“제가 탄약을 장전하면 안될까요?”
“빨리!!”
한스의 말에 크라우제는 구급상자 위에 영사기를 올려놓고 기관총을 잡았다. 티거가 천천히 앞으로 전진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크라우제는 이제 자신의 자리에서 티거를 향해 달려오는 오토바이 부대를 볼 수 있었다. 한스가 외쳤다.
“발사!!”
크라우제가 비명을 지르며 기관총을 난사했다.
드드득 드드드득
“아악!!으아악!!”
한스가 크라우제의 등을 툭 치며 외쳤다.
“3초씩 끊어서 쏘십시오!!
프란츠가 포를 장전하고 외쳤다.
“장전 완료!!”
벤이 외쳤다.
“발사!!”
퍼엉!
한스는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탄착 지점을 확인하고 잽싸게 해치 문을 닫았다.
“벤! 다음엔 포신 좀 더 올려!”
그 순간, 티거 위로 포가 날라갔다.
쉬잇
쿠과광!!콰광!!
포는 티거를 넘어 20m 쯤 뒤에 떨어졌다. 페인트 가루가 자신의 얼굴에 우수수 떨어지자, 크라우제가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 기관총을 쏘았다.
“아아악!!아악!!”
드드득 드드드득
한스가 외쳤다.
“헤이든! 후진!!”
한스는 여전히 허공에 기관총을 난사하는 크라우제에게 외쳤다.
“탄을 아끼십시오!!”
다시 티거가 후진했다.
끼기긱 끼기기긱
크라우제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드득 드드득 드드드득
이 쪽으로 달려오던 오토바이 부대가 방향을 바꿔서 다시 자신들의 부대로 돌아갔다. 크라우제가 외쳤다.
“내가! 내가 해냈다!!내 총알에 토미놈들이 달아났다!!”
그 순간, 티거의 앞쪽에 포탄이 떨어졌다.
쿠광!!콰과광!!
한스가 외쳤다.
“후진!!후진!!”
하지만 1초 뒤 티거의 뒤쪽에도 포탄이 떨어졌다.
쿠광!!
티거 장갑은 흙먼지와 돌가루 등으로 온통 범벅이 되어 있었다. 크라우제가 비명을 질렀다.
“아악!!저 새끼들 여길 노리고 있어!!여기만 쏘잖아!!”
한스가 외쳤다.
“놈들이 이 쪽을 쏘는 동안 다른 전차들이 놈들을 격파해줄걸세!!우리가 미끼일세!”
에밋이 외쳤다.
“왜 하필 우리가 미끼입니까!!우리만 죽을 겁니다!!”
쿠광!!콰광!!
헤이든이 외쳤다.
“후퇴해야 합니다!!”
그 때, 슈테켄 소위의 A7V 브륀힐트가 영국군 전차 부대 한 가운데 포를 발사했다.
펑! 쉬잇 쿠과광!!콰광!!
영국 마크 전차의 우측 궤도가 끊어졌다. 슈테켄 소위가 외쳤다.
“맞춘 것 같아!! 그대로 다시 발사!!발사해!!”
펑! 쉬잇 콰광!!
다른 영국 마크 전차의 측면 장갑에 커다란 구멍이 뚫렸다. 그 때 독일군의 마크 휘핏 전차, 마우스의 기관총 사수가 영국 마크 전차의 측면 구멍을 조준하고 불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드드득 드드득 드득
브륀힐트에게 포탄을 맞아 한쪽 장갑에 구멍이 뚫린 영국 전차병들은 다른 쪽 탈출구로 재빨리 탈출하기 시작했다.
“탈출!!탈출해!!”
얼굴에 피, 기름, 먼지, 페인트 가루로 범벅이 된 영국 전차병들이 땅바닥에 엎어지고 기어가고 난리를 치며 탈출했다. 영국 전차병이 외쳤다.
“2시 방향!! 2시 방향에 적 전차!!”
이제 영국 마크 전차들은 브륀힐트를 격파하기 위해 전차를 천천히 선회시켰다.
“천천히 틀어!! 궤도 망가진다!!”
브륀힐트의 전차장 슈테켄 소위가 이 모습을 보고 외쳤다.
“저 자식들 이제 우릴 노린다!! 위치 변경!!”
하지만 영국 전차의 포수가 이미 브륀힐트를 향해 포를 조준한 상태였다.
‘망할 크라우트 새끼..단 한 대라도 격파한다!!’
퍼엉!
쉬잇
쿠과광!!콰광!!
포탄은 브륀힐트의 5m 앞에서 폭발했다.
쿠광!!콰광!!
“아악!!”
“후퇴!!후퇴한다!!”
브륀힐트의 조종수는 잽싸게 후퇴를 시작했다. 하지만 다시 날라온 포탄은 브륀힐트 좌측 7m 부근에서 폭발했다.
콰광!
포탄 파편이 경도가 유난히 높은 A7V의 전면 장갑을 때렸고 내부에서 박살난 파편이 전차 내부에서 튕겨나가며 한 승무원의 팔뚝을 긁고 지나갔다.
“아악!!으아악!!”
“탈출!!탈출해!!”
18명의 전차병들은 커다란 탈출구를 열고 재빨리 탈출했다.
“뛰어!!좀 있음 포탄 폭발한다!!”
그 때 제프 디트리히가 다시 브륀힐트 안으로 들어갔다.
“저 새끼 미쳤나!!”
디트리히는 브륀힐트 안에서 포탄 꽂아두는 곳에 넣어둔 슈납스 병과 MP18 두 정을 가지고 재빨리 탈출했다. 슈테켄 소위가 외쳤다.
“빨리 와!!빨리!!”
디트리히는 왼손으로 슈납스 병, 오른손으로 MP18 두 정을 들고, 죽을 힘을 다해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달렸다.
“이 쪽이야!!”
그 때, 전차병들은 공기를 가르며 날라오는 포탄 소리를 들었다.
쉬이잇!
쿠과광!!콰광!!
브륀힐트의 전면 장갑이 포탄에 박살 났다. 동료들을 향해 달려가는 디트리히의 머리 위로 흙먼지와 돌가루가 우수수 쏟아졌다. 슈테켄이 외쳤다.
“폭발한다!!!피해!!”
브륀힐트의 전차병들은 계속해서 전차로부터 멀리 달아났다. 그리고 2초 뒤,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쿠광!!콰광!!쿠과광!!
자잘한 금속 파편들이 날라가며 여기저기 흙에 꽂혔다. 누군가 외쳤다.
“고개 숙여!!”
“아악!!”
A7V 내부가 너무 답답해서 철모를 안 쓰고 있던 한 병사는 양 팔로 자신의 머리를 감싸며 땅에 얼굴을 쳐박았다. 굵은 연기가 시꺼멓게 하늘로 올라갔고 시뻘건 화염이 거대한 A7V 전차 여기저기 구멍으로 삐쳐 나왔다.
“끄..끝난 건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브륀힐트 내부에서 다시 엄청난 폭발이 일어났다.
쿠과광!!
고개를 들고 있던 디트리히는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였다. 커다란 직사각형 모양의 금속 판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날라가며 디트리히의 위를 스쳤다. 전차병들은 땅 속에 쳐박힌 금속 판을 바라보았다.
“허억..헉···”
디트리히는 그 때서야 다시 고개를 들고 왼쪽 팔로 감싸고 있는 자신의 슈납스 병을 바라보았다.
“휴우! 살았다!”
디트리히는 슈납스 병을 열고 맛 좋은 과일주를 마셨다.
한편 미하엘이 조종하는 독일 정찰기가 하늘을 날라 다니고 있었다. 영국의 하워드 대위 또한 철십자가 그려진 이 정찰기를 발견했다.
“조만간 후퇴해야겠군..”
지금 영국군이 있는 곳은 엄폐할 곳도 없고 독일군이 자리잡은 구릉에 비해 저지대였기 때문에 너무 불리했다. 여기서 전투를 계속 벌이는 것은 하워드 대위의 최소 피해로 최대의 성과를 거둔다는 원칙에 한참 어긋났다.
잠시 뒤, 독일군은 구릉 위에서 후퇴하는 영국군을 바라보았다.
“좋았어!! 끝났다!!”
독일 포병은 이제서야 포를 쏘아 주기 시작했다.
쿠광!!콰과광!!
그러나 포병은 완전히 좌표를 잘못 잡고 있어서, 영국 전차부대가 원래 있던 곳 보다도 한참 떨어진 엉뚱한 곳으로 포를 쏘고 있었다. 전차병들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망할 포병 자식들!!”
전투가 끝난 후, 크라우제는 비틀거리며 티거 밖으로 나갔다. 크라우제는 똥오줌을 지린 상태로 얼굴에는 땀, 페인트 가루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한 전차병이 물었다.
“첫 전차전 소감은 어때?”
넋이 나간 크라우제가 대답했다.
“또 타보고 싶어!”
한스가 티거 안에서 영사기를 발견하고 크라우제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자네 영사기 여기 있네."
한스의 전차 중대가 무사히 복귀하자 병사들은 수군거렸다.
“살아 있었어?”
"토미놈들이 후퇴했대!"
모리츠 분대장의 분대원 에베렛, 브랜틀리 또한 영국군의 전차 부대가 후퇴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모리츠 분대장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아쉽군!! 다음에 토미놈들 전차가 오면 다시 특공조 기회가 있을 걸세!”
에베렛과 브랜틀리가 속으로 절규했다.
‘안돼!!’
한편 한스의 전차 부대는 정비병들과 함께 영국군이 버리고 간 마크 V 전차를 회수할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궤도가 망가진 마크 V 전차는 궤도를 교체해서 지금 당장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옆구리에 구멍이 난 전차 역시 옆에 철판들 덧대어 쓸 수 있을 것 같았다. 한스가 생각했다.
‘조만간 놈들이 또 공격할 거다..포병이 엄호할 때 지금 빨리 회수하고 다음 전투를 준비해야 한다!’
한스는 두 대의 마크 V를 회수할 때 포병과 보병으로 엄호를 해줄 것을 위에 요청하였고, 그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또한, 한스는 이번 전투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하고, 오토바이가 두 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오토바이병이 둘만 있어도 포병대와 연락을 취하는 것이 쉬워진다! 조만간 중요한 전투가 있으니 이 정도 요청이야 들어주겠지?’
잠시 뒤, 한스의 전차 중대는 두 대의 자전거를 받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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