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 정찰
한스 전차 중대의 2소대는 최근 소위로 진급한 슈테켄의 A7V 브륀힐트와 A7V 하겐, 3소대는 지크프리트와 오딘이라는 이름의 두 대의 A7V로 이루어졌다. 2소대장은 슈테켄 소위였고, 3소대장은 레마르크 소위였는데, 공교롭게도 슈테켄, 레마르크 둘 다 평민 출신이었다. A7V의 전차병들은 베테랑과 신병들, 보병, 포병, 공병 등 여러 병과가 섞여 있었다. 전차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데, 누군가 외쳤다.
“밥 왔다!! 밥이야!!”
전차병들은 밥을 받으러 식기를 꺼내 들고 우르르 달려나갔다.
“내 숟가락 어딨어!”
“내 그릇 어떤 새끼가 가져갔어!”
그 당시 독일군의 밥차, 즉 취사 차량은 감자를 찌는 찜통, 스튜를 끓이는 커다란 솥, 커피 냄비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고, 커다란 철제 우유통도 함께 딸려나왔다. 문제는 이 밥차 하나에 최대 250명까지도 같이 나누어 먹어야 했던 것 이다. 혹시라도 늦게 줄을 섰다가는 배식을 받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빨리 줄을 서야 했다.
“밥 내놔!!”
“배고파!!”
“앞에 녀석들만 주지 말라고!!”
“좀 더 줘!!”
2소대 전차병들은 밥을 받아서 모여서 먹기 시작했다.
“젠장! 예전에 있던 곳 보다 더 맛이 없잖아!”
“사령부 쪽이라서 맛있을 줄 알았는데!”
그 당시 독일 장교들은 식량 납품업체에 뒷돈을 받아 먹는 관행이 있었기에 군인들은 순무빵 중에서도 톱밥이 많이 들어간 빵을 먹어야 했다. 식량 납품업체는 사람이 먹어서는 안될 해괴한 재료들로 대충 음식 형태만 띄고 있는 싸구려 음식들을 만들어 납품했고, 장교들은 두둑하게 돈을 챙길 수 있었다. 음식 뿐 아니라 보급품 관련 비리가 어마어마했고, 이는 공공연한 일이었지만 다들 눈감아 주고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모든 병사들이 맛 없는 음식이나마 먹을 수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2소대 A7V 하겐의 척탄병 야닉은 앞으로 있을 전차전에 대해 상상하기 시작했다.
“전차전은 얼마나 짜릿할지 기대됩니다!”
그 때 제프 디트리히가 야닉에게 물었다.
“너 전투해본 적은 있냐?”
“없..없는데요?”
야닉은 키가 작고 왜소한 체격의 16세 신병이었다. 하지만 야구를 좋아했던 야닉은 훈련병 시절부터 수류탄만은 누구보다도 멀리 정확하게 잘 던졌다. 그 수류탄 던지는 솜씨 덕분에 야닉은 척탄병으로 끌려온 것 이었다. 제프 디트리히가 말했다.
“전차전은 아주 짜릿하고 재미있네! 단, 자네가 전차에 타고 있지 않을 때는 말일세!”
야닉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게 무슨 말이지?’
한편, 하겐, 지크프리트, 오딘의 전차병들이 한스에 대해 수근거리기 시작했다.
“우리 중대장, 생각보다 너무 작더라! 비쩍 말랐어!”
“영웅처럼 안 보여!”
“붉은 남작은 실제로 봤는데 딱 봐도 영웅 같던데!”
“아까 잔뜩 쫄아있던 것 같던데!”
“중대장만 쫄아있는게 아니라 소대장도 쫄아있어!”
“우리 중대가 독일 전차 전체 전력의 4분의 1이래!”
그 때 제프 디트리히가 말했다.
“전차병은 덩치로 하는 것이 아닐세. 그리고”
제프 디트리히가 술을 한 모금 마신 다음 말했다.
“우리 중대장은 내가 아는 군인 중에 최고일세!”
바그너와 슈테켄은 소위로 진급하고 받은 장교 전용 회중 시계와 가죽 지도 케이스를 바라보았다. 이제 바그너는 장교였기에 이전에 먹던 싸구려 빵이 아니라 제대로 요리가 된 식사를 먹을 수 있게 되어서 매우 만족스러웠다. 바그너가 속으로 생각했다.
‘장교들은 매일 이런 음식을 먹는 건가?’
3소대장인 레마르크 소위도 평민 출신이었고 진급한지 얼마 안 된 상태였다. 바그너, 슈테켄, 레마르크가 속으로 생각했다.
‘우린 군사학교도 안 나왔는데 장교라니..’
‘군사학이나 전술은 배운 적도 없는데..’
‘중대장이 알아서 하겠지?’
‘밥 잘 나오는 것은 좋지만 소대장 자리는 좀 부담스러운데..’
한편 한스는 지도를 보면서 어떻게든 아이디어를 짜내려 노력하고 있었다. 한스가 말했다.
“조만간 있을 전투는 아주 중요합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중대가 이 지역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수 있을지, 떠오르는 생각 있으면 자유롭게 말해보십시오.”
바그너와 슈테켄, 레마르크 전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었다. 한스가 말을 이었다.
“적극적으로 의견 내 주십시오!”
하지만 셋 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먼 산만 쳐다 보았다. 사실 한스도 딱히 떠오르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왜 다들 평민 출신 소위지..’
한스의 전차 중대에는 단 한 명의 융커도 없었다. 한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설마..아니겠지..’
사실 융커들은 전차에 탑승할 경우 한 번 포탄을 제대로 맞으면 온 몸에 화상을 입거나 죽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아무도 전차병으로 자원하지 않았던 것 이다. 18군의 사단장들도 한스의 전차 중대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눴는데, 다들 이번 방어 작전에서 전차 중대는 영국군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한 소모 전력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한스는 점점 똥줄이 타기 시작했다.
‘영국군은 우리가 보유한 마크 IV보다 강력한 마크 V를 가지고 있다..더군다나 전차전 경험이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전술을 쓸 가능성이 크다..’
하겐, 지크프리트, 오딘 등 한스 전차 중대에 새로 들어온 A7V 전차병들의 훈련 상태는 생각보다 개판이었다. 그래도 조종수들의 실력은 괜찮았지만 보병들은 신병들이 대다수였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차라리 위에서 구체적으로 명령 내려줬으면 좋겠다..’
구체적으로 명령이 내려온다면 한스가 명령에 따랐다가 사상자가 발생해도, 책임에서 조금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후티어 장군은 한스에게 영국 전차 중대를 상대로 지역을 방어하라는 포괄적인 명령만 내려주었다. 구체적인 전술은 모두 한스가 짜내어야 했고 그에 대한 책임 또한 한스가 져야했다.
한스는 자기 손에 목숨이 달려 있는 수 많은 전차병들을 떠올렸다.
‘내..내 지휘에 따라 저들의 목숨이..’
한스는 군용 트럭에 기관총을 달고, 기관총 사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철판을 설치하여 정찰과 보병 이동에 쓸 수 있는 차량을 보급해달라고 건의했지만 이 제안은 씹혔을 것이 분명했다. 후티어 장군과는 직접 대화를 할 기회도 거의 없었고, 후티어 장군의 부관 하르트만 소령은 한스를 정신 나간 아이디어나 제출하는 애송이로 보고 있었다. 납품업체에 뒷돈을 받아먹는 하르트만 소령이 속으로 생각했다.
‘저 멍청한 애송이가 이끄는 전차 중대는 조만간 전멸하겠군..’
하르트만 소령은 동료들과 함께 한스의 전차 중대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전차 중대 녀석들 몇 시간이나 버틸 것 같은가?”
“몇 시간은 무슨..토미놈들이 공격해오면 삼십 분도 못 버틸 걸세.”
“그냥 죽으라고 보내진 거지..멍청한 자식들..”
그 때 전선 기자가 한스의 전차 중대를 취재하러 왔다. 지난 번에 한스를 취재했던 그 멍청한 크라우제였다. 크라우제가 한스에게 물었다.
“독일 전차 전력의 1/4을 지휘하게 된 소감을 말씀해주십시오!”
크라우제의 말에 한스는 더욱 더 긴장되었다.
“그..그..”
한스는 아직 대답도 하지 않았지만 크라우제는 이미 수첩에 메모를 적어 놓았다.
[독일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죽음도 두렵지 않다!]
다른 전차병들도 크라우제를 아니꼽게 생각하고 있었다.
‘다들 목숨 걸고 싸우는데 저 자식은 맨날 시덥잖은 기사나 쓰고..’
크라우제가 말했다.
“정확한 취재를 위해서 저도 전차에 탑승해도 되겠습니까?”
크라우제를 아니꼽게 생각하던 바그너가 말했다.
“티거에 탑승해 보는 것이 어떤가?”
한편, 독일군 오토바이 정찰병 세 명이 영국군한테 들키지 않도록 유의하며 숲 속을 정찰하고 있었다. 파비안이 속으로 생각했다.
‘항공 정찰 사진에서는 아무 것도 안 떴다던데 굳이 정찰해야 하나?’
파비안과 닐스는 얼굴에 부는 시원한 바람을 느끼며 앞서 가는 슈나이더 병장을 따라갔다. 순간, 슈나이더 병장이 갑자기 오토바이를 멈췄다.
끼기긱···
파비안과 닐스는 갑작스레 슈나이더 병장이 멈추자 자신들도 함께 멈췄다. 파비안이 물었다.
“무..무슨 일이라도.”
“쉬잇~!!”
슈나이더 병장이 조심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덤불을 살짝 비집고 그 틈으로 바라보았다. 파비안과 닐스도 슈나이더 병장을 따라 덤불 속을 바라보았다.
‘뭐가 있다고..?!!!’
파비안은 자신의 눈을 믿지 못하고 바지에 똥오줌을 지렸다.
‘이..이럴 수가···’
파비안의 눈 앞에는 나뭇가지 등으로 위장하고, 항공 정찰에 촬영되지 않을 색상으로 도색한 20대의 Mk V 전차들이 쐐기 대형으로 전진하고 있었다. 항공 정찰 사진은 흑백이었기에 이렇게 잘 위장된 전차들은 사진에 식별되지 않았던 것 이다. 슈나이더 병장이 파비안, 닐스에게 속삭였다.
“들키지 않고 이 곳을 떠난다.”
Mk V 전차들이 전진하고 있는 드넓은 평야와 오토바이 정찰병들 사이에는 커다란 덤불들이 빼곡하게 들어있어서 전차병들이 쌍안경으로 이 곳을 유심히 보지 않는 한 오토바이 정찰병들은 들키지 않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파비안이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소리가..’
슈나이더 병장, 파비안, 닐스는 다시 조심스럽게 오토바이에 탑승했다.
‘조심조심..’
그 때 실수로 닐스의 오토바이 앞 바퀴가 작은 돌덩이에 부딪쳐서 넘어졌다.
우당탕! 쿠광!
닐스의 오토바이가 덤불 사이로 들어갔다.
‘아이고..아악!!’
슈나이더 병장과 파비안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닐스는 재빨리 오토바이를 다시 세웠다. 슈나이더 병장이 손짓했다.
‘빨리 앞으로!’
부르릉 부릉
닐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다행이다..안 들켰다..’
그 때, 영국 마크 전차 위에서 해치로 머리를 내밀고 쌍안경으로 사방을 살펴보던 한 전차장은 수풀 쪽에 이상한 움직임을 눈치챘다.
“10시 방향! 수풀!”
마크 V의 기관총 사수는 그 쪽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드득 드드드득
슈나이더, 파비안, 닐스는 자신들이 있는 쪽을 향해 긁어대는 기관총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들은 혹시 들킬까봐 소리를 지르지도 못하고 오토바이를 최고 속도로 운전했다.
‘으악!!아아악!!!’
이 쪽 지역은 전투가 거의 없었기에 비교적 땅이 평평했지만 중간 중간에 바위와 커다란 나무가 있었기에 잘못하다가 부딪치면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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