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덴도르프 공세를 앞두고
한스는 손을 씻고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바그너가 불러서 한스의 전술이 적혀 있는 종이들을 돌려주며 아까 전에 베르너가 이것을 가지고 갔었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베르너 그 새끼 무슨 꿍꿍이지?’
“다른 보고할 것은 없습니까?”
바그너가 말을 이었다.
“레오파드, 나스호른의 궤도 상태가 좋지 않습니다.”
바그너의 말에 한스는 얼굴을 찌푸렸다.
‘젠장..만약 전투 도중에 기동 불가 상태가 되면..’
전투 도중에 전차의 궤도가 망가져 기동 불가가 되는 것은 최악의 상황이었다. 한스가 말했다.
“조만간 공세 때 전차로 놈들의 교전 참호를 점령할 때, 놈들이 수류탄으로 궤도를 쉽게 망가트릴 수 있습니다. 기동 불가가 되어서 전차 밖에서 백병전을 벌이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높으니, 전차병들을 확실히 훈련시켜 주십시오.”
한스의 말에 바그너가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공세까지 시간이 부족하고 기관단총도 부족합니다.”
한스는 아까 전에 에밋, 거너, 헤이든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도망가던 것을 떠올렸다. A7V 브륀힐트에 보병들은 비교적 전투력도 좋았으며, 심지어 돌격대 출신도 탑승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화염방사기, 수류탄, 기관단총 같은 무기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한스의 노획 마크 전차 부대의 전차병들은 전투 실력이 영 좋지 못했다. 한스는 계속해서 고민하며 장교들이 밥을 먹는 곳으로 갔다.
‘MP18은 각 전차마다 두 정 밖에 없는데..솔직히 에밋, 거너, 헤이든 그 얼간이 자식들이 제대로 싸우려면 기관단총이 더 필요하다..화염방사기는 전차 안에서 폭발 가능성이 있으니 안 좋고..’
하필 오늘의 저녁은 돼지고기였다. 한스는 나이프로 돼지고기를 썰면서 몇 시간 전에 불쾌한 경험이 떠올랐다. 장교들이 머무는 방은 참호에서 비교적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고 탁자, 의자, 간이 침대, 심지어 책장 등 생활에 편리한 시설들이 모두 비치되어 있었다. 대피호에서 자던 시절에 비하면 장교용 간이 침대는 아주 편안했고 무엇보다 화장실과 거리가 있어서 똥 냄새도 거의 나지 않았다.
한스의 맞은 편에는 최근에 새로 들어온 2소대 소대장 켈러 소위가 앉아 있었다. 켈러 소위는 전투 경험도 없었으며 한스보다도 나이가 어렸다. 켈러 소위는 빨리 전투에서 공을 세우고 싶어서 안달복달했다. 켈러는 자신의 맞은 편에서 돼지 고기를 먹고 있는 한스 파이퍼를 유심히 살펴 보았다.
‘저 자식이 영웅이라고? 그렇게는 안 보이는데?’
베르너, 호프만은 새로 들어온 켈러 소위에게 도움되는 정보를 전혀 가르쳐주지 않았다. 한스는 켈러 소위를 보며 생각했다.
‘저 새끼는 조만간 죽겠군···베르너가 총알받이로 써먹을 테니까..’
한스는 돼지고기를 먹고는 베르너에게 말했다.
“중대장님. 전차 소대에 기관단총이 더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호기를 조작할 수 있는 병력도 각 전차마다 1명씩 필요합니다.”
한스의 말에 호프너가 비웃었다.
“조만간 유보트보다 돈을 많이 잡아먹겠군.”
베르너가 말했다.
“자네 전차 소대에는 이미 MP18이 충분히 보급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차에 달려 있는 포와 기관총으로 싸우면 되는데 왜 MP18이 더 필요한가?”
한스가 말했다.
“전투 도중에 기동불가가 될 경우 전차병들이 탈출해서 백병전을 펼쳐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전차 소대가 적 참호를 점령했을 때, 적군 입장에서는 수류탄으로 전차의 궤도를 노릴 가능성이 큽니다.”
베르너가 말했다.
“이보게 한스. 전차 궤도가 조금 망가졌다고 귀중한 전차를 버리고 탈출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그..그것은..”
베르너가 나이프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말했다.
“노획 마크 전차 한 대를 보수하기 위해 재생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돈이 들어가는지 알고 있나? 정비병들의 인력은? 지금 보병들이 쓰는 무기의 상태가 영 좋지 못하네. 매 전투마다 적군과 백병전을 벌여야 하는 보병들조차 제대로 총알이 나가지도 않는 소총을 갖고 싸우고 있네!”
켈러 소위도 속으로 베르너의 말에 동조했다.
‘맞는 말이야! 지금 우리 소대에 보급된 총들은 품질이 형편 없다고! 근데 전차 소대한테 기관단총을 더 달라니 이기적인 자식!’
한스가 무표정하게 말을 이었다.
“전차는 귀중한 자원이니 당연히 가능하면 버리지 않을 것 입니다. 하지만 전차는 없어지더라도 제 소대의 승무원들처럼 숙련된 전차병들은 다시 구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기관단총이 필요합니다.”
호프만이 빈정거렸다.
“보병 목숨은 안 중요하고 전차병들 목숨만 귀중하다 그 소리군.”
켈러 소위도 한스를 좋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저 밥맛 떨어지는 자식이 영웅은 무슨..비겁한 놈이야!’
베르너가 입을 열었다.
“MP18 10정을 보급해주겠네.”
베르너의 말에 켈러 소위가 깜짝 놀랐다.
‘말도 안돼! 왜 저 자식 소대에 기관단총을 더 보급해주지?’
한스가 말했다.
“감사합니다.”
켈러 소위가 속으로 생각했다.
‘망할 놈 같으니라고..이번 전투 때 두고 보자..2소대가 공을 세워서 저 녀석 코를 납작하게 해 줘야지..’
한편 베르너는 한스가 작성한 보병, 포병, 기갑 부대가 협동하여 공격하는 전술에 대해서 대대장에게 건의했다. 대대장은 베르너의 3중대가 전투에서 늘 성과를 올리기는 하지만, 3중대의 분위기가 개판이었기 때문에 베르너를 못 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예전에 총기 사건은 물론이고 그 이후로도 병사들 사이에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대대장이 속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전술은 꽤 쓸모 있어 보이는군···이번 공세는 독일의 마지막 기회다..’
대대장이 입을 열었다.
“내가 위에 전달하겠네.”
베르너는 의기양양하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호프만이 베르너에게 물었다.
“전차 소대에 기관단총을 보급해주는 이유가 뭐야?”
베르너가 최근 전투에 대해서 자신의 노트에 기록하면서 말했다.
“자네 롬멜이라고 아는가?”
“당연히 알지! 근데 왜?”
“내 동기일세! 무슨 보병 전술 책을 쓴다고 헛소리를 지껄이는 녀석인데 푸르 르 메리트를 받았다더군! 평민 출신도 받는데 나도 한 번은 받아야지.”
베르너가 표지에 ‘베르너 보병 전술’ 이라고 적힌 노트를 덮었다. 그 때, 한스가 방에 들어와서 속으로 생각했다.
‘젠장..대피호에서 자던 때가 더 편했는데..’
한스는 직접 자기 손으로 군화를 벗고는 침대에 앉았다. 발이 부르텄기 때문에 군화를 벗는 것도 쉬운것이 아니었다.
‘칼집을 조금 더 내야 하나..’
그런데 베르너가 침대에 앉으니 자동으로 한 병사가 가서 베르너의 군화를 조심스럽게 벗겨주었다. 한스가 이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아니 저런 것까지 시키나?’
베르너가 병사에게 말했다.
“이봐! 살살 하라고!”
“죄..죄송합니다!”
켈러 소위는 이 모습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나도 중대장 되면 저렇게 해야지!’
한스는 점점 장교들과 같은 방을 쓰는 것이 스트레스였다.
‘빌어먹을! 차라리 티거 안에서 자는 것이 낫겠다!’
다음 날, 한스와 전차병들은 베르너에게 보급받은 기관단총들을 살펴보았다. 전차병들이 말했다.
“총기 이상 없습니다!”
한스는 직접 MP18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베르너 그 자식도 공세가 코 앞인데 알력 다툼에 신경 쓸 겨를은 없겠지..’
거너가 말했다.
“이번 크리스마스 전까지는 집에 돌아갈 수 있겠지?”
다른 쪽에서는 한 보병이 공세 때문에 휴가가 취소되었다며 울부짖었다. 에밋이 중얼거렸다.
“일단 이번 공세에서 살아남아야 돌아갈 수 있겠지. 일주일 뒤에도 내 몸에 팔다리가 성하게 붙어있었으면 좋겠군!”
한스가 전차병들에게 말했다.
“이번 공세에서 영국군 대대장이 매우 공격적인 전술을 쓴다고 들었다. 아군이 공격하다가 밀릴 경우에 놈들은 바로 반격해 올 걸세!”
한스가 돌맹이 여섯 개를 바닥에 놓으며 말했다.
“아군 보병들이 후퇴하고 있을 때는 상황에 따라 우리도 이렇게 후퇴하는 척하다가 양 쪽에서 놈들을 포위할 수도 있네! 내가 신호를 보내겠네! 자네들도 보병 소대의 움직임을 관찰해야 해!”
그 때, 지나가던 2소대의 켈러 소위가 와서 한스가 바닥에 배치해놓은 돌맹이들을 바라보았다. 한스가 켈러 소위에게 인사했지만 켈러 소위는 대꾸하지 않고 말했다.
“2소대가 후퇴할 일은 없을 겁니다.”
켈러 소위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를 뜨자 니클라스가 중얼거렸다.
“저 애송이 새끼 전투는 해봤대?”
“냅둬! 2소대가 좆된거지.”
한편, 공세가 코 앞이라 육군 항공대 미하엘도 신병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낙하산은 매우 귀한 자원이니 이렇게 조심해서 다루어야 하네!”
그런데 어떤 멍청한 신병은 미하엘의 설명도 잘 듣지 않고 두리번거리며 설명도 잘 안 듣고 있었다. 미하엘은 그 신병을 불렀다.
“자네!”
그 신병은 미하엘이 자신을 부르자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
“네!”
“내가 설명한대로 이 낙하산을 들고 전투기로 가보게!”
그 신병은 머리를 긁적이며 미하엘에게서 낙하산을 받아 들고 전투기로 걸어갔다.
‘쉬운데 이런걸 왜 시키는 거야..’
하지만 그 신병은 들고 있는 낙하산은 바닥에 다 흩어지고 있었다. 미하엘이 그 신병을 불러서 결국 낙하산을 정돈하고 다시 시범을 보였다.
“자 다시 해보게! 그리고 전투기에 탑승해보도록!”
신병은 낙하산을 조심스럽게 들고 전투기 위로 거칠게 발을 옮겼다.
퍽!
미하엘이 소리쳤다.
“이봐 이봐! 그러다간 날개 망가진다!”
그 신병은 멋쩍은듯 씨익 미소를 지었다. 미하엘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뭐 이 새끼랑 같은 조 짜는 녀석이 잘 가르치겠지!’
미하엘은 신병들 중에 가장 성적이 좋다는 녀석을 바라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번에 조 짤 때 저 녀석이랑 같은 조 해야지!’
미하엘은 갑자기 아까 전에 먹은 우유 때문인지 배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그럼 낙하산 접는 법을 연습하고 있게나!”
미하엘이 화장실을 간 사이에 디터를 포함한 미하엘의 동기들이 와서 신병들과 조를 짜기 시작했다. 잠시 뒤 미하엘이 와서 디터에게 물었다.
“자네들 뭐 하고 있나?”
디터가 말했다.
“조를 짜고 있었네! 아 미하엘, 자네가 이 녀석과 같은 조 하면 되겠네!”
미하엘 앞에는 아까 전에 낙하산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았던 그 신병이 씨익 웃고 있었다. 미하엘이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아..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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