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음을 틈탄 정찰
오토와 동기들은 소련이 미국에게서 수입한 투숑카 통조림을 맛보았다. 붉은 고기와 번들거리는 기름이 들어간 이 멋진 통조림은 전쟁에서 먹을 수 있는 식량 중에 가장 고열량에 속했다. 스팸보다도 맛이 좋은 것 같았다. 신나게 영양을 보충하고 있는데 슐레프 중대장이 와서 오토의 귀를 잡아당겼다.
"아악!!"
"사병들에게 모범을 보여라!! 네 동료가 부상을 당했는데 문병도 안가냐!!"
오토와 동기들도 양심이 찔리기 시작했다. 현재 슐레프 중대에서는 사병들도 스테판 뿐 아니라 부상병들이 많이 나왔던 것 이다. 헬무트가 말했다.
"먹을거 모아서 스테판이랑 녀석들에게 갖다주자."
제각기 집에서 받은 싸제 음식을 내놓았다. 정의롭고 동료를 생각하는 오토 또한 자신이 받은 보급 식량을 내놓았다. 볼프강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봐 오토.."
오토는 에밀라에게 받은 초코렛을 내놓았다. 블라덱이 말했다.
"너 캐비어 있잖아."
오토는 투덜거리며 캐비어 통조림을 내놓았고 이들은 음식을 양동이에 들고는 치료소로 향했다. 군견들은 의약품 수레를 치료소로 나르고 있었다.
스테판을 포함한 병사들이 치료를 받고 있었다. 스테판은 막상 친구들을 보니 반가워했다.
"이제 왔냐 병신들아?"
오토가 스테판에게 물었다.
"부상당한 곳은 괜찮대?"
스테판이 초코렛을 먹으며 우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부대 잔류 못할 수도 있네."
"젠장!! 자네가 가면 어떡하라고?"
"나보단 저 녀석들이 더 걱정이네."
치료소에는 스테판보다 부상이 심한 부사관, 사병들이 있었다. 한 위생병은 마취가 된 어린 신병의 다리에 있는 포탄 파편, 뼛조각을 조심스럽게 빼내고 있었다. 후방으로 이송되다가 상처가 덧나지 않는다면 살 수는 있겠지만 다시 걸을 수 있을지 확실하지 않았다. 재수없으면 한 쪽 다리를 절단해야 할 것 이었다. 오토는 우울한 표정으로 그 부상병들을 바라보았다.
'나도 재수없으면 저거보다 더 심한 꼴이 될 수도 있겠지..'
결국 스테판과 그 부상병들은 응급처치 이후에 야전병원으로 보내지기로 했다. 스테판이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은 에밀라에게도 전해졌다. 에밀라는 편지를 보고는 오토부터 걱정했다.
'오..오토는 아무 일 없겠지? 오토가 다친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에밀라는 제발 오토가 무사하기만을 기도했다. 그런데 에밀라는 스테판도 조금은 걱정되기 시작했다. 스테판이 한스의 아이라는 것을 알기 전 까지만 해도 에밀라는 스테판을 불쌍히 여겨서 잘 대해줬던 것 이다. 하지만 에밀라는 한스가 자신을 속였다는 것에 대한 분노가 더 컸다.
'됐어..오토만 괜찮으면 그만이야.'
에밀라는 스테판에게는 편지를 쓰지 않고 오토에게만 편지를 쓰고 고급 캐비어 통조림과 초코릿을 포장했다.
한편, 슐레프 중대는 빠른 속도로 진격해야 했는데 여전히 소련군의 유류 저장소에 불은 꺼지지 않고 있었다. 헬무트가 욕설을 퍼부었다.
"젠장! 이러면 점령한 보람이 없잖아!"
그 때, 4소대장 블라덱이 고함을 쳤다.
"이 망할 놈의 쥐 새끼들이!!"
"뭐야!! 무슨 일인가?"
"이 쥐 새끼들이 4호 전차 두 대 배선을 갉아 먹었네!!"
생쥐들이 4소대의 4호 전차 두 대의 배선을 갉아먹은 것 이었다. 정비 반장이 급히 와서 상태를 보고 말했다.
"이건 여기서는 정비가 어렵겠습니다!"
블라덱은 결국 생쥐들 때문의 자신의 소대 전력의 절반을 잃어버린 꼴이 되었다. 여태까지 4개의 소대 중에 블라덱이 전차 기동률이 제일 좋았기에 블라덱은 이번 일에 완전히 패닉 상태가 되었다. 블라덱은 머리를 쥐어 뜯으며 펄펄 뛰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냐!! 생쥐 때문에 전차를 둘이나 잃다니!!"
그 때, 슐레프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걱정 말게나!! 마침 4호 전차 네 대가 오고 있네!! 일단 하천을 건너는 것이 중요하니 각 소대는 전차들이 건널 수 있는 물이 얕은 구역을 찾아낸다! 도하 가능 지점을 발견한 소대에는 포상을 내릴 것 이다!!"
"포상은 무엇인지 궁금해해도 될지 여쭈는 것을 허락받는 것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그 포상은 휴가가 될 것 이다!!"
슐레프 중대장의 말에 각 소대는 전차가 무리하지 않고 건널 수 있을만큼 하천의 얇은 지점을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이 하천에 전차가 건널 수 있을만큼 얇은 지점은 없었다. 오토의 소대원들은 기진맥진해서 주저앉았다. 알프레트가 중얼거렸다.
"휴가는 물 건너간 것 같습니다!"
오토는 자신의 소대원들과 함께 중대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27구역에 전차가 건널 수 있는 다리가 현재 이 하천을 건널 수 있는 유일한 길목입니다!"
슐레프 중대장은 지도를 보고는 눈썹을 찡그렸다. 물론 이 다리를 이용하면 하천을 건널 수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소련군도 바보가 아닌 이상은 대비를 해놓았을 것 이었다. 결국 하이에와 지크프리트 4인조가 이 다리쪽을 정찰해보기로 했다. 슐레프 중대장은 지크프리트 4인조를 못 미더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뭔가 못 미덥다!!!'
그 때, 누군가 외쳤다.
"새 전차가 왔다!!"
최근 많은 전투들로 인하여 전차 가동률이 떨어진 슐레프 중대를 위하여 4호 전차 4대가 온 것 이었다. 그런데 4호 전차들의 포신이 너무 짧았다. 게오르크가 말했다.
"저..저건 동강난 포 아닙니까?"
독일군은 단포신 전차를 동강난 포라고 불렸다. 새로 지원받은 4호 전차의 짧은 단포신을 보며 오토와 동기들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이거 생산 끝난거 아니었나?'
그 단포신 4호 전차들은 차량 여기저기에 총알 자국도 있었다. 분명 얼마 전 다른 부대가 쓰다가 수리를 마치고 이 곳에 보내진 것 이었다. 참고로 단포신 4호 전차가 T-34를 격파하기 위해서는 뒤로 은밀하게 접근해서 포를 발사해야 한다. T-34 상대로 1:1로는 써먹지 못할 녀석이었던 것 이다.
오토가 중얼거렸다.
"이반 놈들은 88mm로도 격파 안 되는 괴물 전차가 새로 나왔는데 우리는 이런 써먹지도 못할...악!!"
슐레프 중대장이 오토의 귀를 잡았다.
"이 전차를 만드느라 수 많은 사람들이 땀을 흘렸고 귀한 자원이 들어갔다! 보병 지원용으로 가치 있게 써라!!"
볼프강이 슐레프 중대장에게 물었다.
"질문을 하는 것을 허락받아도 될지 궁금해해도 될지 요청하는 것을 물어도 되겠습니까!"
"뭐냐?"
"현재 부대에 장화, 셔츠, 양말, 팬티가 너무 부족합니다! 특히 팬티가 중요한 이유는, 전차장이 서 있으면 포수는 전차장의 팬티에서 나는 똥꾸릉내를 맡아야 합니다!! 그로 인해서 포 사격의 정확도가 떨어지고 있습니다!"
전차 구조 특성상 전차장이 서 있을때, 전차장의 팬티의 위치가 포수의 머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게 되는 것 이었다. 그로 인해서 포수는 전차장의 팬티에서 나는 똥꾸릉내를 그대로 맡아야 했던 것 이다. 하지만 전선에서는 1순위 보급이 연료, 탄약, 2순위가 식량, 의약품, 3순위가 의류였다. 슐레프도 볼프강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이런 헛소리를 들을 시간이 없었다.
"조만간 의류도 보급이 될 것 이다! 일단 이 하천을 도하하는 것에 집중한다!!"
한편, 하이에와 지크프리트 4인조는 우회해서 은밀하게 하천을 건넌 다음, 다리 건너서 매복해있는 소련군이 있는지 정찰하는 임무를 맡았다. 하천을 건너다보니 군화는 물에 젖어서 엄청나게 무거워졌다. 그렇게 하이에 일행은 살금살금 다리 인근을 정찰했다. 지크프리트 4인조는 빨리 정찰 마치고 부대에 돌아가서 맛있는 통조림을 먹을 생각만 하고 있었다.
'별거 없는거 같은데..'
그 때, 하이에의 눈에 무언가가 띄었다.
'저..저건?'
얼핏 보면 절대 눈치챌 수 없을 만큼 덤불과 나무로 잘 위장되어 있었지만, 하이에는 그 덤불 사이로 보이는 직각 콘크리트 형태를 놓치지 않았다.
'콘크리트 진지다!!!'
소련군은 다리 건너에 콘크리트 진지를 만들어둔 것 이었다. 그 콘크리트 진지에는 강력한 대전차포와 기관총이 있었고, 독일군 전차 부대가 다리를 건너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전차 부대가 일렬로 다리를 건너기 시작하면, 이 대전차포는 독일군의 선두 전차와 후미 전차를 격파한 다음 나머지 전차들도 모두 불타는 깡통으로 만들어버릴 것이 분명했다. 그 콘크리트 진지에는 통신선이 연결되어 있었다. 하이에는 은밀하게 기어다니며 4개의 콘크리트 진지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기억해두었다. 그리고 이들은 다른 방향으로 우회한 다음 멀리 돌아서 다시 진지로 돌아왔다.
하이에는 이를 모두 보고했다.
"이 콘크리트 진지들은 중곡사포는 있어야 파괴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통신 차량을 이용해서 소련군 콘크리트 진지의 좌표를 아군 포병대에게 전달했다. 포병대는 중곡사포를 이용하여 다리 건너에 있는 소련군에 콘크리트 진지에 어마어마한 포격을 쏟아부었다.
쿠궁!! 쿠과광!! 쿠궁!!!
콘크리트 진지에는 소련군 포병학교에 생도들이 있었다. 이들은 콘크리트 진지에서 포탄이 폭발하자 엄청난 충격파로 이내서 진지 반대편으로 몸이 날아갔다. 콘크리트 진지 안으로도 엄청난 먼지와 폭풍이 휘몰아치듯 들어왔다.
'으아아아아!!!!!!!!!!'
소련군 포병학교에 생도들은 눈, 코, 귀에서 모두 피를 줄줄 흘렸다. 중곡사포의 포격은 계속되었다. 잠시 뒤, 연막 속에서 독일군의 전차들이 티거를 선두로 빠른 속도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 때, 한 토치카는 독일군의 중곡사포에도 파괴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었다. 눈, 코, 귀에서 모두 피를 흘리는 소련군 포병 학교 생도 로디온은 자리에서 가까스로 일어났다. 그리고는 구역질을 하며 먹은 것을 모조리 토해냈다.
"우웨웩!!!"
옆에 있는 포병 학교 동기는 쓰러진 채로 일어나지 않았다. 그 녀석은 아무 외상이 없었지만 폐가 파열되어 사망한 것 이었다. 로디온은 스스로 대전차포에 철갑탄을 장전했다. 절대로 독일군 전차가 이 다리를 건너게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 그리고 로디온은 뿌연 연막 속에서 접근하는 독일군의 선두 티거 전차를 향해 포를 조준했다.
퍼엉!!
철갑탄은 티거 전차를 10센치 빗겨서 날아갔다. 다시 로디온은 철갑탄을 장전했다. 그 때, 연막 속에서 티거 전차가 불을 뿜었다.
퍼엉!! 쿠과광!! 콰광!!
티거가 발사한 고폭탄은 정확히 콘크리트 진지를 명중했고, 로디온은 엄청난 압력에 뒤로 자빠져서 기절했다. 그렇게 슐레프 중대는 포병대의 도움을 받고 다리를 건너는 것에 성공했다.
도하에는 성공했지만 소련군은 전차가 기동할 수 있는 도로에 지뢰를 모조리 매설했기 때문에 무조건 공병 부대가 도로를 확인하고 전차가 기동해야 했다. 현재 주요 거점인 오렐은 소련군이 점령하고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슐레프 중대는 오렐을 공격해야 할 것 이었다.
오토는 껌껌한 어둠 속에서 내일 진격해야 하는 도로를 바라보았다. 저 도로를 지나서 오렐을 점령하고, 튤라에 도착하면 모스크바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오토는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내일 내가 살 수 있을까?'
점점 중대에는 부상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던 것 이다. 그리고 소련군의 방어선은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오토는 자전거를 타고 야음을 틈타 인근 지형을 정찰하기로 마음 먹었다.
노이어 공병 소대는 내일 전차 부대가 진격할 도로에 지뢰를 모조리 제거하는 작업을 마친 상태였다. 그렇기에 오토가 자전거를 타고 가도 지뢰가 폭발할 일은 없을 것 이었다. 자전거가 두 대 있었기에 오토는 사격에 능한 무전수 요하네스도 데리고 갔다. 요하네스가 울부짖었다.
'왜 맨날 나만 데려가!!'
그렇게 오토와 요하네스는 은밀하게 초원 지대를 정찰했다. 소련군은 땅을 파두고 토치카를 만들어두거나 대전차포를 매복해뒀기에 세밀한 정찰은 필수였다. 또한 전차가 기동할만한 땅인지도 조사를 해봐야 했던 것 이다. 오토와 요하네스는 커다란 나무 옆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별 문제는 없는...'
그 때, 북쪽에서 트럭의 소리가 들렸다.
'!!!!'
그 트럭은 내일 전차 부대가 기동해야 하는 도로 옆에 정차했다. 그리고는 그 트럭에서는 소련군 공병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오토와 요하네스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고는 나무 뒤에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
'으아아..으아아아...'
소련군 공병들은 거의 소리를 내지 않고 은밀하게 도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있었다.
[작가 주석 : 구데리안 2기갑집단은 오렐, 브랸스크, 튤라를 거쳐 모스크바를 포위하러 가야 함. 현재는 셉스크로 맹렬한 공세를 퍼붓고 있음. 2기갑군이 셉스크 점령 성공하면 오렐로도 곧장 갈 수 있음. 노란 화살표가 구데리안 2기갑집단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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