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줄행랑
소련군의 기동 공병대는 그렇게 어둠 속에서 대전차 지뢰를 매설하고 있었다. 기동 공병대 특성상 트럭을 타고 돌아다니며 곳곳에 대전차 지뢰와 대인 지뢰를 매설할 것이 분명했다. 녀석들은 도로에는 대전차 지뢰를 매설하고, 보병들이 걸어다니는 도로 옆에는 대인 지뢰를 매설하고 있었다.
지뢰를 매설하는 공병들 옆에는 3.5kg의 2mm 철제 방탄복을 입고 있는 소련군들이 따발총을 들고 호위를 하고 있었다. 놈들은 지뢰를 매설하는 동안에는 담배도 피우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시커먼 형체가 조금씩 움직였다.
오토는 이마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노..놈들이 떠나면 그 때 도망가자!!!'
오토와 요하네스가 숨어 있는 나무는 폭이 무척이나 좁아서 둘을 완전히 숨겨줄 수 없었다. 만약 몸을 움직인다면 소련군의 눈에 띌 것이 분명했다. 오토와 요하네스는 꼼짝도 하지 않고 자신들의 자전거 옆에 서 있었다. 오토와 요하네스 둘 다 MP40과 계란형 수류탄이 4개씩 있었다. 여기 저기서 새 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들렸다.
짹짹
불과 30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소련군이 조용히 대전차 지뢰를 설치하는 소리만 들렸다. 한 명이 허리를 숙이고 땅을 파면, 다른 녀석은 총과 지뢰를 들고 경계를 했다. 그리고 땅을 파던 녀석이 동료를 툭툭 건드리면 지뢰를 건네주는 식으로 일사분란하게 놈들은 작업하고 있었다.
그 때, 아군 진지 쪽에서 초록색 조명탄이 하늘 위로 솟아 올려졌다.
퍼엉!!
전방에 이상이 없다는 신호를 보내는 초록색 조명탄은 천천히 포물선을 그리며 내려오기 시작했다. 소련 공병들은 더 빠른 속도로 지뢰를 설치했다. 그 때, 300m 떨어진 아군 진지 쪽에서 오토바이 정찰병 7명이 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오토와 요하네스는 이걸 보고 속으로 울부짖었다.
'안돼!!'
소련군은 이미 독일군 오토바이 정찰병을 향해 사격을 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트럭 안에 있던 기관총 사수가 기관총을 긁어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서 와라!! 네 놈들을 벌집으로 만들어주지!!'
그 때, 어둠 속에서 오토의 자전거가 튀어나와서 소련군 기동 공병대의 트럭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쿠과광!! 콰광!!!
지뢰를 설치하던 소련군은 우왕좌왕했다
"매복이다!!"
"저 놈 잡아!!"
오토의 자전거는 빠른 속도로 저지대로 향했다. 지금 오토와 소련 공병들이 있는 곳은 약간 고지대였기 때문에 오토가 잽싸게 저지대로만 간다면 소련군의 총격으로부터 엄폐될 수도 있을 것 이었다. 소련 병사는 따발총을 들고 오토의 자전거를 향해 긁어댔다.
따다다다다닥 따다다다다닥
어둠 속에서 불꽃이 번쩍 거리며 엄청나게 많은 총알이 쏟아졌고, 총알 하나가 오토의 머리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때, 반대편에서 요하네스가 자전거를 달리며 소련군을 향해 MP40을 긁어댔다.
탕탕 탕탕탕
불꽃이 번쩍거리며 소련군 두 명이 바닥에 억하고 쓰러졌다. 오토가 외쳤다.
"튀어!!!"
그리고 오토와 요하네스의 자전거는 빠른 속도로 저지대로 달렸다. 뒤에서는 계속해서 소련군의 총이 불을 뿜었다. 오토와 요하네스의 자전거는 공중으로 붕 떴다가 저지대로 무사히 착지했다. 오토는 하늘을 향해 붉은 조명탄을 쏘았고, 이 쪽으로 오던 오토바이 부대에게 외쳤다.
"소련군 기동 공병대다!! 병력은 15명 정도!! 도로 근처에 지뢰 깔렸으니 피해!!"
오토바이 부대에 두 오토바이에는 사이드카가 비어 있었고 오토와 요하네스는 여기 탑승했다.
소련군 공병들은 트럭을 잃고는 허둥지둥 달아나는 참이었다. 몇 소련군은 동료들의 퇴각을 엄호하기 위해서, 뒤돌아서 따발총을 긁어댔다. 오토는 사이드카에 탑승한 상태로 불꽃이 번쩍이는 곳을 향해 기관총을 긁었다.
드르륵 드르르륵
오토가 발사한 기관총 총알은 소련군의 가슴팍에 명중했지만 소련군은 방탄복을 입고 있었기에 번쩍하고는 총알이 튕겨져 나올 뿐 이었다. 방탄복을 입고 있던 소련군은 충격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쓰러지지 않고 도망갔다. 오토는 계속 기관총을 긁었다.
드드득 드득
한 소련군은 오토의 오토바이를 향해 소총을 쏘았다.
탕! 타앙!!
총알은 오토바이를 빗나갔지만 자칫하면 뒤질 수도 있었다. 오토가 기관총을 더 긁으려는데 문제는 기관총 총알이 떨어졌다. 급하게 오토바이에 얻어타느라 MP40은 놓고 온 상태였다. 오토는 달아나는 소련군을 향해 루거 권총을 발사했다.
탕! 타앙! 탕! 탕!
달아나는 소련군의 등에 한 발이 명중했지만 이 총알은 방탄복에 그대로 반사되어 튕겨져나왔다. 그리고 반대편에서 요하네스가 탄 오토바이가 소련군을 포위하며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륵 드르륵 드르륵
오토바이 부대는 아주 신속하게 도주하는 소련군을 포위했다.
포위당한 소련군은 팬티에 똥오줌을 지리며 무기를 내려놓고 양손을 들었다. 그렇게 독일군의 오토바이 부대는 어둠 속에서 달아나는 소련군 공병들을 포로로 잡는 전공을 세웠다. 노이어 공병 소대가 와서 소련군이 설치한 지뢰를 빠른 속도로 제거했다. 지뢰의 기폭 장치를 제거한 다음 지뢰 본체들도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겨두는 작업이었다.
오토와 요하네스는 팬티에 똥오줌을 지린 상태로 진지로 돌아왔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다..다시는 정찰 가지 말아야지..다른 녀석 시켜야겠다!!'
한편 포병대는 소련군의 진지를 향하여 경곡사포를 한 두 발씩 쏴두고 있었다.
펑!! 퍼엉!! 펑!!
관측 장교는 경곡사포가 착탄하는 지점을 관측하고 있었다. 이렇게 경곡사포를 미리 쏴두는 것은 내일 있을 포격을 준비하기 위함이었다. 현재 독일군 포병대에는 엄청난 크기의 중곡사포와 네벨베르퍼 부대도 와 있었다. 소련군으로 하여금 주공의 방향이 들통나면 안되기 때문에, 중곡사포 대신에 이렇게 경곡사포를 이용해서 한 두발씩 쏴두면서 좌표를 측정해두는 것 이었다. 네벨베르퍼 부대는 내일 임무를 마치고 또 바쁘게 이동해야 할 것 이다.
오토 또한 자신의 소대 전차들의 점검을 마쳤다. 4시간 뒤에는 오렐에 있는 소련군의 거점을 향해 공격을 개시해야 했다. 그 때, 슐레프 중대장이 소대 장교들을 집합시키고 내일 작전을 설명했다.
"1소대는 이 고지대에 있는 38확인점으로 간다!!"
'젠장!! 왜 바뀐거야!!'
이렇게 되면 다시 정찰을 가야 했다. 그렇게 오토는 요하네스를 데리고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 야음을 틈타서 인근을 정찰했다. 고지대에 있는 38확인점으로 가는 오르막길 도로는 이미 공병대가 어제 지뢰제거 작업을 마친 상황이었다. 오토는 지형을 살펴보면서 속으로 생각했다.
'아까 전에 그 사단이 났는데 설마 이반 놈들도 또 오진 않겠지?'
어둠 속에서 자전거를 운전해서 오르막길을 타고 올라가는 것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요하네스가 숨을 골랐다.
"헥헥..."
"좀만 더 가자!!"
그렇게 오르막길을 다 올라왔다. 오토는 200m 쯤 떨어진 도로에서 뭔가 검은 형체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
"멈추게!"
요하네스가 급히 자전거를 멈추려다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으익!!"
그 때, 200m 쯤 떨어진 곳에서 검은 형체들이 움직이더니 이 쪽을 향해 따발총이 발사되었다.
따닥 따다닥 따다다닥
소련군 기동 공병대가 38확인점에도 지뢰를 설치하고 있었던 것 이다. 오토가 외쳤다.
"튀어!!"
요하네스는 급히 자전거를 일으키고는 오토의 자전거를 따라갔다.
"으아아..으어어어..."
따닥 따다다닥 따다닥
빨리 비탈길을 따라 내려가기만 하면 소련군의 총으로부터 엄폐할 수 있었다. 앞에는 급경사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우아악!!"
오토와 요하네스의 자전거가 공중으로 붕 떠올랐다. 하지만 이번에는 안전하게 착지를 하지 못하고 둘 다 자전거가 넘어졌다.
"으익!!"
"으악!!"
소련군의 기동 공병대 트럭은 오토와 요하네스를 찾으러 달려오고 있었다. 트럭에는 기관총이 있었다. 소련군 장교가 외쳤다.
"빨리 잡아!!"
"두 놈이다!!"
그렇게 트럭이 앞으로 달려갔다. 소련군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는 트럭에 기관총을 사격할 준비를 마쳤다.
"저기 멈춰!!"
소련군 장교는 저지대가 한눈에 보이는 지점에 트럭을 멈추게 했다. 이 곳에서는 저지대의 평원이 훤히 보이기 때문에 기관총으로 사격하기에 안성맞춤인 지역이었다. 하지만 아까 전에 도주하던 독일군은 보이지 않았다.
"어디있는거지?"
"놈들은 덤불 속에 숨었을 거다!! 샅샅이 긁어라!!"
소련군 기관총 사수는 독일 병사들이 숨었을만한 덤불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득 드드득
"11시 방향 저기 큰 덤불로 긁어라!!"
드드득 드드득 드득
트럭의 헤드라이트가 평원을 비추었다. 하지만 독일군의 형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반드시 잡는다!! 쥐 새끼 같은 놈들!!"
드르륵 드르륵 드르르륵
소련군 장교는 트럭에서 내린 다음 뚜벅뚜벅 걸어다니며 오토와 요하네스가 어디 숨어있는건지 눈에 불을 켜고 찾았다.
"어디 숨어있는거냐!!"
그 때, 독일군 진지 쪽에서 이 총소리를 듣고는 하늘에 붉은 조명탄을 발사했다. 하늘에 태양같은 붉은 조명탄이 솟아올랐고, 평원은 대낮처럼 환해졌다. 소련군 기관총 사수는 사람 형체처럼 보이는 곳을 향해 기관총을 긁었다.
드득 드드드득
독일군 포병대 쪽에서 소련군의 트럭이 있는 곳을 향해 포를 쏘기 시작했다.
펑!! 퍼엉!!
물론 좌표는 맞지 않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소련군 장교는 일단 철수하기로 했다.
"일단 철수한다!!"
그렇게 소련군의 기동 공병대 트럭은 철수했다. 그제서야 커다란 바위 밑에서 자전거와 함께 엎드리고 있던 오토와 요하네스는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아까 전에 이 둘은 커다란 바위 밑에 숨어있었고, 바위 바로 옆에 소련군의 트럭이 정차하고 저지대 평원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는 소리를 듣고 있었던 것 이다. 요하네스는 탄피가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소련군 장교가 트럭에서 내려서 자신들을 찾으러 걸어다니는 군화를 보면서 팬티에 똥을 지려버렸다. 오토가 말했다.
"복귀한다!!"
하지만 요하네스는 완전히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으아...으아아아...."
오토는 요하네스의 뺨을 한 대 툭툭 치고 정신을 차리게 했다.
"빨리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오토와 요하네스는 다시 자전거를 타고는 진지로 복귀했다. 오토는 소련군의 기동 공병대가 38확인점에 지뢰를 설치하고 있던 것을 보고했고, 노이어 공병 소대는 다시 38확인점으로 가서 지뢰를 제거했다. 지금은 지뢰를 제거하기 위한 시간이 충분치 않았기 때문에 기폭장치만 제거해야 했다. 노이어 소대장은 시간이 얼마 안 남은 와중에도 신중하고 침착하게 하나씩 지뢰를 제거했다. 재수 없으면 지뢰가 터질 수도 있었다.
오토는 티거 위에 올라가서 쌍안경을 통해서 38확인점을 관찰했다. 만약 지뢰 제거 작업을 하다가 누군가 실수를 한다면 지뢰가 폭발할 것 이었다. 오토 뿐만 아니라 다른 전차병들도 초조하게 38확인점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제발 아무 일 없어라!!'
잠시 뒤, 노이어 공병 소대가 지뢰 제거 작업을 마치고 복귀했다. 그리고 오렐을 향한 포병대의 강력한 포격이 시작되었다.
네벨베르퍼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구오오오 구오오오 구오오오 구오오오
로켓들이 지상으로부터 대각선을 그리며 하늘로 번쩍거리며 날아갔다. 슐레프 중대의 전차들은 식은 땀을 흘리며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만약 오렐 점령에 성공한다면 모스크바로 가는 길도 몇 단계 남지 않은 셈이었다.
그 때, 참모용 차량이 최전선에 도착했다. 슐레프 중대장은 이 갑작스러운 방문에 깜짝 놀랐다.
'뭐지? 온다는 말은 없었는데?'
참모용 차량에서 일반 사병용 군복을 입은 육군 최고 사령관 한스 파이퍼가 내렸다.
[작가 주석 : 구데리안 2기갑집단은 오렐, 브랸스크, 튤라를 거쳐 모스크바를 포위하러 가야 함. 현재는 셉스크로 맹렬한 공세를 퍼붓고 있음. 2기갑군이 셉스크 점령 성공하면 오렐로도 곧장 갈 수 있음. 노란 화살표가 구데리안 2기갑집단이 앞으로 가야할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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