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강력한 소비에트의 전차 T-60의 추억이여!
오토는 자신의 티거 위에서 완전히 넋이 나간 상태로 주저앉아 있었다. 에밀이 와서 티거의 상태를 보고했다.
"엔진, 오일, 연료 모두 확인 완료했습니다!"
오토는 여전히 멍한 상태로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린채로 주저앉아 있었다.
"소대장님?"
"어?"
"엔진, 오일, 연료 모두 확인 완료했습니다!"
잠시 뒤, 만토이펠 대대장이 돌아와서 자신의 퀴벨바겐을 타고는 떠났고, 아까 전에 보았던 그 꼬맹이는 군용 빵과 초콜렛, 캔디롤을 들고는 헛간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오토는 그 꼬맹이에게서 시선을 돌렸다. 이제 6월이었고, 날씨가 더웠던 탓에 이 비옥한 탕에는 모기가 들끓기 시작했다.
포탄을 점검하던 포수 에밀이 외쳤다.
"망할 모기 새끼!!"
병사들에게는 모기를 막기 위한 모기장 마스크가 배급되었지만 이는 부족했다. 속옷 속에는 이가 드글거렸고, 모기는 얼굴과 팔, 다리를 물어뜯었다. 조종수 마티아스가 티거 내부로 들어왔는데, 모기가 엥엥거렸다. 마티아스가 손을 휘두르며 모기를 차체 밖으로 내쫓으려고 했다.
"이 모기 새끼!!"
위이잉 위이이이잉
그리고 슐레프 중대가 출발했다.
트응 트드등 트드드등
오토는 상체를 부드럽게 전진하는 티거 해치 위에 내민 상태로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전차들이 내뿜는 먼지 때문에 기침이 났고 그제서야 정신이 들었다.
"켁...켁..."
오토는 애써 자신의 비겁한 행동을 합리화했다.
'가..강제로 한 것도 아니잖아!! 그 꼬맹이도 먹을거 받았으니 된거야! 내가 뭘 어떻게 하는데? 괜히 끼어들었다간 죽었을 수도 있다!! 그 망할 놈의 꼬맹이가 초콜릿 받고 궁둥짝을 들이밀었겠지..그걸 왜 내가 도와야 해?'
하지만 오토가 생각해도 이건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융커 출신의 만토이펠 대대장은 상당히 재산도 많았고 나름 존경 받던 인물이었다. 그리고 군대에서 그런 상황에서 상관을 막는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오토는 만토이펠 대대장에게 속으로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시발 놈...좆같은 새끼...'
오토는 만토이펠 대대장을 루거 권총으로 겨누고 멋있게 꼬맹이를 구하는 자신의 모습을 상상했다. 모두 자신의 행동을 용기있다며 칭찬해줄 것 이었다. 이를 상부에 보고해서 그 사악한 새끼는 군사 재판을 받게 될 것 이었다. 그리고 오토는 더욱 존경 받는 소대장이 될 것 이었다. 소대원들이 오토를 보며 쑥덕거렸다.
"우리 소대장은 전투도 잘할 뿐만 아니라 정의롭다!!"
"나는 독일 제국이 아니라 오토 파이퍼 소대장을 위해서 싸우겠다!!"
상상 속에서 오토는 티거 중전차 대대의 중대장이 되었다. 직각 장갑 티거가 엄청난 위용을 뿜으며 모스크바로 전진했다.
트릉 트드등 트드드등
그 때, 헤드셋에서 슐레프 중대장의 목소리가 들리며 오토의 망상이 깨졌다.
"1소대! 응답하라!! 응답하라고!!! 수신 가능한가?"
"1소대! 수..수신완료!!"
"정신 차려라!!! 로스케들이 대전차포 엄폐해두었다가 측면에서 때리면 작살난다!!!"
"1소대 수신완료!"
오토는 정신을 차리기 위해 캔디롤을 꺼내서 한 알 입에 넣었다.
트드등 트드드등
하지만 잠시 뒤 입에서 캔디롤이 굴러 떨어졌다.
'내가 여기서 뭐하고 있는 거지?'
점점 땅은 질퍽거리고 있었고 전차와 차량이 기동하기 어려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45분에 한번씩 실시하는 정비를 위해 전 부대가 정지했다.
"정지!!"
모든 차량들이 정지했다. 오토는 여전히 영웅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실실거리며 해치 밖으로 나왔다. 만토이펠 대대장을 사람들 앞에서 두들겨패는 자신의 모습을 생각했다. 민간인들은 물론이고 모두가 오토의 행동에 경탄했다. 어머니 에밀라가 오토를 자랑스러워하며 안아주었다.
"정말 잘했단다."
옆에서 스테판은 질투 섞인 눈으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오토는 어머니 에밀라가 위문품을 자신에게만 보내주는 것에 스테판에게 일종의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어린 시절부터 오토는 스테판 앞에서 엄마한테 받은 장난감들을 자랑하곤 했던 것 이다.
오토의 상상 속에서는 여자들도 오토를 보고 감탄하고 있었다.
"너무 멋있어!"
"저런 남자와 결혼하고 싶어!"
밀리나는 늘 투포환 여자 국가 대표 출신의 근육질에 키 175센치 이상인 여자 경호원들의 철통 경호를 받았다. 밀리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오토와 사귄다는 것을 아직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 밀리나가 사람들 앞에서 오토에게 입을 맞춰주었다.
"오토, 너가 자랑스러워!"
그렇게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오토는 그만 상부장갑에서 미끄러져 질퍽질퍽한 땅에 얼굴을 처박았다.
"악!!"
"소대장님! 괜찮으십니까!"
한편, 소련군 전차장 표도르는 조만간 자신에게 주어질 새 전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장전수 파벨이 말했다.
"T-34/85이 아니면 T-34/76이라도 주겠죠?"
"지금 급하게 공장을 옮겨서 전차들 상태가 좋지 않네!"
소련은 급하게 우랄 산맥 뒤쪽으로 공장을 옮겨야했기에 최근 찍어나오는 전차들의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 이다. 그나마도 러시아 백군 출신 간첩들의 폭탄 공격으로 인해 많은 공장들이 옮겨지기 전에 파괴되었다. 그 때, 조종수 드미트리가 외쳤다.
"저..저길 보십시오!!"
수 많은 전차들이 이쪽을 향해 오고 있었다. 그 전차는 T-34/85도 T-34/76도 아니었다. 하다못해 BT 쾌속 전차도 아니었다. 이름만 들어보면 숫자가 커서 뭔가 강해보이는 그 이름하여 T-60 전차였다!! 기존의 촌스러운 좌우대칭 전차와는 달리 포탑이 좌측으로 치우쳐져 있어서 멀리서도 구분이 가능했다!
중량 5.8톤, 전장 4.1m, 전폭 2.3m, 탑승 인원은 전차장과 조종수, 주무장은 20mm 기관포인 이 멋진 T-60 전차를 보며 너무 멋있어서 표도르와 파벨, 드미트리는 할 말을 잃었다. 정치 장교는 전차병들에게 이 자랑스러운 전차를 보여주며 외쳤다.
"파시스트들의 테러에도 불구하고 공장을 우랄 산맥 뒤쪽으로 옮기는 것에 성공했네! 이렇게 훌륭한 전차를 타게 된 것에 대해 스탈린 동지에게 감사하게!"
참고로 이 T-60 전차는 독일군의 3호, 4호 전차와 싸우기 위해서는 측면에서 기습해서 단거리에서 기관포를 발사해야만 했다. 화력만 약한게 아니라 장갑도 얇았기에, 기관총에도 약했다. T-60이 두려워해야하는 것은 티거와 판터가 아니라 독일군의 37mm 대전차포였다. 참고로 독일군도 88mm 대전차포를 아무 곳에서나 운용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37mm 대전차포는 차고 넘쳤다.
조종수 드미트리가 말했다.
"장갑을 좀 보강하는 것이 어떨까요?"
파벨이 말했다.
"조...좋은 생각 입니다!"
정비사가 외쳤다.
"이거 트럭 엔진이라 장갑 보강 못합니다! 엔진이 약합니다!"
표도르는 조종수 드미트리와 함께 전폭 2.3미터, 전고 1.75미터의 좁아터진 차체 내부로 들어갔다. 정치 장교가 외쳤다.
"각 전차장은 포수겸 탄약수 역할을 하면 된다!"
전차 내부에서 드미트리가 표도르에게 쑥덕거렸다.
"서..설마 더 좋은 전차가 오지 않을까요?"
그 때, 정치 장교가 외쳤다.
"동무들을 위해서 조만간 T-60 전차가 50대 이상 보급될 것 이다! 이는 소비에트의 귀중한 자산이니, 절대로 파시스트 놈들에게 노획하지 않도록 소중하게 다뤄야 한다!!"
장전수 파벨이 속으로 생각했다.
'파시스트 놈들도 이건 노획 안할 것 같은데...'
이 T-60은 내부에서 보니 용접 상태도 엉망이었고 페인트도 제대로 칠하지도 못한 상태였다. 공장에서 급하게 찍어내느라 상태가 이 꼴인 것이 분명했다. 드미트리가 대충 칠한 페인트 껍데기를 손으로 벗겨내며 말했다.
"뭐 잘 굴러가긴 하겠죠. 그...맹수 사냥용으로 보내준다던 강력한 전차는 뭘까요?"
표도르가 말했다.
"아마 모스크바 쪽으로 보내졌겠지."
표도르는 T-60 밖으로 나와서 정치 장교에게 말했다.
"이 전차로는 독일군의 3호, 4호 전차도 상대할 수 없습니다. 보다 강력한 화력의 전차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최근 교전에서 이 일대에서 티거와 판터가 지속적으로 목격되었습니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놈들은 키예프를 점령하기 위해 남쪽으로 내려오고 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최소한 T-34/85가 보급되어야 합니다."
정치 장교가 펄펄 뛰었다.
"이런 부르주아적이고 파시스트같은!! 이 T-60 전차도 노동자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진 귀중한 국가의 자산이다! 네 놈은 자본주의로 범벅이 되고 노동자들의 고혈을 착취하는 그런 전차를 원하는 것인가?"
표도르가 말했다.
"지난 번 보고서에서도 적었지만, 현 T-34/85는 포탑에 최대 2인이 들어가는 구조로, 전차장이 포수 역할까지 맡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3명이 포탑에 들어가는 파시스트 놈들보다 장전 속도가 느릴 수 밖에 없습니다! 포탑에 3명이 들어가는 구조로 T-34/85 전차가 개선되어야 합니다!
정지 장교는 콧수염을 꿈틀거리며 표도르를 보며 말했다.
"부사관이...말대꾸?"
다른 소련군 전차장은 표도르의 말에 공감하며 속으로 표도르를 응원했다.
'속이 다 시원하네!!'
'다 맞는 말이야!!'
'아무리 보고서에 올려도 안 들어주잖아!!'
표도르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경심철갑탄 보급량을 늘려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T-34/85가 경심 철갑탄을 쓴다면, 천 미터까지 접근하면 독일군의 티거나 판터도 격파 가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최근 교전 결과, 경심철갑탄이 아닌 일반 탄으로는 700m까지 접근해도 다 튕겨져나왔습니다!"
"이런 부르주아적인 놈!! 이런 반동 분자 같으니라고!! 그렇게 자본주의가 들어간 파시스트적인 포탄을 배급해달라는거냐? &%$#*#"
정치 장교는 침을 튀기며 일장 연설을 했고 표도르와 전차장들은 아무 말 없이 이 말을 듣고 있었다. 그렇게 정치 장교는 연설을 마치고 의기양양하게 자리를 떴다. 한편, 포병 녀석들도 경심철갑탄이 보급 안 되어서 불평 불만을 하고 있었다.
"이걸로 어떻게 싸우란 거야!"
"조용히 해! 굴라크 가고 싶냐?"
"보내라지! 뒤지는 것 보다 낫네!"
"경심철갑탄이 있어야 기습으로라도 파시스트 전차를 격파하는건데..."
경심철갑탄이 있으면 일반탄을 운용할 때보다 장거리에서도 독일군의 전차를 격파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대전차포를 운용하는 포병들은 가능하면 경심철갑탄을 많이 보급받고 싶어했던 것 이다.
조종수 드미트리가 표도르에게 물었다.
"이..이번엔 어떤 전술을 써야 할까요?"
표도르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앞으로 독일군의 티거나 판터를 만나면 무조건 튄다."
"네...넵?"
"3호 전차나 4호 전차야 측면에서 기습하면 격파 가능할 수 있겠지만 티거, 판터는 어차피 격파 못 한다!! 어차피 무전기도 안 달렸다! 대충 눈치보고 튄다!"
그래도 표도르가 있는 부대에는 T-34전차가 몇 대 있었다.
"저 녀석들이 티거와 판터의 측후방을 기습할 수 있도록 시선을 끌어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렇게 시선 끌어주다가 죽으라는거냐!!"
잠시 뒤, 표도르와 파벨, 드미트리는 동료 전차병들과 함께 까샤를 먹고 있었다. 한 고참 병사가 신병에게 염소 젖을 건네주었다.
"아쎄이! 고생이 많구나! 이거 먹어라!"
아쎄이가 말했다.
"가..감사합니다!"
"모스크바로 안 가서 다행인줄 알게나!! 파시스트 놈들의 주력은 중부에 있네!"
그 때 누군가 외쳤다.
"놈들 전차다!!!"
또 마을에서는 한바탕 전투가 벌어졌다. 표도르의 T-60 전차는 독일군의 판터 전차와 함께 빙글빙글 마구간 주위를 돌고 있었다. 드미트리는 비명을 지르며 계속해서 T-60을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며 판터 전차의 거대한 주포로부터 도망갔다.
"으아아악!! 아아아악!!"
표도르는 외쳤다.
"저 쪽으로 빠져!!!"
표도르의 전차는 불타는 마구간 주위를 도는 것을 멈추고, 마구간이 불타오르고 있는 골목으로 빠지기 시작했다. 판터는 뒤늦게 이를 보고 후진하기 시작했지만, 안타깝게도, 판터의 후진 속력은 시속 4km 였다. 판터가 천천히 후진을 했고 그 틈을 타 표도르의 T-60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조종수 드미트리가 외쳤다.
"우하하!! 판터는 후진이 느리지!! 멍청아!! 따라와봐라!!"
이미 아군의 T-34 전차 몇 대도 모두 독일군에게 포위된 상황이었다. 다른 T-34 전차의 장전수로 들어간 파벨도 그 녀석들과 함께 미친듯이 도망가고 있었다. 표도르가 드미트리에게 외쳤다.
"저 쪽 능선으로 튀어!!!"
그렇게 슐레프 중대는 또 새로운 마을을 점령하고, 이번에 노획하게 된 소련군의 무기들을 살펴보았다.
게오르크가 기쁜 표정으로 T-34에 들어갔다 나와서는 외쳤다.
"멍텅구리 T-34다!!"
멍텅구리 전차라는 것은, 무전기가 없는 전차를 의미했다. 멍텅구리 T-34라고 해도 상당히 쓸모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아마 러시아 제국군 출신으로 이루어진 부대가 이 전차를 쓰게 될 터였다.
오토는 5대의 T-60 전차들을 보았다.
'이걸 어따 써먹지?'
스테판이 말했다.
"장갑은 얇지만 쾌속 전차처럼 속도가 빠르면 정찰용으로 써먹을 수도 있겠지?"
전차병들은 그 안에 들어가서 T-60을 조종해보았다. 최고 속도는 44km/h였다. 크기도 작고 장갑도 가벼웠지만 속도도 딱히 빠르지 않았던 것 이다.
"이걸 어따 써먹냐?"
대전차포를 운반하는 포병들이 외쳤다.
"좋았어!! 이건 우리가 견인용으로 쓰지!"
점점 땅이 질퍽해지고 있어서 포를 운반하는게 힘들었던 것 이다. 그렇게 5대의 T-60은 야포 견인용으로 쓰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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