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슐레프 중대는 계속해서 오렐로 진격하고 있었다. 7월에 쉬지도 않고 계속해서 전차를 기동하다보면 엄청나게 더웠다. 보병들도 전차 후방 데크에 얻어 타는 것을 거부하고 차라리 걸어서 행군했다. 전차병들은 더워서 모두 팬티를 제외하고는 전부 벗어야 했다. 양동이에 담아 둔 물도 거의 떨어졌다. 에밀이 중얼거렸다.
"목 말라..."
"좆 같은 먼지..."
전차병들은 그렇게 갈증, 더위, 좆같은 먼지 속에서 지루한 행군을 했다. 소련군이 어디 매복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꾸준히 정찰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때 오토바이 정찰병들이 작은 하천을 발견했다.
"저 쪽에 하천을 발견했다!!"
"좋았어!"
"물이다!"
"가자!!"
"빨리 물 길어와!!"
전차병들은 양동이에 물을 받고 물을 마시고 더위를 식혔다. 오토와 전차병들은 모처럼 하천을 찾은 김에 팬티를 빨았다.
스테판이 외쳤다.
"너네 양심이 있는거냐! 물고기들 다 죽겠다!"
"팬티 보급이 안 되는데 어쩔거야!"
병사들의 팬티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더러운 수준이었다. 팬티에는 온갖 이, 기생충이 바글거렸다. 쥐들도 구역질을 할 팬티에도 이들은 무한정 알을 까댔다. 손톱으로 알을 톡톡 터트리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병사들이 가끔 몸을 비틀다가 불알을 긁어대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맑은 물이 졸졸 흐르던 하천은 순식간에 탁해졌다. 만약 근처 농가에 사는 주민들이 이 광경을 봤다면 다시는 이 하천에서 물을 먹지 못했을 것 이다.
슐레프 중대장이 외쳤다.
"출발한다! 전 중대 원위치로!"
전차병들은 후방 데크에 팬티를 말리면서 진격했다. 45분 정도 더 가고 정비 시간이 되었다. 다들 내려서 정비를 하는데 근처 농가에 있던 마을 아가씨들이 이 광경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
"꺄악!!!"
마을 아가씨들은 얼굴을 손으로 가리는척하고 멀리서 이 광경을 보고 지들끼리 키득거렸다. 슐레프 중대장이 호통을 쳤다.
"당장 팬티 안 입냐!"
오토와 전차병들은 추하게 포신을 덜렁거리며 달려가서 후방 데크에 널어둔 팬티를 입었다.
부대는 마을 아가씨들에게 군용 빵을 내어주고는 염소 젖을 받아서 한 모금씩 마셨다. 하지만 염소 젖으로는 부족했기에 슐레프 중대장은 마을에 가서 군용식량을 내어주고는 마을 아주머니가 제조한 밀주를 한 통을 구입했다. 커다란 오크 통 안에 들어있는 흑맥주는 그야말로 기가 막혔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중대는 다시 롤반을 따라 오렐로 출발했다. 그 때, 하늘에서 아군의 정찰기가 부드러운 비행운을 남기며 남서쪽으로 비행해오고 있었다. 슐레프 중대원들이 정찰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 때, 정찰기 조종사가 하늘에 보라색 조명탄을 발사했다.
퍼엉!
이는 적군이 근처에 매복해있으니 주의하라는 신호였다. 정찰기는 이런 불길한 소식을 전해주고는 남서쪽으로 떠났다.
"적군이 매복해있다!! 경계해!!"
중대에는 비상이 걸렸고, 중대는 이동 대형에서 전투 대형으로 전환했다.
오토도 팬티만 입은 상태로 상부 해치 위로 머리를 내밀고 사방을 정찰했다. 하지만 적군의 매복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루프트바페 녀석이 잘못 본거 아닐까? 아니다. 놈들은 분명 매복해있다!'
"1소대 고폭탄 장전! 명령 전까지 사격 금지!"
오토바이 부대들이 빠른 속도로 주변을 정찰했다. 그 때, 1시 방향에서 거대한 포성이 들렸다.
퍼엉!
"1시 방향! 적 야포!"
펑! 퍼엉!
1시 방향에서 뿌연 연기와 함께 불꽃이 번쩍거렸다. 적 야포까지의 거리를 식별할 수 없었다. 오토가 외쳤다.
"3탄 연속 장전!700m 900m 연속 발사!"
퍼엉! 스르륵 퍼엉!
오토는 탄착점을 확인하고는, 적 야포의 불꽃이 번쩍거리는 지점을 관측했다.
"목표 거리 750m! 고폭탄 발사!"
퍼엉!
오토는 관측창을 통해서 저 멀리서 불꽃이 피어오르는 것을 관측했다. 그런데 아까부터 미세한 충격이 전차에 전달되고 있었다.
탕! 타앙!
대전차 소총수는 중대의 선두에 있는 오토의 티거를 기동불가로 만들기 위해서 집중적으로 사격하고 있었던 것 이다.
오토의 지휘관 큐폴라는 열려 있었고, 오토는 저격총을 맞을까봐 고개를 내렸다.
"유산탄 장전! 연속 발사!"
그 때 소련군 대전차 소총 저격수의 총알이 큐폴라 위로 쉿거리며 지나갔다.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면 총을 맞았을 것이 분명했다. 오토는 등에 식은 땀이 줄줄 흐르며 연막탄을 발사했다.
퍼엉!
슐레프 중대장이 명령을 내렸다.
"1소대! 전진해서 적 섬멸한다!"
"수신완료! 1소대! 전진!"
오토의 1소대는 티거를 선두로 앞으로 전진했다. 하지만 불길한 직감이 들었다.
"2호 차량 포탑 2시 방향으로! 3호 4호 차량 포탑 각각 11시, 10시 방향으로! 사격은 전차장 재량에 맡긴다!"
그렇게 1소대는 먼지를 뿜으며 앞으로 전진했다. 소련군은 여기 저기 호를 파두고 대전차호, 대전차소총, 기관총 등으로 공격해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서 티거의 궤도를 이용해서 호 속에 숨어 있는 놈들을 짓뭉개버리면 될 것 이었다. 하지만 오토가 불길함을 느낀건 다른 이유에서였다.
'매복했다면 300~400m 쯤 접근했을때 사격을 시작해야한다! 그런데 왜 놈들은 700m 거리에서 사격을?'
그 때 우측에서 포성이 들렸다.
퍼엉!
"우측에 적 야포! 포탑 3시 방향으로!"
좌측에서도 포성이 들렸다.
퍼엉!
소련군은 독일군의 전차를 유인하기 위해서 750m 거리에서 대전차포, 기관총, 대전차 소총 등으로 공격한 것 이었다. 그렇게 오토의 1소대가 유인 작전에 걸려들어서 가까이 왔을때, 좌측과 우측에서 매복해있던 대전차포가 사격을 시작한 것 이었다. 지금 오토의 소대는 소련군이 준비한 킬존에 들어온 상태였다.
오토의 티거는 빠른 속도로 포탑을 회전시켰다.
스으윽
다행히 양쪽 측면을 향해 포탑을 돌려두었던 2호, 3호, 4호 전차들이 소련군의 대전차포를 향해 고폭탄을 발사해주었다. 하지만 양 측의 대전차포는 선두에 있는 오토의 티거를 집중 공격했다. 고폭탄이 티거 근처에서 폭발했다.
쿠과광!
티거 전차 포탑 뒤에 공구박스가 박살나며 공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티거의 연막탄 발사기 또한 충격으로 박살나서 파편이 조각조각 사방 팔방으로 날라갔고 예비궤도도 조각나서 땅으로 떨어졌다. 엄청난 충격 속에서 티거 해치는 빠른 속도로 회전했다.
스으으윽
쿠광!콰광!
"고폭탄 발사!"
퍼엉!
소련군의 대전차포가 시꺼먼 연기, 불꽃과 함께 폭발했다. 그 때, 좌측에 있던 소련군의 대전차포가 발사한 고폭탄이 티거 포탑 근처에서 폭발했다.
쿠과광!
'악!'
포탑에 있던 오토, 에밀, 알프레트는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다행히 뷜리겐의 전차가 좌측 소련군 대전차포를 격파해주었다.
쿠과광!
이미 2소대, 3소대는 제각기 좌측 우측으로 우회하여 진격해서, 저만치 앞에서 매복한 소련군을 섬멸하고 있었다. 잠시 뒤, 티거 속에서 오토와 전차병들이 밖으로 나왔다. 오토와 에밀, 알프레트는 모두 코에서 피가 나고 있었다.
'으어어...'
오토는 포탑 밖으로 나온 다음에 티거 옆에 털썩 쓰러졌다.
"파이퍼! 괜찮은가!"
다행히 청력은 멀쩡했다. 오토는 자신의 티거를 바라보았다. 쉬르첸에는 여기 저기 총알자국이 나있었다. 15발 정도는 쉬르첸을 관통하지 못하고 자국만 남겼고, 4발은 관통했지만 쉬르첸이 충격을 흡수해서 차체에 손상을 주지는 않았다. 그 외에도 티거에는 여기저기 상흔이 있었다.
위생병들이 오토와 전차병들에게 물을 주었다. 다행히 멀쩡했다. 10분 정도 휴식한 뒤 오토와 전차병들은 비틀거리며 티거에 들어갔다. 오토는 일단 3시 방향으로 선회한 포탑을 0시 방향으로 선회하기로 했다.
"포탑 0시 방향으로!"
에밀이 포탑 선회 패달을 밟았다. 하지만 포탑은 돌아가지 않았다.
"자동 선회가 안 됩니다!"
"젠장! 그러면 수동으로 돌려!"
그렇게 포탑을 수동으로 선회시켰다. 다행히 슐레프 중대는 궁뎅이 (정비소, 치료소, 지휘소 등이 모여 있는 곳을 지칭하는 군대 용어) 로 향했다. 거기서 정비를 받으면 될 것 이었다.
한편 앙뚜완은 비트만, 카리우스와 함께 장교 진급 과정을 거치며 혹독한 훈련을 받고 있었다. T-34보다 크기가 작은 과녁에 철갑탄, 고폭탄을 발사하는 훈련은 물론이고, 1200m 떨어진 곳에서 시속 15km/h~20km/h 로 움직이는 표적을 맞추는 훈련을 받았다.
물론 아무리 훈련을 해도 실전에서는 수많은 돌발상황이 생긴다. 앙뚜완은 전선신문을 보았다. 그 신문에는 키예프 포위전에서 큰 활약을 한 슐레프 중대의 사진이 실려있었다. 앙뚜완은 그 사진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 날 오토와 동기들은 앙뚜완을 눕히고 피크를 강제로 앙뚜완 위에 올려놓았던 것이다. 앙뚜완은 증오심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신문을 보았다. 슐레프 중대, 그 중에서도 특히 오토 파이퍼는 상당한 이름을 날리고 있었다. 카리우스와 비트만이 와서 신문을 보았다. 비트만이 말했다.
"내가 티거 중전차 소대장이 되면 이 녀석을 앞지를걸세!"
앙뚜완은 신문을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지금 앙뚜완은 봉급을 한 푼도 쓰지않고 아끼고 있었다. 피크는 계속 배가 불러오고 있었다. 피크와 서류 상으로 결혼했기에 전사하면 연금이 나올 것 이었다. 하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결국 앙뚜완은 한스에게 돈을 달라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 당시, 한스는 권력을 이용해서 뇌물을 받는데 재미를 들인 참이었다. 처음에는 혹시 걸리는 것은 아닌가 조마조마했지만 구하기 힘든 명화, 조각상, 현금 등을 받다보니 점점 욕심이 났다.
한스는 최근에 받은 작은 금괴를 보았다.
'조만간 큰 저택을 하나 살 수 있겠군!'
한스는 수많은 서류더미 속에 묻혀서 계속 업무를 보았다. 업무를 마치고 많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앙뚜완에게서 온 편지가 있었다.
'!!!'
한스는 긴장하며 그 편지를 읽어보았다. 결혼하게 되었으니 돈을 보태달라는 내용이었다. 한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다행이다! 아무 것도 모르는군! 돈이나 주면 되겠어!'
한스는 비서를 시켜서 소액의 푼돈을 앙뚜완에게 보내기로 하고 편지는 불태웠다. 지금 독일군은 역사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주요한 전투를 앞두고 있었다. 일본 내부에서 군사 기밀이 흘러나가고 있다는 정보를 일본에 전달한 상황이었다. 아마 일본쪽에서 알아서 수사를 하고 있을 것 이었다. 게슈타포 또한 이 건을 별도로 수사하고 있었다.
한편 에밀라 또한 사회 운동을 하고 있었다. 전쟁 고아를 보호하는 것은 인류의 책임이라고 주장하며, 여러 단체를 운영하고 있었다. 참고로 에밀라도 이런 단체를 통해서 여러 이득을 올리고 있었다. 에밀라는 그 날도 오토에게 보내줄 고급 초코렛을 포장했다. 물론 스테판에게 줄 것은 포장하지 않았다.
'오토가 혼자 먹었으면 좋겠는데....오토는 착해서 동료들한테도 이걸 다 나눠주는것은 아닌가 몰라...그 얄미운 스테판 녀석한테도 주는 것은 아니겠지?'
에밀라의 걱정과는 달리 이 초코렛은 하나도 빠짐없이 오토의 배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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