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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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최근연재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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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5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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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18화

DUMMY

18화 놀이가 시작되어버렸다.





그것은 ‘도구’를 인도하고 있었다. 회백색으로 이루어진 복도를 거닐며. 방금 전 음성 데이터를 보낸 갈색 머리의 어린 ‘도구’는 여전히 아무 표정이 없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아마도 이런 의미도 없는 감상을 하고 있는 것은 방금 전에야 자신의 실수를 만회했다고 완벽한 자들이 판단해줘서 순간적으로 붕 떠버린 마음 탓이겠지. 묵직한 무언가가 사라져 다른 것들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는 게 쉬워진 상황에서 바로 앞에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것은 ‘도구’의 목에 걸린 붉은 구슬을 보았다. 여전히 아주 작은 소리-문자적으로 음파를 발산하는 것은 아니다-를 내고 있다. 이 전함에서 얻은 정보와 ‘중요 도구’들에게 취득한 것을 생각해보면 저 구슬은 독립적인 사고가 가능한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사고는 결국 소유자의 의사를 벗어나는 일을 할 수 없다는 정보가 나왔고 ‘도구’들의 운용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파악, 특별한 처리를 하지 않기로 결정이 내려졌다.


회색의 문이 자동적으로 열렸고 ‘도구’는 방으로 들어갔다. 편의를 위해서 ‘도구’와 ‘식량’은 다른 방에 배치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많이 걸어야 되는 거지만.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촉수를 움직이며 천정을 바라보자 시간이 표시되고 있었다.


그것은 천천히 시계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얼마 후에 작전이 개시되는 지는 아직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다. 일단 자신의 처분 자체는 작전을 사실상 성공을 보고 있기에 지금 당장은 아무렇지 않지만 만약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새로운 엘더브레인의 시작을 위해 뇌가 뽑힐지도. 그것은 고개를 젓고는 다시 걸었다. ‘도구’에게 주워진 방의 문은 이미 닫혔다. ‘도구’가 자신들에게 확신히 지배되고 있는 것도 다시 확인했다. 혹시나 몰라 구슬에서 나오는 소리를 재생하게 해보기도 했다. 그저 단순한 기계어, 2진수를 천천히 말하고 있었을 뿐이다.


그것은 마지막으로 다시 ‘도구’가 지배되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미 실수를 저지른 이상 깊게 주의를 하는 건 나쁘지 않다. ‘도구’의 정신은 분명히 그것의 손에 잡혀 있었다. 그렇기에 닫힌 문을 열지 않고 그것은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 붉은 구슬의 빛이 강해진 것을 보지 않고서.





“자. 혹시나 할 말은 있으신가?”


카서스는 주변을 둘러보다 녹색 머리의 여자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대, 대체 그건 어디서 나온 건가요?”


“주웠다네.”


특정 몇 명이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은 무시한다.


“말도 안 되잖습니까!”


“하지만 사실이지 않은가. 분명히 나타난 것을 부정할 수 없다는 말은 자네가 한 걸로 아는데?”


카서스는 태연히 시선을 앞으로 고정했다. 녹색 머리의 여자가 입술을 깨물다 다시 말을 잇는다.


“그래도 우리 세 명이 분명히 환영을 본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내 말대로 미약에 의한 착각으로 생긴 걸 텐데?”


“그건 너무나 실재감이 있었다고요!”


“실재감이 있는 걸로 느껴지게 되었다는 걸세.”


녹색 머리의 여자가 거칠어져가는 숨결을 진정시키려 애쓰는 게 보인다. 뭐. 좋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는 건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으니까. 단지 그 논리의 전개가 우습기는 하지만.


“아무튼 자네는 그 생각을 굽히지 않을 거라고 봐도 되는가?”


녹색 머리의 여자는 계속 자신을 보고 있다. 상황을 파악 못 하는 게 아니면서도. 그 의지를 부수거나 바꾸는 것은 너무나도 쉬운 일이지만. 너무나 쉽기에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도 하지. 원인은 자신이니 약간은 기회를 주도록 하지. 그걸로 자신이 실패하지는 않겠지만.


“일단 지금 당장 의견의 대립을 풀기는 피차간에 어려울 것 같군.”


카서스는 보물고의 입구로 시선을 돌렸다.


“아. 그나저나 정말로 자네들은 상황을 파악 못하는군.”


“전 상황을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신은 우리와 의견이 다르다는 걸!”


녹색 머리의 여자가 소리를 친다. 카서스는 코웃음을 치고는 입구로 걸어갔다.


“난 처음부터 자네들 누구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네.”


누군가 숨을 터뜨리다 멈춘다. 마음속에서 순간적으로 생긴 울분을 참는데 성공했다면 자신을 나쁘게 생각하는 게 뻔히 보여도 그냥 넘어가주기로 하지. 애초에 정신이란 것은 복잡한 거니까. 어떤 의미에서 가장 단순한 것들의 모임이기도 하지만.


“자네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은 사건의 행방이야. 그것 역시 제대로 못 파악하고 있다는 의미도 되지만 내가 한 말은 다른 의미네. 실제로 침묵을 지키는 자가 어느새 지혜로운 결정을 마음속에서 찾아냈을지도 모르지.”


카서스는 보물고의 입구의 밖에, 구멍의 앞에 섰다.


“이제 수많은 시선들이 이 사건에 주의를 가지기 시작했군.”


본탑의 밑에 일백이 넘는 학생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가고 있었다.


“이 코미디를 세상에 널리 퍼뜨리고 싶다면 그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만 어떤가?”


카서스는 뒤를 돌아보았다. 그 백발처럼 하얗게 질린 오스만과 콜베르의 모습을 보고 웃고는 다시 말했다.


“일단 서로의 의견을 꺾으려는 건 잠시 중단하는 게 어떤가?”


오스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지금 당장 어떻게 하지 않으면 곤란한 일입니다!”


“그 곤란한 것을 이야기해보게.”


녹색 머리의 여자는 주저하기 시작했다.


“생각한 게 없다면 일단 이렇게 하지.”


카서스는 구멍이 난 벽을 가리켰다.


“저 벽을 우선 막아야하겠군. 이곳에 흙의 스퀘어는 없나?”


“흙의 스퀘어는 부르는 곳이 많아서 지금 당장은 학원 내에 없습니다.”


콜베르가 답했다.


“그럼 임시로 외형만 어떻게 처리하는 게 좋을 걸세.”


“학원 운영에 당신이 개입할 수는!”


“지금까지 정신없이 의견을 개진한 자네들이 냉정한 판단을 할 수 있을 걸로는 보이지 않는다네.”


카서스는 녹색 머리의 여자에게서 관심을 끊고는 오스만을 보았다.


“일단 현재로서는 완벽한 무죄가 입증되기는 어려울 것 같군.”


오스만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이 위험한 인물이라고는 알고 있지만 그냥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겠군. 지금으로서는.”


“생각하고 싶은 대로 생각하도록. 그러고 보면 지팡이는 현재 갖고 있지 않군. 루이즈. 학원장을 학원장실에 모시도록.”


루이즈가 소리쳤다.


“어째서 당신이 나한테 명령을-”


“어지간한 상황이라면 불만을 들어주겠지만 지금이 그 상황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을 텐데? 단순하고 단단한 감정은 분명히 강한 힘의 원천이지만.”


카서스는 일부러 뒷말을 끊었다. 루이즈는 알아챈 듯 오스만의 옆에 갔다. 오스만이 소리쳤다.


“잠시만! 현재 상황의 주도권이 그쪽에게 있다는 건 알겠네. 하지만 이 트리스테인 마법학원의 학원장으로서 앞으로 무엇을 할 건지를 물어봐야겠군. 또한 왜 내가 학원장실로 가야하는 거지?”


역시 금시에는, 용의자로 지목된 시점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군. 그래도 권한을 이용해 물어본다.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일을 예상해 상황의 주도권을 되찾으려 한다, 라는 게 되는군. 뭐 기본적인 것이지만.


“우선 지금 밖으로 무리지어가면, 특히 학원장을 호송할 때 지팡이를 겨누지 않고 직접 걸어간다고 해도 이미 생긴 의심을 거둘 수는 없는 법이니 태도에 이상이 생길 거고 그러면 누군가가 의심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것은 학원의 안녕을 해치는 일이 될 가능성이 크고.”


그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최소한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은 없다.


“학원장은 그저 의심을 사고 있을 뿐이고 결백하다고 생각하나 서로를 위해서 가줬으면 하는군.”


오스만이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 구멍은 지금 당장 메우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은 아까와 같은 맥락으로 학원의 명예를 위해서, 라는 게 되는 걸세.”


“하, 하지만 지금은 스퀘어의 메이지가 없습니다!”


“나중에 보강공사를 한다고 말하며 불러오면 되지 않는가? 일단 제일 뛰어난 흙의 메이지, 그래. 미스 롱빌. 당신은 흙의 라인이었지. 땜질을 할 때 협력해주게나.”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어떻게?”


의문을 품는 것은 당연하다.


“그건 차후의 일이지. 그리고 아직도 상황을 파악 못 한 부면이 계속 보이는군.”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카서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신속한 처리가 필요하지.”


콜베르를 바라보았다.


“일단 학원장이 용의자라면 학원에 거주하는 인물이 권위를 행사할 수는 없지 않나?”


“글쎄요. 하지만 위급시라면 가능할 겁니다.”


카서스는 고개를 저었다.


“미스터 콜베르. 지금 용의자인 학원장은 아무런 저항을 하지 않고 있네. 그러니 합당한 사람을 불러오게나. 물론 학원장에게 순수한 직위만으로 권위를 행사할 수 있는 인물은 별로 없네. 그러니 이 경우에는 조사 및 중재, 그래. 중재지. 이 경우는. 그걸 할 사람이 필요하네. 그래. 왕실의 인물이.”


“하지만 왕실이 여기에 관여하게 된다면!”


이제 이 반응도 조금 지루해져가는군. 하기로 했으니 계속 해야지. 순간의 나태에 굴복하기에는 너무 오래 살았으니까. 일상생활 중의 변화가 아니라 무언가를 떠맡은 상황에서 일수유의 감정에 좌지우지 될 수는 없지.


“확실히 왕실이 관계해서 이 사태를 알게 되면 매우 큰 일이 벌어지지만 저항을 안 하는 학원의 최고 지도자를 함부로 대하는 것 역시 큰일일세.”


뭐가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가만히 있는 애들도 보이는군.


“하지만 콜베르. 자네는 알고 있지 않은가. 이 일에 왕실의 권위를 보이면서도 약점을 잡지 않을 위인을.”


“아!”


콜베르가 감탄사를 발했다.


“데려오게나. 왕실에서 일하는 우리의 백작, 파도의 모트를.”





그녀는 구멍 앞에 서 있었다. 곧 미시스 슈브르즈가 오면 협력해서 벽을 메우게 되어 있다.


“하아.”


그 변태 영감을 몰아넣을 수 있는 얼마 안 되는 기회였는데.


“그 인간.”


아마도 카서스였던가. 정말로 위험하다. 게다가 이제 그 변태 영감의 조력을 받는다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자신이 범인으로 몰릴 가능성이 제로가 아니게 되었다만 달아날 수도 없다. 무리를 해산하기 직전에.


“그 인간이 말하기를.”


혹시나 종적을 감춘다면 그 자가 후케다, 라고 말했으니까.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정말로 빠져나갈 수가 없다. 인정하는 셈이 되니까. 술책 자체야 별 거 아니라고 해도 정확하게 사용한다면 그 위력은 절대적이다.


그리고 파도의 모트가 인격자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분명히 그 카서스라는 인물은 무언가로 협박을 하고 있겠지. 즉 이제 올 모트 백작도 적이라고 봐야겠지. 그리고 루이즈나 퀴르케 두 학생도 비협조적으로 가고 있다. 정말로 위험하군.


롱빌은 한숨을 쉬다가 주머니에서 검은색 상자를 꺼냈다. 얼마 전에 거래처에서 획득한 것 중 몇 개다. 최악의 경우까지는 가지 않겠지만 마지막 준비를 해둬야 한다. 여기서 잡힐 수는 없으니까.


“아침이었던가.”


학원장실에서 모이기로 한 시각은. 자신을 보고 피곤한 상태라서 잘못 본 확률이 있으니 휴식을 취하라고 했던가. 웃긴다. 정말로. 최악의 경우도 상정했다. 그러니까.


“승리하는 건.”


자신이다. 롱빌은, 아니 후케는 다짐했다.





파도의 모트는 마차를 타고 있었다. 이제 새벽이지만 긴급한 일이니까. 학원에 데려다주기로 한 메이드도 있었다. 좀 아깝군. 그래도 처음으로 만난 영혼의 지기의 일이니까.


모트는 눈을 비볐다. 정신을 차려야 한다. 열사의 콜베르가 밤에 왔다가 새벽에 다시 왔다. 카서스라는 정체불명의 메이지는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자신이 갖고 있는 하나의 문제에 손을 써보겠다는 말을 했다는 게 문제다. 그건 일개인이 함부로 약속할만한 일이 아닐 텐데. 대체 어떤 일이 터졌기에 그런 걸 조건에다 걸었을까.


콜베르는 일단 오라고 했다. 여기서는 다른데다 퍼질 수 있으니. 혹시 보상을 직접 하겠다고 해서 화나서 바로 그 여자들한테 데려가서 공격한다거나 하는 건 아니겠지? 모트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마차를 모는 마부의 솜씨에 의해 요동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런데 여전히 불안은 사라지지 않는다. 일말의 불안이 어느새 몸 전체를 잠식하고 마음까지 좀먹는 느낌이다.


“저. 시에스타?”


메이드로 근무할 예정이었던 여자애가 고개를 돌렸다.


“무슨 일인가, 모트 백작님?”


“아, 난 너에게 딱히 해를 끼친 적 없지?”


시에스타가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무슨 일 있으면 잘 좀 이야기 좀 해주겠니?”


시에스타의 손목을 잡았다.


“배, 백작님. 아!”


시야가 흐리다.


“저, 저기 눈물을 흘리면서 부탁하시면……”


“들어주는 거지? 고마워, 고맙다!”


모트는 마차 내에서 울면서 자기편을 만들었다.





오스만은 의자에 앉아 있었다. 주변에 있던 집기들은 사람이 들어오게 하기 위해 밖에 놓았다. 롱빌은 모트가 오기로 한 예정된 시각보다 빨리 학원장실에 도착했다. 곧 어제 보물고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다 모였다. 미스 발리에르는 다른 한 명의 사역마도 데려왔다. 오늘 공사에 수고했던 미시스 슈브르즈도 와 있다.


오스만은 잠시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좀 전에 붉던 하늘이 파랗게 변했다. 그러고 보면 많이 늙었군. 자신도. 창문에서 사람들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자신의 지팡이는 미스 발리에르, 루이즈가 갖고 있다. 학원 측의 인사는 대부분이 자신의 편이고 현재 의심을 품고 있는 롱빌 본인에게 주기도 그렇다. 결국 롱빌은 아닌 사람이 보관하게 된 것이다.


집기 중 유일하게 남겨둔 책상 위에 파괴의 지팡이의 케이스가 올려져있다. 논쟁의 원인이 지금 빠질 수는 없겠지.


“하아.”


사람들이 움찔한다. 위험인물인 한 명을 제외하고는 침묵이 버거웠나 보군. 오스만은 슈브르즈를 바라보았다.


“무슨 용건이 있는 것 같던데?”


“아.”


슈브르즈가 나무로 만들어진 하나의 통을 건넨다.


“이건?”


“만날 때마다 달라고 하신 제 특제 차입니다.”


아. 그래. 흙의 영양분을 최대로 적절하게 하여 재배한 그거군. 확실히 이야기를 나눌 때마다 한 마디씩 붙였던 거지. 그 때는 죽어라 안 주더니만.


시선이 느껴졌다. 위험인물이 차가 든 나무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이것의 가치를 알아본 건가? 그래도 줄 수는 없다. 위험인물이 책상 앞으로 왔다. 설마 이걸 노리는 건가?


“곧 파도의 모트가 오겠군.”


아아, 곧 오겠지. 시간은 잘 지키던 것 같더군.


“지금 시간이 있을 때 증언을 서면으로 작성해줬으면 하는데 괜찮겠나?”


서면으로 작성?


“작성할 사람은 두 명. 현재 학원장을 고발한 미스 롱빌과 용의자인 학원장 본인이다.”


“어째서?”


위험인물이 한숨을 쉰다. 이것은 노골적으로 한심하다고 말하는 제스처다만 참도록 하자.


“일단 밤의 일은 상당히 황당무계한 진술이 난무했지. 그건 분명히 목격자의 심신 상태에 이상이 있었다는 소리가 되지. 동시에 사건이 막 일어난 상태에서는 증언이 이상해지는 경우도 제법 있을 테고. 하지만 지금이라면 제대로 정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네.”


“제대로 정리해서 말할 수 있다면 어째서 서면으로 작성해야 하나?”


이유는 알겠지만 귀찮다. 지팡이로 펜을 굴려서 적는 건 어려운 일도 아니지만. 작성할 내용도 별로 없고 자신의 지팡이는 압수 중이라 직접 펜으로 적어야 한다는 게 문제다. 하긴 그런 거에 귀찮다고 생각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스스로 느끼고 있지만.


“말을 하는 시점에서 실수를 할 확률은 높네. 이제 곧 올 파도의 모트는 왕실을 대변하는 역이 되네. 따라서 정확한 내용이 필요하지. 주장 자체야 이야기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명확한 사실이 바뀔 리는 없지 않은가? 대화하다가 갑자기 있었던 일을 바꾸면서 이야기하면 피차 골치 아파지지.”


이렇게까지 말하면 별 수 없군. 오스만은 책상에 쌓인 양피지를 두 개 꺼냈다. 한 장을 롱빌에게 던지고 잘 잡히지도 않는 펜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마법으로 안 때우고 쓰는 것도 오랜만이군. 오스만은 생각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자 서류가 완성되었다. 롱빌은 비서로 일했기에 벌써 마쳤다. 위험인물이 두 장의 서류를 모두가 볼 수 있게 책상 위에 펼쳐두었다.


“일단 사건 자체의 진술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보네만, 사실인가?”


“그렇네.”


“네. 그것이 진실이니까요.”


오스만과 롱빌이 대답했다. 그리고 누군가가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어제 보고 또 보는군. 어제는 메이드와 후케에 관한 경보를 전하러 왔던가, 파도의 모트여. 위험인물이 모트를 바라보았다.


“어제 후케가 보물고를 덮쳤고 후케가 달아난 후 여기 있는 학원장의 비서 미스 롱빌이 학원장이 후케라고 말한 일이 있었네.”


모트는 얼떨떨한 눈치였다. 이런. 상황설명도 하나도 안 했군. 아니, 모트. 왜 안심했다는 표정을 하는 거지? 이 정도 일이 얼마나 있다는 건가?


“여기 두 명의 진술서가 있네. 읽어보게나.”


모트는 위험인물이 놓아둔 두 장의 서류를 읽기 시작했다. 표정이 여러 차례 변하는 게 뻔히 보였다. 이 사람. 어떻게 왕실에서 생활한 거지? 혹시 이중인격이라거나 약점 잡히면 마구잡이로 당황해서 감정이 아주 잘 드러난다거나 하는 건가?


모트가 서류를 놓았다. 위험인물이 다시 말했다.


“자 그럼. 이제부터 있을 이 회의는 왕실의 권위가 미치는 곳에 있네.”


모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시작하지.”


위험인물이 웃었다. 마치 재밌는 놀이를 하는 거라도 되는 양.




* 정규마스터님에 의해서 문피아 - 정규 - 미정 (bn_794) 에서 문피아 - 하 - 연재 완결(etc_fine) 으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06-2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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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8

  • 작성자
    Lv.70 바부
    작성일
    08.05.25 01:52
    No. 1

    잘보고 갑니다. 그리고 설정집좀 만들어서 넣어주세요
    D&D 제반 지식이 없으니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그리고 흥보글 하나 올렸는데.... 좀 이상하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빛의추적자
    작성일
    08.05.25 06:15
    No. 2

    바부님 홍보글 올려주신 거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설명집을 만들어 드리는 건 저작권에 걸리는군요. 궁금한 게 있으시면 물어봐주셨으면 합니다.가능한 도와드리겠습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경천
    작성일
    08.05.25 08:01
    No. 3

    D&D랑 제로의 사역마는 아는데 나노하를 몰라서 읽기가 곤란하군요 ㅡㅜ 나노하보고 와야하나;

    찬성: 0 | 반대: 0 삭제

  • 작성자
    Lv.91 키리샤
    작성일
    08.05.25 13:01
    No. 4

    감사히 읽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조수니
    작성일
    08.05.25 15:16
    No. 5

    여기까지 읽는데 3일 걸렸네요 군바리라서 -_-;

    건필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Personacon sydm
    작성일
    08.05.25 16:52
    No. 6

    딴건 봤는데 역시 나노하만 안봐서 읽기가 하앍..;

    윗분처럼 봐야하나으..

    팬픽은 처음인데 재밌게 읽고 갑니다아~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7 빛의추적자
    작성일
    08.05.25 18:52
    No. 7

    다들 감사합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kaiser84
    작성일
    08.06.08 02:59
    No. 8

    ....뭔가 집중이 안되는건 왜지;;

    찬성: 0 | 반대: 0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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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30화 +5 08.05.29 428 2 18쪽
29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9화 08.05.29 327 2 18쪽
28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8화 08.05.29 375 2 18쪽
27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7화 +7 08.05.28 493 3 18쪽
26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6화 08.05.28 383 2 18쪽
25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5화 08.05.28 427 2 18쪽
24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4화 +7 08.05.27 498 2 18쪽
23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3화 08.05.27 439 2 18쪽
22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2화 08.05.27 413 2 18쪽
21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1화 +6 08.05.26 484 2 18쪽
20 [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20화 08.05.26 444 3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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