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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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빛의추적자
작품등록일 :
2008.06.14 03:08
최근연재일 :
2008.06.14 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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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5.2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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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삽질 대마법사 이야기 17화

DUMMY

17화 진실을 아는 자가 왜곡을 시작해버렸다.





레티 제독은 고민했다. 아스라에서 온 연락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결국은 인질극인가. 회의실의 의자에 앉아서 결단을 요구하는 시선을 느끼며 나오려는 한숨을 막고는 일어섰다. 시선이 따라 올라온다.


“여러분들의 의견은 어떻습니까?”


침묵이 좌중에 깔렸다. 결국 자신이 결정해야 하겠군. 역시 책임자라는 건 골치 아프다. 레티는 안경을 누르는 것으로 한숨을 쉬는 것을 대신했다.


“우선 상황을 다시 정리해 봅시다.”


눈앞에 디스플레이를 띄웠다. 사이즈는 대형. 좌측에 음성 데이터와 그 밑에 외계 생명체로 추측되는 것들과의 접촉 장면이 찍힌 화상 데이터.


“음성 데이터를 다시 한 번 재생하기를 원하시는 분?”


이것에도 응답하는 소리는 없다. 그래. 워낙 짧은 거라 더 재생할 필요는 없겠지. 그 데이터의 음성은 타카마치 나노하의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은 이랬다. 아스라는 지구에 있을 것이다. 달에 대표자를 보낼 것이다. 지구에 함대를 보내지 말도록. 인질을 생각하라.


정말로 그것뿐이었으니까. 전해진 것은 그 외에 아무것도 없었으니까. 무한서고에서조차 정보가 없는 존재였다. 하긴 그런 존재가 발견되어 자료에 올라왔다면 벌써 이슈가 됐겠지.


“저기 타카마치 시로씨?”


우측 끝에 앉아있던 남자가 일어서서 쳐다본다. 검을 두 개 차고 있다. 분노를 참고 있는 게 눈에 보인다.


“무슨 일입니까?”


“일단 목소리가 누구인지의 판단에 이의는 없는 거지요?”


시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분명히 제 딸의 목소리입니다. 그건 확실합니다. 다만……”


“다만?”


입술을 깨물면서 뭔가 꺼림칙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다른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군요.”


“아까 분명히 확증하셨습니다만.”


“정확하게 말하면 너무 감정이 안 들어 있는 목소리 같았습니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있는 거지?


“인질이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동요를 줄이기 위해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로의 이마가 살짝 접힌다. 기분이 상한 것 같다. 하긴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물론 제 아이가 제 자신의 주관이 아니라고 해도 정신적으로 매우 성숙해 있는 건 알고 있습니다. 어지간한 위기도 헤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아버지로서 믿고 있지요. 하지만 이상합니다.”


냉정하다. 이 상황인데도. 아니, 이런 상황이기에 냉정할 수 있는 부류인지도 모른다. 레티는 두 자루의 칼을 보며 계속 생각했다.


“무언가를 억누르거나 해서 동요를 보이지 않는 경우나 오히려 그 동요를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라던가 여러 가지 경우를 본 적이 있지만 이건 마치.”


시로의 눈이 날카로워졌다. 순간 디바이스를 들 뻔했다. 실제로 디바이스를 겨누는 사람도 있었다. 시로가 한숨을 쉰다. 잠시 느껴졌던 살기가 사라졌다.


“아아, 죄송합니다.”


시로가 고개를 숙였다.


“다시 이야기를 하자면……마치 인형 같았습니다. 분명히 딸의 목소리인데도. 그렇기에.”


시로는 뭔가 더 말하려다 주변의 껄끄러워하는 눈초리를 보고는 고개를 젓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고 보면 저 자는 뛰어난 검사이기도 했던 것 같다. 그것보다는 이제 자신의 차례.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수습해야한다.


“역시 아버지 되시는 분이라 흥분하신 것 같군요. 냉정은 찾으셨습니까?”


시로가 고개를 끄덕인다. 여전히 시선 자체는 그다지 거둬지지 않을 것 같지만 어느 정도 이해는 될 것이다. 아마 이 정도만 말해도 곧 알아서 납득해주겠지. 자녀가 납치된 상황이라는 것은 절박한 상황이라는 건 상식이니까. 뭔가 다른 의미가 있는 말을 하기는 했지만 지금으로서는 결론 내리기가 어렵다. 그리고 분위기가 망쳐진 이상 시로의 말에 초점을 맞춰 회의를 진행하는 것 역시. 거기다 시로 자신이 사과를 하며 말을 끝낸 이상 방금 전의 발언은 음성 데이터의 주인이 나노하라는 점만 고려할 것이다.


천천히 회의실의 가장자리에 있는 하야테와 볼켄리터를 돌아 보았다. 이 배의 주력. 믿음직한 아이들이다. 게다가 자신들은 급습을 당하지 않는다. 아스라와는 달리 그 생물체들이 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까. 그리고 자신이 탄 시공항행선 말고도 4척의 지원이 더 있다. 진다고 생각하는 게 어렵다.


“그럼 일단 달을 중계점으로 해서 협상을 시도하는 것 자체에는 반대가 없습니까?”


이의는 없었다. 레티는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현재 적의 정보는 없다. 게다가 상대는 대화를 요청하고 있다. 물론 인질극이기는 하지만 협상의 여지는 있다. 일부러 반대할 생각은 아무도 없는 것 같다. 불만이 있는 사람은 있지만 불만을 제기한 후 대책을 만들 수 있는 형편이 되지 못하니까. 레티는 다시 둘러보다 여전히 반대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회의를 해산했다.





올드 오스만은 보물고에 들어가자마자 지팡이를 겨루는 세 명의 여자를 보고 당황했다. 대체 무슨 일로 자신을 대적하는가. 한 명이라면 후케거니 생각하겠지만 미스 롱빌과 학생 두 명이라면 말이 달라진다.


“무슨 일인가? 난 침입자가 아니네.”


혹시나 잘못 보고 대응한 게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목소리를 냈고 모습이 보여 졌을 텐데도 계속 저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거기 서 계셔주시겠습니까? 학원장님.”


“롱빌 무슨 일인가?”


오스만은 일단은 가만히 서 있었다. 콜베르가 뒤에서 들어왔다. 롱빌이 다시 말했다.


“미스터 콜베르. 당신도 거기 서 있어주시기 바랍니다.”


“대체 왜?”


그건 자신도 묻고 싶다네, 콜베르. 마음속으로 한 마디 중얼거린 오스만은 다시 앞에 선 세 명의 여자를 일일이 쳐다보았다. 얼마 안 되는 유학생이라 알아본 셀프스트 가의 퀴르케. 요즘 신경 쓰게 만드는 일이 제법 많아서 어쩔 수 없이 얼굴을 기억하게 된 발리에르 가의 삼녀 루이즈. 그리고 잘 아는 롱빌.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겠나?”


저기 두 학생은 성적이 우수하다. 루이즈 역시 실기는 그렇다 쳐도 이론만큼은 상위권이다. 물론 그 ‘인물’에 관한 정보를 찾다보니 알게 된 일이다만.


“알겠습니다. 우선.”


롱빌의 시선이 옆을 향한다. 콜베르로군.


“미스터 콜베르. 당신은 뭘 하고 있었나요?”


“조사를 할 게 있어서 말입니다. 조사하고 났더니 보물고에 이상이 생긴 걸 확인하고 오다가 학원장님과 만났습니다.”


“죄송하지만 그걸 증명해 줄 사람이 있나요?”


“미스 타바사가 협조를 해줬습니다. 그 외에도 루이즈의 두 사역마 역시 증언해 줄 겁니다만. 대체 무슨 일인 겁니까?”


타바사라. 아, 소환의식이 있던 날 드래곤을 소환했다고 들었었군. 그러고 보니 날개가 펄럭이는 소리가 들린다. 뒤돌아보자 이야기의 당사자가 왔다.


“타바사!”


퀴르케가 소리친다. 롱빌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미스 타바사와 함께 오신 건가요?”


“잠깐 헤어지고 바로 왔습니다. 그런데 대체 무슨 일로?”


롱빌이 가만히 있다 말을 한다.


“곧 알게 되실 겁니다. 성급히 물으셔봤자 더 늦어질 뿐입니다.”


콜베르가 하는 말은 오스만 자신도 하고 싶은 말이다.


“올드 오스만. 저와 마주친 이후 무엇을 하셨습니까?”


“후케를 추적하고 본탑으로 돌아왔네. 오면서 몇몇 교사들에게 흔적을 추적해줄 것을 부탁하고 탑 바로 앞에서 콜베르와 만났지.”


“미스 타바사. 당신이 콜베르와 헤어진 시간은?”


“조금 전.”


롱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미스 타바사. 미스터 콜베르. 두 분은 안으로 들어와도 상관하지 않겠어요.”


잠깐.


“미스 롱빌. 나보고는 계속 서 있으라는 건가?”


“죄송하지만 그렇게 되겠네요.”


대체 뭐지? 휴우. 오스만은 한숨을 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구석에서 퀴르케가 타바사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어이, 타바사 어떻게 여기에?”


“그가 가라고 했다.”


“그라니?”


“위험인물. 그가 재미있는 일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실피드를 타고 먼저 가라고 했다. 바람의 탑에 볼일이 있는 것 같았다. 옥상 쪽에.”


위험인물이라. 콜베르도 동행했다면 한 명으로 좁혀지는군. 일단 조사결과는 나중에 콜베르에게 듣도록 하자.


“자. 올드 오스만. 당신은 분명히 후케와 대적한 후 그의 추적에 실패했고 주변의 교사들을 대신 추적하게 했지요?”


왠지 평소의 어조가 아니군. 미스 롱빌.


“그렇네. 무슨 문제라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유감스럽게도.”


문제라고!


“그 사이 후케가 돌아왔다는 건가.”


롱빌이 고개를 끄덕인다.


“대체 어디 있는가! 후케는?”


“슬프게도 눈앞에서 지금 말하고 계시지요.”


“자, 잠깐!”


지금 이 말은 설마!


“미스 롱빌. 자네는 지금 이렇게 말하는 건가? 이 내가 후케라고 말하는 건가?”


롱빌이 고개를 끄덕였다. 코웃음이 나왔다.


“죄송하지만 증거가 있습니다.”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미스 롱빌!”


옆에서 콜베르도 황당하다는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일단 들어주시지요.”


“좋네.”


롱빌이 보물고의 중앙을 가리켰다. 눈이 번쩍 뜨였다.


“파, 파괴의 지팡이가!”


“네.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입니다.”


“무슨 소리인가! 이것은 내가 없는 동안 후케가 한 짓이겠지?”


“문제는 방금 전까지 파괴의 지팡이가 존재했다는 것입니다.”


도저히 상황을 파악할 수가 없다.


“방금 전까지 파괴의 지팡이가 존재했다는 소리는 뭔가? 후케가 자네들이 있는데도 강탈하는 데 성공했다는 건가? 자네들한테 상처 하나 안 입히고?”


처음에 있던 세 명이 고개를 저었다. 타바사와 콜베르가 아리송한 눈을 한 게 보인다. 자신도 그런 눈이겠지. 오스만은 롱빌을 주시하며 생각을 이었다.


“그것도 말이 안 되기는 하지만 더 말도 안 되는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아까부터 진짜 뭐가 어떻게 되는 건지 모르겠군.


“파괴의 지팡이가 사라졌습니다. 안전을 위해 학원장실로 옮기기 위해 보물고를 나서는 순간에. 저희 세 명이 보는 눈앞에서, 분명히 촉감도 무게도 느껴졌는데도!”


그거 말이 되는 건가.


“아니, 혹시 뭔가 잘못 본 거 아닌가?”


“시조 브리밀을 걸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다른 이들도?”


롱빌을 제외한 두 명의 학생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잘못 봤다고는 하지 않겠네. 하지만 어째서 내가 후케가 되는 건가?”


일단 그런 현상 자체가 나타난 게 의문이다. 게다가 그게 어째서 자신이 후케라는 말이 되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일단 후케가 그런 고위의 주문을 걸 시간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들어오자마자 내가 상대를 했으니.”


“솔직히 그 환영은 지금까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겁니다. 분명히 아주 오랜 시간에 걸쳐 연구해야만 만들 수 있겠지요. 게다가 시전하는 데에도 여러 날이 걸릴 겁니다.”


물론이다. 애초에 그런 주문이 있다는 소리도 들어본 적이 없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올드 오스만. 학원장님만이 후케일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무슨 소리인가?”


“일단 학원장님이 강력한 마법사이며 시간이 남아도는 것은 비서인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설마 부정하시지는 않으시겠지요?”


큭. 오스만은 침묵을 지켰다.


“그리고 최근에 보물고에 자주 가셨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파괴의 지팡이는 보물고를 벗어나자 사라졌습니다. 즉 그건 보물고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용의자는 학원장님, 당신뿐입니다.”


“난 뭐가 뭔지 모르겠다만.”


“그리고 다른 물건도 환영이었다면 모를까, 다른 것은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다른 것도 사라졌다면 이중적인 안전책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정확하게 파괴의 지팡이만이! 후케가 노린 파괴의 지팡이만이! 사라졌습니다!”


정말 모르겠다. 안 그래도 모호하고 위험스런 인물이 나타나서 골치 아픈데 도대체 왜 이러는 건가.


“그리고 학원장님이 보물고에 자주 가신 것은 사건이 일어나기 며칠 전부터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요즘 들어 파괴의 지팡이에서 위화감이 심했었다.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는 건 느껴지는데 뭔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었다만. 상황이 대체 어떻게 되는지 모르겠는 이 국면이지만 여기서 인정하면 함정에 빠진다는 것만은 알겠다.


“정말 제대로 본 게 맞는가!”


“지금 학원장님은 저와 발리에르 가와 셀프스트 가에게 모욕을 돌리시는 겁니까!”


아니. 이것도 아니야. 상황을 모르겠으니 뭔가 하고 싶은 말은 있는데 한다고 해서 좋은 상황으로 호전될 것 같지도 않군. 주변을 둘러보자 타바사와 콜베르가 뭔가 수상쩍은 걸 보는 듯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진짜 뭐가 뭔지 모르겠군.”


이걸 다 엎을 수도 없고 말이지. 어떻게 해야 하지?


“일단 지팡이를 내려놓아주시겠습니까?”


“좋아. 나는 결백하네. 지금 당장 답변할 말이 생각이 안 나는 것뿐이네. 하지만 의심을 품고 있다면 잠시 조처를 따르지.”


롱빌이 한숨을 쉰다.


“저도 이런 결과를 원하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군요. 그렇지만 시간이 가도 아무런 반박을 하시지 못할 겁니다.”


“그런가.”


확실히 발리에르 가의 삼녀와 셀프스트 가의 이름은 크며 그들이 브리밀을 걸고 맹세를 한 이상 환영이 있었다는 것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봐야한다. 어쩌지, 라고 생각해도 현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 일은 너무 갑작스럽게 발생했으니까.


“상황을 잘 파악하지 못하고 있군.”


“아, 정말로 그런…… 앗!”


오스만은 낯선 목소리에 응답을 하다 뒤를 돌아보았다. 요 며칠간의 두통의 원인이 서 있었다.





카서스가 느긋하게 보물고로 들어왔다. 좌측에는 퀴르케, 루이즈, 타바사가 있고 문 앞 쪽에 오스만이 우측에 롱빌과 콜베르가 서 있는 걸 보고는 말했다.


“한 번 더 말하지.”


사람들이 주목한다.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게 무슨 소리지요? 지금까지 있지도 않았으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것은 당신일 텐데요?”


녹색머리의 여자가 말한다.


“자네는 지금 어딘가에 부재했기에 발생하는 일을 말하고 있군.”


“그렇습니다. 당신은 지금까지 설명하는 중에 있지 않았어요.”


“그 점에는 염려 말게. 어떤 묘령의 아가씨가 트집을 잡고 있다는 건 잘 알고 있으니.”


녹색 머리의 여자가 화를 낸다.


“제 주장을 들었다면 누구나 올드 오스만이 후케라고 생각할 겁니다.”


“아아. 중요한 사실 몇 개를 빼먹고 개인적인 견해가 섞여 어느새 완벽한 진리가 된 그 어설픈 논리 말인가?”


여자가 차가운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우선 그 환상은 여기의 상식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은가?”


“그렇지만 그것은 일어났습니다. 환상부분부터 알고 있는 걸로 봐서는 거의 대부분의 내용을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브리밀에게 맹세한 것도 말입니다.”


카서스는 오른손 검지를 흔들었다.


“그건 그렇겠지. 자네들은 어찌되건 환상을 보았어. 하지만 그게 학원장이 후케라는 말이 되지는 않네.”


“어째서 말이지요!”


카서스는 천천히 팔을 펴며 고개를 저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난 이렇게 표현했지. 어찌되건 자네들이 환상을 보았다고. 그 어찌되건 환상이란 건 말이지. 결국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은 이런 내용이지……”


카서스는 이야기 들려주기 좋아하는 노인처럼 뜸을 들였다.


“자네들은 있을 리 없는 환상을 보는 환상에 걸렸다는 걸세.”


“대체 무슨 소리입니까!”


“애초에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나? 물건이 사라지는 환상이 사실이라고 인정하는 것이?”


“하, 하지만. 당신은 우리를 모욕할 생각입니까?”


카서스는 잠시 가만히 있다 고개를 저었다.


“딱히 모욕할 생각은 없네. 단지 이런 거지. 자네들은 환상을 보았다. 다만 그것은 있을 리 없는 마법이 실현되는 걸로 보이는 주문에 걸렸다는 거지. 요컨대 이런 거지.”


카서스는 중앙으로 걸어가 파괴의 지팡이가 있던 곳을 가리켰다.


“처음부터 이곳에는 진짜로 파괴의 지팡이가 있었고 후케가 들고 갔네. 그리고 아마도 약간의 미약을 뿌렸을 거야. 상대의 정신에 영향을 주는.”


“하, 하지만!”


“올드 오스만은 후케가 파괴의 지팡이를 갖고 갔는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네. 그리고 자네들은 올드 오스만이 바로 후케를 쫓는 걸로 보아 파괴의 지팡이를 갖고 가지 못했을 거라고 추론하고 그래서 미약에 빠진 상태에서는 파괴의 지팡이가 있다고 생각한 거야. 그리고 보물고를 열고 밖으로 나갈 때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면서 자네들은 제정신이 든 걸세.”


오스만이 꺼림칙한 눈으로 보는 게 느껴진다. 그렇기도 하겠지만. 계속 진행하자.


“애초에 있을 리 없는 마법보다는 이것이 가능성이 있지.”


오스만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역시 나이가 좀 있는 만큼 잘 파악하는군.


“하지만 우리는 증거를!”


“내 논리에서는 그대들의 증언은 아무런 가치도 가지지 못하네!”


카서스는 웃었다.


“그리고 내게는 절대적인 증거가 있지!”


카서스가 보물고 밖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왔다. 하나의 케이스를 들고.


“보게나.”


다시 침묵이 좌중을 감쌌다. 사라졌을 파괴의 지팡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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