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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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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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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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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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99)

DUMMY

이사벨 황녀의 두 볼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녀의 옆에 있는 등불 때문에 그녀의 몸이 유난히 붉게 물들어보였다.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선 벨린 데 란테에게는 야릇하게 속살이 비치는 잠옷과 풀어 헤친 머리도 더욱 도드라졌다.

그녀가 팔짱을 낀 채 말했다.

"짐은 네게 이곳을 떠나라 한 적이 없다. 그런데 감히 등을 보인단 말이냐? 천한 사냥꾼 주제에."

"마마 말씀대로입죠."

벨린 데 란테가 머리를 조아렸다. 흥분이 깃든 그의 말에는 일말의 주저함도 없었다.

"하지만 마마께서는 저처럼 천한 것과 정이 나셨잖습니까. 마마께서 저를 사냥꾼으로 쓰시는데는 사냥 뿐 아니라 마마 개인의 위신 문제도 있지 않으셨습니까?"

"부인하지는 않겠다."

이사벨도 지지는 않았다.

"짐은 널 얻는 대신 가장 값비싼 대가를 치루지 않았느냐. 헌데 그런 값비싼 것이 말을 듣지 않는다면, 짐은 널 꽉 잡을 수밖에 없다."

"제가 마마를 배신한다고 생각하십니까?"

"거짓말쟁이!"

이사벨이 노려보며 쏘아붙였다.

"짐이 바보인 줄 아느냐? 너의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는 것도 모르고!"

"제가 그녀들과 사랑이라도 하리라구요."

벨린이 태연히 대답하자 이사벨이 코웃음쳤다. 며칠 전에 사냥꾼이 그냥 가버렸던 것이 이사벨 데 아라고른의 은연 중에 상당한 불화거리가 되었던 게 틀림없었다.

"그럼... 한번 여쭤보지요." 벨린이 말했다. "마마께서 지금 무언가를 질투하고 계시기에 여쭙는 것입니다만."

그가 황녀를 제대로 바라보며 물었다.

"마마께서는 저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으십니까?"

"발칙한 놈!"

이사벨이 다시 한번 쏘아 붙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애써 대답하기 부끄럽고 민망한 질문을 회피하는데 불과했다.

"만약에 무언가 질투하고 계신다면 절 사랑한다고 말해보십시오. 마마."

벨린이 그녀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이사벨이 공격을 당한 듯 숨을 몰아쉬었다.

"그렇다면 마마께서는 유리한 고지에 오르게 되십니다. 기억하십니까? 저는 오직 마마의 옥체와 마음을 얻는 조건으로 사냥꾼이 되었다는 걸. 그렇다면 이 미천한 것에게 그에 상응하는 새로운 자극을 주셔야겠죠."

이사벨 데 아라고른은 한 동안 벨린 데 란테의 그 뻔뻔한 언행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바닥을 내려보다, 천장을 보았다. 그리고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무언가를 결심한 듯. 벨린 데 란테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녀가 원했던 대로 더 이상은 부끄러울 것도 없다는 거였다.

"짐의 새로운 성은을 원한단 말이지..."

벨린 데 란테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이사벨이 앞장 서 뒤로 돌아갔다.

"그럼 어디 따라오도록 해라. 짐의 세상으로 널 초대할 테니."


벨린은 이사벨을 따라 비밀 통로의 반대편 통로를 따라나섰다. 그녀는 격앙된 몸짓으로 조급하게 걷고 있었다. 무언가를 풀어주지 않는 이상, 그녀는 이 자리에서 여전히 체면치례를 해야할 판이라는 것을 벨린 데 란테는 잘 알았다.

벨린은 그녀의 이 조급함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사벨이 벽 앞에서 정 가운데의 벽돌을 손바닥으로 눌러 비밀문을 열었다. 그러자 벽이 돌아가면서 통로가 나타났다. 두 남녀는 그곳을 지나갔다. 눈앞에 어둑어둑하고 큰 창문과 테라스가 있는 거실이 나타났다.

"들어오너라."

이사벨이 앞장서서 걸었다. 벨린 데 란테는 주변을 흥미로운 얼굴로 둘러보며 살폈다. 이사벨은 주변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된 등을 킴으로써 방을 환히 밝히려고 하지는 않았다. 그녀를 보필하는 시종들을 깨울 우려가 있기 때문이었다.

벨린 데 란테를 이곳으로 데려오는 데 그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것을 벨린이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방 오른쪽 구석에는 침대가 있었고, 정면에는 테라스가 있었다. 그 테라스를 통해, 불빛을 밝혀놓은 황궁의 정원이 어렴풋이 보였다. 왼쪽 가운데 벽에는 화장대가 있었고, 천장에는 샹들리에게 빛을 잃은 채 달려 있었으며, 방의 벽은 전체적으로 아름다우면서 기품있는 금은 장식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왼쪽 끝에는 집무실로 향하는 큰 여닫이 문이 있었고, 벨린은 그 문을 이렇게 우회함으로써 넘은 것이었다. 국가를 주축이 되는 한 여인의 가장 은밀한 곳을.

그것이 벨린에게 쾌감을 가져다 주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의 본래 목적을 망각케 하지는 않았다.

이사벨이 그를 바라보았다.

"너는 이제 짐의 처소에 들어와 있다."

"저야 잿밥에나 관심있을 뿐이지요, 마마."

벨린이 그녀를 보며 장난기어린 어조로 말했다.

"어디 한번 제게 성은을 줘 보십시오, 마마. 그럼 저도 무언가를 할 수 있을 것 같군요."

그녀가 다시 주저했다. 벨린은 가만히 있었다. 이사벨이 다시 입술을 살짝 깨물고 주저하고 있다 말했다.

"사랑한다, 벨린."

그녀의 얼굴이 진지했다. 장난기라고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이사벨이 다시 말했다.

"사랑한다, 이 말이다. 이 몹쓸 것아. 한때는 너처럼 미천한 것에게 사랑에 빠진 것에 자존심이 상한 것도 사실이다. 너는 짐의 순결을 빼앗아갔고, 짐의 마음까지 빼앗아갔으니까."

벨린이 그녀의 말에 경청했다. 아무런 치장도 하지 않은 히스파니아 제국의 차기 여제가 벨린 데 란테를 놀렸다.

"허나 이런 감정이란 걸 알고 즐기니, 딱히 나쁘지도 않더구나. 뭐랄까. 너를 다시 만날 때까지 느끼게 되는 그 기대감과 아련함..."

벨린은 황녀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그녀가 다시 놀렸다.

"왜, 짐이 이런 말을 하지 못할 줄 알았더나? 사랑하는 짐의 사냥꾼. 너야말로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본 적 없지 않느냐. 그저 육체적 쾌락만 즐겨왔을 뿐."

"마마께서는 이번이 첫 사랑이십니까?"

벨린이 불쑥 물었다. 그녀가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그렇다."

"그럼 사랑이 뭔지 모르시군요."

"허튼소리."

그러자 이사벨 데 아라고른이 벨린 데 란테의 어깨를 단번에 끌어 키스했다. 조용하지 않았다. 2~3초 동안 두 남녀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것도 황녀의 처소의, 그 침대 위에서.

그녀가 벨린 데 란테를 안아 침대로 쓰러트린 채 말했다.

"반란의 징조가 있다고? 내일 당장 혁명이 일어난다 해도 짐이 자리에서 너를 곱게 보낼 줄 아느냐? 천만의 말씀. 짐은 히스파니아의 여인이다. 사랑하되 국정을 잊을 정도로 감정에 치우치진 않아."

"황공합니다. 마마."

그것이 벨린 데 란테가 속으로 웃으면서 행한 마지막 말이었다. 그 후에 그는 그 답지 않게 잠시 동안 자신의 계략을 잊어버릴 수밖에 없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꾸며지지 않은 이사벨 데 아라고른이 정열적으로 달려들어 그로서는 아무런 기교도 발휘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성이 잠시 변경으로 후퇴하고 감정적인 격한 줄다리기가 시작되었다. 벨린 데 란테로서는 오직 잠옷만을 입고 있는 이사벨 데 아라고른을 다루는데 감질까지 날 정도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그녀의 옷을 벗기는데 손을 별로 사용할 필요가 없었다. 대신 이사벨 데 아라고른이 자신의 사냥꾼이 입은 총사대 제복을 벗기는데 톡톡히 맛을 보았다.

소리 때문에 걱정할 필요도 없었다. 시종들은 깊이 잠이 들었고, 그녀의 처소 주변을 지키는 근위기병대는 궁 밖에 있었다. 하룻밤의 역사를 만들기엔 충분했다. 다만 황녀가 얼마나 더 과감해질 수 있느냐가 그 자리에서 벨린 데 란테가 노리던 것을 채울 수 있느냐 하는 포인트였다.

긴 애무가 필요할 것도 없었던 것은 아주 간단한 이유에서였다. 두 사람 이미 잔뜩 달아올라 있었고, 한동안 많이 굶주렸던 이사벨이 성급히 헤치우길 원했던 것이다. 이번엔 황녀가 복상에 올랐고, 그녀의 사냥꾼이 복하했다. 벨린 데 란테는 그저 두 팔을 들어 그녀의 상징을 두 손으로 부드럽게 감싸 쥐면 되는 일이었다.

두 남녀 둘다 신음소리를 참으려고 무진장 애를 써야 했던 그 일이 있은 후, 벨린 데 란테는 짧지 않은 대화를 통해 이사벨 황녀를 수긍시켰다. 그것은 벨린이 제안한 것들이 제2황녀와 관계개선을 요하는 황녀에게 솔깃한 제안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연인으로써의 존중이기도 했다. 또한 그녀는 처음으로 벨린 데 란테에게 미천한 신분을 벗어나게 할 자리를 약속했다. 비록 그녀의 사냥꾼이 탐탁지 않게 여기긴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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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pds7.egloos.com/pds/200805/10/87/c0016587_48259f32d0079.jpg" width="500">

전 항상 개똥철학, 반전, 심오함, 야함을 떠나서 대중소설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번 화에 특별히 이 말을 앞에 집어넣는 이유는 도색적으로 분위기를 퇴폐시키려는 의도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요. 야설처럼 말이에요.


그저 시대극적인 재미를 줄 수 있으니 어울려서 넣는 것이고 섹슈얼리티가 대중소설의 한 재미잖아요. 또한 사랑 이야기가 정치적 음모를 떠나서 재밌게 어우라질 수도 있구요.


더불어 두 남녀 몸을 섞었는데 어필이 없다는 것도 좀 이상해서..



암튼.. 제 이야기 하자먼 병장 달았습니다. 한것도 없는데.


전역할 때 쯤 되면 이 이야기가 빛을 볼 수 있을까요?


다음은 100화인데요. 이야기는 이제 더 본격적으로 나가 제대로된 갈등으로 치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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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 베나레스의 총사(103) +29 08.06.22 4,196 13 10쪽
104 베나레스의 총사(102) +30 08.06.15 4,193 13 10쪽
103 베나레스의 총사(101) +19 08.06.14 4,111 14 8쪽
102 베나레스의 총사(100) +44 08.06.08 4,575 12 9쪽
» 베나레스의 총사(99) +34 08.06.01 4,789 11 10쪽
100 베나레스의 총사(98) +32 08.05.24 4,579 14 10쪽
99 베나레스의 총사(97) +30 08.05.18 4,400 13 8쪽
98 베나레스의 총사(96) +22 08.05.17 4,223 14 7쪽
97 베나레스의 총사(95) +29 08.05.12 4,219 14 8쪽
96 베나레스의 총사(94) +16 08.05.11 4,189 16 7쪽
95 베나레스의 총사(93) +34 08.05.04 4,423 14 9쪽
94 베나레스의 총사(92) +22 08.05.03 4,269 12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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