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나레스의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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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Gavin
작품등록일 :
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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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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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6.0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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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나레스의 총사(100)

DUMMY

"데 세비아노 대위, 열보 앞으로 갓."

재빠른 드럼소리, 펄럭이는 깃발 소리, 군마들이 푸르륵 거리는 소리.

번쩍거리는 훈장에 금테가 둘러진 삼각모, 기병도와 흉갑을 착용한 흉갑기병대 지휘관 돈 벨라트리스가 호령했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바짝 긴장한 얼굴로 앞을 걸었다. 연병장에서 말을 타고, 반짝거리는 푸른색 예복에 흉갑을 입은 기병대원들이 그녀의 양 옆으로 도열해 있었다. 모두들 사열용 복장으로 잘 차려입었다. 드리워진 햇살 때문에 금빛 테가 둘러진 삼각모에 승마용 장화와 흉갑, 장갑이 번쩍번쩍했다.

그녀는 금술 견장과 푸른색 예복 재킷 차림 복장으로 눈앞에 서 있는 지휘관에게 걸어갔다. 아직도 왼쪽 어깨를 붕대를 고정하고 있었지만, 이 자리에서는 흉갑을 착용할 수 없게 한 그 상처의 흔적이 훈장처럼 숭고해졌다.

돈 벨라트리스의 양 옆에는 흉갑기병대 기수와 나팔수가 서 있었다. 그들은 경외어린 시선이 잔뜩 긴장한 까트린 데 세비아노의 얼굴에 집중되었다. 그들은 까트린의 얼굴에 만연한, 긴장 속에 서려 있는 공을 세운 이가 드러내는 자긍심에 감격한 듯했다.

물론 그것은 동료들의 착각이었다. 까트린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 그녀는 이 감정을 기병대원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왼손으로 기병도의 검자루를 꽉 쥔 채 앞으로 걸었다.

지휘관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까트린은 지휘관 돈 벨라트리스의 마음을 알 수 없었다. 화려한 사열용 복장을 차려입은 그가 슬쩍 웃어보였다.

근신하라는 돈 벨라트리스의 명령을 지키지 않았음에도, 까트린이 이 도열 자리에서 포상을 받을 수 있는 데는 전적으로 그녀가 아스티아노항을 벗어나는 빌랜드인 광신도들을 잡았기 때문이었다. 히스파니아 해군이 오렌지공 마우리체호에서 건진 각종 증거들이 그녀의 공적을 확인시켜주었다. 배 안에는 빌랜드인들이 불온서적을 유포시켰다는 증거가 될 수 있는 문제의 책들이 실려있었다. 더구나 그녀는 그 불온서적 유포의 장본인이라는 검은 옷 사내의 지팡이까지 노획하지 않았는가.

그것이 징계를 받을 뻔했던 까트린 데 세비아노에게 포상을 내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나, 진실을 아는 까트린은 불안하기 짝이 없었다. 갑자기 그녀가 미처 원하기도 전에 까트린이 이 모든일의 중심인양 상황이 재빨리 돌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미처 해명할 틈도 없이.

까트린이 딱딱히 굳은 얼굴로 돈 벨라트리스 앞에서 차렷 자세를 취했다.

돈 벨라트리스 중령이 말했다.

"축하한다, 대위. 많은 대원들이 귀관의 자리가 병영과 마굿간이 아닌 부엌에 있다고 여겼지만, 귀관이 이번 사건에서 보인 용기와 패기는 명백히 신사도 보일 수 없는 것이었다.

"중령, 저에게 잠시..."

까트린이 해명하려는 듯 작게 말했다. 허나 지휘관은 그녀의 말을 무시했다.

"리베라 추기경 각하께서 귀관에게 명예로운 기장과 포상을 내리셨다."

옆에 서 있던 사관이 "데 세비아노 대위, 앞으로 한 보 갓." 하고 말했다. 그녀가 앞으로 나섰다. 돈 벨라트리스가 그녀의 어깨에 달린 금술 견장에 작은 기장을 붙였다. 세바스찬 기사단의 후예이자 헌병군 기병으로서 영광이라 할 수 있는 '성 디에고의 은빛별 기병' 기장이었다.

또한 돈 벨라트리스는 그녀의 손바닥에 상징적인 의미가 담긴 20페소 짜리 은화 5개를 쥐어주었다. 결코 큰 돈은 아니었지만 100페소를 받는다 함에는 새로운 영광스런 임무에 선발될 것이라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

기병대 지휘관이 까트린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는 그녀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그렇게 벼르고 벼르더니 마침내 일을 냈군. 다른 기병대원들에게 한방 먹인 기분이 어때?"

그녀가 난처한 얼굴을 지었다.

"죄송하지만, 각하. 이번 일은 각하께서 아시는 것과 진상이 다릅니다.“

"무슨 말이지?"

돈 벨라트리스가 짐짓 시치미 때는 척했다. 그녀가 다시 울상에 가까운 표정으로 속삭였다.

"사정이 길어 말씀드리기 곤란하지만, 돈 벨라트리스. 이건 제가 받을 포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기병대 지휘관과 여성 기병대원의 눈이 마주쳤다. 까트린은 양심의 가책에 어쩔 수 없이 진실을 말할 때가 무척 많았다. 이 자리에서는 공을 세우고 싶은 욕심보다는 그것이 먼저 발동했다.

기병대 지휘관이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역시 귀관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군."

"네?"

까트린이 눈을 크게 떴다. 돈 벨라트리스가 까트린을 돌려 세웠다. 흉갑기병대 지휘관이 호령했다.

"데 세비아노 대위, 열보 앞으로 갓."

까트린 데 세비아노는 돈 벨라트리스가 진상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그렇다면 이번 일은 치욕이라는 걸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


오전에 시작된 사열에 까트린은 피곤했다. 그녀는 숙소에서 전투용 복장으로 제복을 갈아입었다. 웃옷 위에 후사르용 외투를 덧입어 붕대묶은 부위를 가렸다. 총상은 이제 거의 다 아물었지만, 평상시에 흉갑을 착용하는 일은 금물이었다. 더럽게 불편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피곤하고 어지러웟다. 그녀는 침대와 테이블이 전부인 보잘 것 없는 방을 둘러보다 침대에 뻗어누웠다.

"꿈같은 일을 당했어."

까트린이 중얼거렸다. 갈색머리 총사와 함께 오렌지공 마우리체호에서 겪은 일은 절대 잊혀지지 않을 기억이었다.

불현듯 까트린의 뇌리속에 어둠 속에서 머리칼을 풀어헤친 채 당당히 마우리체호의 선상으로 나서는 벨린 데 란테의 모습이 떠올랐다. 무모한 일처럼 보였었다. 머스킷총 한 정 가지고 빌랜드 마법사를 잡는다는 것이.

하지만 녀석은 성공했고 덕분에 모두 살아남았다. 그러니 이번 일의 공은 당연히 그 총사 녀석이 받아야 하는 것이다. 황실에서도 녀석에게 포상을 내렸을까. 그러지 않으면 억울한 일인데.

그러나 까트린의 뇌리에 벨린 데 란테가 떠오른 이후로, 그녀의 마음 한 구석이 미묘하게 콩닥거리기 시작한 것은 어떤 생각으로도 해명할 수 없었다. 그녀는 침대에서 눈을 감은 채 마음의 평안을 얻으려다, 뒤늦게 그 사실을 깨닫고서는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났다. 알 수 없는 일이었다.두 볼이 붉게 달아오르면서 이마에 땀이 났다.

그때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까트린 데 세비아노가 침대에서 일어나 허겁지겁 문을 열었다.

돈 벨라트리스가 서 있었다. 그녀가 차렷 자세를 취했다. 상관이 그녀의 숙소를 직접 출입하기는 처음이엇다.

기병대 지휘관이 물었다.

"숙녀의 방에 실례도 없이 들어왔는지 모르겠군."

"아닙니다. 중령."

까트린이 서둘러 대답했다. 돈 벨라트리스가 야릇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더니 말했다.

"추기경 각하의 호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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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 src="http://cfs9.blog.daum.net/image/3/blog/2008/02/07/15/54/47aaaaca40763&filename=THREEMUSKE02.jpg">


어렸을 때 tv에서 방영한 삼총사를 재밌게 본 적 있어요. 특히 아리미스가 남장여자란 설정이 멋졌죠. 원작에서는 그냥 예쁘장한 걸로 나오던데. 그럴싸하더군요.

암튼 처음 그 소설은 그때의 그런 점에 감동먹어 썼습죠.

그러나 글이 안 풀리기 시작하며, 뭔가 전문성이 결여되었다 싶어 대 뒤마 선생의 원작을 보았습니다. 17세기에서 더 발전한 18세기 초반의 총사를 주인공으로 소설을 쓰려고 공부를 하던 중이었죠.


뒤마의 원작 소설을 보고나서는 꽤나 음울한 내용이 많아서 섬찟 하기도 했어요. 구체적으로는 뭐라 말씀을 못드리겠습니다만...

덕분에 소설을 다시 써야겠다는 계기가 생겼는데. 그 계기가 없었다면 지금쯤 이 소설 사람들의 뇌리에 지워져 있었을 겁니다.


아무튼. 100화네요. 군바리다보니 이너넷도 오래 못하고 어디 축전이라도 보내줄 분들을 몰라서, 그냥 조촐하게 이런 식으로 자축하려고 합니다. 줸장. 어디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 일러스트라도 받고 싶었는데... 아직 멀었군요.-_-;


p.s : 생각없이 쓰다 오타냈습니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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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9 베나레스의 총사(107) +17 08.07.14 4,008 10 10쪽
108 베나레스의 총사(106) +21 08.07.12 4,262 12 8쪽
107 베나레스의 총사(105) +26 08.07.05 4,360 12 7쪽
106 베나레스의 총사(104) +28 08.06.29 4,117 12 9쪽
105 베나레스의 총사(103) +29 08.06.22 4,196 13 10쪽
104 베나레스의 총사(102) +30 08.06.15 4,193 13 10쪽
103 베나레스의 총사(101) +19 08.06.14 4,111 14 8쪽
» 베나레스의 총사(100) +44 08.06.08 4,575 12 9쪽
101 베나레스의 총사(99) +34 08.06.01 4,787 11 10쪽
100 베나레스의 총사(98) +32 08.05.24 4,579 14 10쪽
99 베나레스의 총사(97) +30 08.05.18 4,400 13 8쪽
98 베나레스의 총사(96) +22 08.05.17 4,223 14 7쪽
97 베나레스의 총사(95) +29 08.05.12 4,219 14 8쪽
96 베나레스의 총사(94) +16 08.05.11 4,189 16 7쪽
95 베나레스의 총사(93) +34 08.05.04 4,423 14 9쪽
94 베나레스의 총사(92) +22 08.05.03 4,269 12 9쪽
93 베나레스의 총사(91) +23 08.05.02 4,157 15 7쪽
92 베나레스의 총사(90) +20 08.04.23 4,361 16 7쪽
91 베나레스의 총사(89) +19 08.04.20 4,332 16 8쪽
90 베나레스의 총사(88) +19 08.04.12 4,476 16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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