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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십일
작품등록일 :
2021.12.17 08:56
최근연재일 :
2022.01.28 20:00
연재수 :
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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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48
추천수 :
494
글자수 :
315,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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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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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25화 ALL물류의 등장

DUMMY

아뿔싸다. 그동안 스마트안경을 항상 집에만 뒀었기에.. 그닥 생각을 못했던 탓일까. 아니면 범인을 잡았다는 기쁨에 망각했던 것이었을까.


가방의 부재를 깨닫고 나선 머리가 하애지며 불안감만이 가득했다.


‘정신차리자! 침착하게 하나씩 되짚어보면 되는거야.’


시간은 이제 막 9시를 넘긴 시각이었고, 아직 그렇게 깊은 밤이 되지도 않았던 터라. 찾을 수 있을거란 생각도 들었다. 아니, 꼭 찾아야만 한다.


“경희야! 오빠 가방 어디다 뒀는지 기억안나?”


“가방? 글쎄.. 잘 기억이 안나는데..? 왜? 그 안에 뭐들었는데..?!”


“그거..! 안경..!”


“뭐..?!”


경희도 나만큼이나 깜짝 놀라워했다.


“아니! 오빠 미쳤어!! 그걸 어떻게 잃어버려..! 어쩐지 단번에 찾는게 신기하긴 했었는데.. 어쩐지.. 아니 근데! 어떡해! 당장 찾아야지!! 어디에 뒀는지 기억안나?”


“어.. 기억이 안나. 열쇠집에서까진 내가 가방을 메고 있었거든? 헬스장 들린뒤부터 기억이 안나.”


“우선 가게 안에 찾아봤어? 그것부터 서둘러 해보자!”


그녀의 빠른 행동으로 인해 우선 가게안부터 찾아봤고, 카운터 아래에 놓여진 가방을 발견할수 있었다.


“찾았다! 이거 오빠 꺼 가방 맞지?!”


그녀의 손에든 검은색 가방. 흔해빠진 디자인의 내 가방이 맞았다.


“휴.. 다행이다. 자기덕분에 금방 찾았네.. 고마워 자기야!”


“어쨋든 조심좀해! 어떻게 이걸 다 잃.... 아니다. 오빠가 더 마음고생이었겠지.. 앞으로 내가 옆에서 한번 더 물어봐줄게. 우리 조심하자 알았지?”

그녀의 말에 다시한번 감동이었다. 이 상황에서 이렇게까지 말해주는 사람이 어디있을까. 이래저래 감격한 상황에서 가방을 열어봤다. 그런데, 왠 낯선 옷가지들만 잔뜩 들어있었다. 그것도 땀에 쩔어 악취를 뿜어내는 옷들이었다.


“....???????”


뭐지 이거? 가방의 주머니를 뒤져봐도, 낯선 물건 투성이었다. 가방이.. 바뀐 모양이었다.


“내께 아니야!! 사장님!! 여기 cctv좀 보여주세요!!!!”


뒷정리를 하고 있는 사장님에게 자초지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흔쾌히 모니터로 보여주는데..


우선 가게에 들어올 때 가방을 메고있던 내 모습이 분명히 찍혀있었다.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내가 카운터에 맡겨놓는 것 까지 찍혀있었다.


그리고 그 다음 장면, 알바생이 카운터에 같은 가방을 맡겨놓는 게 보였다. 그리고 한참뒤, 알바생이 가방을 가져다 줬다. 아마 이때 가방이 바뀐 모양이었다.


‘아니.. 왜? 왜 카운터에 가방을 맡겨? 나는.. 소중한거니 혹시나 잃어버릴까봐 카운터에 맡겨놨는데, 이 놈은 뭐길래?’


사장님이 가방을 건네줬던 아르바이트생을 불러왔다.


“아~ 저 손님이요? 그니까요. 저도 좀 이상하다 싶었죠. 보통 자기 가방은 자기가 갖고있는 편인데, 가방에서 냄새가 좀 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대신 맡아주면 안되냐고 그러더라구요. 그손님 외국인인데 김치찌개를 맛있게 먹던 게 기억나네요!”


“부피의 차이가 확연한데... 왜 잘못 가져다 준걸까.. 게다가 가방을..왜..카운터에.. 에휴..”


“저야.. 가방을 카운터에 맡긴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그냥 똑같아 보이길래 짚이는데로.. 가져다 드렸는데.. 혹시 제가 실수한건가요...!”


상황을 인지한 아르바이트생의 표정은 금새 사색이 되어버렸고, 연신 허리를 숙여 사과를 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그런 실수를.. 정말 죄송합니다. 혹시 제가.. 어떻게 해드리면 될까요..?”

“아이고 손님 정말 죄송합니다. 변상이라도 해드리면 좀 기분이 풀리실까요. 정말 죄송합니다.”


그와 동시에 가게 사장님도 거듭 사과를 전했지만... 성에 차지도 않았다. 어떻게 그걸.. 바꿔서 줄 수 있단 말인가...


화가 머리끝까지 났지만 꾹꾹 눌러서 참았다. 화를 내서 뭐하냐.. 한시라도 빨리 찾는게 우선 아니겠는가.


다시한번 cctv를 확인했고, 내 가방을 들고 나선 남자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히. 아는 얼굴이었다.

까무잡잡한 피부. 중동사람 같은 얼굴형태. 그는 바로 샘의 친구 칸이었다.


‘칸... 칸이 왜 여기서 나와? 어쨌든 다행이다. 아는 사람이니까!’


같이 화면을 지켜보던 사장이 먼저 입을 열었다.


“혹시 112에 신고라도 하면 이사람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바로 신고할까요?”


나는 전화기를 들고있는 사장의 손을 저지했다.


“아니요. 괜찮습니다. 다행히 아는 사람이네요. 정말 다행입니다.”


“어? 오빠 아는 사람이라고? 자기 외국인친구도 있었어?”


“아니 친구까진 아니고.. 어쩌다 알게 됐어. 경희야 잠깐만, 우선 칸이 사는데를 알아내야 되니까...”


-뚜루루루


“어 새미? 형이야. 지금 통화돼?”


-어 형. 오랜만이네? 무슨 일이야?


“아 다름이 아니고.. 친구 중에 칸 이라는 사람 알지? 그.. 형 동네에 사는 네 친구 말이야.”


-아! 알지? 근데 형이 칸을 어떻게 알아?


“어! 아니야 그건 알거 없고, 혹시 칸 집이 어딘줄 알아? 그놈이 형 가방을 잘못알고 가져갔나보더라고.”


-아아 그랬구나. 알았어. 내가 문자로 보내줄게 잠깐만 기다려봐!


정말 다행이었다. 새미의 도움으로 칸의 집주소를 알아낼 수 있었고, 나와 경희는 칸의 가방을 들고 그의 집앞에 도착했다.

띵동띵동


“뉴규쎄요?”


“그 가방이 좀 바뀐 것 같아서요.”


잠시뒤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칸이었다.


“어쩐쥐 뭔가 다르다 했지. 이거 맞아여?”


받아든 가방엔 안경이 그대로 들어있었고, 재빨리 뒤돌아서 작동여부를 확인해봤다. 정상적으로 문구가 나타나는걸 봐선, 멀쩡한 듯 보였다.


다행이었다. 앞으로 절대 가지고 나가지 말던가.. 아니면 품에 잘 가지고 있던가 해야겠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자, 그제야 칸이 사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저번에 이곳에 잠깐 쉴 수 있음에 감사했던 그 곳. 참 열악한 환경이다. 거의 고시원이나 다름없는 작은 곳. 이런 곳에서 살면서도 나에게 옷과 밥까지 줬던 착한 그였다.


‘그래. 그에게 보답을 해줘야지.’


어찌보면 잘된 일이었다. 칸에겐 내게 도움을 준 사실조차 없던 일이 되버렸으니, 갑자기 내가 그에게 보답을 주는 것도 그에겐 이상한 일일테니 말이다.


“혹시 뭐 갖고싶어요? 물건 되찾아서 기뻐서 그러니까. 해달라는 거 다 해줄께요.”


“..? 괜차나여 안줘도 돼여. 뭐 이런걸로.. 갠찮으니까 가도 되.”


“혹시 돈 필요해요? 돈 좀 주면 될까요?”


“돈은 필요하지. 근데 갠찮아. 안줘도 대. 갠찬아 갠찬아”


“아니에요. 뭐라도 꼭 해주고 싶어서 그러니까.. 이따 다시 올께요!”


어리둥절해 하는 경희의 손을 잡고 건물밖으로 나섰다.


“경희야. 칸이 내가 경찰에 쫒기고 있을 때, 옷도 주고. 밥도 주고 그런 사람인데.. 뭘 해주면 될까?”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잖아? 그런 그에게 뭘 해주면.. 좋을까? 음.. 옷은 어때? 작업복도 다 낡아보이던데..”


“음! 그것도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그렇다고 비싼옷을 사줘봤자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그냥 돈으로 줄까?”


“얼마나 주려구?”


“글쎄.. 한 500? 고깃값으로도 그정도 나왔어.”


“헤엑! 고깃값으로 500이나 나왔다고?? 오빠 오늘 돈좀 썼구나..!”


“뭐.. 돈이야 금방버는거니까.. 500정도도 감사를 표현하는덴 충분하겠지?”


“그렇지. 500이 무슨 작은돈이야? 오빠한테나 작은돈일수 있겠지만.. 보통사람한텐 아니지.”


“좋아 500찾아올게. 돈으로 주자. 마땅한게 없다면 선물은 역시 돈이지.”


서둘러 가까운 편의점에서 돈을 찾아왔다.


띵동띵동


“뉴규세요?”


“접니다. 아까 가방 찾아갔던..”


“아 괜찮다니까 그러네요. 정말 갠차나여.”


“다시 찾아온 성의를 좀 봐서라도 얼굴이라도 비춰주시면 안될까요?”


다행히 문을 열어주는 칸. 그에게 두툼한 봉투를 건넸다.


“고마워서 그러니까요. 꼭 받아주세요! 그럼 가보겠습니다!”


서둘러 인사를 하고 자리를 벗어났다. 이 상황이 무슨 상황인가 어리둥절해 하며, 손에 쥐인 봉투를 확인하는 칸의 표정은 놀라움이 가득했다.


“뭐야! 이거! 세상에!! 돈이 많다!”


낯선 사람이 건넨 돈. 받기엔 부담스러웠겠지만, 이미 사라진 뒤였다. 칸은 그를 쫒아가서 돈을 건네줄까 말까 망설였지만, 순간 고향에 있는 가족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이번 달 월급을 제때 지급받지 못 한터라, 돈을 못 보내줬던 것이다.


다음날.

(칸의 모국어로 대화를 하는겁니다.)

“엄마. 돈 붙여줬으니까. 동생. 병원 데려가요! 집에서 그러고 계속 있으면 큰일나! 그돈이면 충분히 고칠 수 있으니까. 알았지 엄마!?”


“아이고.. 고생했다. 돈 모으니라 밥도 잘 못챙겨먹는 건 아니지? 건강해야한다~ 전화비 많이 나오니까 어서 끊자. 고맙다 아들.”


뜻밖에 생긴 돈이었지만, 동생을 고치는데 유용하게 쓸수 있음에 감사했다. 한밤중에 자신의 가방 찾아준 것도 모자라 돈까지 주다니.. 아직까지 어리둥절하긴 했지만, 이런게 한국사람의 친절함인줄 알게 되었고, 칸은 이날 이후로 한국 사람에게 더 친절하고 착하게 지냈다고 한다.


**


다시 찾아온 보통날이다. 경희는 여전히 헬스장에 잘 다니고 있었고, 나도 회사준비가 물흐르듯이 진행되고 있었다. 얼마 뒤면, 공사도 마무리 지어지고, 채용도 순조로웠다. 게다가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제안한 덕분인지, 이명한 사장의 능력덕분인진 모르겠지만, 거래처들도 차근차근 생기고 있었다. 순풍에 돛을 단 배처럼 모든 게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


오늘도 분주하게 일하는 X물류 사람들이다.


“어이 김형, 맞은편에 크게 공사하는데 뭔지 알어?”


“그러게? 이 허허 벌판에 아파트같은게 들어서는건 아닐테고.. 글쎄.. 뭘까?”


“내 그럴 줄 알고 몰래 알아봤지. 대형 물류센터를 짓는 다는데?”


“어? 그걸 왜 굳이 우리 옆에다가 지어? 이 부근에 널린게 그냥 벌판이구만..”


“글세.. 그건 나야 모르지. 또 우리 같은 불쌍한 사람들만 늘어나는게 아닌가 모르겠다..”


“모르지 그거야.. 그때 가 보면 알게 되겠지..”


그렇게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있자, 먼발치에서 한 남자가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철국이었다.


“어이! 거기!! 그만 노닥거리고 일 좀하지?! 어!?”


그 말에 다시 뿔뿔히 흩어져서 일을 하는 그들.


“쫌! 일하는 시간에 일들 좀 합시다! 네!? 잡담하고 쉬는 시간 다 계산해서 까버리기전에! 아시겠어요들?! 남이 공사를 하던 삽질을 하던 신경 끄라구요!! 확 다 묻어버릴까보다..”


여전히 철국은 화가 많다. X물류가 그런데로 돌아가고는 있었지만, 그도 새로 지어지는 소식에 신경이 쓰이긴 마찬가지였다.


‘그래봤자.. 안될게 뻔하지. 이 바닥이 그렇게 호락호락한줄 아나..?!’


하지만 아직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그 였다.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X물류보다 2배정도 규모가 큰 센터가 맞은편에 지어졌다. 회사 이름은 ALL 물류. 처음엔 그냥 회사 한군데가 생겼나보다 했지만, 아니나 다를까 시간이 지날수록 X물류의 매출은 쭉쭉 떨어지기 시작했다.


쾅!!


사무실의자에서 모니터 화면을 처다보던 남자가 갑자기 책상을 치며 화를 내기 시작했다.


“아.. 씨발 진짜. 갈수록 일들이 줄어! 아니 일들을 어떻게 하는거야!? 지금 장난해!?”


“그게.. 건너편에 생긴 회사쪽으로 광문시에 있는 모든 수주들이 쏠리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한건진.... 모르겠어요.”


“아니 모르겠다고만 하지말고.. 대책을 세우라고, 아님 제대로 알고오든가!”


“네 사장님..”


사장 명패에 쓰여있는 이름 김 철 국.

그동안 나름 회사일이 잘 돌아가는 덕에, 철국의 아버지는 그를 믿고 온전히 맡긴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장이 되고 나서부터 일들이 계속 꼬이자, 그도 아버지에게 훈계를 듣는 날들이 계속 되었다.


-위이이잉


“아..씨.. 왜 또 전화야.. 네 아버지.”


-이야기 들었다. 요즘 일처리를 어떻게 하는거냐? 어!? 그거 그냥 유지하는 것도 힘들어?! 거지 같은놈.. 그나마 돈불리는 재주라도 있어서 거기에 놔뒀더니 그거 하나 간수도 못하냐! 어떻게 할꺼야!?


“그게..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곧 원상태로 복구 해 놀테니 너무 걱정마세요 아버지.”


-지켜보마.




“에이! 씨발 짜증나!”


괜히 애꿎은 책상에대 화풀이를 하는 철국이었다. 성격은 망나니지만, 아버지한테만큼은 꼼짝 못하는 그다.


다음날,


“부사장님. 알아냈습니다. 저기 대표가 이 화랑이라는 사람인데.. 업계 초짜 더라구요. 근데 이상하게 빠른 속도로 성장하네요. 알고 보니 우리 거래처들이 다 저쪽으로 넘어간 모양이더라구요.. 도대체 어떻게 구슬린건지.. 아무리 캐봐도 그것까진 어려웠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니 씨발 죄송하다면 다냐고. 어떡할거야? 어? 대책을 세우라고!”


“..... 그러게요.. 대책.. 대책은 없지만, 부사장님. 저 드릴게 하나 있습니다.”


그러자 그는 품에서 하얀 봉투를 하나꺼네어 건네줬다.


“뭐야? 사표? 지금 나랑 장난해?!”


“죄송합니다만, 일을 그만둬야 할 것 같아서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그렇게 사표한장 남겨두고 떠나가는 직원이었다.


“허..참나.. 잘됐다. 어차피 일도 안 풀리는거 인건비 줄인다고 생각하지 뭐! 새로 채용공고나 올려라!”


사무실에 있는 다른 직원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렸지만, 여전히 골치가 아파오기 시작했다. 도무지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떠오르는게 없었다.

결국 앞의 회사랑 치킨게임이라도 해야하나 싶었지만.. 그렇게까지 손해보며 장사를 하는건 아니다 싶었다. 그렇게 별다른 손도 못써본채 하루하루 흘러가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 뒤, 하나 둘씩 그렇게 직원들이 차례대로 사표를 내기 시작했고, 결국 물건 나르는 단순직들 마저도 모두다 그만둬버렸다. 하지만, 그동안 채용공고에 지원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아니! 씨발 도대체 어떻게 된건데! 왜 다 그만두냐고!”


하지만 이젠 그의 성질을 들어주는 사람조차 한명도 없었다. 철국의 아버지는 내가 사람을 잘못봤다며, 자신의 탓이라며 꾹 꾹 참다가 결국 홧병으로 쓰러지셨고,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야말로 철국이가 가진 모든게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그동안의 의리인지는 몰라도 현재 X물류에는 5개 남짓한 거래처밖에 남지 않았다. 그래서, 일손이 없는 현재로선, 철국이가 혼자 물건을 싣고 배달까지 해야 할 판국이었다.


그래서 오늘도 입에 욕을 달고있는 철국이다. 오늘 물량을 배달하기 위해, 탑차에 낑낑거리며 상자를 옮기고 있는데, 앞에 갑자기 사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잘 있었냐?”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니 형태가 서있었다.


“어? 형태! 오 너 이 쌔끼....”


하지만 형태 옆에 서있는 다른 남자들로 인해 왠지 더 이상 욕을 하긴 어려워 보였다. 그동안 만만해 보이던 형태였지만, 쫙 빼입은 옷차림때문인지, 주위의 남자들때문인진 몰라도 함부로 대하긴 어렵게 느껴졌다.


“..양복도 빼입고.. 여긴 왜 왔냐?”


“아니 그냥 겸사겸사 놀러왔어. 기억나? 동창회 때 빌려간 2천.”


“왜? 지금 갚으라고 온 거였어? 지금은 돈 없어. 미안하지만 못주겠다. 대신 돈 좀 더 빌려주라. 무이자로.”


다시 한번 뻔뻔하게 돈을 빌려달라고 요구해봤지만, 형태는 콧방귀를 꼈다. 저 자식이 나를 보며 말이다. 옛날 같았으면 상상도 못했을 일인데 말이다.


“내가 무슨 자선사업가라도 되는줄아냐? 빌려주긴.. 됐고, 그 2천. 안 갚아도 된다고. 이말 전해주러 온거다.”


“어.. 그래 고맙다. 이미 다 썻지만..”


“근데 이 큰 곳을 왜 너 혼자만 지키고 있냐? 무슨 일 있어?”


정말 모르는듯한 표정을 짓는 형태였다. 하지만 왜 이리도 얄밉게 느껴지는 걸까. 마치 이 모든걸 알고 일부러 깐죽대려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애써 그를 무시하고, 철국은 다시 상자를 들기 시작했다.


“니 까짓게 신경쓸 일 아니니까. 그냥 꺼져. 오늘 기분이 안좋으니까. 그냥 가라.”


그러자 형태가 옆으로 다가와 귓속말을 하는데.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다.


“야.. 맞은편에 있는거 ALL물류 내거다. 네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들 모두 일 잘하더라. 근무시간 조금 줄여주고 급여 더 챙겨주니 다 넘어오더라고. 모두다 여기에서 있었을 때 보다 기쁜 마음으로 일하고 있으니 알아두라고. 그럼 간다. 수고하고.”


형태는 격려하는 듯 어깨를 툭툭 하고 건드리고 난 뒤 그렇게 옆에 있던 남자들과 같이 멀어졌다. 왠지 놈이 거짓말을 하는것처럼 느껴지진 않았다. 하루아침에 부자가 되기라도 한걸까? 영문은 모르겠지만, 그를 향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야이..개쌔끼야!!!!!”


형태를 향해 달려들려고 하자, 형태의 옆에 있던 남자들이 일제히 철국을 제지하는 바람에 혼자 발버둥만 칠뿐이었다.


“너!! 이 개새끼 두고봐! 니 까짓게 나를 이 꼴로 만든다고!? 이 철국이 자존심에 못을 박는다고!? 가만 안둔다! 야이 개 새끼야!!”


힘껏 욕설을 내뱉자, 다시 한번 형태가 철국에게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넌... 그동안 나 괴롭히고도 잘살았지? 이제 그 죄값 치룬다고 생각해라. 후회 많이 하고. 그러게 왜 힘 있다고 그렇게 괴롭히며 산거야? 그러지마. 성질도 좀 죽이고. 아. 참고로 내 주위에 알짱거릴 생각말아. 경호원들 많으니까. 혹시나 만약 너한테 한 대라도 맞았다간, 합의 절대 안해줄테니까 그리 알고.. 내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감방에 넣어줄게. 내가 그 정도도 못할거라 생각하진 않겠지? 그럼 간다.”


그 말을 듣자. 한 대 치려던 의욕조차 사그라들은 모양인지, 그대로 주저앉고 마는 철국. 마치 바람 빠진 풍선마냥 말이다. 그동안 남아있었던 일진의 기운들이 모조리 빠져나가는 거였을까.


형태는 대동한 남자들과 사라지기 시작했고. 힘없이 길바닥에 앉아 철국은 그저 바닥만 바라만 보고있었다. 철국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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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48화 납치사건의 마무리 22.01.28 83 3 13쪽
48 47화 짜릿한 맛을 선물해주자. 22.01.27 69 3 17쪽
47 46화 꼬이는 일들 22.01.26 76 3 14쪽
46 45화 고상범의 범행 22.01.25 74 3 17쪽
45 44화 딸을 구해라 22.01.24 85 3 11쪽
44 43화 딸을 구해라 22.01.22 93 4 13쪽
43 42화 딸을 찾아라 22.01.20 99 3 14쪽
42 41화 만년필. 22.01.19 101 3 13쪽
41 40화 고상범 22.01.18 97 5 13쪽
40 39화 최고의 파트너 22.01.17 104 4 13쪽
39 38화 일반인과 연예인 22.01.15 115 5 16쪽
38 37화 일반인과 연예인 22.01.14 133 4 15쪽
37 36화 그녀의 이야기 22.01.13 138 4 15쪽
36 35화 두번의 인터뷰 22.01.12 154 7 14쪽
35 34화 사고수습 22.01.11 147 7 15쪽
34 33화 인터뷰 그리고 사고 22.01.10 161 5 15쪽
33 32화 부모님을 뵙다. 22.01.09 179 9 12쪽
32 31화 공식적으로 회장이 될까? 22.01.09 173 6 16쪽
31 30화 투자의 신 +2 22.01.08 206 7 12쪽
30 29화 투자의 신 22.01.08 197 8 13쪽
29 28화 뜻밖의 사업 +1 22.01.07 183 10 14쪽
28 27화 뜻밖의 사업 +1 22.01.06 184 8 13쪽
27 26화 회사의 성장 +1 22.01.05 203 9 14쪽
» 25화 ALL물류의 등장 22.01.04 216 9 19쪽
25 24화 스토커 마무리. +2 22.01.03 227 9 15쪽
24 23화 고백 22.01.02 223 9 13쪽
23 22화 재회 +2 22.01.01 239 7 16쪽
22 21화 재회 21.12.31 241 8 16쪽
21 20화 그녀를 찾아서 21.12.30 249 9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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