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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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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6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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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 Of a Lifetime.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시간이 흘러도 류지호와 레오나의 열애설은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그럴수록 류지호는 레오나 파커와 함께 데이트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숨을수록 억측만 난무하기 때문이다.

<REMO> 최종편 준비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네버랜드 랜치를 몇 번 방문했다.

갈 때마다 레오나 파커와 함께 갔다.

자신의 전담 파파라치뿐만 아니라, 마이키 잭슨 파파라치에게까지 대놓고 사진이 찍혔다.


“여기 유지하는 데만 매년 2,500만 달러가 들어간다며?”

“응.”

“재정 관리를 대충하면 큰일 나겠다.”


제아무리 수입이 많다고 해도, 개념 없이 물 쓰듯 한다면 무조건 빛을 질 수밖에 없다.


“무개념·무계획적인 자산관리로 인해 지금까지 소닉에픽뮤직에서 2억 달러를 빌려 썼대.”

“신문에 나온 게 사실이었어?”

“이번에 UMG와 전속계약하면서 상당 부분 채무를 탕감했지.”

“MJ의 앨범도 곧 나오겠다, 그치?”

“좀 더 기다려야 할 걸.”


마이키 잭슨은 유니벌스뮤직그룹과 정규앨범 제외하고 3장의 앨범 발매 계약을 따로 체결했다.

히트곡들을 엮은 컴필레이션 앨범(편집앨범)과 박스세트가 될 예정이다.

당장 2004년에 1964년~2001년까지 마이클 잭슨의 음악을 집대성한 박스세트를 내기로 했다.

4장의 CD와 1장의 DVD로 구성될 예정이다.

4장의 CD에는 마이클잭슨의 대표곡과 미공개 희귀음원이 수록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서 인상적인 대목은 처음으로 공식 공연실황 DVD가 발매된다는 사실이다.

마이키 잭슨의 공연실황 중 가장 유명하고 환상적인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공연실황을 DVD에 수록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마이키 잭슨의 음반 판권을 갖고 있던 소닉에픽뮤직그룹은 전 세계에 발매되는 공식 공연실황 비디오를 발매한 적이 없었다.

공연이 열린 지역에서 해당 국가 안에서만 유통되는 비디오가 출시된 적은 있지만, 미국을 물론이고 전 세계에 유통되는 공연실황 비디오가 발매된 적이 없었다.

IVE Entertainment가 DVD 발매를 위해 소닉에픽뮤직그룹을 설득했고, 처음으로 DVD 발매 허락을 얻어냈다.


“아마 DVD 발매 전에 트라이-스텔라TV를 통해 방영될 거야.”

“몇 회?”

“한 번.”


이전 삶에서 <Dangerous Tour> 부쿠레슈티 공연실황 DVD는 소닉에픽뮤직그룹에서 전 세계에 DVD로 발매를 허용한 유일한 공연 실황이었다.

또한 유일하게 미국 TBO를 통해 방송된 공연이었다.

단 1회 방송에 200만 달러의 기록적인 콘텐트 이용료를 받았다.


“그 다음에 나오는 앨범은 뭔데?”

“2001년까지의 대표곡만 모은 CD 2장짜리 베스트 앨범일 거야. 그리고 2006년에는 <Thriler>부터 <Blood on the Dance Floor>까지 20장의 싱글 박스세트를 발매하기로 한 것으로 알아.”


각각의 디스크에 싱글음원, 보너스트랙, 뮤직비디오를 수록할 예정이다.


“MJ는 탐탁찮아 했어.”

“판권을 SEMG가 가지고 있어서?”

“아티스트로서의 긍지라고 할까.... 자신의 음악들이 돈벌이를 위해 마구 편집되어 판매되는 걸 반길 리가 없지. 나도 내 영화 하이라이트 부분만 따로 편집해서 영화로 만들어 팔아먹으면 기분이 썩 좋지 않을 것 같아.”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은 컴필레이션 앨범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히트곡들만 편집해서 들어가기 때문이다.

한 가수의 앨범은 하나의 콘셉트와 주제 그리고 서사로 엮여진 노래들의 집합체다.

아티스트 입장에서 다른 곡들이 묻히는 걸 좋아할 리가 없다.

대체로 음악판권을 가진 음반사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기도 하고.


“내 앨범을 구매하는 팬들이 한 곡 한 곡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게 하고 싶다. 그것이 아티스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마이키 잭슨의 평소 지론이었다.

버리는 곡을 앨범에 넣는 뮤지션은 세상에 없다.

암튼 마이키 잭슨을 돕기 위해 새롭게 합류한 이들이 적극적으로 컴필레이션 앨범 발매를 설득했다.

특히 회계담당자가 꽤나 적극적이었다.

건강을 추스르고, 새로운 앨범 작업, 투어를 준비할 때까지 충분한 재정 확보가 필수라면서.

사실 마이키 잭슨으로서도 달리 방법이 없었다.

<Invincible>의 제작비 대비 앨범 판매 수익이 그리 많지 않았다.

몇 년 간 투어를 진행하지 않았기에 관련 수익도 전무하다시피 했다.

물론 각종 저작권과 초상권 수익이 막대하긴 했지만, 지금의 생활을 계속해서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듣던 거와 다른데?”


레오나가 밝아진 마이키 잭슨을 지켜보며 류지호에게 속삭였다.


“입에 지퍼 채우는 거다?”

“그걸 말이라고....!”


<What More Can I Give> 자선공연이 열리기 전까지 황색언론에 빌미를 줘서는 곤란했다.

때마침 마이키 잭슨의 자녀들이 네버랜드 랜치로 놀러왔다.

어느 때보다 마이키 잭슨이 활기가 넘쳤다.


“이만 돌아가는 게 좋겠지?”

“간만에 아이들이 찾아왔다는데.... 그러는 게 좋겠다.”


마이키 잭슨이 붙잡았지만, 두 사람은 자녀와의 소중한 시간을 빼앗지 않기 위해 조금 일찍 네버랜드 랜치를 떠났다.


❉ ❉ ❉


시간이 흘러 어느덧 6월 중순이다.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컨벤션 센터에서 MWDC(MacIntosh Worldwide Developers Conference)가 열렸다.

이번 행사에는 대략 3,000명의 개발자가 참석했다.

스테픈 잡스는 췌장암 진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행사에 참여했다.

이번 행사에는 PIXART의 <니모를 찾아서>도 상영되었는데, 스테픈 잡스가 PIXART의 대주주다.


‘제발 좀 수술 좀 받아라, 독불장군아!’


스테픈 잡스는 끈질기게 수술을 거부하고 있었다.

결국 이사회도 잡스의 암진단을 알게 됐다.

주주들에게 잡스의 병과 치료 방법에 대해 알려야 할지 의논했지만, 어떤 결론도 내지 못했다.

이사회 전원이 스테픈 잡스를 추앙하는 이들로 구성돼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아무것도 주주들에게 말하지 않기로 했다.

이사회는 스테픈 잡스에게 암의 암자도 꺼내지 못했다.

오로지 류지호만 진지하고 진실 되게 충고하고 조언했다.

MWDC 행사를 방문한 류지호는 스테픈 잡스의 아내로부터 식사 초대를 받았다.

산호세의 잡스 집에서 저녁식사를 대접받았다.

그 자리에 당연하다는 듯 레오나도 함께 했다.


“컨퍼런스가 마음에 드나? 최. 대. 주. 주로서?”

“이번에야 MacIntosh의 문화를 제대로 알게 되었네요.”

“......”

“MacIntosh 이사회는 마치 잡스씨의 가신들 같아요.”


류지호는 잡스와 대화할 때마다 돌려 말하지 않았다.

겸손하게 말해봐야 통하지도 않고, 공연히 스트레스만 쌓이기에.


“MacIntosh가 위기에 처했을 때 힘이 돼줄 인물이 있을지 의문이에요.”

“그들은 아주 유능한 인재야.”

“자신감은 언젠가는 자만심으로 변하는 법입니다. 내부나 외부에서 좀 더 어른답게, 다른 의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그에 답변도 하면서 합리적으로 소통하거나 고객을 진지하게 대하는 것이 MacIntosh을 더욱 강하게 만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린 잘 해나가고 있어. 혁신은 구호가 아닐세.”

“혁신이니 고객가치니 어쩌고 떠들어도 결국 자기만족이지 않습니까?”

“누구나 자기만족을 위해 세상을 사는 걸세. 아니라고 한다면 위선이지.”

“난 잡스씨의 방식이 틀렸다고 말할 정도로 경영 전문가는 아닙니다. 하지만 주주로서 우려를 표할 순 있죠. 받아들이고 받아들이지 않는 건 당신의 몫이고 책임 또한 당신이 지는 거니까요.”

“자네 자리를 만들어 줄 수 있네. 아니 자네가 내 자리를 대신 차지해도 돼.”


무슨 개소리란 말인가.

MacIntosh의 최고경영자를 맡으라니.


“잡스씨의 부하가 되는 것보다 내가 MacIntosh을 인수합병해서 잡스씨를 내 밑에 두는 것이 빠를 것 같습니다만.”


스테픈 잡스가 소리를 내지 않고 큭큭 웃었다.

잡스도 웃는 법을 아는 구나 싶은 류지호다.

그건 중요한 사항이 아니고.


“나는 잡스씨와 다릅니다. 내가 없어도 알아서 잘 돌아가는 시스템. 난 소유만 할 뿐. 가끔 비전을 제시하긴 합니다만 내 회사에서 군림하지도 지배하지도 않습니다. 나의 보람은 나로 인해서 회사가 잘되는 것이 아니라, 회사 직원들이 성장하는 걸 확인할 때입니다.”

“몽상가로군. 마치 내가 어릴 때와 같이.”


레오나와 로렌 부인이 은밀히 눈을 마주쳤다.

그리고 슬그머니 자리를 떠났다.


“대부분의 CEO들은 돈과 권력을 원하지. 헌데 자네는 뛰어난 아이디어에 따라 움직이는 것 같더군. 내게 뛰어난 기술을 탄생시키는 능력이 있다면, 자넨 기술을 잘 다루는 법을 아는 것 같아. 일보 전진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기도 하고. 자네가 원하는 것은 자기가 하는 일이 이 세상 전체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겠지?”


그런 생각 안 해봤다.

간절히 원하는 삶 그리고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최선을 다해 살고 있을 뿐.


“천재란 남들보다 20년 빠르게 먼 미래에 기준이 되는 것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하네. 그런 면에서 자네는 디지털 카메라와 Eye-MAX로 증명했지. 난 자네가 다른 분야에서도 같은 일을 해내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

“나는 IT 몰라요. 내가 MacIntosh에 원하는 것은 주식의 가치가 오르는 것뿐입니다.”


스테븐 잡스가 입을 닫았다.

말없이 뭔가 깊은 고민을 정리하는 듯 보였다.

그가 입을 열 때까지 류지호는 인내했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잡스와 대화를 하다보면 숨이 턱턱 막히는 것 같았다.

묘하게 상대를 압박하는 어떤 기운 같은 것이 있었다.

아니면 까닭 모를 불편함이거나.


“MacIntosh가 파산위기에 놓였을 때 다시 돌아와 회사를 살리기 위해 껄끄러운 헨리 게이츠에게 돈을 융통해야만 했지.”

“....”

“이번에 MacIntosh의 실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네. 내가 쓰러져서 다시 일어나지 못하고, 회사가 전혀 대비하지 않았다는 게 드러난다면.... 한동안 계속 위로 올라가다 어느 날 갑자기 MacIntosh의 세계가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불안이 엄습하더군.”


스테픈 잡스가 뛰어난 사람인 것은 맞다.

더 중요한 사실은 MacIntosh에는 그보다 더 뛰어난 인재들이 득실거린다는 거다.

다만 인재가 많다고 해서 그들의 창의력이 온전히 발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그래서 리더가 중요하다.


“그래서 결정 했네.”

“......?”

“컨퍼런스를 마치면 병가를 낼 생각이야.”

“....!”

“지금 시점에서 병마, PS, IBT 그 모두와 싸울 때가 아닌 것 같아. 죽든 살든 거추장스러운 이 병을 제거해야겠어. 내 결정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자네는 상상이 가나?”


류지호는 그저 시큰둥하게 대답할 뿐.


“아, 네. 큰 결심 하셨네요.”


류지호가 닦달해서 건강검진을 받았을 때, 그의 췌장에는 암이 대략 3% 정도만 퍼진 상태였다.

암은 천천히 진행되고 있었고, 의사도 종양을 제거하면 괜찮을 거라고 했다.

그런데 잡스는 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기보다는 다이어트, 정신적 수련, 자연식 같은 대체의학으로 치료하겠다고 고집을 부렸다.

잡스가 채식주의자에 선불교를 신봉한다고 로렌 부인이 슬쩍 알려줬다.

암 진단을 받은 후 침술, 약재 등 대체의약을 은밀히 수소문하고 있다고 했다.

류지호가 마이키 잭슨에게 한방의학의 권위자를 소개시켜준 것까지 확인했단다.

심지어 자연치유사라는 요상한 사람과 상담을 하기도 했고.

최첨단 과학기술 세계에서 살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볼 수 없는 행동이다.


“혹시 인터넷에서 치료법을 찾다가 못 찾은 건 아니겠죠?”


류지호는 그저 농담을 던진 것 뿐.

그런데 스테픈 잡스가 어딘지 딴청을 피우는 것만 같았다.


‘에이 설마....’


천하의 잡스가 인터넷으로 암치료법을 검색했을 리가.

암튼 딴에는 폭탄발언을 한 스테픈 잡스는 며칠 후 회사에 병가를 냈다.

대외적으로는 가족과 장기휴가를 간다고 둘러댔다.

그가 췌장암 수술을 받는다는 사실은 철저한 비밀에 붙여졌다.

겨우 회복세에 들어선 MacIntosh 주가를 고려한 나름의 조치였다.

한 달 반 만에 스테픈 잡스는 건강한 모습으로 MacIntosh에 복귀하게 된다.

지하를 뚫을 기세였던 주가도 조금씩 회복을 시작하게 된다.


❉ ❉ ❉


스탠퍼드 대학 졸업식이 가까워지기 시작하자, 레오나 파커는 심통이 났다.

이제나 저제나 류지호가 청혼해주기만 바라고 있는데, 감감무소식이기 때문이다.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새 영화 프리프로덕션으로 오죽 바빠야지.

그럼에도.


‘기다리다 늙어 죽을 것 같아.’


공연히 파커 집안 상속 문제를 들려줘서 부담은 느낀 것은 아닐까. 열애설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나.

그녀로서는 별의 별 생각이 다 들었다.

하루 빨리 도장을 꽉 찍어줬으면 싶은데.

어쩌랴 한창 영화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한테 징징거릴 수도 없고.


‘그냥 반지만 끼워줘도 되는데.... 으이그!’


여자들은 이벤트 하지마라, 아무 짓도 하지 마라, 창피하다라고 처음에는 다들 뺀다.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면 절대 안 된다.

제대로 프러포즈 해달라는 것과 같은 말이니까.

연인 마다 프러포즈에서 기대하는 바가 다 제각각이다.

누군가는 신경 쓰지 않는 듯 갑자기 툭 던지는 프러포즈를 좋아할 수도 있고.

요란하게 하는 것을 선호하는 여성도 있고.

어떤 식이든지 평생 한 번밖에 없기에 의미 있게 하길 원한다.

미국이나 한국이나 보통 식당에서 많이 프러포즈를 한다.

이미 눈치를 채고 있다고 해도 가능하면 깜짝 고백이 더 좋다.

프러포즈할 때 그리고 그 프러포즈를 받을 때, 남녀의 생각이 다르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 순간이 완벽했으면 하는 바람은 똑같다.

21세기 들어와서 스포츠 경기장, 콘서트장, 연극 공연장 등 프러포즈할 수 있는 곳이 다양해지고 있다.

아직은 연극이나 콘서트에서 프러포즈 좌석을 따로 만들어 팔진 않는다.

공연의 중간에 프러포즈하는 순간을 넣는 것은 더더욱 없고.

UCLA 동문 이벤트업체 사장이 류지호에게 충고했다.


“화려한 프러포즈를 모든 여자들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야. 공개적인 곳에서 프러포즈를 하면 싫다고 거절할 수도 없고... 좋아도 너무 많은 대중 앞이라 부끄러울 수도 있거든.”


류지호는 가온웨딩 컴퍼니가 조사한 ‘가장 받고 싶거나 하고 싶은 프러포즈 방식’에 대한 설문까지 뒤져보았다.

남녀 간 인식 차이가 꽤나 컸다.

남성 4명 중 1명 이상은 야구장이나 콘서트홀처럼 수많은 관중이 있는 곳에서 프러포즈하는 것을 최고로 쳤다.

반면에 여성들 사이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구혼 방식이었다.

여성 3명 중 1명은 특별한 이벤트 없이 둘만의 추억이 깃든 장소에서 반지를 주며 청혼하는 형태가 좋다고 답변했다.

남성 극히 일부만 여성들이 선호하는 방식에 손을 들어주었다.

상당수 남성들이 프러포즈를 거창하게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에 정작 중요한 타이밍을 놓친다.

프러포즈는 무조건 남자가 해야 한다는 강박도 남성이 더 심했다.

한국에서는 점차 프러포즈가 결혼을 확정하고 하는 이벤트로 전락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일부러 애태우거나 골려주려고 한 건 아닌데 말이지....’


프러포즈 이벤트를 위해 뭐든 걸 다 할 수 있는 류지호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뮤지컬 배우들을 수 백 명 동원해 플래시몹을 펼쳐줄 수도 있고,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크고 비싼 이벤트홀을 렌트할 수도 있다.

최근에 구입한 Bell Ranch 별장 화단에 레오나 파커의 탄생화 수만 송이를 심어두고 이벤트를 해도 된다.

동생 류순호에게 부탁해 레오나만을 위한 노래를 만든 후에 오케스트라를 동원해 특별한 세레나데를 선보일 수도 있다.

자신의 주특기를 살려 두 사람만 공유하는 스토리의 영화를 찍은 후에 특별 상영회를 열어줄 수도 있다.

문제는 프러포즈라는 것이 남들에게 과시하거나 자랑하는 것이 아니란 사실.

연인 둘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순간이다.

온 삶을 통틀어서 다시없을 축복의 시간이기도 하고.

최고의 프러포즈를 준비했는데....


“미안해. 난 너와 결혼하지 않을래.”


라는 말을 듣게 된다면, 삶이 산산이 부서지겠지만.

진실한 마음만 온전히 전달할 수 있다면, 호화로운 이벤트가 아니라도 되지 않을까.


“뭐 해?”


소파에서 편안한 자세로 책을 읽던 레오나가 건성으로 대답했다.


“책 봐.”

“밥 먹으러 나갈까?”

“뭐 먹을 건데?”


류지호는 청바지에 면티를 입고 있다.

멀리 갈 생각은 없어보였다,


“지난번에 간 웨스트우드 피자가게 어때?”

“콘티 안 해?”

“과부화 걸린 머리 좀 식히려고.”

“그냥 방해 받지 않는 베벌리힐스로 가.”

“오래 걸려?”

“10분.”


말과 달리 외출 준비하는데 40분이나 걸렸다.

류지호는 딱히 보채지는 않았다.

언제 어디서 파파라치에게 사진이 찍힐지 알 수 없기에 류지호는 몰라도 레오나는 조금은 신경을 써야 했다.


✻ ✻ ✻


베벌리힐즈 로데오 드라이브에 류지호와 레오나 커플이 모습을 드러냈다.

다행인지 파파라치가 따라붙지는 않았다.

캐주얼한 복장 탓인지 대학생 커플처럼 보였다.

로데오 드라이브는 낮이나 밤이나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곳이다.

두 사람은 제니퍼 허드슨이 예약해 둔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오셨습니까.”


홀매니저가 반갑게 두 사람을 맞이했다.


“항상 앉던 자리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류지호가 자주 다니는 레스토랑에는 지정석이 정해져 있다.

회원제가 아닌 레스토랑이라도 테이블을 아예 사버린 곳도 몇 곳 된다.

부자의 특권이라고 할까.

류지호와 레오나가 메뉴를 고르는데.


“Jay!”


아시아계 여성이 굳은 얼굴로 테이블로 성큼성큼 다가왔다.

꽤나 미인이다.

그런데 표정이 심상치가 않다.


‘배우인가?’


외모와 옷차림을 봤을 때 일반인은 아닌 같았다.


“......”


레오나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일단 테이블에 자리를 잡으면, 서로 아는 척 하지 않는 것이 고급 레스토랑의 암묵적인 매너다.

레오나는 불청객의 무례에 불쾌감을 느끼며 메뉴 선정에 골몰하기로 했다.

그런데 분위기가 매우 난처하게 흘러갔다.

테이블로 다가온 여성이 다짜고짜 류지호에게 화를 냈다.


“나쁜 놈!”


심상치 않은 상황을 인지한 옆 테이블의 러셀과 패트릭이 일어섰다.


“흥. 위선자... 쓰레기!”


여성이 핸드백을 뒤적였다.

러셀과 패트릭이 그런 여성을 제지하려했다.

하지만 여성이 한 발 빨랐다.

그녀는 핸드백에서 사진 몇 장을 꺼내 류지호를 향해 던졌다.


"물러 서!"


러셀과 패트릭이 여성을 붙잡았다.

여성이 몸부림쳤다.

한편의 짜여진 연극 같은 이 유치한 상황은 류지호에게 드물게 벌어지는 실제 해프닝이다.

일면식도 없는 여자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고 주장하는 일이 영화에서나 있는 일 같지만, UCLA 재학 때부터 류지호에게 종종 벌어지곤 했다.


“넌 날 하룻밤 노리개로 쓰고 버리려고 했겠지만 천만에 말씀! 난 너의 아이를 기필코 낳았어.”


류지호는 담담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했다.

법률팀에서 이런 여성들을 크게 혼내주고 있고 있지만, 미국에는 미친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게이설이 한창 타블로이드를 점령했을 때는 사내놈까지 성폭력을 당했다며 류지호를 고소하는 일도 있었다.


“미안하지만, 난 당신을 모릅니다.”


레오나가 테이블 위에 떨어져 있는 사진을 집어 보았다.

사진 속에서 화를 내고 있는 여성과 류지호가 다정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최근에 찍은 사진은 아니다.

배경이나 패션이 90년대처럼 보였다.


“흥! 법정에서 보자.”


뒤늦게 홀매니저와 직원이 달려왔다.

류지호가 레오나에게 사과를 했다.


“미안해. 저녁 식사를 망쳐버렸네.”


레오나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여성을 향해 물었다.


“잠깐만 있어 봐요.”


여자를 끌고 가던 러셀과 패트릭이 움찔했다.


“다음엔 뭐였어요? 혹시 앞에 놓인 물 컵을 집어 Jay에게 뿌리는 거?”


러셀과 패트릭 두 사람의 대번에 표정이 변했다.

두 사람을 보며 류지호는 터지려는 웃음을 간신히 참아야했다.

이벤트를 망치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호호호.”


레오나가 기어코 웃음을 터트렸다.


“이름이....?”

“......”

“배우 분은 실수한 게 없어요. 아주 그럴 듯 했어요. 깜박 속아 넘어갈 만큼.”


레오나가 류지호를 향해 눈을 흘겼다.


“Jay도 잘한 편이야.”

“난 나름 잘 숨겼다고 생각했는데....”


숨기니까 더 티가 났을 수도 있다.


“나는 Jay가 진짜 냉정한 것과 냉정한 척하는 것 정도는 쉽게 구분한다고.”


레오나가 러셀과 패트릭을 가리켰다.


“저 두 사람이 문제야. 러셀과 패트릭이 너무 어설펐어.”


지목 당한 두 경호원이 면목 없다는 듯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보스.”

“저희가 망쳤습니다.”

“아니야. 내가 레오나를 과소평가했어.”

“미스터 류, 미안해요. 제가...”


섭외한 여배우 역시 몸 둘 바를 몰라 쩔쩔맸다.

자신 때문에 빅 이벤트가 엉망이 된 것 같아서.


“애니는 잘 했어요. 러셀과 패트릭에게 좀 더 철저한 연기 트레이닝을 시키지 못한 내 잘못입니다.”


레오나가 사진을 들여다보였다.


“근데 이 사진은... 진짜... 아니지? 원래 알 던 사이였어?”

“할리우드 아트디렉터들은 못하는 게 없단다.”


나름 깜짝쇼를 준비한다고 했는데 맥없이 들켜버렸다.

김이 새버렸다.


“아휴. 답답해. 그냥 우리 결혼해.”

“그래.”


레오나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류지호가 실실 웃으며 농담처럼 응수했다.


“결혼하자, 우리.”

“으이그! 내가 못 살아.”

“나 보고 살아.”


J&L Bell Ranch에서 레오나가 한 말을 그대로 돌려준 류지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왜? 아, 손님들에게 사과하려고?”


일어서려는 레오나를 류지호가 만류하고 박수를 두 번 쳤다.


짝짝.


류지호의 테이블을 향하고 있던 레스토랑의 손님들이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여러분도 봤다시피, 이벤트는.... 엉망이 되어버렸습니다. 모두 수고했어요.”


가장 가까운 테이블의 손님부터 류지호의 테이블로 걸어와.


“중요한 이벤트를 망쳐서 미안합니다.”

“연인분의 소중한 추억을 저희가 망쳐버리게 되어서 유감이에요.”

“다음에는 좀 더 준비해서 망치지 않도록 할게요.”


류지호는 이번 프러포즈 이벤트를 위해 돈을 아낌없이 썼다.

100명의 댄서와 20명의 무명 배우, 음향팀까지.

베벌리힐스에서도 최고급을 손꼽히는 이 레스토랑도 통째로 빌렸다.

혹시 몰라 웨스트우드 피자가게와 코리아타운의 음식점도 예약을 해 두었다.

장소가 바뀌었다면 이곳에 있던 인원이 모두 그 곳에서 대기했을 터.

사랑스러운 돈지랄이었지만.

프러포즈 이벤트는 완전히 망쳤다.


“......”


레오나 파커는 사과하고 레스토랑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괜히 미안했다.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줬어야 했다고 후회했다.


“어떻게 나보다 저들이 더 실망하고 아쉬워하는 것 같지?”


레오나가 류지호를 타박했다.


“잘 좀 준비하지 그랬어. 아니 그냥 오늘 해. 혹시 반지 가지고 왔어?”

“괜히 오기가 생기는 걸.”

“암튼 Jay답지 않았어. 오늘은....”


조금 어설프긴 했다.


“잠시만 있어. 매니저와 이야기 좀 하고 올게.”


류지호가 러셀을 데리고 매니저를 향해 걸어갔다.


작가의말

새로운 한 주 활기차게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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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ve Of a Lifetime. (3) +3 23.07.24 2,664 92 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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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8 어련히 알아서 할까..... +6 23.07.20 2,936 117 29쪽
557 두고두고 가문의 영광이겠지..... +9 23.07.19 2,881 121 25쪽
556 MJJ Music Records. (4) +4 23.07.18 2,830 110 24쪽
555 MJJ Music Records. (3) +2 23.07.17 2,814 113 21쪽
554 MJJ Music Records. (2) +5 23.07.15 2,914 124 22쪽
553 MJJ Music Records. (1) +5 23.07.14 2,970 103 22쪽
552 내 것이 없으면 언제고 한계가 닥치게 되어 있어. (2) +3 23.07.13 2,969 112 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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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7 앞으로 할 일이 참 많아..... +4 23.07.07 3,005 112 25쪽
546 반지 링은 얇아도 다이아몬드 알은 굵어야.... +7 23.07.06 3,018 108 24쪽
545 나 같은 쌈마이도 하는데? (2) +4 23.07.05 2,965 115 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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