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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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2.07.23 00:38
최근연재일 :
2022.08.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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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7.27 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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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학교생활

DUMMY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는 의미가 있는 것일까? 그들은 왜 아침마다 울고, 저녁에는 울지 않는 것일까? 저녁에도 자러 가기 전에는 지저귈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상하게 아침에만 들린단 말이야. 그러니까 이렇게 시끄러운 것이겠지.

어우, 나는 새소리가 싫다. 딱히 새가 싫은 건 아니지만, 새소리는 너무 많이 들어서 지겹다. 변조도 없이 너무나도 단조로운 저 곡조가 나의 변함 없는 하루를 예견하는 것 같다. 저 새의 노래처럼 어제와 달라질 것 없는 하루가 지겹도록 반복된다.

"끼엑!"

뭐, 뭐야? 지겹도록 반복되어야 할 노래에 갑자기 이상한 반주가 추가 되었다. 굉장히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불평하고 있기는 했지만 사실 지금 상태가 제일 좋은 것은 맞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한번 죽어본 나는 아주 잘 안다. 그런데 '끼엑!'이라니, 오늘 하루는 뭔가 평소와 다르게 흘러가려는 징조인 것인가.

아니면 그저 모든 것이 노인의 헛된 망상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나는 내가 환생했다는 것을 떠올렸다. 이제는 내 몸에 익숙해지기로 결정했으면서 아침부터 이러다니 참 문제다. 요 며칠 확실하게 인지했는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신을 만나고, 심지어는 나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그리고 나서는 학교에도······

아아, 맞다 학교! 그렇지, 저 불길한 예감은 역시 틀린 게 아니었다. 안 좋은 예감은 늘 잘 맞아 떨어지는 법이다. 지금, 도대체 몇 시지?

나는 열심히 학교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조금 품격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시계를 확인하니 완전한 지각이었던 것이다. 아아, 믿었던 주인장은 쿨쿨 잘만 자고 있었다. 어제의 고마웠던 마음이 조금은 줄어들 것 같다.

나는 부단히 달려서 학교에 도착했다. 아마 이 학교 창립 역사상 가장 빠르게 달려온 학생일 것이다. 나 자신과 타협해서 헤이스트 마법을 사용했으니 말이다. 학교에 첫 등교하기 전까지만 사용하자고 말이다. 정말 이번이 마지막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나는 마법을 사용하기로 결심했던 것이다. 그런데 한번 쓰니 왠지 끊기 싫어진다. 마법에는 중독되면 끊을 수 없는 마약 같은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매우 빠르게 학교에 도착할 뻔한 나는 가까스로 학교 근처에서 멈출 수 있었다. 하마터면 이대로 학교까지 돌진해서 등교 첫날부터 유명인이 될 뻔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주의하기 시작해야겠다. 나도 모르게 마법이 막 나가는 그런 불상사는 일으키면 안 된다. 조심, 또 조심이다.

오늘이 첫날이라 그런지 다행히 교사가 지각에 대해 크게 따지고 들지는 않았다. 나는 잠시 교무실에 앉아 있다가 내가 배정받은 교실로 안내되었다. 지각해서 내가 도착했을 때는 수업 도중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수업이 끝날 때까지 교무실에서 차 한잔 하고 일어나 교실로 갔다.

교실에 들어갔는데 나를 보는 시선이 영 곱지 않다. 한눈에 내가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뭐, 알기 쉬운 녀석들이라 좋네.

나는 담임에게 안내되어 내 자리로 가서 앉았다. 의자가 가로로 길게 해서 총 5개 있었다. 나는 세 번째 줄 가운데 정도에 앉았다. 내 앞에 놈들이 뒤돌아 본다면 반 아이들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을 수 있는 그런 자리였다. 마법 쓰면 큰일 날 걸 것 같은 위치 선정이다. 혹시 학교 내부에 내 존재를 알고 있는 자가 있는 것 아닐까?

수업이 끝나고 내가 들어왔으니 지금은 쉬는 시간이다. 내 옆자리에 앉은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너 편입으로 학교 들어왔다면서?"

"그래."

귀찮아서 간결하게 대답했다. 어린애 상대하는 것은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 애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말을 걸어온다.

"우와, 대단하다. 그거 엄청 어렵기로 소문이 자자한데 말이야."

그렇다고 한다. 이번에는 그냥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거 어려운 시험이었나 보구나. 다행이다. 딱히 내가 멍청해서 못 본 건 아닌 것 같다.

"그거, 너무 어려워서 그냥 이름 뿐인 제도라고 불리거든. 보통은 그냥 입학 시험을 보지 편입으로 들어오려는 학생은 거의 없어."

시끄러운 계집이군. 저런 식으로 사람을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녀석은 질색이다. 나는 혼자 있는 게 더 편한 노인인데 말이야, 저 녀석은 내 겉모습만 보고 전혀 나의 편의를 고려해 주지 않는다. 으음, 아직 어린 학생에게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 경우가 굉장히 특이한 경우이기도 하고 말이야.

조금은 그녀에게 어울려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생각하여 그녀의 다음 질문에는 대답해 주려 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른 이유로 대답을 할 수 없었다.

"나는 마이야. 너는 이름이 뭐니?"

내 이름, 내 이름인가······

그러고 보니 아직 나는 이름이 없었구나. 아니, 있기는 한데 그건 내 이름이 아니다. 요란한 장례식 덕분에 내 이름도 유명해 졌을 것이다. 섣불리 그 이름을 대었다가는 여차할 때 괜한 오해를 살 수도 있다. 일단은 가명을 만들어 두어야겠다.

"저기, 이름이 뭐야?"

이 여자는 왜 이리 끈질긴 거야? 참견이 많은 녀석이구만. 계속 무시하고 있으면 관심을 끄고 조용해 질지도 모르지만, 앞으로의 학창 생활을 위해 친구 하나 정도 만들어 두어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뭐라고 대답하지?

"나는 레온하르트·프란시스코·호세·후안·파울라·프리니다드·산티스테·마리아·마리오·루앙이다."

내가 아는 녀석들 중에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녀석의 이름이다. 세상에, 저걸 외워둔 것이 도움이 되는 날이 올 줄이야. 두 번 살고 볼 일이다. 뭐, 이 정도로 길면 더 이상 이름을 물어보지는 않겠지.

"그래, 만나서 반가워 레온."

허, 줄여서 부를 줄은 예상 못했다.


그 마이라고 하는 아이는 그다음 수업이 끝나고도 계속 나에게 말을 붙이며 귀찮게 굴었다. 전생이었으면 홧김에 사일런트를 걸어 버렸을 것이다. 사람 입 닫게 하는 데에는 그만한 마법이 없다. 그래도 다행히 그녀의 관심사가 나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저 내가 편입생이기 때문에 조금 더 관심을 쏟았던 것인가 보다. 그녀는 쉬는 시간 내내 나 이외의 다른 아이들에게도 말을 붙이며 돌아다녔다.

지각한 덕분에 수업도 빨리 끝났다. 교실에 들어온지 두 시간 밖에 안 지났는데 벌써 점심시간이다. 나는 서둘러 식당으로 향했다.

며칠 만인가, 며칠 만에 먹는 밥인 것인가. 아아, 이제 그런건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로 배가 고프다. 그냥 일단 먹고 보자. 아아, 공짜라서 그런지 더 맛있는 것 같다. 식당은 원하는 메뉴를 주문해 먹을 수 있었는데, 그냥 아무거나 시켰다. 제일 빨리 나올 것 같은 걸로.

나는 허겁지겁 식사를 종료했다. 휴우, 배는 고프지만 기본적으로 위가 작기 때문에 소식이다. 한 그릇이면 충분하다. 나는 한 그릇을 후딱 비우고 서둘러 다시 교실로 향했다. 내가 제일 먼저 왔고, 내가 제일 먼저 나가니 교실에는 아직 아무도 없겠지. 지금 교실에 가면 드디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의 계획은 처참하게 박살나고 말았다. 윽, 설마 아직도 밥 먹으러 가지 않은 아이가 있었다니. 이런 복병이 숨어 있을 줄은 예상 못 했다. 심지어 그 복병의 정체가 마이다. ······쟤는 한 끼 식사보다 이야기 하는 게 더 중요한 것인가?

"아, 레온 안녕!"

당연하지만 저 참견쟁이는 이번에도 나에게 참견해 왔다. 아아, 첫날부터 교우관계를 망가뜨릴 수는 없어. 여기서는 친절하게 대답해 주자.

"그래, 안녕 마이. 너는 밥 먹으러 안 가니?"

빠르게 사라져 달라는 말을 고상하게 표현해 보았다. 그런데 어린 아이의 머리로는 그냥 있는 그대로 이해해 버렸나 보다.

"아니, 나도 갈 거야. 조금 있다가."

정말 밥보다 이야기 하는 게 더 중요한가 보다. 특이한 여자다.

가까이 다가가면 괜히 더 말을 걸어올 것 같았지만, 나는 어쩔 수 없이 그녀의 곁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내 자리가 그 옆자리인 걸 뭐.

그러나 다행히도 그녀는 다른 아이와 말을 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내가 밥 이야기를 꺼내서인지 그녀는 몇 마디 못하고 식당으로 떠나갔다. 물론 다른 애들도 무더기로 데리고 갔다. 나한테는 다행인 일이다. 이제야 조금 쉴 수 있겠군······

바깥 경치를 바라보고 있자니 옛날 생각이 문뜩 들었다. 지금은 비록 나이 깨나 먹은 몸이지만 그래도 추억에 잠기는 일 정도는 할 수 있다. 그래, 나도 이 학교에 다녔었으니까. 교실은 이미 내가 다녔던 시절과 많이 달라졌지만, 아직도 내가 앉아 있던 자리는 잊지 않았다. 창가 자리, 나무가 잘 보이는 곳, 바람이 잘 드는 곳, 햇빛이 잘 드는 곳······

나는 선생님의 호통 소리를 듣고 잠에서 깨어났다. 아니, 정확하게는 호통 소리와 함께 날아온 분필을 머리에 정통으로 맞고 그 충격으로 일어났다.

"아야야······"

쓰라린 머리를 한 손으로 문대면서 일어났다. 또다시 선생님의 고함 소리가 들려온다.

"복도에 나가서 서 있어!"

나는 어기적어기적 걸어서 교실 밖으로 나갔다. 하아, 따분하다. 너무 졸립다. 수업이 졸린 게 잘못이지 나는 잘못 없다. 그런데도 분필에 맞고 복도에 나가 서 있어야 하다니 부조리하다. 하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할 배짱도 힘도 없다. 1학년이 감히 어떻게 교사에게 대들 수 있겠는가? 부조리하지만 꾹 참고 서 있어야 한다. 수업 끝나면 다시 들어갈 수 있다. 얼마 남지 않았으니 그때까지만 참자. 그래, 때마침 종소리가 들리네. 데엥, 데엥, 데엥······

"······어나."

응······? 무슨 소리지? 나는 분명 복도에 혼자 서 있었을······

"······일어나. 레온, 일어나."

나는 벌떡 일어났다. 옆에서 깨우던 마이는 내가 갑자기 고개를 쳐들자 깜짝 놀란 것 같았다. 그래, 마이의 목소리 였구나.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지?

"일어나, 점심시간 끝났어! 여기는 메이아의 자리라고."

으음, 아무래도 한숨 잔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밤잠이 줄어든 대신 낮잠이 늘었나 보다. 아무튼 지금은 빨리 자리를 피해주자.

나는 일어나서 내 자리로 갔다.

"······고마워, 마이."

"아니야, 뭘."

그 메이아라는 아이와 마이가 나누는 이야기인가 보다. 잠결에 잘 들리지는 않았지만 크게 중요한 대화 내용은 아닌 것 같았다. 오랜만에 학교에 와서 그런지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것 같다. 나는 하품하면서 생각했다. 다음 수업은 뭐지?

다음 수업은 마법학 수업이었다. 으음, 확실히 저건 들을 필요 없겠지. 이미 다 알고 있기도 하고, 몰라도 어차피 이번 생에는 필요 없고. 좋아, 조금 더 잘까?

대놓고 퍼질러 자기는 조금 눈치가 보여서 꾸벅꾸벅 졸았다. 다행히 들키지 않고 수업 시간이 지나갔다. 1학년이라서 이걸로 수업은 끝이다. 다들 친한 아이들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하교한다. 하지만 나는 그럴 친구 없다.

나도 나가보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옆자리 앉은 녀석, 마이가 아직 자리에 앉은 그대로였다. 의외네, 제일 친구 많아 보일 것 같은 녀석이었는데.

조금 피해서 지나갈까 했는데, 그러기 전에 그녀가 먼저 말을 걸었다.

"레온, 같이 하교할래?"

뭐, 거절할 이유가 없다. 연장자로서 명분도 없이 바득바득 우기기도 뭐하고 말이야. 어쩌면 그녀도 친구가 없는 것이 아니라 오늘은 나와 돌아가기 위해 혼자 남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나를 위해 선심 쓰는 건가? 조금은 기특한 면도 있는 녀석이네.

그녀와 함께 걷다 보니 생각난 것인데, 누군가와 걷는 것은 굉장히 오랜만인 것 같았다. 아니, 애초에 학교처럼 사람 많은 곳에 드나드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늘 고고한 모습으로 연구에만 매진하다 보니 그렇게 되었다. 으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모르겠네.

하교라고는 해도 기숙사로 돌아가는 것뿐인 일이다. 기숙사는 학교 밖에 있으니 하교가 맞기는 하다. 기숙사는 꽤 웅장해 보였다. 멀리서 봐도 잘 보이니 꽤 큼직 하리라. 우리 학교 학생 수가 저리 많았나? 아니면 쓸데없이 크기만 큰 건가. 뭐, 내 잘 자리만 있으면 그걸로 됐다.

당연하지만 여자 기숙사는 남자 기숙사와 따로 있다. 기숙사 입구에서 나는 마이와 헤어지게 되었다.

"안녕, 이따가 또 보자!"

이따가? 아, 어쩌면 저녁 식사 시간에 다시 보게 될 지도 모르겠네. 그것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인가 보다. 볼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일단 알겠다고 하고 기숙사 안으로 들어갔다. 내 방이 어디지? 아, 저기다.

쓸데없이 큰 것인가 의심한 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다. 기숙사는 각방이 아니기 때문이다. 룸메이트가 한 명, 그러니까 총 2명이서 한 방을 쓰는 것이 원칙이다. 가끔 예외는 있지만 나는 그 예외에 해당되지 못했다.

룸메이트를 잘못 만나면 큰일인데, 그리 생각하며 방 안에 들어갔지만 방에는 아무도 없었다. 뭐야, 아직 안 온 건가? 다행이다. 혼자 있으니 편하다. 조금 더 늦게 들어와 주면 좋을텐데. 아니, 아예 안 들어오지는 않으려나. ······그럴리는 없겠지. 기다리면 알아서 들어올 터이다. 누구인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일단은 잠 좀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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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탑의 소문 6 22.08.11 27 1 12쪽
19 탑의 소문 5 22.08.10 31 1 12쪽
18 탑의 소문 4 22.08.09 31 1 12쪽
17 탑의 소문 3 22.08.08 28 1 12쪽
16 탑의 소문 2 22.08.07 26 1 13쪽
15 탑의 소문 22.08.06 29 1 16쪽
14 보상금 소동 6 22.08.05 28 1 17쪽
13 보상금 소동 5 22.08.04 36 1 12쪽
12 보상금 소동 4 22.08.03 28 1 15쪽
11 보상금 소동 3 22.08.02 53 1 15쪽
10 보상금 소동 2 22.08.01 31 0 14쪽
9 보상금 소동 22.07.31 31 1 14쪽
8 기숙사 탐험 3 22.07.30 44 1 14쪽
7 기숙사 탐험 2 22.07.29 37 1 14쪽
6 기숙사 탐험 22.07.28 43 1 14쪽
» 학교생활 22.07.27 54 1 14쪽
4 편입 시험 22.07.26 67 1 14쪽
3 나의 장례식 22.07.25 94 1 14쪽
2 환생 후의 기억 22.07.24 155 1 15쪽
1 그날의 기억 22.07.23 269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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