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라이트노벨, 판타지

완결

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2.07.23 00:38
최근연재일 :
2022.08.13 22: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210
추천수 :
20
글자수 :
141,497

작성
22.07.29 01:46
조회
37
추천
1
글자
14쪽

기숙사 탐험 2

DUMMY

우와아아, 하는 소리를 내며 나는 늘어지게 기지개를 켰다. 정말 맛있게 잘 먹었다. 마이의 요리 솜씨는 저 나이치고는 제법 훌륭했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면 전속 요리사로 삼아도 될지도 모르겠군. 뭐, 헛소리다.

밥 먹었으면 슬슬 움직여야겠지. 식곤증 때문에 움직이기 싫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밥값을 해야 한다. 나라고 얻어먹고만 사는 성격은 아니다.

나는 차가운 돌계단을 박차고 일어났다. 돌계단에 앉아 있었던 이유는 당연히 밥을 먹기 위해서였다. 일단 도시락을 까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복도에 앉아 먹기는 조금 눈치가 보여서 계단 안에 들어와 먹었던 것이다. 이런 오후 애매한 시간에 밖으로 나가는 사람도 없을 것 같았고, 실제로 계단을 지나가는 사람은 없었다. 운이 좋았다고 말해도 되겠지, 사실 꽤 아슬아슬한 모험이었다.

이제 아슬아슬한 모험은 끝내고 진짜 모험을 시작할 차례였다. 2층부터는 막혀있는 벽이 없어서 왼쪽 오른쪽 어느 방향으로 가든지 무관했다.

주섬주섬 도시락통을 정리하던 마이가 가장 늦게 일어났다. 참고로 제일 먼저 일어난 건 내 룸메이트 놈이다. 이 녀석도 마이 못지 않게 기운이 넘치는 모양이었다.

후우, 밥값 좀 한다고 했었지. 그럼, 잠시 실력 발휘 좀 해 보실까.

정신을 집중하고, 마력을 방출한다. 마력은 집중해서 흐르지 않게 응축시킨 다음, 주위 공간에 물결치는 파도처럼 퍼트린다. 마법이 처음이라면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마법을 사용할 때 중요한 것은 빈틈없이 골고루 퍼트리는 것이다. 그래서 파도 이미지를 연상하는 것은 나쁘지 않은 생각이다. 하지만 뭐, 나한테는 해당하지 않는 이야기이다. 겨우 이 정도 탐지 마법은 초보자도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니 말이다. 학문이란 것이 으레 그렇듯 마법도 역시 파고들면 끝도 없지만, 일상에서 사용하는 마법은 의외로 이런 간단한 마법이 주를 이룬다.

내가 방금 사용한 것은 디텍트라고 불리는 마법이다. 나처럼 숙달된 사용자는 영창 없이 사용 가능한 편리한 마법이다. 나는 주위에 마법사라는 것을 숨겨야 하는 입장이니 말이다. 디텍트는 주위 사물을 감지하는 마법이다. 상하로는 범위가 넓지 않지만 앞뒤, 좌우로는 범위가 넓다. 그리고 무엇보다 벽을 뚫고 탐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마나의 흐름을 통해 느끼는 것이기 때문에 탐지 범위 내에서는 물리적인 방법으로 이 마법을 회피할 수 없다. 요컨대, 일반인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마법사라면 베리어를 펼 수도 있겠지만, 우리 학교 2학년 학생들이 거기까지 뛰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디텍트를 전개하는 이유는 밥값으로 마이의 모험에 조금 도움을 주자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상한 물건이나 움직임이 포착된다면 그녀의 두근거리는 모험에 조금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데 1층과 마찬가지로 별로 대단한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이한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역시 이 기숙사는 크기만 크지 별 거 없나 보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때마침 예상 외의 것이 포착되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예상 외인 것이 문제였다.

"뭐야? 기숙사 사감이 어떻게 저기 있을 수 있는 거지?"

기숙사 사감이라면 분명 우리를 지나쳐서 갔을 텐데? 뒤로 갔던 사람이 앞에서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인가?

나의 말을 듣고 내 뒤에 있던 아이 둘이 반응했다.

"응? 사감이라고?

"무슨 소리야?"

위에는 룸메이트, 아래가 마이다. 호오, 룸메이트 녀석은 내 말을 곧이곧대로 들은 모양이지만, 마이 녀석은 그 속에 숨겨진 진의를 파악한 것 같다. 뒤로 간 사감이 앞에서 나왔다는 그것 말이다. 불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무슨 소리냐고 반문한 것이리라. 마이가 이렇게나 영민한 아이였나 싶어서 꽤 흥미로웠다. 요리 실력도 그렇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정말이지 기대되는······

"아잇, 차암. 무슨 소리냐니까?"

뭐야? 두 번 물어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이지? 내 생각이 맞다면 굳이 두 번 물어볼 필요는 없다. 취해야 할 행동이라면 사감을 피해 도망가든가, 아니면 뭐 맞서 싸우든가 이런 식일 것이다. 아니면 뭐란 말인가, 정말 무슨 소리인지 못 알아 들었다는 건가?

"사감이 앞에서 오고 있다고."

"뭐, 사감이?"

내 예리한 감각도 무뎌졌나 보다. 아니지, 원래부터 나는 사람 보는 눈이 없던가. 마이의 장래가 기대된다고 했던 말들은 전부 취소다. 아, 전부는 아니다. 요리는 빼고.

마이의 장래가 어떻든 그런 이야기는 차치하고, 어쨌든 사감이 이리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은 모두에게 전달된 것 같다. 2층부터는 막힌 공간이 없다. 그 말은 즉 숨을 곳이 없다는 뜻이다. 마법으로 모습을 감춘다면 간단하겠지만, 아무래도 그렇게 할 수는 없겠지.

잠시 생각을 해 보자. 이 난관을 어떻게 타파하면 좋을까?

나는 머릿속에 2층 내부 구조를 그려 보았다. 지금 우리가 서있는 곳은 계단 앞, 즉 이 방의 가장 왼쪽 구석이다. 사감은 우리 앞에 있다. 즉, 사감도 왼쪽 구석에 있다는 말이다. 제아무리 뻥 뚫린 공간이라지만, 사감의 시력에도 한도가 있을 것이다. 물론 이 정도 크기의 방이라면 끝에서 끝까지도 보인다. 사감이 특별히 눈이 나쁘다거나 하지 않다면 말이다. 하지만, 내가 누구인가. 마법사하면 역시 사람 눈 속이는 거 아니겠는가?

"얘들아, 잠시만 가만히 있어 봐."

나는 우왕좌왕하는 아이들을 말로써 멈추어 세운 다음 주문을 영창했다. 움직이면 마법 걸어주기 힘들다. 끄응······, 됐다.

가만히 3초 정도 영창을 완료한 나는 그대로 오른쪽 끝을 향해 걸어갔다. 방금 사용한 마법은 인비저블이다. 나를 포함해서 이 마법을 두른 3명은 주위 사람들의 시야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고, 우리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의 시야 범위가 약간 줄어드는 정도이다. 완전히 안 보이면 그건 인비저블이 아니라 인비저빌리티다. 이름이 엇비슷하지만 엄연히 다른 마법으로, 앞에는 이미 설명했고 뒤엣것은 시전자를 투명하게 만들어주는 마법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오른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평소대로라면 끝에서 끝까지도 보이겠지만, 이 마법을 두르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사감이 왼쪽 끄트머리에서 오는 것이 다행이었다.

"일단은 최대한 안 들키게 끝으로 가서 걷자고."

마법을 사용했다는 것을 말해줄 수는 없고, 적당히 둘러대서 끌고 가기로 했다. 영창을 하기는 했지만 작게 웅얼거려서 아마 잘 안 들렸을 것이다. 다행히 아이들이라 그런지 내 말을 의심하지 않고 나를 잘 따라와 주었다.

오른쪽 끝에 도착한 우리들은 소리 없이 조용하게 걸어갔다. 모습은 보이지 않더라도 다른 감각은 제대로 기능한다. 가령 지금 우리가 신경 쓰고 있는 소리라던가는 들린다. 의외로 방심했을 때 놓치기 쉬운 부분이라 이 마법을 사용할 때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조용히 오른쪽 끝까지 걸어오는데 성공한 우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사감은 1층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더는 주의할 필요가 없었다. 우리들은 긴장을 풀고 3층으로 가는 계단의 입구에 털썩 주저 앉았다. 내가 오른쪽으로 가자고 한 이유는 계단이 오른쪽에 있어서 이기도 했다. 4층은 다시 왼쪽 끝에 계단이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며 계단이 위치해 있다. 왜 하나로 이어두지 않았나 의심스럽기는 한데, 애초에 1층에 있는 그 가림막부터 없애주지 않는 것으로 보아 그냥 학교에서 일처리를 제대로 안 하는 것 같다.

그나저나 긴장을 푸니 이번에는 원초의 의문이 다시금 떠올랐다. 사감은 어떻게 해서 우리들의 앞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일까? 상식적으로 생각해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감이 마법이라도 쓰지 않는 한 말이다. 마법······은 아마 아닐 것이다. 전혀 그런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을 뿐더러 애초에 마법사였다면 우리가 인비저블을 썼을 때 눈치챘을 것이다. 마법을 사용하면 마나의 흔적이 남게 된다. 이것만은 나도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문제이다. 그 어떤 위대한 마법사라고 하더라도 마나의 흔적을 완전하게 지울 수는 없다. 일단은 마법을 이용해 지울 수는 있는데,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 마법을 사용하면 또 새로운 흔적이 남고, 계속 그렇게 반복될 뿐이라 마법을 사용하는 것도 실질적인 의미는 없다. 그러니까 내가 방금 사용한 마법도 흔적이 남았을 텐데, 그것을 놓치고 지나친다는 것은 마법사로서 말이 안 된다. 알고 지나친게 아닌 이상 말이다. 설마하니 알고 그냥 지나치지는 않았겠지, 이렇게 열심히 순찰을 도는 사람이.

으음,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좋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저 아이들도 표정만 보아서는 아무 생각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도 혹시나 싶으니 물어나 볼까?

"이봐들, 어떻게 생각하나?"

"응······?"

"으응? 무얼 말이야?"

한놈은 방심했는지 대답도 잘 못하고, 그나마 마이 녀석은 제대로 대답했다. 반문인 것이 문제였지만.

"사감이 앞에서 불쑥 튀어 나온 것 말이야. 원래라면 우리 뒤에 있을 사람이, 어떻게 앞에서 나올 수가 있었던 거냔 말이야."

"으응, 마이는 잘 모르겠는데."

역시 그런가. 80년의 연륜으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을 열 살배기 꼬마들에게 물어보아도 의미가 없겠지.

"하지만, 어쩌면 이 기숙사의 비밀과 관련이 있는 것 아닐까? 정말이지 쓸데없이 넓으니까, 어딘가 비밀 통로가 숨겨진 방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으음, 마이 녀석 아직도 이 기숙사에 뭔가 숨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나. 2층은 아직 다 둘러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 되면 알아차릴 때도 되지 않았나 싶은데. 하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아예 일리가 없는 말도 아니다. 정말이지 비밀 통로라도 뚫어 놓지 않았다면 설명하기 어려운 기현상이다. 어린애 의견이라고 해서 너무 무시하지만 말고 일단은 염두에 둘 필요도 있을 것 같다.

사감의 존재는 앞으로도 주의해야겠다. 한 번은 용서가 되어도 두 번은 아닐 것이다. 앞으로는 주변에 뭐가 있는지 자세히 확인하고 다녀야겠다. 2층에서도 갑자기 출몰한 사감이 3층이라고 해서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이번에는 우연히 내가 마법을 사용한 덕분에 미리 알아챌 수 있었지만 만약 그러지 못했다면 남자 기숙사에 몰래 침입한 마이 녀석이나 그것을 도와준 우리나 모두 징계를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다른 애들이야 어떨지 몰라도 나는 절대로 징계를 받으면 안 되었다. 징계를 받으면 며칠은 기숙사에서 퇴실해야 한다. 죄질에 따라 일수가 달라지지만, 나에게는 단 하루의 퇴실 조치조차 치명적이다. 또다시 이 나이 먹고 노숙하기는 싫다. 육체적으로는 건강을 되찾았으니 문제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정신적으로는 상당히 지친다. 잘은 모르겠지만 노숙은 아마 불법일 것이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마법 연구에 몰두하느라 전생에는 범법 행위를 하지 않는 선량한 시민으로 생을 마감할 수 있었다. 이제 와서 불법을 저지르라고 해도 거부감이 든다.

으음, 그렇다면 앞으로는 매층 오를 때마다 마법을 사용해야 하는 것인가. 그것도 조금 그런데. 오늘 벌써 몇 번이나 마법을 써서 잊어버릴 지경이지만, 일단은 기본적으로 마법 없이 가기로 결정했다. 익숙해지면 나중에 가서 힘들어 지니까 말이다. 하아, 정말이지 한숨만 나오는 상황이다. 학교 등교하고 나면 더는 마법에 의존하지 말자고 결심했었는데. 이게 다 수련이 부족해서 그렇다. 내가 미리 마법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다른 것들을 학습했더라면 이런 고민을 하는 상황도 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지, 방금 마법을 안 쓰고 저 사감을 피해 갈 방법이 있었을까? 물리적으로 때려 눕힌다던가······

잘은 모르겠지만 분명 있을 것이다. 마법에 의존하지 않고도 살아가는 사람이 이렇게나 많으니 말이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마법 없이 이 난관을 돌파해야 했던 것이다. 나도 마왕 앞에서는 평범한 사람이 되어버린다. 마법은 더 이상 도움이 안 된다. 정말이지 나는 언제부터 마법에만 의존하는 한심한 사람이 되었던가. 좋아, 오늘을 계기로 내일부터는 정말 마법 없이 노력해 보자. 그렇게 되었으니, 오늘까지는 써도 되겠지.

나는 결국 올라갈 때마다 탐지 마법을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나의 결심보다도 당장 쫓겨나지 말아야 한다는 이 현실이 더 중요하다. 더는 어리석은 신념 때문에 피해를 볼 수는 없다. 한번 죽었으면 충분하다.

눈 앞에 3층으로의 계단이 있기는 했지만, 사감 때문에 2층을 전부 둘러보지는 못했기에 우리는 3층으로 곧바로 올라가지 않고 2층을 순회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냥 이리저리 돌아다닌 것 뿐이다. 2층은 우리보다 상급생이 머무르는 곳이다. 내 눈에야 뭐 다 똑같은 꼬마들로 보이지만, 저 두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차마 상급생이 있는 곳에서 시끄럽게 떠들지는 못하겠지.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는 행위는 더더군다나 못할 것이다. 어차피 나는 이미 다 파악했고, 저 둘도 어느정도 만족한 것 같으니 이제 그만 3층으로 올라가도록 하자.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완결 공지 22.08.15 99 0 -
22 탑의 소문 8 22.08.13 29 1 15쪽
21 탑의 소문 7 22.08.12 20 1 15쪽
20 탑의 소문 6 22.08.11 27 1 12쪽
19 탑의 소문 5 22.08.10 31 1 12쪽
18 탑의 소문 4 22.08.09 31 1 12쪽
17 탑의 소문 3 22.08.08 28 1 12쪽
16 탑의 소문 2 22.08.07 26 1 13쪽
15 탑의 소문 22.08.06 29 1 16쪽
14 보상금 소동 6 22.08.05 28 1 17쪽
13 보상금 소동 5 22.08.04 37 1 12쪽
12 보상금 소동 4 22.08.03 28 1 15쪽
11 보상금 소동 3 22.08.02 53 1 15쪽
10 보상금 소동 2 22.08.01 31 0 14쪽
9 보상금 소동 22.07.31 31 1 14쪽
8 기숙사 탐험 3 22.07.30 44 1 14쪽
» 기숙사 탐험 2 22.07.29 38 1 14쪽
6 기숙사 탐험 22.07.28 44 1 14쪽
5 학교생활 22.07.27 54 1 14쪽
4 편입 시험 22.07.26 67 1 14쪽
3 나의 장례식 22.07.25 94 1 14쪽
2 환생 후의 기억 22.07.24 156 1 15쪽
1 그날의 기억 22.07.23 270 0 2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