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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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2.07.23 0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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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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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0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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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탑의 소문 2

DUMMY

내가 찾아간 스승은 우리 학교에 전설처럼 전해지는 사람이었다. 체육계의 전설 말이다. 그리고 그 전설의 인물은 놀랍게도 나도 아는 사람이었다. 그가 전설로 내려오는 이유는 그가 엄청난 고령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그를 아는 이유도 마찬가지였다. 나만큼이나 나이가 많은 그는, 전생의 내 스승이었다.

그는 이미 80이 넘는 노인이지만, 기량은 여전해서 아직까지 학교에 현역으로 남아있다고 한다. 그가 나 학교 다닐 때에도 유명하기는 했지만, 솔직히 아직까지 현역일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몸쓰는 일을 노인이 하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려웠다. 내가 죽은 이유도 체력이 달려서 였으니 말이다.

내가 그를 알아차린 건 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당연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나는 혼자 학교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지나가다가 우연히 엿들은 이야기에 내가 아는 사람 이름이 있었다. 흔한 이름도 아니어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에 대해 알아보았는데, 그는 내가 아는 그 사람이 맞았다.

아는 사람을 만난 게 반갑기는 했지만, 그는 상급생을 주로 맡아서 1학년인 내가 마주칠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를 만나러 가는 상황이 굉장히 두근거렸다.

옥상에 있는 교무실이 그의 자리다. 상급생 전담이라 옥상에 있는 교무실을 사용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그 옥상 문 앞에 서 있다. 오랜만에 만나려니까 옛 생각도 나고 그런다.

옛날의 그는 당연하지만 지금과는 달리 젊었다. 내가 학교 다닐 적이면 벌써 70년은 전인가. 그는 나랑 동갑이니까 그가 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한 것도 70년이나 되는구나. 단순히 오래 있었다라고만 생각하다가 직접 숫자로 계산해 보니 세삼스레 놀랐다. 그나저나 70년이나 지났으면 역시 사람이 많이 변했으려나. 옛날의 그는 유쾌한 친구이면서 동시에 10대의 젊은 나이에 교직을 맡을 만큼 유능한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물론 그런 그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대체로 그는 사랑받는 사람이었다. 지금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나는 궁금증을 안은 채 교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교무실 안에서 그를 찾기 위해 나는 주위를 훑어보았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볼 것도 없이 그는 쉽게 발견되었다. 역시나 그때와 많이 변하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내 기억에 의지하지 않고도 그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그의 모습은 이 공간 안에서 너무나도 독보적이었다. 과연 나이 80에 체육계 교사를 맡는 사람이었다. 그의 희끗한 머리가 아니었다면 아무도 그를 노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리라. 그만큼 그는 엄청나게 다부진 체격이었다.

나는 망설일 것도 없이 곧장 그에게 걸어갔다. 우와, 가까이서 보니까 키도 훤칠하게 컸다. 거의 사기 수준이다. 내 사기가 늙어 죽어도 다시 태어나는 것이라면, 그의 사기는 애초에 늙지 않는 사기다. 정말로 그런 사기를 친 게 아닌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그의 풍채는 대단했다. 거기에 노인의 위엄까지 더해지니 더할 나위 없었다. 내 경우는 나이 때문에 인생의 막을 내렸지만, 그의 경우는 나이가 오히려 그의 인생에 꽃을 피워주었다. 생각해 보니 이거 너무 불공평한 거 아닌가? 신이 너무 편파적이다. ······쳇.

"그래, 뭣 하러 왔나?"

목소리마저 중후한게 나도 모르게 위축되어 버린다. 이랬던 적은 처음이라 그런지 굉장히 긴장된다. 그동안은 다들 나보다 나이가 어리니까 귀여워 보였는데, 이 사람은 예전부터 나의 스승이었던 사람이다. 전생에는 왕도 나한테 함부로 하지 못했는데, 아마 나보다 위에 있는 건 이제 그가 유일하지 않을까?

"예, 은사님께 가르침을 청하고자 찾아 뵈었습니다."

"뭐? 나는 자네의 은사가 아닌데? 여기 5층이야, 자네 잘못 찾아온 거 아닌가?"

아차, 그만 전생의 기억과 혼동해서 은사라고 말해 버렸다. 그나저나 저 사람은 체육계이면서 머리도 좋다. 그의 탁월한 유머 감각도 그의 폭넓은 지식에서 비롯한다고 봐도 된다. 그리고 그 지식은 비단 유머에서 뿐만이 아니라 지금처럼 일상생활에서도 사용된다. 정말이지 부족함이 없는 사람이다.

"아, 예. 말을 실수했습니다. 선생님의 도움을 얻고자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흠, 내 도움이라고?"

"예, 그렇습니다. 훌륭한 일류 검사로 성장하기 위해 그 첫걸음으로 체력을 증진시키려 했지만 혼자서는 막막하여 도움을 청하려고 합니다."

내가 알던 그는 열정이 넘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그런 자신처럼 열정적인 사람을 좋아했다. 그가 젊었을적 혈기로 그랬던 게 아니라면, 아마 그는 내가 혼자 노력하고 있는 게 안쓰러워 도와주려고 할 것이다.

"그래? 자네, 몇 학년인가?"

"예, 1학년 입니다!"

다행히 젊어서 그랬던 건 아니었나 보다. 그는 내 진정성있는 호소에 넘어온 것 같다. 이쯤되면 거의 성공이라고 봐도 되겠지.

"그래, 1학년? 1학년 친구가 참 패기가 넘치는구만. 좋아, 그러면······"

"크, 큰일입니다, 선생님!"

그런데 내 거의 성공할 뻔한 계획은 중간에 끼어든 누군가에 의해 방해받아 버렸다. 저거 누구야?

나는 교무실 안으로 헐레벌떡 뛰어 들어온 자를 노려보았다. 얼굴을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만들어 주어야겠다. 그런데 노려본 그놈 얼굴이 영 심상치가 않았다.

"뭐야, 설마 또?"

"에, 에에······. 또 사라졌습니다."

"뭐야? 이런······"

뭐지? 뭔가 나를 제외하고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아니,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던 건가? 신이 나를 환생시킨 게, 그냥 조역으로 삼기 위해서였다고? 신이 감독이고, 주인공은 내가 아니었단 말인가!

아니, 그럴 리 없어. 이렇게 생고생을 하고 있는데, 내가 주인공이 아닐 리가 없어. 그래, 지금부터라도 끼면 되는 일이다. 처음부터 끼든 나중에 끼어 들어가든 그런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저기, 무슨 일이십니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무슨 일인지 질문했다. 솔직히 영 재미있는 일이 안 일어나서 주인공에서 잘린 건가 의심해 버렸다. 어쩌면 이건 신이 내린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조심하라는, 이제 다음은 없다는 그런 경고. 오산일지도 모르지만, 주의해서 나쁠 건 없어 보인다.

"아니 뭐, 하급생이 신경 쓸 이야기는 아니다. 잠시 나가 있겠나?"

나는 그의 말을 듣고 직감했다. 이건 내 인생에 몇 없을 큰 기회다. 어쩌면 1학년 인생 마지막으로 신을 웃길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전생에서도 나에게 이런 기회가 찾아왔었지.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아주 꽉 붙잡았던 나는 끝내 성공한 대마법사로 거듭날 수 있었다. 지금도 그때와 다르지 않다. 안 그래도 재미있는 일이 일어나지 않아 심각한 위기를 맞이한 내 인생을 구해 줄 마지막 기회가 지금 굴러들어온 것이다.

"아, 아닙니다! 학교의 위기라면 저도 돕고 싶습니다!"

학교의 위기 이야기는, 그냥 찍은 거다. 학생과 교사가 공유할 수 있는 큰 문제라고 한다면 역시 학교 관련 아니겠는가. 그리고 나의 이 찍기는 정확히 들어맞은 모양이었다.

"으음, 분명 그렇기는 한데······, 자네가 우리를 도와준다고?"

"예. 제가 분명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찍은 게 운 좋게 맞아서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한 것 같다. 이제 내가 도움이 된다는 것만 증명하면 2학년 될 때까지 소재 걱정은 안 해도 된다.

"그래, 어떤 도움이 된다는 건가?"

"뭐든 말씀만 해 주십시오. 제가 마법은 조금 사용할 줄 압니다."

"마법이라, 그건 확실히 도움이 되겠구나. 나는 기본적으로 몸으로 때우는 사람이니까."

그가 마법을 쓸 수 있는지는 모르겠는데, 적어도 나는 그가 마법을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그가 하는 말을 보니 아마 못 쓴다고 생각하는 게 맞는 것 같다. 그렇다면 내 가치는 더더욱 올라갈 것이다.

"그래, 자네의 열정적인 모습도 마음에 들었고, 어차피 이미 소문이 되어 퍼진 것 같으니까 이야기 정도는 해도 되겠지. 여기서는 조금 그렇고, 자리를 바꾸세나."

휴우, 이제 숨통 좀 트이겠다. 내가 건진 이야기가 대어라면 최소 2학년 될 때까지는 운동 안 해도 된다. 아니더라도 이 사건을 해결한 뒤에는 좋은 스승을 얻게 된다. 어느 쪽이든 나에게는 좋게 작용하는 일이다. 물론, 해결해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기는 하지만 설마 실패하겠냐. 마법은 최대한 1학년 수준에서만 쓸 것이지만, 여차하면 무리해서라도 성공시킬 예정이다. 마법에 한해서라면 저 우락부락한 스승도 이겨보일 자신이 있다.


자신에 찬 나는 스승과 아까 허겁지겁 뛰어온 그 아이를 따라 옆 방으로 이동했다. 다행히 옆 방은 야외 수업이라 안에 학생이 아무도 없었다.

"그래, 자네 그 소문은 알고 있겠지? 학교 학생들이 사라진다는 소문 말이야."

그 소문이라면 나도 알고 있었다. 평소 방에서 잘 나오지 않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는 하지만 그런 나마저 알고 있을 정도로 그 소문은 유명했다. 아니, 그 내용을 보아서는 소문이라기보다 오히려 괴담에 가깝다. 그 괴담 같은 소문의 내용은, 학생이 하나 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건이 일어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그래, 내가 마이와 기숙사 탐험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였지. 그날 이후로 학교에는 어째선지 원인 모를 실종자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학교 측에서는 처음에는 실종이 아니라고 했는데, 사라지는 학생들이 한둘이 아니게 되자 학생들도 과연 이상한 낌새를 느끼게 되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자신이 실종되는 것을 봤다는 목격담도 생겨났다. 그런 유언비어들이 모여 학생 실종이라는 괴담을 형성하게 된 것이다.

"어지간한 학생들은 이미 알아차린 것 같다만, 그건 실종이 맞다. 그래서 지금 나를 주축으로 팀을 형성해서 진상 규명을 위해 노력하는 중이지."

아무래도 학생들 사이에서 퍼지는 괴담은 사실이었나 보다. 평소에 그런 화제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해도 학생 실종 같은 규모가 큰 사건이라면 확실히 놀랍다. 그리고 소문이 아닌 실제 사건이라면, 나도 관심을 가지는 편이다.

"저도 반드시 돕고 싶습니다."

이제는 이야깃거리로 삼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짜로 내가 도와주고 싶었다. 나 스스로도 간질간질하던 참이다. 간만에 몸 좀 풀어 볼 좋은 기회인 것 같아 놓치기 싫었다.

"그래, 자네는 여기있는 이 친구와 함께 이번 실종자에 대해 조사를 좀 해주었으면 하네. 극비리에 진행되는 일이라 인력이 부족하던 참이었는데, 1학년이래도 가능한 만큼 열심히 노력해 주었으면 하네."

그런데 이 선생님은 어째서 1학년에게 이런 중요한 사건을 맡기는 걸까? 내 옆에 있는 사람도 학생인 것 같고, 혹시 말만 그렇고 제대로 해결할 생각이 없는 건가? 내가 알던 선생님은 그런 성격이 아니었는데, 아니면 뭔가 숨기는 게 있나?

"저기, 어째서 제게 이런 막중한 임무를······"

"아니, 이건 자네들 같은 학생들밖에 할 수 없는 일이다. 내가 방금 극비리에 진행되는 일이라고 말했었지? 그러다 보니 섣불리 나설 수가 없어서 말이야. 관련 정보를 모으려면 학생들에게 캐물어야 하는데, 그런 일은 선생들 보다는 학생들이 더 제격이라고 판단한다."

과연, 그런 이유였나. 선생이 학생들에게 실종 학생들에 대해 묻는다면, 학생들 사이의 소문은 더욱 과열될 것이다.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은 학교 측에서는 그런 건 원하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다면, 자신들이 맡을 임무는 탐문 수색이 되는 것인가?

"그래서 자네들이 대신 학생들 사이에서 정보를 모아주었으면 하네. 강조하지만, 절대로 비밀을 유지해야 하네. 학교에서는 실종 사실을 부인하고 있으니까, 절대로 들키지 않게 해야 하네. 그래, 자네는 1학년이니 하급생들을 상대하고, 상급생은 네가 하면 되겠네."

1학년은 나를 이야기하는 것이고, 상급생은 내 옆에 있는 사람을 말하는 것 같았다. 아까 헐레벌떡 들어온 그 사람은 역시 학생이었나 보다.

"예! 맡은 바 임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나는 간만에 실력 발휘할 생각에 겉멋 좀 부렸는데, 내 옆에 있는 상급생은 말없이 가볍게 고개만 끄덕인다. ······나는 겉멋인데, 쟤는 진짜 느낌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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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숙사 탐험 3 22.07.30 44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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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학교생활 22.07.27 53 1 14쪽
4 편입 시험 22.07.26 67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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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환생 후의 기억 22.07.24 155 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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