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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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2.07.23 00:38
최근연재일 :
2022.08.13 22: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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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글자수 :
14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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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0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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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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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탑의 소문 5

DUMMY

아무래도 망한 것 같다.

"오늘은 두 분이서 오셨군요. 여기까지는 저것을 이용해서 온 건가요?"

그는 내 뒤에 있을 그 기계를 바라보고 있다. 거리가 좀 되어서 보일 듯 말 듯하지만, 그 기계가 보이든 보이지 않든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여기까지 오는 수단이라고는 그것밖에 없을 테니까. 그의 말도 질문이 아니라 그저 사실의 재확인일 뿐이리라.

"그래, 네 말대로다."

어쨌든 의문형으로 끝냈으니까 대답 정도는 해 주어야겠지. 솔직히 지금 상당히 낭패다 싶기는 하지만, 그걸 겉으로 드러냈다가는 그때야말로 정말 끝일 것이다. 그래서 일부러 당당한 척 말했다.

"여기가 어디인지는 알고 온 거냐?"

"아니, 모른다. 어쩌다 보니까 저걸 탔고, 어쩌다 보니까 여기까지 오게 됐다."

"어쩌다 보니, 라고."

아무래도 사감은 대화하는 사람에 따라 말투가 달라지는 것 같다. 처음에는 존댓말로 했는데, 내가 반말을 쓰니까 바로 말투가 바뀐다. 아니면 단순히 새파랗게 어려 보이는 내가 반말을 쓰는 게 버릇없어 보여서 그런 건가? 하지만 내 눈에는 쟤가 새파랗게 어려 보이니 어쩔 수 없다.

그건 그렇고 너무 조용하니까 오히려 더 어색하다. 그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내가 한 말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거짓말인 게 너무 티가 나서 속으로 비웃고 있는 것인가. 후자라면 나는 억울하다. 진짜로 어쩌다 우연히 들어온 게 맞으니까.

"여기는 학생이 오면 안 되는 곳이다. 그리고, 저건 어떻게 발견한 것이지?"

"아까도 말했지만 어쩌다 보니 그랬다니까. 저번에 들어왔을 때 다 못 돌아봤으니까 오늘 마저 돌아보자고 마이가 말해서 말이야. 나는 어쩔 수 없이 끌려다니는 거야."

"과연, 그렇군. 전부 저 아이가 원인이란 건가?"

"그래. 네가 좀 데리고 가라."

정말로 차라리 누군가 들고 갔으면 좋겠다. 나는 원래 1층으로 갈 예정이었다고. 결과론으로 따지면 나는 사감을 만나지 않을 수 있었고, 오늘 일을 들키지 않고 넘어갈 수 있었다. 극비리에 진행하는 조사이기 때문에 지금 들킨 건 매우 치명적이다. 아무튼 마이를 달고 다니면 제대로 되는 일이 없다.

"그런가. 그러면 내가 데리고 가도록 하지."

"······?"

사감이 뭐라고 하는 거지? 누구를 데려간다고 한 것 같은데, 여기는 우리 둘밖에 없으니까 마이를 이야기하는 건가? 아니면 나?

내가 고민하는 사이에 사감은 빠른 움직임으로 마이의 앞으로 이동하였다. 목표는 내가 아니라 마이였나 보다. 이제는 고민할 것도 없군.

"꺄아악!"

"그래, 나 대신 1층으로 좀 데리고 가라."

"아니, 1층이 아니라 이 안으로 데려간다. 그리고 너도 함께 데리고 간다."

확실히 하나만 데려간다고는 안 했네. 나까지 납치되면 누가 구하러 오냐. 으으, 이제 더는 안 도와주겠다고 다짐 또 다짐했는데, 정말이지 마이는 사건을 끌어들이는 능력이라도 있는 건가? 나한테는 절대로 필요 없는 능력이다. 그렇다면 능력이라기 보다는 저주라고 봐야 맞을까.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사감이 다가왔다. 하지만 그는 내가 마이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사실을 모른다. 그녀처럼 평범한 학생이었다면 쉽게 잡혔겠지만, 나는 그런 느린 손에는 잡히지 않는다.

나도 별로 잡히고 싶은 건 아니니까 빨리 도망가자. 마이는 뭐, 이번 기회에 벌 좀 받으라고 하자. 일단 나까지 잡히지만 않으면 나중에 구하러 오든 할 수 있겠지.

내가 도망가자 역시 그도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로 쫓아왔다. 역시 어른이라 그런지 나보다 발이 빠르다. 어쩔 수 없지. 여기서는 헤이스트를 쓰자. 이런 으슥한 곳에서 나오는 걸 보니 사감도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으니까, 일단 이 자리를 벗어나면 여기서의 일로 공식적인 처벌을 당하지는 않을 거다.

"······호오, 마법인가. 1학년한테는 조금 이르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저 녀석 말이 맞다. 1학년은 마법의 이론만 가볍게 배우는 정도고, 실제로 사용하고 응용하는 건 2학년 이상이 되고 나서다.

지금 저 녀석이 보기에는 내가 배우는 게 빠른 우등생으로 보이는 걸까. 전생에서는 낙오자였던 내가, 현생에서는 우등생이라니 웃긴 이야기다.

그런데 사감이 내가 마법을 쓴 걸 어떻게 안 거지? 설마 쟤도 마법을 쓸 줄 아는 건가? ······이건 별로 웃기지 않은데.

오늘도 어김없이 안 좋은 예감은 잘 들어 맞는다. 저 녀석, 나보다 빠른 속도로 달리기는. 상대도 마법사라면 나도 봐 줄 거 없겠지.

나는 속도를 더욱 가속했다. 이제는 내가 더 빨라지긴 했는데, 금방 또 새로운 문제에 봉착했다. 얼마 못 가서 벽이 보인 것이다. 이 앞에 그 기계가 있기는 하겠지만, 이 정도 거리 차이로 나 혼자 그걸 탈 수는 없어 보인다. 문이 닫히기 전에 사감 손에 붙잡힐 것 같다. 그렇다면 저걸 타는 건 포기하고 다른 방법을 떠올려 보자.

나는 벽에 부딪히지 않게 천천히 감속하면서 뒤로 돌았다. 이제 나랑 쟤랑 마주보는 자세가 되었다. 음, 반가운 얼굴은 아니구만. 그런데 멋지게 회전하는데 집중하느라 다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어쩌지.

"벌써 포기하는 건가?"

"흥, 아직 시작도 안 했다."

내가 앞으로 못 간다면, 저놈을 뒤로 보내면 된다. 아니면 앞으로만 못 오게 해도 되겠다.

"에라 모르겠다. 이거나 먹어라!"

나는 기합을 크게 외치면서 멋들어지게 손을 앞으로 쭉 뻗었다. 의도한대로 저 녀석은 주춤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그 사이에 미리 눌러둔 버튼이 작동해 기계의 문이 열렸다. 나는 냅다 안으로 뛰어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

안에서 저놈의 멍한 표정이 잘 보였다.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도망가리라고는 예상 못했겠지. 혹시 모르니 빨리 위층으로 올라가자.


기계는 웅웅 소리를 내며 순조롭게 위로 올라갔다. 다행히 이 기계에 수작을 부려놓지는 않았나 보다. 기계는 이번에는 5층까지 올라가서 멈추었다. 일부러 내가 5층 가는 버튼을 눌렀다. 아무래도 지하실이 수상쩍어서 선생님에게 보고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마이가 잡혀 있는 것도 알려야 했다. 저 선생님 정도면 상당히 믿음직 하니까 아마 내가 마법을 쓰지 않아도 혼자 대활약 해 마이를 구해내 줄 것이다. 원래는 마이를 구해 줄 생각은 없었지만, 상대가 마법사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이런 지하실에 은거해 남몰래 연구하는 마법사는 대개 질이 안 좋다. 아니면 나처럼 사연이 있던가. 하지만 학교 지하실에 몰래 연구소를 차릴만한 사정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 그것도 학교 관계자가.

"선생님, 큰일입니다!"

"끄응, 뭐냐. 설마 또냐?"

"예, 어······, 예."

왠지 어딘가 익숙한 패턴이다. 그러니까, 분명 내가 이 선생님이랑 대화하고 있을 때였지. 그 상급생이 갑자기 난입해서 내 순조로운 계획을 파탄낸 게. 그래, 뭔가 익숙하다 했더니만. 이 대화, 그 상급생과 선생님이 나누었던 대화와 상당히 유사하다. 그런데 그때 했던 얘기가 누가 또 납치되었다는 거였지. 그렇다면, 마이는 새로운 희생자가 되었다는 건가?

"그래, 일단 나가서 얘기하지."

나와 선생님은 교무실을 나가서 비어있는 교실에 들어갔다. 고학년은 야외 수업이 많아서 그런지 비어있는 교실이 한둘씩은 반드시 있었다. 그래서 빈 교실을 찾는 건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누구냐?"

선생님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셨다. 나는 그에게 지금까지의 경위를 이야기해 주었다. 소문에 대해 조사하다가 마이와 함께 그 지하실까지 가게 된 것, 이상한 기계를 발견해 그걸 타고 사감을 만났던 그 방으로 간 것, 그리고 거기서 사감에게 마이가 납치되었다는 것까지 전부 이야기하는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기계라는 건 뭐냐?"

"마법으로 움직이는 상자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미리 설정된 장소라면 어디든 힘 안 들이고 이동할 수 있습니다."

"허어, 그것 참 신기하구나."

나도 신기한데 마법을 모르는 일반인은 오죽할까. 오히려 나는 이 정도밖에 놀라지 않는 선생님이 대단하게 느껴질 정도다.

"방금 말한 대로라면 아마 다른 아이들도 그 장소에 납치되었다고 생각하는 게 옳겠구나. 마침 조금 있으면 그 녀석이 돌아오기로 한 시간이니까, 기다렸다가 같이 가게나."

그 녀석이라면 상급생을 말하는 것이리라. 돌아오기로 한 장소는 당연히 교무실이어서 나와 선생님은 일단 다시 교무실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 상급생은 우리보다 먼저 교무실에 도착해서 우리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길게 설명할 것도 없고, 선생님이 가자고 하니까 그 상급생은 순순히 우리를 따라왔다. 마치 선생님의 명령에 복종하는 하수인 같았다. 뭔가 나름대로 사정이 있는 거겠지.

나는 안내역이어서 제일 앞장서 걸었다. 나를 제외하고는 우리 셋 중에서 이곳의 존재를 아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내가 안내를 할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따라오고 싶었으니까, 차라리 잘 되었다. 1학년은 도움 안 된다고, 아니면 위험하다고 떼어 놓고 오려고 했다면 오히려 더 곤란했을 거다. 5층에서 1층으로 내려가는 건 원래라면 상당한 고역이었을 테지만, 이번은 한시가 급해 중앙의 그 탑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 탑에 있는 계단을 이용하면 1층까지 바로 내려갈 수 있다. 빙글빙글 도는 게 어지럽기는한데, 그것만 빼면 확실히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기는 하다.

나는 미끄러지지 않게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선생님은 체육계 교사라 그런지 이런 계단에서도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나아가신다. 그리고 그 상급생도 나보다는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아무래도 여기서 제일 체력적으로 부족한 건 나인 것 같다.

그렇다고는 해도 1층까지 내려오지 못할 정도로 체력이 나쁜 것은 아니다. 나는 1층까지 내려와서 곧바로 그 비밀 장소로 일행을 안내했다. 그런데 또 어느 벽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이런, 아까 표시라도 해 둘 걸 그랬어······

어쩔 수 없이 그때처럼 몸으로 직접 찾아보기로 했다. 이번에는 셋에게도 도움을 청해서 다 같이 버튼을 찾아 보았다. 다행히 마이처럼 안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고, 덕분에 빠르게 버튼을 찾을 수 있었다.

"오오······. 설마 정말로 이런 장소가 있었을 줄이야."

"······"

상급생은 여전히 반응이 없고, 선생님은 벽이 열린다는 사실이 굉장히 놀라우셨던 모양이다. 선생님은 벽이 전부 열릴 때까지 그 광경을 넋 놓고 보고 계시다가, 멈추고 나서야 겨우 안으로 들어가셨다. 나도, 그리고 무뚝뚝한 상급생도 따라서 안으로 들어왔다. 나는 어디까지나 안내역으로 따라오는 건데, 쟤는 힘 깨나 쓰는 모양이다. 저 선생님이 믿고 데리고 다닐 정도면 상당한 실력자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선생님이 아니라 저 상급생 덕분에 재미있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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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보상금 소동 4 22.08.03 28 1 15쪽
11 보상금 소동 3 22.08.02 52 1 15쪽
10 보상금 소동 2 22.08.01 31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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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기숙사 탐험 3 22.07.30 44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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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기숙사 탐험 22.07.28 43 1 14쪽
5 학교생활 22.07.27 53 1 14쪽
4 편입 시험 22.07.26 67 1 14쪽
3 나의 장례식 22.07.25 94 1 14쪽
2 환생 후의 기억 22.07.24 155 1 15쪽
1 그날의 기억 22.07.23 269 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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