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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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2.07.23 00:38
최근연재일 :
2022.08.13 22:00
연재수 :
22 회
조회수 :
1,207
추천수 :
20
글자수 :
141,497

작성
22.08.04 0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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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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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보상금 소동 5

DUMMY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어쩌자고 이렇게 한 것일까. 아아, 그래. 나는 분명 마이를 데리고······

"끄아악!"

헉, 허억······. 으으, 끔찍한 아침이다. 일어나자마자 이런 끔찍한 기분을 맛볼 수 있는 곳은, 내가 알기로는 한 곳밖에 없는데······

아아, 역시 거기가 맞구나. 자기 전에 조금 청소해 두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풀풀 날리고 있는 이 먼지, 도대체 정체를 알 수 없는 퀴퀴한 냄새, 그리고 무엇보다 이 아늑한 침상의 감촉. 음, 아늑하다? 이런 침대라도 오래 쓰다 보니 그런 마음이 다 생기는구나. 도대체 침대를 돌로 만들 생각은 누가 한 걸까. 아아, 전생의 나 죽어버려라. 아니, 이미 죽었구나······

허허, 오랜만에 오니 참 복잡하고 심오한 생각들이 드는구나. 그래, 여기에 있자니 옛날 생각들이 무럭무럭 내 머릿속에 피어난다. 여기는 내가 내 일생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방이니까. 나와 함께 동고동락하고 피로에 지친 나를 아무 말 없이 받아들여준 나의 친우. 그래, 나에게 친구가 있냐고 물어본다면 나는 분명 이 녀석을 이야기할 것이다. 내가 마왕 토벌을 떠나기 바로 전까지 지냈던 이 방이야말로 나의 유일한 친구인 것이다!

별로 내가 친구가 없어서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다. 분명 친구가 없기는 하지만, 그것과는 관계없이 이 방은 내가 가장 의지할 수 있고 안심할 수 있는 곳이니까 나의 친구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오랜만에 돌아오니 눈물이 다 나올 지경이다. 다시는 만날 일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더욱 반갑다.

하지만 이런 내 방에 딱 하나, 이질적인 것이 있다. 이곳은 내가 죽을 때까지 단 한 사람밖에 수용한 적 없는 타인 불가침의 공간이었다. 그래, 나 말고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었다고. 기뻐해도 좋다, 마이야. 너가 내 집에 처음으로 초대받은 손님이니까.

역시 나는 아침잠이 적은가 보다. 솔직히 혼자 살고 있을 때는 비교 대상이 없었기에 자각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혼자가 아니니 알 수 있다. 마이는 내가 일어난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쿨쿨 잘만 자고 있다. 그나저나 역시 혼자 살던 곳에 둘이나 있으니 비좁은 감이 없지 않아 있구나. 아이 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어른 하나보다는 부피가 클 것이다. 처음부터 나 혼자 살 것을 전제로 지은 집이다 보니까 어쩔 수 없나.

······집? 여기를 집이라고 불러도 되는 것일까? 혼자 멍하니 앉아있자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집이라고 부르기는 했는데 사실 그건 애칭에 가깝다. 내가 이 방을 부르는 애칭. 그래, 여기는 집이 아니라 방이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수도 안에 있는 적당한 탑 아래에 지하실을 빌려 개조한 것이 이 방이니까. 내 취향껏 꾸몄더니 어느새 이런 먼지 날리고 냄새 풍기는 방이 되어버렸다. 집이라고 불러도 마이는 믿어주지 않겠지.

어제는 많은 사건들로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을 수도 있지만, 오늘 일어나서 생각해 보면 분명 인정해주지 않을 것이다. 일반인에게 괴짜 마법사의 취향에 어울려 주기를 원하는 것은 너무 무리한 부탁일 것이다. 애석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다. 그녀에게 이곳은 집이 아니라 괴짜 마법사의 연수고 정도로 보일 것이다.

마이는 어제 오자마자 잠들었기 때문에 여기 내부를 잘 보지는 못했지만, 오늘 일어나면 보기 싫어도 보이게 될 것이다. 밤은 어둑어둑하지만 낮은 사정이 다르니까. 지하래도 햇빛은 창을 통해 들어오니까 안이 잘 보일 것이다. 그러면 마이가 일어나기 전에 잠깐 물건 정리 좀 할까?

마법사의 물건이라고 하면 취급 주의인 물건들이 더러 있다. 함부로 만졌다가는 개구리로 변해 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개구리 운운한 거는 농담이다. 부모가 아이에게 자주하는 거짓말을 살짝 변형한 것인다. 아이가 말을 안 들으면 나쁜 마법사가 와서 개구리로 만들어 버린다고 말하는 것이 부모들 사이에서 왜인지 유행이 되었다. 아마 효과가 발군이어서 그랬겠지. 그래서 마법사들 사이에서도 비슷한 농담이 만들어진 것인데, 뭐 그 얘기는 안 해도 되겠지. 실제로 사람을 개구리로 만드는 마법은 없으니까 말이야.

하지만 함부로 마법사의 물건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것은 사실이다. 내 연구소만 해도 나조차 함부로 건들면 안 되는 위험한 것들이 많이 있으니까. 이 집(마이가 일어나기 전까지, 그리고 나 혼자 있을 때만이라도 집이라고 부르고 싶다.)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는 멋진 물건들도 있긴 한데, 아직까지 써 본 적은 없다. 위 층 놈들 맘에 안 들으면 사용하려고 구비했었는데, 결국은 사용하지 못하고 싱겁게 끝나 버렸다. 아니지, 다시 환생했으니까 아직은 기회가 남아있나······

음, 아직은 사용할 마음 없으니까 저기 어디 치워두자. 치우는 건 간단하다. 이래뵈도 마법사의 방이니까 수납장 정도는 있다. 마법으로 잠글 수 있는 최신식이다. 우리 집 문처럼 내가 지정한 언어로 비밀번호를 말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다. 그럼 일단 문을 열어야겠지. ······, 좋아. 사용하는 것은 오랜만이기는 했지만 확실히 작동한다. 마이가 들을까 염려하지는 않아도 된다. 쟤 성격에 비밀번호를 들키기라도 하면 정말 큰일이겠지만, 어차피 들어도 모르는 룬어로 된 말이니까.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은 눈치채더라도, 그게 무슨 마법인지는 마이가 알 방법이 없다. 그리고 뭐 마법을 사용한다는 것도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으니까. ······으으, 어제 다 들켜버렸다. 마이야, 어쩌다가 납치를 당해서······

아니, 납치당한 마이가 잘못한 건 아니지. 그래, 내가 욕할 상대는 어제 그 세 놈이다. 그렇다고 해도 2명은 이미 이 세상에는 없겠구나. 어쩔 수 없이 남은 한 명한테 3명분 욕을 전부 해야겠다. 그 날아간 녀석은, 어떻게 되었을지는 모르지만 운이 좋으면 죽음은 면했을 지도 모르니까. 살아있다면 들어라! 다시는, 내 심기를 건드리지 말아라.

어제 일을 생각하니까 갑자기 밖에 나가는 것이 죽도록 싫어졌다. 내 정체는 이미 수도 사람들에게 간파당했을 것이다. 나도 참, 괜히 흥분해 가지고 하늘을 날아대는 바람에 말이야. 아아, 어쩌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에 마이가 잠에서 깼다.

"우으으······"

좀 더 자도 될텐데 말이야. 내가 고민을 마칠 때까지 말이야······

됐다. 고민해도 의미가 없는 일이지 않나? 이미 들킨 거 어쩔 수 없겠지. 담담하게 받아 들이자. 아아, 내 인생은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

"······잘 잤어, 레온?"

마이라면 좀 더 격한 반응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말이야. 무언가 새로운 사실에 강한 흥미를 가지는 마이의 성격을 고려해 보았을 때, 마법사의 공방은 그녀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아니면 설마, 마이는 이미 아는 마법사 친구가 있는 것인가?

"여기는 어디······?"

아닌가? 그냥 어제의 충격으로 아직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 친하게 지내던 친구가 사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손에서 불을 쏘아대는 마법사 였다니, 여간 충격이 아니었을 것이다. 거기다 방금 막 잠에서 깨서 아직 잠결인 것도 더해졌으니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할 터이다.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 줄까······

"아, 맞아! 우와 우와, 레온 어제 완전 최고였어!"

어이쿠, 마이는 역시 마이인가. 오래 기다려 줄 필요도 없었군. 그나저나 이제 뒷수습을 어떻게 하지. 청소도 청소지만 마이가 일어나기 전에 이것부터 미리 생각해 두었어야 했는데. 어쩌지, 그냥 꿈이었다고 얼렁뚱땅 넘겨 버릴까. 음, 과연 그렇게 유야무야한 일로 만들 수 있을까?

"마이야, 어제는 말이지······"

"우와와와, 레온이 마법사였다니! 어제 그거 다시 보여줘, 막 하늘을 날아다니고, 이렇게, 저렇게."

으아아악! 정신 사나워. 쟤는 어떻게 일어나자마자 저리 기운이 펄펄 넘치냐. 차라리 나 말고 마이가 마왕 토벌하러 가야되는 거 아니야? 쟤가 더 소질있어 보이는데 말이야······

에이, 쓸데없는 생각은 말자. 아무래도 어물쩍 넘어가는 건 실패한 모양이다. 저렇게 정신없이 뛰어다니는 걸 보니 어제 일이 꿈이 아닐까 하는 마음은 추호도 없어 보인다. 내가 마법사가 아니었다고 말해 봤자 쇠귀에 경 읽기가 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저 상태면 진짜 꿈이었어도 안 믿겠지. 마이는 현실을 자기 보고 싶은 데로 곡해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이니까.

"일단 진정해 봐, 마이야. 여기 좀 앉아 있어."

"응!"

뭐지? 오늘따라 말을 잘 듣는다. 내가 마법사라 무서워서······는 아니겠지. 그렇다면 말 잘 들으면 떡이라도 떨어질까 싶은 건가? 흥, 아쉽게 되었지만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거다. 어제는 아주 특수한 경우였으니까 어쩔 수 없었지만, 앞으로 마법을 사용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마이를 설득해야 하는데 말이야. 어떻게 해야 보다 효율적이고 지속적으로 마이의 입을 닫게 만들 수 있을까······

"마이야, 내가 마법사라는 건 비밀이다."

"응!"

"······"

저 '응!'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알겠으니까 비밀로 하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냥 알겠다는 것일까? 후자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마이의 저 '응!'은 비밀인 건 알겠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듯이 들렸다. 알 게 뭐냐, 이런 엄청난 사실을 알아내었는데. 돌아가면 애들한테 자랑해야지. 분명 이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강경수를 동원할 수밖에 없겠군.

"마이야, 사실 마법사는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는 존재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수록 내 힘도 분산되어서 약해지거든. 그러니까 나는 너만의 마법사로 존재하고 싶다.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네가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지만 않는다면 되는 일이야. 만약 네가 그 사실을 알려버리면 나는 네 앞에서 떠날 수밖에 없다. 어때, 비밀로 해 줄 수 있겠니?"

"······응."

후우, 거짓말도 장황하게 늘어놓으려니까 힘들다. 알려지면 안 되기는, 학교 정규 과목에 마법학이 떡하니 박혀 있는데 말이야. 하지만 상대가 누구인가? 얼핏 보면 들키기 쉬운 거짓말 같겠지만, 마이 상대로는 역시나다.

좋아, 마이는 어찌저찌 속인 것 같고. 이제 남은 문제는 2개다. 하나는 내 정체가 탄로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기에 온 원래의 목적, 돈을 받아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중 하나는 의외로 간단하게 해결이 되었다. 세뇌를 끝낸 마이와 함께 밖으로 나왔는데, 내 존재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었던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높이 날아 올랐는지. 수백 미터, 였었나? 확실히 그정도 높이면 보았다고 해도 누구인지는 모르겠지. 그래서 어제의 그 사건은 수도 안에 소문이 되어서 쫙 퍼지기는 했지만, 누가 그랬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상태였다. 이거 다행이구만. 설마하니 10살짜리를 의심하지는 않을 거고, 어제 일은 이제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다.

그렇다면, 남은 문제는 이제 하나인가. 으아, 어제 여기까지 오는 길에 생각해 두자고 했었는데, 결국 그러지 못했다. 한 마디로 완전 망한 셈이지. 하아, 이렇게 된 거 진지하게 마이의 도움을 받아야 하나······

나는 고개를 돌려 오른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수도에 놀러와서 싱글벙글 웃고 있는 마이가 있었다. 으음, 안돼. 도저히 의지할 만한 아이가 아니야. 역시 내 손으로 해결해야 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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