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힘법사가 된 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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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만화책
작품등록일 :
2022.07.23 00:38
최근연재일 :
2022.08.13 22:00
연재수 :
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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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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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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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1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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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탑의 소문 6

DUMMY

다행히 기계는 제자리에 있었다. 작동도 제대로 된다. 내가 제 발로 다시 돌아올 거라는 생각은 못 했나 보다. 아니면 알면서도 그냥 놓아둔 것일 수도 있고. 이쪽이 더 자연스러운 생각인 것 같네. 좋아, 도전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나는 곧장 백색의 버튼을 눌러 마이가 납치된 장소로 기계를 이동시켰다. 곧장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들은 내리자마자 바로 그 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아까 봤던 것처럼, 문이 잠겨 있었다.

"열리지 않는구나. ······흠!"

그러나 선생님은 가볍게 문을 날려 버리셨다. ······저거 분명 가벼운 소재로 만들어졌을 거야.

열린 문을 통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주위에는 많은 아이들이 수감되어 있었다. 역시 여기가 정답이었나.

이 방은 나도 모르게 코를 찌푸리게 될 만큼 심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청소도 제대로 하지 않은 데다가 이런 지하실이다 보니 환기조차 되지 않아서 이런 냄새가 나게 된 것 같다. 관리도 제대로 하지 않은 듯 조명은 대부분 깨져서 흐릿한 빛에 의지해도 앞만 겨우 보이는 정도였다. 우리들은 서로 떨어지지 않게 더욱 가까이 붙었다.

양옆의 철창 안에 갇힌 아이들은 하나같이 기운이 없어 보였다. 기절해서 일어나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이런, 이건 도대체······"

선생님은 그나마 가장 제정신인 것 같은 아이에게 다가가서 사정을 물었다. 그러나 그 아이조차 제대로된 설명은 하지 못했다.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것처럼 보이는 게, 납치된 후로 좋은 대우는 받지 못했던 것 같다.

그나저나 마이는 보이지 않았다. 혹시 여기 말고 다른 곳으로 끌려간 건가 싶었는데, 안으로 들어가 보니 비어있는 철창도 있었다. 그렇다면 수용소가 좁아서 다른 곳에 간 것은 아닐 것이다. 굳이 가까이 있는 이곳을 놔두고 멀리 갈 이유가 없다. 갇혀있는 게 아니라면, 마이는 혹시 다른 목적으로 잡혀간 건가? 자신들의 장소를 목격당했으니 즉석에서 죽여버렸다던가······

안돼, 진정하자. 만약 그랬다면 시체가 없을 리가 없어. 이렇게 빈 공간이 많은데 시체가 있었다면 여기 어디 던져 놓든가 했겠지. 마이는 아직 살아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할 거야. 설마 나 때문에, 죽지는 않았을ー

"여기, 또 뭔가 있습니다."

마이가 여기 없어서 극단적인 생각이 절정에 달할 때 즈음 내 앞에 있던 상급생이 그렇게 말했다. 다행이다. 그녀는 이 문 너머에 있을 거다. 이 문 너머에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렇지 않으면······

"안에서 무슨 소리가 나는데? 잠깐, 내가 먼저 들어가지."

다급해져 먼저 안으로 뛰어들어가려고 하는 나를 선생님이 저지하셨다. 진정하고 귀를 기울여 보니 정말 무슨 소리가 났다. 윙윙거리는 소리가 규칙적으로 이 너머에서 들려온다. 그러나 소리의 정체는 알지 못하겠다.

내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문을 여신다. 다행히 이번에는 부술 필요 없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는 안쪽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문을 닫고 있을 때는 집중해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자그마한 소리였지만, 문이 열림에 따라 안에서 나는 소리도 점점 커졌기 때문이다. 상당히 방음이 잘 되는 벽이었나 보다. 하긴, 이 정도의 소음이 지속적으로 들린다면 상당히 불쾌할 것이다. 그들이 이곳에 갇힌 아이들의 편의를 봐주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자신들을 위해서도 이 방음벽은 필요할 것이다.

소음이 조금 방해되기는 했지만, 어쨌든 우리들은 안으로 들어갔다.

"······래서야, ······리지 ······겠는데?"

소음 때문에 잘 안 들린다는 사실을 말하려고 한 것 같은데, 이것도 소음에 묻혀 잘 들리지 않았다. 어떻게든 의미만은 전달되었으니 크게 상관은 없다. 아마 앞으로는 각자 알아서 판단해서 행동하라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것이리라.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면, 나중에 미안하다고 하면 된다.

방침은 그렇게 정해졌으니, 먼저 앞으로 가도 되겠지. 아무래도 마이가 걱정되니끼 빨리 가 봐야 한다.

그러나 얼마 걷지 않아 나는 다시 발을 멈추어야 했다. 뒤따라오던 둘도 내 바로 뒤에서 멈추었다. 나와 마찬가지로, 그들도 저 거대한 장치를 보고 할 말을 잃고 있었다. 저게 뭔지도 모르는 데에 더해서 말소리조차 잘 안 들리는 상황이니 그 누구도 함부로 입을 열지는 않았다. 이런 장소에서 잘 알지도 못하는 정보로 이야기를 나누는 건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나 말고도 다들 알고 있나 보다.

그 대신 나는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갔다. 마음이 조급했지만 그렇다고 뛰어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장치까지 가는 길이 굉장히 좁아서 자칫 잘못하다가는 옆으로 떨어질지도 모른다. 이런 위험한 길에 난간이 없다니, 옥상에서도 그렇고 우리 학교는 난간을 싫어하나 보다.

"······야?"

선생님께는 미안하지만 방금은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안 들렸다. 어쩔 수 없으니 일단 내 할 거 하자.

가까이서 보니 더욱 거대해 보인다. 그 장치는 상당히 커다랬다. 어느 정도냐면 이 방의 천장으로는 높이가 모자라서 바닥을 뚫었을 정도다. 여기는 지하실이니 차마 천장을 뚫지는 못했으리라는 점은 짐작할 수 있다. 그래서 저렇게 바닥을 뚫어 놓은 거겠지. 덕분에 나는 그 거대한 장치를 한 눈에 보지 못했고, 바닥 부분을 볼 때는 눈동자를 아래로 향해야 했다.

바닥에는 굵은 선들이 마구잡이로 헝클어져 있어서 그 선들의 개수를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정연하게 늘어놓지 못할 정도로 많다라고밖에 인식할 수 없었다. 그 선들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이 장치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정도는 보면 알 수 있었다. 이 거대한 장치를 가동시키기 위해 필요한 물건이려나?

내가 어느 정도 감상을 마치자 뒤에 있던 둘도 내 근처로 다가왔다. 먼저 선생님께서 오셨고, 그 다음으로 상급생이 선생님 뒤를 따랐다. 그는 혹시 함정이나 매복한 적이 없는지 경계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런 장소이니만큼 어지간한 소리는 숨길 필요도 없을 테니 확실히 기습하기에 안성맞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 어디를 보더라도 숨어있을 만한 장소는 없다. 그의 경계는 너무 과한 것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게 뭐 ······거냐?"

바로 옆에 있는데도 이 정도밖에 들리지 않는다. 이래서야 영 불편한데. 오늘은 선생님 옆에서 묻혀가려고 했었지만, 살짝 계획을 변경해도 크게 상관은 없겠지?

"이제 잘 들릴 겁니다."

"오, 정말이구만. 어떻게 한 거냐?"

"예, 마법으로 저 장치에서 나는 소음을 차단했습니다."

"허어, 거 참 신기할 노릇······"

중간에 누군가 끼어드는 바람에 선생님은 말을 마치시지 못하셨다.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많이 달고 왔구나. 교사까지 부르다니 준비를 단단히 해서 오셨군."

마치 내가 소음을 차단하기를 기다렸다는 듯 그는 내가 마법을 사용하자마자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의 말에는 웃음기가 느껴졌다. 저건 절대로 나를 칭찬하거나 두려워하는 말이 아니다. 머릿수가 조금 늘었다고 해서 자신에게 이길 수 있을 것 같냐는, 그런 자신감에서 비롯한 말이었다. 하지만 저 녀석의 자신감도 얼마 안 가 꺾이겠지. 이번에는 내가 나설 필요도 없다.

"자네가 이 사건의 주범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혹시 모르니 한번 물어는 주겠다. 내가 들은 게 사실인가?"

"하하하. 저에게 물으셔서 무슨 소용이십니까? 대답은 해 드리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이것을 봐 버린 이상 곱게는 보내드리지 못할 것 같으니까요."

"후우, 그러냐. 그래도 이건 대답해 줄 수 있겠지? 저게 뭔지 말이야."

"하하, 설마 저게 뭔지도 모르면서 여기까지 오신 겁니까? 정말로 아이들을 구하겠다고? 도대체 왜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하시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요."

"오래 기다리지 않겠다. 대답할 마음이 없는 거라면, 당장 시작하도록 하지."

"아뇨, 그리 급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말씀해 드리지요. 저건 동력기입니다. 제가 왜 아이들을 납치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흥, 네 녀석의 기분 나쁜 취미를 물어본 게 아니다. 아이들을 데려다가 뭘 하든 내 상관은 아니지. 나는 그저 돌려 받을 뿐이다."

"하하하! 정말로 아무것도 모르시는 모양이군요. 뭐, 모르셔도 됩니다. 이제 선생님과는 상관없는 일이니까요."

먼저 움직인 것은 선생님이셨다. 체육계 교사인만큼 당연히 신체 능력은 사감보다 월등히 뛰어났고, 승부는 이미 결착이 난 듯 보였다. 그러나 사감도 그리 무른 상대는 아니었다. 사감은 그가 뛰어오는 걸 보자 곧바로 주문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응?"

아차, 그가 마법을 쓸 줄 안다고 말하는 걸 잊어버렸다! 이런, 이런 실수를······

깨달은 것이 너무 늦어버렸다. 일개 사감에 불과하다고 생각했기에 마법을 쓸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나 보다. 이미 충분한 가속도를 받은 선생님은 방향을 틀지 못하고 사감의 마법에 정면으로 노출되었다.

"스턴!"

당연히 선생님은 피하지 못하셨다. 아니, 애초에 마법에 대해 무지하시니 피한다는 발상조차 불가능 했으리라. 어찌되었든, 선생님은 방금 그 마법으로 완전 무력화 되었다.

"후후, 여기까지군요. 아이들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제 곧 그들 곁으로 보내 드리겠습니다."

"······너 이 녀석, 설마 아이들을!"

스턴은 대상의 움직임을 고정시키는 마법이지만, 제자리에 서서 말을 하는 것 정도는 가능하다. 사감의 말은 마치 아이들을 죽였다는 듯이 들렸다. 선생님에게도 그리 들렸는지 그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입으로 사감에게 그리 말했다. 사감은 선생님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 말 없는 것이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보다 더욱 선생님의 말을 긍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승자가 가지는 여유가 그에게 보였다. 말 안 해도 알겠지, 그는 표정으로 선생님에게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어림도 없지.

"디스펠 매직!"

위대한 대마법사인 나한테 그런 귀여운 마법은 통하지 않는다.

"뭐라······?"

사감은 상당히 당황한 표정이다. 아까 전 보여주었던 승자의 얼굴에서 곧바로 당황하는 얼굴로 바뀌는 게 보고 있자니 썩 재미있었다. 그래, 당황하겠지. 당연한 말이지만 마법 그 자체를 무효화하는 이런 고위 마법은 일개 1학년이 쓸 만한 게 아니다. 나를 평범한 1학년이라고 방심하고 있었다면, 이런 마법을 맞아도 불평은 없겠지?

"읏!"

갑자기 몸이 움직이게 되자 선생님은 적잖이 놀라신 듯했다. 하지만 이내 평소대로 돌아왔을 뿐이란 걸 깨닫고는 다시 사감에게 달려들었다.

"아니, 무슨······"

사감은 당황해서 제대로 반응도 못 한다. 이대로라면 아마 승리는 확정이라고 봐야겠지. 결국 끝에 가서는 내가 도움을 줘 버리는 모양새가 되었지만, 상황이 어쩔 수 없었으니 처음의 약속을 조금 어긴 것도 마찬가지로 어쩔 수 없다. 내가 예전에 신세를 졌던, 그리고 지금도 신세를 지고 있는 아주 고마우신 선생님이다. 이 정도 무료 봉사는 해 줄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 자식!"

자신에게 마법을 걸었던 걸 상당히 마음에 두고 있었는지 선생님의 주먹에는 진심이 담긴 것처럼 보였다. 내가 평생을 마법 연구에 몰두했던 것처럼, 그 역시 평생을 몸을 단련하는 일에 몰두한 사람이다. 내가 대마법사가 되었다면, 그는 어떻게 되었겠는가? 뭐라 호칭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그의 진심이 담긴 주먹은 그리 달갑지 않을 거다.

"······"

역시. 사감은 한 대 맞자마자 곧바로 나가 떨어졌다. 그런데 소리도 없이 그대로 쓰러졌다. ······아무래도 내 생각보다 훨씬 달갑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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