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제작 아포칼립스

프롤로그

2025년 10월 10일.

초등학교 이후 일기는 처음 쓰지만, 이런 재앙 속에서는 작은 정보라도 힘이 되기에 기록을 남겨본다.

벌써 재앙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났다.

어둠 속 촛불에 의지한 채 겨우 일기를 쓰고 있다.

언젠가 인류가 망할 거라고 했지만, 그게 내 세대일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지구 멸망 시나리오라고 하면 많은 것들이 떠오른다.

지구온난화?

핵전쟁?

좀비?

그런 영화에 나올 법한 소재는 오히려 인류는 쉽게 막았을 것이다.

태양 폭풍.

거대한 재앙 앞에서 인류가 자랑하던 과학 기술은 무용지물이었다.

지상에 있는 모든 것이 불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단지 운 좋게 살아남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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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10월 23일.

재앙이 시작된 지 벌써 2주가 지났다.

마치 EMP가 터진 것처럼 모든 전기 제품이 망가졌고, 그로 인해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게다가 아직도 지상은 열기가 남아있어서 밤이 아니면 나갈 수 없었다.

과연 살 수 있긴 한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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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3월 8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그러나, 식량이 떨어져서 쉘터에 있던 34명 중 절반 이상이 아사했다.

게다가 변종 괴물들로 인해 이곳도 안전하지 않았다.

내일이면 다른 쉘터로 옮기려고 한다.

과연 우리를 순순히 받아줄까?

가끔은 이런 생각을 하기도 한다.

마치 웹소설처럼 회귀할 수 있었으면 이런 재앙에 대비할 수 있지 않았을까?

딱 6개월.

최소 그 정도 시간을 갖고 재앙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지금과 다르지 않았을까?

그렇지만, 알고 있다.

여긴 소설 따위가 아니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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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9년 6월 13일

큰일이다.

이 쉘터에도 물이 다 떨어졌다.

이렇게 죽는 건가?

이제 남아있는 생존자도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인류가 다시 문명을 건축할 수 있긴 한 건가?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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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그동안 열심히 일기를 쓰면서 외로움을 달랬다.

몇 년 동안 사람의 흔적조차 발견하기 힘들었으니 아마도 내가 마지막 생존자일 것 같다.

아마도 이게 마지막 일기가 될 것이다.

지금은 대략 새벽 4시 무렵.

그 어느 때 보다 하늘은 밝게 빛난다.

10년 전 종말의 날처럼 태양이 붉게 타오르는 것이 나를 불태우려는 의지가 가득한 것 같다.

저 멀리 지평선 넘어 태양 폭풍이 몰려오는 것이 보인다.

몇 시간 후면 그날처럼 다시 모든 것이 불탈 것이다.

재난 속에서 쉘터도 만들고 나 혼자라도 살아보려고 했다.

그러나, 신은 그걸 허락하지 않는 것 같다.

아니 애초에 신이 있었다면 이런 일도 생기지 않았겠지.

저 거대한 태양 폭풍을 맞으면 지구 자기장이 더는 버티지 못한다.

10년 동안 이 지옥에서 겨우 버텼지만, 이제 끝이다.

어쩌면 평범했던 내가 재앙 속에서 여기까지 살아남은 것도 기적이다.

이젠 이 일기에 마침표를 찍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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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죽고 싶지 않다.

재앙의 상황 속에서 희망을 잃지 않았던 그들처럼 담담하게 일기를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난 그들과 다르다.

그저 이렇게 외롭게 죽고 싶지 않았다.

만약 저 재앙을 막을 힘이 있었다면 아니 하다못해 이 일기라도 재앙이 일어나기 전 과거로 보낼 수 있었다면...

점점 태양이 다가온다.

이대로 죽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