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제작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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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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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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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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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1)

DUMMY

그렇게 김성훈을 무시한 채 숼터 안으로 들어갔다.

문수빈인 숼터를 둘러보며 감탄을 내뱉기 시작했다.


“와, 이걸 직접 만든 거예요?”

“그렇죠.”


평소에 이런 거에 관심이 많다면 마치 여긴 천국이랑 다름없을 것이다.

숼터 안쪽을 돌아다니며 문수빈은 질문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저건 뭐예요?”

“여기는 식물의 종자를 보관하는 곳이죠.”


토양도 준비되었기에 농사할 식물의 종자도 저장해두었다.


같이 숼터를 둘러보며 혹시나 지진에 의해 내부가 망가지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다행히 내부는 멀쩡한 것 같았다.


- 턱, 턱


사다리를 타고 지하 깊은 곳에 있는 방공호 이참에 들어가 봤다.

숨이 탁 막히는 느낌.


재앙 이후 지상이 식을 때까지 이런 곳에 있어야 한다니.

끔찍했다.


“대단하네요. 지하에 이런 공간까지 만드시다니.”

“아직 할 게 많아요.”


여기로 모든 재료를 옮겨야 한다.

뭐 이리 할게 많은지.

이쪽도 딱히 금이 가거나 무너진 게 없었다.


지하에서 보수 공사를 하면 정말 땀에 온몸이 젖는데, 다행이었다.


“이런 곳이라면 태양 폭풍을 피할 수 있겠네요.”

“그렇죠.”

“왜 하필 태양 폭풍일까요?”

“그렇게요.”


좀비나 홍수라면 인류는 그대로 잘 살았을 것이다.

어쩌면 몇 년 뒤에는 대수롭지 않게 출근을 할지도 모르겠다.


태양 폭풍.

거대한 우주에 비해 인류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원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10년 후에 더 강한 태양 폭풍에 인류가 멸망한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다르다.

시스템.


재앙을 막을 방법이 생겼다.

미래 일기에 묘사된 것처럼 끔찍한 지옥을 아등바등 살아갈 필요도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유일하게 세상을 구할 사람이 되었다.

왜지?


“올라가시죠.”


감탄하고 있는 문수빈을 뒤로 한 채 다시 사다리를 타고 올라와서 맑은 공기를 들이마셨다.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해서 그런지 보여줄 곳이 많았다.


“저기는 뭐죠?”

“총기를 보관하는 곳입니다.”


내가 총에 대해 당당하게 이야기를 꺼내자 문수빈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총이 있으세요?”


총기 소지가 불법인데, 총기 보관함까지 있다고 하면 놀라는 게 당연했다.

브로커를 이용해서 진짜 총을 구했다는 건 나중에 설명하면 된다.

자연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그냥, 마취총이죠.”

“마취총까지 갖추다니 대단하시네요.”


숼터를 거의 보여줬다.

이정도라면 대략 작은 마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젠 영입을 시도할 차례다.


“문수빈 씨 10월 9일 아침 일찍 이곳에 오세요.”

“왜요?”

“오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녀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이로써 앞장서서 괴물들을 막을 든든한 탱커도 생겼다.

재앙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확률이 더 높아졌다.


“그럼, 제 여동생도 데려올게요. 분명 좋아 할거에요.”

“그러시죠.”


일기에는 여동생에 대한 언급이 없었는데, 재앙 직후 죽은 건가?

아무튼, 문수빈의 동생이라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사람은 최대한 많을수록 좋으니까.


#


재앙까지 1달 남았다.

가을의 높고 푸른 하늘을 보면서 다시 숼터로 왔다.


“이 녀석들 어디로 옮길까요?”

“이쪽으로 옮겨 주세요.”


숼터에는 필요한 자원뿐 아니라 동물이나 해양 생물들도 옮겼다.

물론 그에 맞는 우리를 모두 만들어놨다.


그렇지 않다고 대충 풀어놨으면 숼터 안에서 소똥 냄새로 질식사했을 것이다.


물고기는 저마다 맞는 수조에 넣었다.

나중에 키워서 회를 먹을 수 있다면 더할 날이 없을 것이다.


아쉽지만, 이 숼터에 다 모으지 못한 동물들은 사진으로 모아놓았다.

다음 생에는 더 맛있고 쓸모있는 동물들로 태어나길...


얼마나 이걸 유지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가능한 최대한 동식물을 보관하는 것이 나중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개나 고양이 정도는 나 혼자서 관리할 수 있지만, 소나 돼지 같은 녀석들은 키우기 힘들 것이다.


약간 비겁한 방법이지만, 재앙의 날에 사육사를 부르면 그 사람은 이곳에 합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암컷과 수컷 한 마리씩 있는 소를 바라봤다.


[ 눈앞에 보이는 소를 도축하시겠습니까? Y/N ]


오우.

아무리 음식으로 만들 수 있다고 해도 도축이라는 단어는 누르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황소가 아니라 젖소기에 우유를 먹을 수 있다.


우유를 이용하면 치즈까지 만들 수 있기에 당장 반대 버튼을 눌렀다.


자동으로 손질을 할 수 있다는 자체는 만족스러웠다.


그밖에도 재앙의 대비하여 여러 준비를 했었다.


파쿠르.

용암이나 불이 난 곳을 안전하게 지나가기 위해서는 필수였다.

또한, 건물 사이를 빠르게 달릴 수 있다면 괴물에게서도 도망치기 쉬울 것이다.


다만, 파쿠르에 대한 그리 좋은 기억은 없었다.

가끔 내 또래인 녀석이 다가와서 왜 파쿠르를 하냐고 물어봤는데, 나도 모르게 말실수를 해버렸다.


“지구가 망하면 살아남으려고...”


이 말을 한 이후로 같이 파쿠르를 하는 사람들이 말을 걸지 않았다.

편하게 연습할 수 있었으니까 오히려 좋은 건가?


기술을 배운 후에도 너튜브를 보면서 연습을 계속 진행했다.

몇 번이나 넘어졌지만, 이게 나중에는 빛을 볼 것이다.


#


- 탕, 탕


사격장에 가서 직접 총을 쏘았다.

확실히 돈을 벌 필요가 없으니 시간이 남아돌았다.


일기에는 몇몇 괴물은 총이 안 통한다고 되어있어서 이게 과연 의미 있는 짓일까 생각도 해봤지만, 원래 인간이 제일 무서운 법이다.


총이 있으면 안전도 보장된다.

다만 머릿속에 걸리는 생각이 있었다.


내가 과연 생존을 위해 사람을 쏠 수 있을까?

세상이 바뀌면 그에 맞춰서 적응하는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다.


물론 대장간처럼 아직 남아있는 것들도 있지만, 점점 사라지지 않는가.


그러나, 살고 싶다.

그거 하나만 생각하면서 나는 조금씩 발전할 것이다.


언젠가는 사람을 죽인 것도 익숙해지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런 괴물이 되기 싫다.


#


재앙까지 일주일 전.

모든 준비를 마치고 통장 잔고를 확인했다.


13억.

어차피 일주일 후면 쓸모가 없어진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그냥 클럽이나 비싼 차를 사고 노는 건 시간이 아까운 느낌이었다.


마약이나 기부 등 여러 생각을 해봤지만, 어차피 지구가 망하면 의미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왕이면 이 돈으로 맛있는 걸 실컷 먹는 게 맞았다.


“예약하신 분 맞으시죠?”

“네네.”


대한민국에 몇 군데 없는 고급 레스토랑.

무려 미슐랭 3스타.

변변한 직업도 없고 백수인 내가 이런 곳에 오게 되다니.


종업원의 안내에 따라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화려한 장식품으로 꾸며져 있는 복도.


지나가면서 대체 이런 곳에서 밥을 먹는 사람은 뭐 하는 사람일까 쳐다봤다.

대부분 얼굴에 풍채가 대단했다.


그리고 미소가 가득해서 마치 보는 사람조차 행복해지는 느낌이었다.

죽도록 공부하고 있을 때, 이들은 여기서 웃으며 밥을 먹고 있었다니.


“그래서 내가 김 사장이랑...”


너무 뻔히 쳐다봤는지 눈이 마주치고 말았다.

배가 볼록 나온 그는 거만하게 옆에 있는 예쁜 여자를 끌어안았다.

마치 자기가 이룬 걸 그 짧은 틈에 자랑하려는 느낌이었다.


어차피 저 미소도 사라질 것이다.

그냥 무시하고 복도를 지나갔다.


깔끔하게 양복을 차려입고 왔지만, 혼자 이런 자리에 왔다는 자체가 부끄러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비싼 샵에 가서 머리라도 하고 온 것이다.


- 탁


종업원이 문을 여니 나도 모르게 입에서 감탄이 새어 나올 뻔했다.


조용한 방.

마치 나만을 위해 꾸며져 있는 공간 같았다.


종업원이 문을 닫는 순간.

서울에 처음 상경한 사람처럼 방안을 이리저리 살폈다.


보석으로 세공되어있는 나무함.

새하얀 식탁보 위에 있는 고급스러워 보이는 양초.


자리에 앉으니 바로 예쁘장하게 생긴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러 왔다.


그녀가 양초를 켜는 동안 메뉴판을 살펴봤다.

죄다 불어나 영어로 적혀있는 간판.

옆에 41이라고 적혀있는 건 가격인가?


밥 한 끼에 41만 원이라니.

내 상상 이상의 금액이었다.


“어떤 거로 주문하시겠습니까?”

“여기서 제일 비싼 거로 주세요.”


우선 뭐가 맛있는지 몰라서 그냥 제일 비싼 걸 시키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대사를 고급 레스토랑에서 외칠 수 있다는 것에 약간 울컥했다.


감칠맛 나는 애피타이저 이후.

맛좋은 와인으로 입을 헹구니 메인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쫄깃하면서 부드러운 스테이크.

오렌지의 상큼한 맛으로 다시 식욕을 돋구는 샤베트.

맛있을 것같아서 추가 추문으로 시킨 랍스터.

고소한 아몬드 부쉬.


온갖 산해진미가 내가 먹는 식탁 위에 펼쳐져 있었다.


중간중간 쉐프가 들어와서 설명하긴 했지만, 먹는 것에 집중하여 뭐하고 했는지 잘 못 들었다.

그만큼 청각이 아니라 미각이 나를 지배했다.


- 탁


배가 부르니 포크를 내려놓았다.

왜 비싼 음식이 양이 적은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이 맛있는 걸 배불러서 더 먹지 못한다는 게 한이 될 것 같았다.

옛날 중세 부자들은 일부러 토하고 다시 먹는다고 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후우...”


맛있는 음식에 집중하느라 주변 경치를 바라보지도 못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어둠 속에서 화려하게 빛나는 빌딩 숲.

부모님과 이곳에 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토록 바라던 정장 입고 클래식이 흘러나오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누가 봐도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상태지만, 그렇게 기쁘지 않았다.


만약 재앙이 다가오지 않았다면 정말 행복했을 텐데...

아포칼립스 상태가 되면 이런 음식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이 절망적이었다.


시스템에 물론 음식 부분이 있었지만, 이정도 수준의 음식은 숙련도가 얼마나 필요할지 가늠이 가지 않았다.


- 위잉, 위잉


그렇게 실컷 맛난 음식을 먹고 서울의 야경을 바라보고 있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내 친구 재준이었다.


“무슨 일이야.”

“뭐하냐?”

“그냥 밥 먹고 있지.”


어차피 이놈도 숼터에 같이 가는데, 기왕이면 이 녀석 부모님과 같이 이곳에 오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아직 시간은 있으니 내일이라도 데려와야겠다.


“야, 내가 지금 보내는 링크로 뉴스 봐라.”

“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재준이가 갑자기 전화를 끊었다.

아무 생각 없이 재준이가 보내준 링크를 클릭했다.


화면에 보이는 뉴스 자막에는 실시간이라고 적혀있었다.

유엔 사무총장이 연설하고 있었다.

다만 사뭇 분위기가 어두웠다.


“죄송합니다. 저희 UN의 저명한 연구진들이 계산한 결과. 2025년 10월 9일 지구가 멸망합니다.”


실시간으로 촬영 중인 카메라가 흔들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일주일 후 지구가 망한다는 소리를 갑작스럽게 들으면 그럴 만했다.

게다가 UN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거의 기정사실이다..


“하암.”


오른쪽 어금니에 낀 고깃덩어리를 빼면서 기지개를 켰다.

무슨 중요한 뉴스라도 나오는 줄 알았네.

지구가 멸망한다는 건 언젠가 공개될 일이었다.

다만, 그 뉴스를 직접 보이는 게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뭐죠?”


뻔하다.

이제야 태양 폭풍이 밀려온다는 걸 설명할 것이다.


내 이야기가 말도 안 된다고 웃었던 기상청 직원도 그 웃음을 후회할 것이다.


질문을 받은 유엔 사무총장은 손수건으로 땀을 닦으며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구가 망하는 이유는...”


회장이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태양 폭풍으로 모든 것이 불탄다고 하는 게 뭐라고 이렇게 뜸 들이는 일인가.


“바로 소행성 충돌입니다.”


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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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타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22.08.21 227 11 12쪽
1 프롤로그 22.08.21 263 1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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