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제작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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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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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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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9.0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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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2)

DUMMY

- 쾅


상상을 초월하는 굉음.

마치 누군가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재빨리 숼터 사람들에게 귀마개를 나누어주었다.

다만, 주위가 너무 시끄러워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은 힘들었다.


적어도 하루는 이 소리가 지속될 것이다.

역시나 재앙은 다가왔다.


날 비웃던 기상청 직원과 사람들은 전부 다가오는 태양 폭풍을 보며 후회했을 것이다.


- 지이잉.. 푹


전기가 순식간에 나갔다.

태양 폭풍이 일어나면 지구의 자기장이 일시적으로 무너진다고 했었다.


마치 EMP가 터진 것처럼 전기를 쓸 수 없고 심하면 전기 시설 자체가 파괴된다고 한다.


그 덕분에 적도에서도 오로라를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지금 오로라를 보려다가 영영 골로 가는 수가 있다.


- 탁


어두워진 주위를 밝히기 위해 라이터를 이용해 양초를 켰다.

최소 하루 동안은 전기 없이 살아야 한다.


시끄러운 소리에 숙면을 취하기도 애매하니 그냥 편하게 일기나 써야겠다.

어쩌면 지금 내가 쓰는 일기가 과거로 갈 수도 있으니까.


만약 이 일기가 과거로 간다면 그냥 복권 당첨금으로 짧고 굵게 살라고 말하고 싶다.


굳이 고생하는 것보다는 즐기다가 한순간에 죽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다만, 불타 죽는 건 싫으니 이번에는 운석에 편하게 죽으라고 적었다.


점점 일기가 아니라 저주가 되는 것 같은데...


#


소리가 처음보다 줄어들어 어느 정도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내 자취방에 있는 오래된 냉장고처럼 밖은 여전히 소음을 발생시켰지만, 처음보다는 조용한 편이었다.


“하암..”


시간을 때우기 위해 다양한 보드게임도 준비했지만, 양초로 의지하면서 하니 생각보다 피로도가 있었다.


“저희 숼터 규칙이나 만들죠.”


사람이 적은 게 장점은 있었다.

만약 인원수가 많았다면, 다소 힘 있는 그룹이 강제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었을 수도 있었다.


거대한 화이트보드를 창고에서 꺼내왔다.

아무리 잡스러운 물건이라도 꼭 버리면 필요하기에 창고에 처박아두기 잘했다.


“일단은 숼터의 리더는 제가 맡고요.”


우선 숼터에 필요한 일들을 보드마카로 적었다.


1. 식량 배급 (물 포함) 및 잡무

2. 숼터 경비 및 전투

3. 동식물 관리 및 농사

4. 필요 물품 제작 및 전체 관리


크게 4가지.

4명이 하나씩 고르면 되었다.


“우선 4번 제작 및 관리는 제가 할게요.”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가져갔다.

숼터를 정비하고 무기를 만드는 일.

벌써 힘들어 보였다.


“저는 2번 경비 및 전투할게요.”

“좋습니다.”


문수빈은 당당하게 손을 들었다.

재앙에서도 먼저 앞장선 탱커.

든든하게 숼터 경비를 맡길 수 있을 것이다.


“아, 그리고 저희 말 놓죠? 어때?”

“좋아.”


나, 재준, 예빈은 27살로 동갑.

수빈 씨는 29살이지만, 그냥 내 말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그럼 난, 3번 동식물 관리와 농사할래.”

“흠...”


문제가 있었다.

문예빈은 뭔가 엘리트 출신이니 이런 동물들과 식물을 관리하는 건 못 할 것 같았다.


“왜?”

“아니야. 네가 해라.”


그렇지만,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식량 배급을 맡기는 것도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그럼 내가 식량을 맡을게.”

“좋아.”


재준이는 믿을 수 있기에 각자 제 역할을 맡은 것 같았다.

한 명 빼고.


“수빈 씨는 숼터에 용암이나 불길이 들어올 틈이 없는지 확인해 주시고 나머지는 각자 맡은 분야로 갑시다.”

“넹.”


아직은 다들 희망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수빈 씨는 손전등을 들고 방공호를 샅샅이 살피기 시작했다.


나는 우선 소형 발전기를 고쳤다.

전기가 없으면 생활이 힘들어진다.

발전기가 우선순위다.


숼터 전체에 불을 키는 것도 괜찮겠지만, 그건 너무 전력 낭비가 심하다.

우선 지상에 올라가기 전에는 필요한 곳에만 전기를 쓰도록 했다.


재준이는 오래 먹을 수 있는 음식과 금방 먹어야 할 음식을 나누면서 오늘 식량을 준비했다.

정이 많은 편이지만, 이런 쪽에서는 깔끔하게 할 거다.

역시 재준이에게 식량을 맡기기 잘했다.


재준이가 냉장고에서 수박을 꺼냈다.

잘 익은 수박.

과일들은 어차피 농사하면 다시 기를 수 있기에 상하기 전에 먹는 게 이득이다.

문제는 태양 폭풍으로 냉장고가 제 기능을 하지 않았기에 고쳐야 한다.


[ 냉장고와 냉동 창고를 수리하시겠습니까? Y/N ]


할 게 많다.

최대한 음식의 부패를 늦추기 위해서는 쉴 수 없었다.


그렇게 수리를 모두 마치고 수박 한쪽을 왼손에 든 상태로 방공호 주변을 살펴봤다.


“숼터에 딱히 새는 곳이나 유독 뜨거운 부분은 없는 것 같아.”

“그래요.”


다들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고양이 너무 귀엽다. 이 녀석 이름이 뭐야?”

“음... 나비.”


동물들을 임시로 모아둔 곳으로 예빈이를 데려왔다.

인간도 이런 공간에 있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텐데, 동물들은 더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것이다.


예빈이가 끌어안은 검은 고양이의 표정이 별로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저러다가 고양이의 발톱에 상처가 날 것이다.


“야 조심해...”


역시나 고양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앞발을 예빈이에게 날렸다.


- 탁


어라?

고양이의 냥냥 펀치를 손으로 잡았다.


사람이 저게 가능한가?

아무리 엘리트라고 해도 저건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것 같은데?


“우리 나비가 애교가 많네.”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으며 고양이의 배를 만졌다.

고양이도 당황한 듯 눈이 커진 상태로 멀뚱멀뚱 그녀를 바라봤다.


“그럼, 동물들 사료 주고, 식물들 물만 줘. 나중에 지상으로 올라가면 다 심어야 해.”

“알았어. 사람 피만 보다가 동물을 보니까 힐링이 되네.”

“뭐?”


살짝 소름이 돋았지만, 그래도 동물을 좋아하니 믿고 맡기자.


생선을 모아둔 곳이나 물 창고도 위치를 알려주었다.

지금부터 잘 관리해야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다.


각자 맡은 일을 하는 동안.

나는 방공호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고치러 왔다.


바로 에어컨.

물론 실외기를 밖으로 둘 수 없어서 빈방에 넣어뒀지만, 그건 나중에 해결하면 된다.


지열이 있기에 에어컨이 없으면 땀이 비 오듯이 날 것이다.


[ 에어컨을 수리하시겠습니까? Y/N ]


오늘따라 유독 수리를 많이 하는 것 같다.

슬슬 피로도가 몰려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니 열이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생각해보니 무전기도 고쳐야 한다.

피로도가 있었기에 시스템을 의지하지 않고 직접 드라이버를 들고 무전기를 고치기 시작했다.


태양풍에 의해 살짝 맛이 간 무전기.

이건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아도 고칠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리가 완료되면 한 번 그 회사에도 연락해 봐야지.


- 끼익, 끼익


무전기는 수리는 처음 해보지만, 시간도 남으니 천천히 나사를 감았다.

분명 그렇게 많은 제작과정을 거치면서 나도 이정도는 수리할 수 있을 것이다.


#


“분해. 제작.”


그냥 진작 시스템 쓸걸.

괜히 무전기를 직접 고치려다가 더 피곤해진 느낌이었다.


[ 수리를 완료했습니다. ]


재준이가 들고 온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무전기 주파수를 맞추었다.


- 치익.. 치이익..


그러나, 그쪽에서 아직 무전기를 고치지 못했는지 별다른 무전을 듣지 못했다.

이젠 전화할 수 없으니 무전에 익숙해져야 한다.


#


현재 시각은 새벽 3시.

원래는 그냥 자려고 했지만, 시스템이 가만두지 않았다.


<특수 퀘스트>

[ 24시간 안에 재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세요. 보상: 헝거스톤. ]


헝거스톤.

극심한 가뭄이나 기후 재난이 왔을 때 유럽에서 경고하는 돌에서 이름을 따왔다는데.

그건 알 필요도 없고 단지 이게 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 돌을 녹여서 무기에 바르면 총이 통하지 않은 몬스터를 처치할 수 있다고 일기에 적혀있었다.


때마침 직접 재앙이 일어난 참사를 보고 싶었는데, 헝거스톤도 준다니.

일석이조였다.


“나갈 사람?”

“예?”

“이참에 한 번 재앙 구경도 해야죠.”


사람은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

그래서 판도라의 상자도 열린 거 아닌가.


“가시죠.”


물론 불과 용암이 가득한 지상을 그냥 올라가면 열기로 숨 쉴 때마다 폐가 녹아버릴 것이다.


미리 방화복을 준비하기 잘했다.

안 그랬으면 직접 만들어야 했을 수도...


나중에 소방관이 되면 입고 싶었는데, 어쩌다가 지금 입게 되었는지.


산소마스크와 헬멧까지 제대로 착용하고 다른 사람들의 장비도 확인했다.

무거웠지만, 운동을 열심히 해서 이정도는 괜찮았다.


다들 그래도 운동을 꽤 한 사람들이라 그렇게 걱정은 되지 않았다.


방공호 사다리를 타고 점점 높이 올라가니 열기가 방화복을 뚫고 들어오는 기분이었다.


이런 무거운 옷을 입고 산소통까지 착용한 상태로 사다리를 오르라니.

조금 시간이 들어도 계단으로 만들 걸 그랬다.


“엘리베이터 없어요?”

“그건 다시 고쳐야 해요.”


동물과 짐을 옮길 때 설치한 간이 승강기가 있긴 했다.

다만, 고장 나기도 했고 그곳으로 바로 올라갔다가 용암에 그냥 죽을 수도 있었다.


“이제 열게요.”


- 끼익


궁금증을 간직한 채로 숼터의 문을 열었다.

다행히 숼터 문은 막히지 않고 열렸고, 먼저 올라가 뒤따라오는 사람들의 손을 잡아주었다.


“너무 밝은데?”


새벽 3시는 원래 밝을 수가 없는 시간대이다.


그러나, 주변의 불과 용암이 흐르기에 마치 낮처럼 밝았다.

달도 그에 맞추어 꿈에서 본 것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저게 붉은 달이 되면 설마 화룡이 등장하는 건가?


그 넓던 평야 지대가 온통 용암으로 뒤덮였다.

하늘은 온통 붉게 물들었고 흩날리는 재 사이로 불타는 산맥이 보였다.


“후우...”


엄청난 열기.

미리 대장간에서 적응하지 않았다면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다행이네. 용암이 여기까지 안 와서.”


숼터를 외벽으로 막지 않았다면 영원히 방공호 문을 못 열었을 것이다.

영원히 방공호 안에서 죽는 건 너무 끔찍하다.


<특수 퀘스트 완료>

[ 24시간 안에 재앙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세요. 보상: 헝거스톤 ]


번쩍거리는 빛과 함께 내 손에 헝거스톤이 들어왔다.

마치 태양처럼 붉은 돌멩이.

일기에서 헝거스톤 말고 불의 돌이라고 부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영혼석과 헝거스톤 하나씩 가지고 있으니 뭔가 마음이 편했다.

이제 재앙 속으로 들어온 만큼 이런 특수 자원들을 확보해야 한다.


- 삐빅


온도기를 들고 와서 온도를 확인하니 놀라고 말았다.

현재 온도는 73도.

단순히 공기의 온도만 73도인 것이다.


“신발이 타는 것 같은데?”

“뭐?”


방화 부츠를 신기 귀찮아서 그냥 운동화를 신고 나왔는데, 신발 밑창이 타는 것 같이 연기가 나기 시작했다.

이정도면 콘크리트가 안 녹는 게 신기할 정도다.


“모두 바닥이나 벽에 손대지 마. 화상 입는다.”


다들 겁을 먹은 듯 침을 꿀꺽 삼켰다.

좀 더 재앙의 더욱 관찰하기 위해 다 같이 외벽으로 갔다.


의외로 외벽과 방공호 사이에 있는 흙들은 그리 온도가 높지 않아서 다행히 신발이 타지 않고 외벽으로 갈 수 있었다.


“와...”


외벽에서 바깥을 본 우리는 감탄을 자아낼 수밖에 없었다.


단테의 인페르노가 눈앞에 펼쳐있었다.

용암이 바로 아래 흐르고 있었고 1층 정도 되는 건물은 이미 용암에 흘러갔다.


마치 옛날에 홍수가 난 풍경에서 물이 용암으로 바뀐 느낌이었다.


한 폭의 그림.

미술관에 그려져 있었으면 감탄하고 넘어갈 그런 풍경.


다만, 이게 현실이라는 것이 가슴 아팠다.

이런 아포칼립스에서 살아남으라니.


“저길 보세요!”


수빈 씨가 가리킨 곳은 용암 바다.

그곳에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뭐지?


“저거 사람 아니에요?”

“예?”


이런 곳에 사람이 있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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