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제작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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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8.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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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24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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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간 (3)

DUMMY

“뭐야?”


밝은 빛을 내며 곡괭이가 원상태로 돌아왔다.

제작 능력이 없었다면, 그리고 직접 만들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멀쩡한 곡괭이를 바라보면서 할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후우...”


다시 심호흡하고 곡괭이를 잡았다.

비록 능력을 통해 다시 출발점에 섰지만, 한 번에 바위를 부수지 못하면 내기에서 지게 된다.


100억을 지키기 위해 아니 대장간을 지키기 위해 힘껏 곡괭이로 바위를 내리쳤다.


- 깡


맑고 경쾌한 소리.

그토록 거대해 보였던 바위가 수박을 쪼갠 것처럼 한 방에 반으로 갈라졌다.


“뭐?”


선글라스 남자는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이 광경을 바라볼 뿐이었다.

어떻게든 트집을 잡을 생각이었겠지만,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몸이 굳은 것 같았다.


“이게 말이 돼?”


사실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곡괭이를 잘 만들었다고 한들 한 방에 저렇게 돌이 부서지는 건 영화에나 있을 법한 일이다.


[ 장인의 품격이 발동 중입니다. 도구의 효율이 500% 됩니다. ]


장인의 품격.

자신이 직접 만든 작품이 일정 경지를 넘으면 쓸 수 있는 능력이었다.


수십 아니 수백 번의 반복으로 할아버지의 수준까지 망치질하니 새로운 능력을 얻은 것 같았다.


다만, 그동안 내가 만든 곡괭이, 도끼, 망치 같은 종류에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래도 나중에 괴물과 싸울 때 도움이 될 수 있으니 나쁘지 않았다.


시스템의 도움이 없었다면 아마 한 방에 부수지는 못했을 것이다.

미래 일기와 시스템을 이용하면 재앙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자, 할아버지한테 사과하고 물러나.”

“하...”


이런 녀석들은 순순히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내 곡괭이에 미리 수를 써 놓은 것처럼 어떻게든 끈질기게 나를 막아설 것이다.


“이건 불가능해. 뭔가 미리 수를 쓴 거야.”


역시나.

녀석이 덩치 큰 놈에게 눈치를 주니 고릴라 닮은 녀석이 어깨를 풀면서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내기에 이기지 못하니 힘으로 이기려는 것 같았다.


“먼저 수를 썼으면서 참 당당하네.”

“힘으로 하자.”


저런 고릴라 같은 녀석을 맨손으로 싸우는 건 불가능하다.

내가 만든 곡괭이를 꽉 쥐었다.


“그걸로 치게? 쳐봐.”


저 녀석 덩치에는 이게 장난감으로 보이나?

아까 바위가 쪼개지는 걸 봐도 전혀 겁을 먹지 않은 모습이었다.


[ 장인의 품격이 발동 중입니다. 도구의 효율이 500% 됩니다. ]


그러나, 내겐 특별한 능력이 있다.

곡괭이로 녀석의 다리 아랫부분 흙바닥을 힘차게 내리쳤다.


- 쾅


곡괭이가 지면에 닿는 순간.

주변이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단단한 흙바닥이 마치 얼어붙은 호수에 생긴 금처럼 갈라졌다.


엄청난 능력.

효율이 5배가 된다고 해서 이런 게 가능하다니.

의기양양하게 곡괭이로 고릴라 녀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래, 네 말대로 힘으로 하자.”


당당하던 녀석의 기세는 어디로 가고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선글라스 녀석도 상황이 이상하게 흘러가는 걸 알았는지 조금씩 뒤로 가는 것이 보였다.


“어... 우리 말로 할래?”

“싫은데?”


만약, 이 곡괭이로 녀석의 머리를 내리치면 저 쪼개진 바위처럼 될 것이다.

지구가 멸망하는 순간을 교도소에서 맞이하고 싶지 않았기에 애초에 녀석을 공격할 생각 따위 없었다.


선글라스 녀석은 서둘러 도망치다가 거리가 조금 생기니 멀리서 소리쳤다.


“1년. 그 안에 반드시 이 대장간을 철거할 거야. 각오해. 괴물 같은 놈.”


저 녀석은 알고 있을까?

10월 9일이 되면 대장간이 아니라 지구 전체가 철거된다는 사실을?


“그래. 열심히 해라.”


허망 된 꿈이겠지만, 응원은 해주었다.

언젠가 이루겠지.

그땐 지구가 망하겠지만..


< 특수 퀘스트 완료. >

[ 내기에서 승리했습니다. 숙련도와 철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합니다. ]


숙련도가 상승하니 슬슬 무기나 갑옷 같은 것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총기류는 아직 숙련도가 해방되지 않았다.


외국은 대장간에서 총을 만든다고 하는데, 한국이라 조금 아쉬웠다.

숙련도가 부족하면 브로커라도 만나서 총을 구매할 준비를 해야겠다.

돈이 있으면 어느정도 구할 수 있겠지.


“고맙다. 정말...”


할아버지는 감격의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안아주셨다.


“이곳에서 거의 내 인생을 보냈거든. 다시 한번 정말 고맙다.”


멋쩍게 오른 손으로 목 주위를 만지면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종말이 다가오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경험 못 했을 것이다.


[ 피로도가 상당하여 장인의 품격이 중지됩니다. 남은 시간 5초. ]


긴장이 풀렸는지 아니면 장인의 품격을 사용해서 그런지 순식간에 잠이 몰려왔다.

고마워하시는 할아버지를 뒤로 한 채 잠에 들었다.


#


다음날.

잠깐의 사건이 있었지만, 원래 일상으로 돌아왔다.


할아버지께서는 더욱 열정적으로 기술을 알려주셨고 나의 숙련도는 급속도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도중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재앙 이후에도 철을 제련하고 도구를 만드는 대장간이 필요하다.


“시스템, 대장간 검색해.”


시스템은 다양한 크기의 대장간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숼터를 만들기 전에 대장간 정도는 만들어보는 게 좋을 것 같았다.


여기 대장간과 크기가 비슷한 도면을 골랐다.

확실히 건물을 건축하는 거라서 뭔가 다른 점이 있었다.


[ 선택하신 도면을 활성화합니다. ]


시스템창이 뜨는 순간.

마치 게임처럼 파란색 선으로 된 대장간 도면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가상의 공간에 미리 건물이 세워질 모습을 알 수 있었다.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대장간을 세울 위치와 방향을 살폈다.

미리 완성된 모양을 볼 수 있다는 것이 굉장한 장점이었다.


시멘트, 벽돌, 모루, 집게 등.

생각보다 훨씬 많은 재료가 필요했다.


어차피 제작에는 많은 재료가 들어가니 이 근방에 있는 고물상 들려서 있는 물건을 죄다 긁어왔다.

게다가, 필요한 재료를 언제라도 구할 수 있게 계약했다.


고물상 주인들은 다들 놀란 눈치였지만, 어차피 400억이나 있다.

은행에다가 1년만 넣어도 이자가 최소 4억을 넘는다.


비트코인이나 주식을 해서 더 돈을 늘리는 방법도 있었지만, 그걸 공부하고 투자하는 시간이 더 아까웠다.

어차피 지금은 돈을 많이 버는 건 의미가 없었다.


- 탁


트럭에서 여러 물건을 꺼냈다.

할아버지의 낡은 트럭을 운전할 줄 알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대장간에 필요한 모든 재료를 구매한 후.

텅 빈 공터를 바라봤다.

처음으로 건물을 제작하는 거지만 시스템을 믿었다.


“제작.”


몸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먼저 벽돌을 쌓아서 화덕의 모양을 잡았다.

그리고 삽으로 구멍을 파서 불을 피울 자리를 마련했다.


화덕 주위로 벽을 세워 대장간의 틀을 만들었다.

도면을 살펴보면 기존의 대장간보다 훨씬 열이 빠져나가는 것이 빨라서 더욱 시원하게 작업할 수 있는 구조였다.


우선 대략적인 틀은 다 만들었으니 할아버지 대장간으로 가서 대장간에 필요한 도구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망치와 집게 등은 이제 너무나도 쉽게 만들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도구들을 만들고 있으니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쉬면서 해라.”


할아버지가 막걸리를 들고 오시니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시스템을 멈췄다.


[ 대장간 완성까지 70%입니다. 잠시 제작을 중단하시겠습니까? ]


어느새 해가 져서 주위는 어두웠다.

이렇게까지 몰두하다니.

제작 능력이 없었다면 난 어떻게 하루를 보냈을까.

그냥 400억으로 6개월 동안 놀다가 죽음을 받아들였을까?


- 꿀꺽


땀 흘리고 마시는 막걸리는 그 무엇보다 시원했다.

옆에 있는 붉게 잘 익은 김치를 안주로 먹고 있으니 할아버지가 입을 여셨다.


“대장간도 네가 직접 지켰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해?”

“그게...”


할아버지가 따라주신 잔을 받으며 지구가 망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믿지 않으시는 눈치였지만, 술에 취하셨는지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셨다.


“곧 있으면 세상이 망한다고?”

“네...”

“2012년인가 13년인가? 그때도 지구 망한다고 하고 그랬는데 아직 멀쩡해.”


확실히 이렇게만 말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이 분명했다.

또, 하필 태양 폭풍이라서 설명하기도 힘들었다.


“흠...”


할아버지의 손기술이라면 숼터에서도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할아버지를 설득해야 한다.


“이거 보세요.”


역시 이럴 때는 복권 당첨된 걸 보여주는 것이 빨랐다.

핸드폰을 꺼내서 당첨금과 복권 번호를 보여주었다.


“돈도 많은 녀석이 특이하네.”


그러나, 할아버지는 내 말을 반만 믿는 눈치였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할아버지가 술에 깼을 때, 진지하게 말해봐야겠다.


“일단, 마셔. 먹고 죽은 귀신이 때깔도 좋다고 하잖아.”

“알겠습니다.”


그렇게 잘 익은 김치와 막걸리를 입안에 쑤셔 넣었다.


#


- 짹, 짹


눈을 떠보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아무래도 피로가 몸에 축적된 모양이었다.

앞으로 제작을 할 때, 이점을 유의해야겠다.


대장간을 완성하기 위해 피곤한 몸을 이끌고 대장간 앞에 왔다.

약간의 숙취가 남아있었지만, 이정도는 버틸 만하다.


[ 대장간 완성까지 70%입니다. 다시 제작을 시작하시겠습니까? ]


“제작.”


또다시 몸이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숙취 때문에 계속 머리가 어지러울 것 같았지만, 오히려 땀이 나니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었다.

남은 건 별로 중요한 작업이 아니라서 금방 완성할 수 있었다.


[ 간이 대장간 완성했습니다. 숙련도가 증가합니다. 다음번 제작 속도가 빨라집니다. ]


첫 건물 건축도 성공적이었다.

화로에 불을 올렸다.

새로운 대장간을 시험할 차례다.


장인의 품격처럼 새로운 능력이 있을 줄 알았지만, 그냥 대장간이었다.

조금 덜 더운 대장간.

그러나, 49도나 50도나 더운 건 마찬가지다.


대장간의 공간보다는 개인의 실력이 더 중요했다.

특별한 보상이 없었다는 것에 실망했지만, 숙련도를 많이 쌓았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


그렇게 시간이 흘러 한 달이 지났다.

슬슬 숼터를 짓고 식량도 옮겨야 하기에 아쉽지만, 할아버지와 작별 인사를 하기 로 했다.


“할아버지. 정말 안 오실 건가요?”


같이 술을 먹은 후로도 지구가 멸망하고 모든 것이 불탄다고 진지하게 말씀드린 적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할아버지는 단호하게 대답하셨다.


“앞으로 5개월 남았다면서. 난 그동안 내 인생에 남는 걸작을 만들고 죽을 거야.”


예전부터 몇 번을 설득해도 할아버지의 대답은 그대로였다.

이미 결심을 하신 듯했다.


“게다가, 이젠 슬슬 와이프 만날 때가 되기도 했고.”


할아버지는 살짝 웃으시면서 내 어깨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리고, 자네를 믿어.”

“예?”

“꿈이 소방관이라고 했던가? 지구의 불을 꺼버리면 되는 거지. 안 그래?”


할아버지가 주신 막걸리를 먹고 취해서 필기시험 떨어진 한탄까지 한 것이 후회되었다.

울지 않았으니 다행인가?


아무튼, 저렇게 낯 뜨거운 말을 하시다니.

약간 부끄러웠다.

바지 주머니에서 흰 봉투를 꺼내서 할아버지 소매에 넣었다.


“돈은 필요 없다니까...”

“그동안 재료값이요. 넣어두세요.”


할아버지는 못 이기는 척 돈을 받으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심으로 나에게 기술을 알려준 할아버지.


돈이 아깝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입장이 확고하지 않았다면 강제로 숼터에 데려갔을 것이다.

그러나, 할아버지를 존중하기에 원하시는 대로 놔두는 게 맞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종종 놀려오고 가끔 네 녀석이 만든 대장간도 청소할 테니까.”


그렇게 한 달 동안의 숙련도 작업이 끝이 났다.

더 숙련도를 높이고 싶었지만, 할 일이 많았다.

단순히 대장간 일만 할 수 없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재앙의 날까지 대략 5개월 남았다.


대장간에서 훈련을 받은 덕분에 내 숙련도는 엄청나게 높아져 있었다.

이제 때가 되었다.

재앙에서도 안전한 숼터를 만들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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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장간 (1) +1 22.08.22 204 10 12쪽
2 불타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22.08.21 226 11 12쪽
1 프롤로그 22.08.21 262 1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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