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제작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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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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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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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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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AY (1)

DUMMY

- 타닥, 타닥


젠장.

또 그 꿈이다.

아주 오래된 악몽.


아주 어릴 때의 기억.

나는 불타는 집에 혼자 서있었다.


옛날에 내가 가지고 놀던 인형.

말도 제대로 못 하는 어린 시절.

그때 일어난 재앙.


- 위에엥, 위에엥


그때와 마찬가지로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점차 검은 연기가 내 주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감기와 더불어 연기가 머릿속에 들어오니 머리가 너무나 어지러웠다.


“콜록.. 콜록..”


숨쉬기 괴로운 순간.

마치 한 줄기 빛처럼 현관문을 열고 어머니가 달려오셨다.


“관우야!”


검은 봉지 안에 들어있는 대파와 무.

나의 목에 둘러있던 손수건으로 내 입을 막은 어머니.


어머니의 눈동자가 흔들리는 걸 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미안함과 두려움이 담겨있었다.


“엄마 믿지? 일단 나가자.”


이제 더는 보고 싶지 않다.

지금 당장 꿈에서 깨고 싶다.


성인이 될 때까지 나를 괴롭힌 꿈.

그게 하필...


- 끼익


어머니는 나를 안고 당장 현관문 밖으로 나가셨다.

앞이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계단을 단지 나를 구하겠다는 신념으로 어머니는 앞으로 나아갔다.


- 쾅


그러나, 천장이 무너지며 거대한 콘크리트가 어머니를 덮쳤다.

나는 다행히 틈 사이로 빠져나올 수 있었지만, 어머니는 무거운 기둥에 몸이 끼고 말았다.


어머니는 최대한 그곳을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나오지 못하셨다.

두려움에 떨고 있는 내 얼굴을 보신 어머니는 애써 웃으시며 말을 하셨다.


“도망쳐. 관우야.”

“싫어... 엄마 같이가.”

“관우 먼저 가 있어. 엄마는 뒤따라갈게.”

“거짓말...”


이건 꿈이란 걸 알고 있다.

깊게 눈을 감았다가 뜨면 전부 사라질 꿈.


마트에서 천장이 무너질 뻔했을 때, 멀쩡하길래 트라우마를 극복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애써 모른 척 참고 있던 것이다.

이때 나는 뭐가 그렇게 착한 아이가 되겠다고 어머니를 두고 도망쳤다.


그리고 그게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버지 역시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가셨다가 목숨을 잃으셨다.


어린 시절에 몽땅 타버린 사진과 연소한 기억 때문에 부모님의 얼굴을 제대로 기억할 수 없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악몽이 유일하게 부모님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방법이었다.


난 도망치지 않고 어머니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봤다.

어머니는 미소를 지으시며 편안한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관우야. 나는 괜찮으니 이제 저들을 구해주렴. 사랑한다. 아들아...”


꿈에 이런 장면이 있었나?

적어도 이전에 꿨을 때는 도망치다가 꿈에서 깼다.


마치 어머니가 직접 내게 말을 거는 것 같았다.

그리고 어머니는 손가락으로 내 뒤를 가리켰다.


어머니가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니 그곳은 마치 일기에서 묘사한 것처럼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용암에 녹아내리고 있는 사람들.

온몸에 불이 붙어서 발버둥 치다가 더욱 깊은 불길 속으로 들어가는 남자.


그야말로 불지옥.


하늘은 마치 핏빛으로 물든 색을 띠고 있었고 붉은 달이 하늘에 높이 떠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지 정신을 차릴 틈도 없이 누군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어왔다.


“살려줘!”


그곳에는 재준이와 숼터의 사람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나름 정상적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숼터.

그러나, 거대한 재앙이 눈앞에 있었다.


화룡.

호랑이를 바로 앞에서 만나면 몸이 굳어서 움직일 수 없다고 하는데, 이건 아예 차원이 달랐다.


도저히 같은 생명체라고 할 수 없는 크기.

폭풍 같은 날갯짓.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어머니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마지막까지 제대로 인사도 못했다.


내가 깊은 한숨을 쉬고 있을 때, 숼터 사람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내게 다가왔다.


“관우야. 이제 어떡해?”


저걸 잡아야 태양 폭풍을 막을 수 있는 재료를 획득하는데...

저걸 사냥하는 것이 가능한 건가?

- 꿀꺽


생명체의 종점의 있는 존재.

화룡과 두 눈이 마주치는 순간.

바지에 오줌을 지릴 것 같았다.


그러나, 어머니의 말대로 이제는 내가 지켜줘야 한다.

당당하게 용을 바라봤다.


살면서 한 번쯤은 느껴보는 감정.

이대로 있다가는 죽는다는 극강의 공포.

그 공포를 깨고 겨우 몸을 움직이는 순간.


뜨거운 아니 살점이 녹아내리는 브레스가 온몸을 덮쳐왔다.

이건 피할 수 없다.


#


“헉..헉..”


식은땀을 흘린 채로 휴대폰을 바라보니 새벽 5시.

아직 해가 뜨려면 시간이 많이 남았다.


재앙이 오기 전 꿀잠을 자고 싶었는데, 하필 그 지긋지긋한 악몽을 꾸고 몸이 녹아내리다니.

시원한 물을 한잔 들이켰다.


혹시나 길이 막혀서 방공호에 못 들어가는 참사가 있을 수 있으니 지금 당장 가기로 했다.


잠에서 깨기 위해 차가운 물로 샤워를 했다.

이게 아마도 정상적으로 할 수 있는 마지막 샤워가 될 것이다.


괜히 오른쪽 어깨를 만지작 거렸다.

어릴 때 입었던 화상 자국이 오늘따라 유난히 커 보인다.


- 쏴아아


그날.

비를 맞으며 바라보던 불타는 집은 아직도 머릿속에서 잊히지 않는다.


내가 소방관을 꿈꾼 이유.

나처럼 되는 아이들이 더는 생기지 않기 위해.

그리고, 나중에 언젠가 만났을 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하게 부모님을 바라볼 수 있게 소방관을 꿈꾸었다.


물론 지금은 지구의 불을 끄게 되었지만..

사람들을 구해주라는 약속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 탁


깨끗하게 씻고 차에 탑승했다.

제법 쌀쌀한 새벽.


휴대폰을 켜서 은행 어플에 들어갔다.

현재 내 통장에 남은 금액은 5억.


혹시나 아포칼립스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수 있으니 아껴놓기로 했다.

이왕이면 강남에 아파트 정도는 사놓을 걸 그랬나?


그 돈으로 숼터를 더 좋게 만들 수 있었으니 그건 나중에 지구가 망하지 않으면 생각하도록 하자.


- 부웅


어두운 새벽.

재앙을 피하고자 차를 타고 숼터로 달려갔다.


#


“일찍 오셨네요.”


문수빈, 문예빈 자매가 약속대로 숼터 앞에 미리 와있었다.


저 두 명이 자매라니.

마치 미녀와 야수 같은 그림.

다시 봐도 믿기지 않았다.


그녀는 하품하며 악수를 청했다.

방금 일어난 얼굴이라고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화보 같았다.


“저희 단체 아니 회사는 우선 관우씨의 말을 듣고 지하 숼터로 잠깐만 몸을 숨기기로 했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무전기를 내게 내밀었다.

흔히 말하는 고위층 사람들.

이런 사람과 연줄이 있다면 도움을 청할 수도 있었다.


“아포칼립스라. 재밌겠는데?”


문수빈은 그냥 이 상황을 즐기는 느낌이었다.

저런 긍정적인 사고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게 한 건가?


5분 정도 기다리니 공터에 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익숙한 차량.

재준이 아버지 차량이었다.


- 탁


아직 잠이 덜 깬 표정으로 재준이가 내렸다.

평소에 잠이 많은 놈이라 늦을 줄 알았는데, 지구가 망한다고 하니 그제야 일찍 왔다.


그러나, 재준이의 표정이 뭔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왜 그래?”

“그게...”


생각해보니 재준이의 부모님이 보이지 않았다.

설마?


“미안하다. 아버지가 위독하셔서 데려오지 못했어.”

“뭐?”


화재 사건 이후.

재준이네 부모님은 마치 나를 친자식처럼 길러주셨다.


그렇기에 재준이 부모님을 숼터로 모시고 살려고 했었다.


“부모님께 말은 했지?”

“했지. 근데, 그 일기가 틀릴 수도 있잖아. 소행성 사건처럼.”


심정은 이해되었다.

아버지가 위독한 상태에서 괜한 고집을 부려서 아버지를 이런 지하 방공호로 옮기는 건...


“아버지는 그냥 편하게 병원에서 계시고 싶다고 하셨어.”

“어머니는?”

“엄마는 그냥 아버지랑 같이 생을 마감하시겠다고 하셔서..”

“하...”


어쩌면 그들의 결정을 존중해야 한다.

재준이 아버지는 시한부 선고를 받으셨다.

3개월 정도를 더 살기 위해 이런 답답한 방공호에 갇혀 지내고 싶지는 않으신 모양이었다.


젠장.

제작 능력이 아니라 치료 능력이었다면...

물론 지혈제나 부목 정도는 만들 수 있지만, 암을 치료하는 기계를 만들려면 숙련도가 부족했다.


끝없이 노력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족했다.

6개월은 부족하다.


만약 도깨비에 대해 더 빠르게 알고 운석을 막을 지원을 받으며 숙련도를 높였으면 최소한 재준이 아버지 병을 고쳤을 수도 있었다.


아쉽다.

너무나도 아쉽고 미안하다.

이래서 사람들이 회귀를 생각하는 것 같다.


일기에서도 재준이네를 구하지 못한 것에 대한 자책이 적혀있었다.


“더 안 오는 거야?”


침울한 분위기를 뚫고 문예빈이 말을 꺼냈다.


이곳에 온 총인원은 4명.

재준이와 나.

문수빈, 문예빈이었다.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숼터지만, 상당히 사람 수가 적었다.

오히려 여기 있는 동물의 수가 더 많을 것이다.


아무래도 같이 숼터를 공사했던 인부 아저씨들은 한 젊은이의 말을 듣고 새벽에 올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


사육사나 농부도 데려오면 좋았겠지만, 새벽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아쉽지만, 4명이 살아가야 한다.


만약, 내가 운석을 막았다고 홍보하면서 숼터로 오라고 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50명 아니 그 이상의 사람들이 몰려서 결국은 자멸했을 것이다.


사람이 적은 편이 더 오래 생존할 수 있다.

이제 세계가 급변하는 만큼 점차 내 마인드도 바꿔야 한다.


#


- 삐빅


휴대폰 알람이 울려서 시간을 바라봤다.

현재 시각은 6시 45분.

이제 해가 떠오르는 시간이다.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다들 방공호 안으로 대피시켰다.


생존의 가장 중요한 의식주.


물은 마음껏 써도 최소 5년은 버틸 수 있는 양이 있었다.

음식은 옥수수 캔, 참치통조림 등.

오래 보관할 수 있는 음식을 마련했다.


옷도 1년 365일 다른 옷을 입어도 될 정도로 다양하게 준비했다.


물론 여름옷 위주였지만, 혹시 모를 추위를 대비하여 겨울옷들도 준비했다.

사이즈는 귀찮으니 그냥 프리사이즈로 맞추었다.


아직도 여자 속옷을 그렇게 많이 사느냐고 비아냥거리던 사장님이 생각난다.

문예빈, 아니 문수빈이라도 같이 사러 갈걸.


“들어오세요. 이제 해가 떠요.”

“네네.”


숼터도 완성했다.

재앙 이후 전기 시설을 복구하면 다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가구도 만들고 규칙도 정하고 할 게 많았다.


재앙은 시작일 뿐이다.

그 이후 약탈자와 다양한 몬스터를 상대해야 한다.


부모님과 약속대로 이 사람들이라도 최대한 지켜줘야겠다.

그렇게 버티다 보면 언젠가 지구의 불을 끌 수 있겠지...


방공호 덮개를 닫기 전 주변을 바라봤다.

날이 밝기 전에 가장 어두운 새벽녘.


- 휘이잉


시원한 걸 넘어서 차가운 수준의 바람을 이제 그리워할 것이다.


치킨을 먹으며 하하 호호 웃던 대학 시절도 코피 터지며 공부했던 지난날들도 이젠 추억이 되었다.


사실 그 일기가 거짓이고 내가 정신병자였다는 것이었으면 좋겠다.

그렇다면 최소한 그런 지옥에서 살지 않을 테니까.

재준이의 부모님이 돌아가시지 않을 테니까.


그러나, 운석을 막은 시점부터 아니 미래 일기가 등장한 순간부터 내 인생이 바뀌었다.

어쩌면 이미 돌아가기에 너무 늦은 걸지도 모르겠다.


확실한 건 태양이 떠오르면 이제 그 사실이 밝혀진다는 것이다.


저 멀리 태양이 떠오른 게 보인다.

저 붉은 태양이 부디 내 인생을 태우지 않기를...


- 끼익... 탁


아름다운 지구의 모습을 바라보며 방공호의 덮개를 닫았다.

밝게 떠오르는 저 태양과 달리 방공호는 어둠이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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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불타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22.08.21 226 11 12쪽
1 프롤로그 22.08.21 262 1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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