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제작 아포칼립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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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2.08.12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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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9.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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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30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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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 (3)

DUMMY

“이거 고칠 수 있겠는데요?”

“예?”


내가 말을 꺼내니 맥주를 마시던 엔지니어가 정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에 과자 부스러기가 가득한 모습으로 천천히 내게 가까이 왔다.


“거짓말하지 마시죠. 이건 우리가 알던 그런 기계랑 차원이 달라요. 지구를 구하고 싶다는 사명감은 알겠지만...”

“보세요.”


수락 버튼을 누르고 광선포에 가까이 갔다.

분해 후 제작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수리가 빠를 것이다.


- 우웅


내가 광선포를 만지니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잘 되는데요?”

“뭐?”


당장 재료가 부족한 걸 빼면 충분히 고칠 수 있었다.

대체 이걸 왜 못 고치고 있는 건지.


“뭐야? 불도 안 들어오는 게 대체 왜?”


절망으로 가득했던 엔지니어들의 눈에 희망이 보였다.

당황한 표정의 선글라스를 낀 요원에게 말을 걸었다.


“이거 수리해줄 테니 무사히 집에 돌아가게 해주시죠.”

“좋습니다.”


사실 나도 이걸 막지 않으면 죽는다.

다만, 그 이후로 나를 계속 잡고 고문하며 재앙의 날에 숼터로 못 들어가게 막을 수 있기에 최소한의 계약을 했다.


이들에게 파티를 걸고 본격적으로 수리를 하기 시작했다.


특이한 점은 재료에 내가 처음 들어보는 광물이 있다는 것이다.


[ 영혼석 ]


이런 게 존재하긴 하나?

하긴 영화에서나 보던 광선포도 있는데, 이런 돌멩이쯤이야.


아마도 이 돌멩이가 재료가 되는지 몰라서 손도 못 대고 있었다고 했다.

점점 처음 보는 재료들이 많아지고 있었다.


영혼석은 도깨비들을 죽이면 나온다고 하는데, 어떤 원리지?


그들은 기계가 기존의 방식이랑 완전히 다른 방법으로 제작되어서 다른 점을 하나하나 설명해줬는데, 난 잘 모르겠다.


코딩도 할 줄 모르는 내가 이걸 수리할 수 있는 건 오직 제작 능력 덕분이다.

평범한 공시생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광선포를 수리하다니.

참 별일이 다 있다.


#


[ 수리가 완료되었습니다. ]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기 3일 전.

2025년 10월 6일.


전 세계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재료는 순식간에 구했다.

나의 지시에 맞추어 인류를 구할 수 있는 광선포를 수리했었다.


지금은 이렇게 정보와 재료가 빠르게 공유되어도 수리하는데, 4일이나 걸렸다.

나중에 그런 아포칼립스 속에서 태양 폭풍 막는 기계는 또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후우...”


심호흡하고 기계를 바라봤다.

어쩌다가 태양 폭풍 대신 운석을 막게 된 건가.

그래도 이 작전이 성공하면 지구를 지킬 수 있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작동을 준비하고 있을 때, 누군가가 다가왔다.

뉴스에서 본 얼굴.

유엔 사무총장이었다.


이런 사람이 속해 있는 곳이라면 거의 국가 그 이상의 사람들이 운영하는 기밀 단체인가?

영어로 말해서 뭐라는지. 몰랐지만, 저번에 본 예쁜 여자 요원이 친절하게 통역해주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이대로 두 손 놓고 지구가 망할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돼서 정말 다행이랍니다.”


하긴 희망이 없다면 벌써 지구는 난장판일 것이다.

지구를 구할 수 있다는 희망 덕분에 범죄가 그나마 덜 일어나고 있었다.


“우선은 지구를 구하고 계속 이야기하시죠.”


오늘 기계를 가동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운석을 파괴하는 게 아니다.

광선포를 이용해 운석의 궤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렇기에 최대한 빨리 작동해야 했다.

만약 파괴하는 형식이었다면 소행성의 잔해가 지구로 떨어질 수도 있었다.


“3, 2, 1, 가동.”


거대한 모니터를 통해 기계가 가동되는 걸 바라봤다.

할 수 있는 건 다했다.


미리 지구를 구한 경험이 태양 폭풍도 막을 수 있다는 희망이 될 것이다.


- 위이잉


웅장한 소리와 함께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제발...”


태양 폭풍 막으려고 준비를 다 했는데, 소행성에 죽고 싶지 않았다.

기계가 굉장한 굉음과 함께 우주를 향해 에너지를 쏘기 시작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저마다 속으로는 기도하고 있을 것이다.


“성... 성공입니다!”


- 와!


마치 영화에서 로켓 발사에 성공할 때처럼 사람들이 소리치고 종이를 날렸다.

성공적으로 광선포가 운석의 궤도를 바꾼 것이다.

모두 감격의 눈물을 흘리며 나를 바라봤다.


“잠시만.”


나를 데려가 헹가래를 올리기 시작했다.

혼자서 자취방에서 공부하다가 이런 경험을 하니 기분이 묘했다.


잠시 시간이 지나니 그제야 사람들은 나를 내려놓았다.


어쩌면 이게 기회일 수도 있었다.

숙련도가 없어서 지금까지 쳐다보지도 않은 기계.

이렇게 지원이 많다면 가능할 수도 있었다.


재앙을 막으면 재앙 막은 이야기나 풀면서 방송이나 나가야지.

긴장된 마음으로 검은 화면의 시스템을 클릭했다.


[ 숙련도가 부족합니다. ]


역시나 아직 만들 수 없었다.

그래도 그동안 숙련도가 어느 정도 쌓였는지 핵심 재료 정도는 볼 수 있었다.

어떤 모습인지 모르는데 재료 먼저 보여주다니.


[ 재료가 부족합니다. 화룡의 심장, ???, 바다의 보물, ???, ]


화룡.

일기에서는 마치 거대한 자연재해로 묘사된 용.


일기에서도 소문으로만 들었지 실제로 본 적은 없다고 했다.

브레스 한 방에 인류 최대의 숼터를 부숴버렸다고 했는데, 어떤 존재인지 감도 안 왔다.


화룡이라니 내 인생이 판타지처럼 변하고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이미 지구를 구한 시점부터 판타지인가?


화룡을 잡으려면 태양 폭풍이 다가와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 당장 태양 폭풍을 막을 방법 따위 없다는 것이다.


점점 재앙 이후에나 구할 수 있는 이렇게 특이한 재료가 나올 것이다.

그에 대비하여 재앙 속에서도 많이 움직여야 할 것 같았다.


고작 3일.


아주 잠깐이었지만, 지구도 구해봤다.

언젠가 인류를 멸망시키는 태양 폭풍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잠깐. 기쁜 상황에서 죄송하지만, 할 말이 있습니다.”


그래도 할 말은 해야한다.

내가 태양 폭풍이 다가온다고 하면 믿을 것이다.


그렇다면 수많은 사람이 목숨을 구할 수도 있다.

지구도 구했는데, 못 믿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3일 후에 태양 폭풍이 다가옵니다. 그것을 대비해서 숼터를 만들어야 합니다.”

“네?”


그러나, 그들은 믿기 싫은 눈치였다.

도깨비들을 이용해 미래를 보고 운석을 막았으면서 내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도깨비들이 어쩌면 틀렸을 수도 있어요. 태양 폭풍이 일어날 가능성이 전혀 없거든요.”

“맞아요.”

“운석은 눈에 보였지만, 태양 폭풍은 기미도 보이지 않거든요.”


다들 행복한 이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듯했다.


“게다가, 태양 폭풍은 못 막아요. 운석 기계를 수리하는데도 4일이 걸렸어요. 그 말이 사실이라도 고작 3일밖에...”


맞는 말이다.

3일.

숙련도도 없는데, 태양 폭풍을 막을 수 없었다.


다만, 더 많은 사람이 지하로 대비하여 살아남을 수만 있다면.

그걸 위해 말을 꺼낸 것이다.


아무도 내 말을 믿지 않으려고 하는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손가락으로 콕콕 찔렸다.


“제 소개가 늦었네요.”


날 납치한 그 여자 요원.

그녀는 친근하게 인사를 건넸다.


“전, 문예빈이라고 해요.”


문예빈?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이었다.


“최관우라고 합니다.”

“호남평야에 숼터를 만든 사람 맞죠?”

“네, 맞아요.”


뒷조사 당한 게 살짝 섬뜩했다.

하긴 납치도 당했는데 이정도쯤은...


“저번에 언니가 마치 미래를 아는 것 같은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했거든요.”

“언니요?”

“문수빈이라고 근육질의 강해 보이는 사람이 있어요.”


설마 이 사람이 문수빈 여동생인가?

근데 너무 안 닮았는데?


게임 속에 나오는 든든한 탱커 같은 문수빈과 다르게 그녀는 아주 아름다웠다.

연예인이라고 말해도 믿을 만한 외모였다.

둘이 자매라고?


“관우씨. 당신은 태양 폭풍이 다가오는 걸 알고 있었죠. 그렇다면 저도 데려가 주시죠.”

“예?”

“숼터요. 지금 상황에서 거기가 제일 안전하잖아요.”

“그러죠. 뭐.”


어차피 올 사람이었는데, 이렇게 전문 훈련을 받은 요원이 온다면 숼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


D-2

10월 7일.


“중요한 뉴스 소식입니다. 한국인 최 모 씨의 도움으로 소행성을 막았다는 소식입니다.”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 뉴스만 20번째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경찰은 이에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은 강력히 처분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내가 신분을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있었다.

종말이 다가온다고 자기 마음대로 산 사람들이 나를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나처럼 숼터나 만들지 자기들이 짐승처럼 행동하고 책임은 나에게 묻는지 어이가 없었다.


“라디오 좀 꺼주세요.”

“왜?”

“너무 많이 들어서요.”


나의 말에 택시 아저씨는 혀를 치며 뉴스를 껐다.


“지구가 망하지 않아서 가족들이랑 더 오래 볼 수 있게 되어서 좋은데, 이런 좋은 뉴스를...”


지구를 구했다는 것은 정말 뜻깊었지만, 어차피 3일 후면 또 망한다.

내게는 별로 그리 감사하지 않았다.

단지 변수를 처단했을 뿐이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정말 고맙지. 한번 만나보고 싶네.”


제가 지구를 구했습니다.

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부끄러웠다.


“게다가 택시 운전자 수가 줄어서 돈이 더 잘 벌리거든.”

“아, 그래요?”


택시 기사님의 가족 사랑 이야기를 듣다 보니 어느새 우리 집 앞에 도착했다.

택시비를 결제하면서 기사님을 바라봤다.


“10월 9일에 아침 일찍 가족끼리 여행이라도 가세요.”

“뭐?”

“이왕이면 깊은 동굴이 좋겠네요.”


- 탁


택시에서 내려 집으로 들어갔다.

이건 팁이다.


#


D-1

10월 8일.


재앙까지 고작 하루.

다시 국가 시스템은 원상태로 돌아왔다.

그러나, 그건 의미 없는 짓이다.


모든 준비와 정리를 마치고 사람들에게 내일 아침 일찍 숼터로 오라고 연락도 했다.


어제는 종일 놓친 것이 있지 않을까 확인하느라 쉬지 못했다.

재앙의 날이 되면 바쁘기에 오늘은 푹 쉬어야 한다.


좁은 자취방에서 잠을 청해도 되지만, 기왕이면 제일 좋은 곳에서 편하게 자고 싶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비싼 호텔.

그곳의 방을 대여했다.

이젠 돈 따위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 운석을 막지 않았다면 여긴 운영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마도 혼란스러운 상황이었겠지.


나름 의미 없는 짓이 아니었다.

조용한 공간.

마지막으로 야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었다.


저녁을 먹고 수영장도 잠시 다녀왔었다.

차가운 물 속을 마음껏 헤엄쳤지만, 기분이 묘했다.

이런 물속을 더는 느낄 수 없다는 게 너무나도 아쉬웠다.


- 쏴아아


지구도 마치 마지막이라는 걸 예감한 듯.

대차게 가을비가 내려오기 시작했다.


오른손을 쭉 내밀어 차가운 빗방울이 손바닥에 떨어지는 걸 느꼈다.

이제 이 풍경을 볼 수 없을 것이다.

내가 소행성을 막은 것처럼 누군가 종말을 막으면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하다.


그 회사에서 선물로 준 영혼석을 바라봤다.

재앙 이후에는 도깨비를 만나기 힘들 테니 이게 마지막 영혼석일 것이다.


재앙의 마지막 날.

마치 수능 전날 밤에 잠이 오지 않았던 것처럼 도저히 잠을 청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니 갑자기 운석이 등장해서 미래가 꼬인 것처럼 내 필기시험도 합격하지 않았을까?

내일 사실 지구가 망하지 않는 거 아닐까?

그럼 나는 좋아해야 하는 건가?


잡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결국, 달달한 칵테일을 3잔 정도 마시고 푹신한 이불에 몸 맡겼다.


끝이 아닌 시작이다.

그렇게 평화로운 지구의 마지막 밤이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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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대장간 (1) +1 22.08.22 205 10 12쪽
2 불타는 세계에서 살아남는 법 22.08.21 227 11 12쪽
1 프롤로그 22.08.21 263 11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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