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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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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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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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2.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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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84. 정비 - 2

DUMMY

자신들도 무기에 관심이 있는 모양인지, 연신 무기 더미의 곁을 맴도는 리코와 키토. 급기야 두 귀염둥이들은 산더미 같이 쌓여있는 무기들을 이리저리 헤집어 놓기 시작했다.


“동작 그만! 제정신이야? 몸뚱이 자체가 무기인 두 양반이 무슨 무기를 쓴다고 그래?!”

“나도 갖고 싶다능!”

“나도! 나도!”


갓패치의 말에도 아랑곳없이 그저 무기들 속을 이리저리 움직이는 리코와 키토. 어쩔 수 없었다. 그들이 아닌 무기들이 상하기 전에 두 귀염둥이를 끄집어내는 수밖에.


“얼른 안 나와?! 제정신이야, 둘 다?!”


갓패치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키토와 리코를 말려 보았지만,


“나도 갖고 싶다능~!”

“나도~ 나도~”


막무가내로 앙탈을 부리며 떼를 쓰기 시작한 리코와 키토. 그런 그들을 향해 갓패치는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 무기야 아무거나 줘버리면 그만인 일이었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문제는 바로,


“제정신이야?! 당신들이 무기를 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 줄 알아?! 우리가 감당이 안 된다고!”


그래, 두 귀염둥이가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 가뜩이나 악명이 자자한 숲 주인인데 여기서 무기까지 들면 어떻게 될까.


“무기까지 들면 감당이 안 된다냥! 너무 귀엽다냥!”


그래 감당이 안 될 정도로 귀여워...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게 아니잖아! 두 귀염둥이가 전설급 무기를 쥐게 되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이 세져 버린다고!


“키토와 리코에게는 다른 걸 만들어 주지. 뉴 코스튬 어때?”

“싫다능! 무기를 달라능!”

“무기! 무기!”


갓패치가 달래며 그들의 흥미를 끌었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아니, 말이 통하지 않는다. 하긴 두 귀염둥이는 사람이 아니긴 하니까. 말이 통할 리 없긴 하지.


“제정신이야? 말이 안 통하잖아!”

“지금 충분히 대화는 통하고 있다, 멍.”


갓패치의 말에, 가만히 누워있던 루프가 갑자기 난입했다. 그것도 매우 불쾌한 표정을 지으면서.


“아니, 그게 그런 뜻이 아니잖아! 지금 제정신이야?”

“난 무척 제정신이다, 멍. 그러니까 그런 말은 삼가라, 멍. 내 능력을 의심하는 거 같다, 멍.”

“맞아! 컹!”


정중하게 따지는 루프의 곁으로 다가와 한 목소리 거드는 그의 반쪽, 팽. 갓패치는 네 마리의 동물들 때문에 정신이 나갈 지경이었다.


“어쨌든! 무기 못 주니까 그렇게 알아!”

“난 거대한 도끼가 좋겠다능!”


단호하게 외친 갓패치였지만, 전혀 개의치 않은 듯 자신의 몸보다 수십 배 더 큰 거대 도끼를 집어 드는 키토. 이에 질세라 리코는, 도끼 보다 더 큰 양손 검을 집어 들었다.


“나는! 이 거!”


리코가 양손 검을 집자, 키토의 눈빛이 변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무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인데...


“다른 무기 없냐능! 나 더 큰 무기가 필요하다능!”

“나도! 더 큰 무기!”


무기를 가지는 것을 넘어서, 이제는 더 큰 무기를 달라고 생떼를 부리는 두 귀염둥이. 갓패치는 정신이 나가는 것을 완벽하게 넘어서, 그들의 막무가네 생떼에 체력이 급속하게 고갈되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안 되겠어. 이 방법을 아직 쓸 생각은 없었는데.”


이제 남은 방법은 단 한 가지. 갓패치는 결심한 듯 차원문을 열었다. 그러더니,


“나 김치찌개 좀 먹고 온다.”


그는 단번에 차원문 안으로 몸을 던졌다. 연구실 안에 두 귀염둥이를 그대로 내버려 둔 채로.


“나도 먹을 거라능!”

“나도! 나도!”


하지만 김치찌개라는 말에 가만히 있을 두 귀염둥이가 아니었다. 차원문이 막 닫히려던 그 찰나, 가까스로 문턱을 넘을 수 있었던 리코와 키토. 그렇게 연구실 안에 일어났던 한바탕 소통은 수그러드는 듯 했다.


“그래, 조용해졌으니 다음 이야기를 하자냥. 안드로이드들에 대한 대비책은 얼마나 진행 되었냥?”

“일단은 100%요.”


어흥선생의 물음에 차분히 대답하는 우유나였지만, 이상하게도 그녀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보이질 않았다.


“100%인데 왜 그렇게 자신감이 없냥?”

“그건 원더랜드를 습격하는 기체들이 현 버전의 안드로이드들일 경우에만 100%라서 그래요.”


밀크나의 설명에 어흥선생의 얼굴에 그늘이 지기 시작했다. 기술이란 언제나 발전하는 법. 다음 습격 때 더욱 새로운 기체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결코 없었다. 오히려 신기술이 등장할 가능성이 더 짙으면 모를까.


“일단 이대로 대비를 하자냥.”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상황. 연구실에 남겨진 세 사람은 나름의 준비를 세워나가고 있었다.


“그런데... 멍...”


그런 그들 앞에 갑자기 나서는 루프. 아상하리만큼 그의 눈빛이 진지하다. 도대체 무슨 이유 때문에?


“나도 무기 골라도 되냐, 멍?”




“아니 왜 쫓아와?! 제정신이야?!”

“나도 김치찌개 먹을 거라능!”

“김치! 찌개!”


거실 탁자 앞에 앉아 있는 한 사람과 두 귀염둥이는 서로를 응시하며 으르렁거렸다.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한바탕 할 것만 같은 여섯 개의 눈동자. 거실에서는 긴박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


“밥상머리 앞에서 그렇게 싸우는 거 아니야. 그러다가 밥상이라도 엎으면 어쩔 거야.”


그런 그때, 주방 쪽에서 현과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거실의 모두를 다그치는 듯이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건넨 현과장. 하지만 그가 아무리 다그친다고 해서, 그의 말에 작은 반응이라도 보낼 존재들이 결코 아니었다.


“이것 봐라. 듣는 척도 안 하네. 모두 저녁 안 먹을 거야? 김치찌개 안 먹을 거야?”


김치찌개라는 단어에 여섯 개의 귀가 본능적으로 쫑긋 움직였다.


“스페셜 맞지?”


제일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바로 스페셜의 유무. 갓패치를 비롯한 리코와 키토의 눈동자에 기대감이 부풀기 시작했다.


“아니. 뭐 예쁜 짓을 해야 스페셜로 만들어 주지. 오자마자 김치찌개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는 분들에게 어떻게 스페셜을 만들어 줄 수 있겠어요. 안 그래요?”


현과장 목소리에 가득히 담긴 비아냥. 거실에 앉아있던 한 인간과 두 귀염둥이는 반사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제정신이야?! 나 안 먹어!”

“나도 안 먹는다능!”

“스페셜! 스페셜!”


김치찌개 킬러들이 밥상을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 그러나 현과장은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마치 그들의 행동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나, 나 진짜 밥 안 먹어! 난 스페셜 김치찌개를 먹을 거라고!”

“나도 그럴 거라능!”

“리코도! 리코도!”


조금 전까지만 해도 서로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셋이었지만, 그들은 어느새 한 마음 한 뜻이 되어 현과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아니, 안 먹으면. 그럼 진짜 평생 안 먹을 거야?”

“제정신이야? 안 먹어! 절대 안 먹어!”


갓패치는 그 어느 때보다 단호했다. 목소리에서 느껴지는 스페셜 김치찌개를 향한 열정과 집착. 그런 갓패치를 본 리코와 키토는 존경의 눈빛을 금치 않았다.


“존경스럽다능! 정말 존경스럽다능!”

“갓패치! 존경!”


둘의 응원에 어깨가 으쓱해진 것일까. 갓퍄치는 더욱 단호하게 현과장을 몰아부쳤다.


“나 진짜 안 먹을 거야! 어이 숲 주인, 늪 주인. 이번에 무조건 쟁취 하는 거야! 스페셜 김치찌개를!”

[짝짝짝! 짝짝짝짝!]


혼신이 담긴 연설을 듣고 너무나 감동을 받은 키토와 리코. 깊은 감명의 화답으로, 힘찬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정말 안 먹을 거야?”


하지만 그런 그들을 보면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현과장. 이번엔 그도 쉽사리 져줄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제정신이야? 정말 안 먹어! 안 먹어!”


물론 질 생각이 없는 건 갓패치와 두 귀염둥이도 마찬가지. 미묘한 긴장감이 거실에 쌓여만 갔다.


“정말 안 먹을 거면 치운다.”

“치워! 치워! 그럼 누가 겁이라도 먹을 거 같아?! 안 먹어! 겁도 안 먹고! 김치찌개 도 안 먹어!”

“겁 안 먹는다능!”

“안 먹음! 안 먹음!”


반찬투정으로 똘똘 뭉친 셋은 결사항전 하듯 투지를 불태웠다. 그런데,


“채야! 여기 치워야 할 거 같아!”


마치 기다리기라도 한 듯, 그 자리에 일어나 밥상을 치우기 시작한 현과장. 밥상투쟁자 셋의 눈동자는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 마냥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약해지지 마! 약해지지 마! 저게 없어져야 스페셜 김치찌개가 온 다고!”

“맞다능! 갓패치가 맞다능!”

“스페셜! 스페셜!”


말은 이렇게 했지만, 너무나 정직한 그들의 눈동자. 강인한 그들의 표정과 다르게, 그들의 시선은 점점 멀어지는 김치찌개로부터 벗어나질 못 했다.


“치운다는 말이 사실일까나?”


현과장의 외침을 들은 것일까. 주방에서 채야가 헐레벌떡 뛰어 나왔다. 양손에 식칼을 들고서.


“모두 안 먹는다는데.”


안 먹는다는 단어가 그녀의 심기를 건드린 것일까. 평화롭던 그녀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음식을 안 먹는다는 말이 사실일까나?”


마치 분노가 뻗어나오는 듯한 채야의 눈빛. 그 눈빛에 놀란 리코와 키토는 빠르게 달려가 밥상 앞에 앉았다.


“우린 먹는다능!”

“우리! 먹음!”


잠자코 김치찌개를 받아들인 리코와 키토. 이제 남은 건 갓패치 뿐이었다.


“배신자들. 그러고도 너희가 숲 주인이고 늪 주인이야?! 난 말이지! 절대! 굴복하지...”

“안 먹는다는 말 진심일까나.”


완전히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에, 갓패치는 말을 제대로 잇지 못 한 채, 그냥 침만 꿀꺽 삼켰다.

이건 전투력의 문제가 아니었다. 싸움을 잘하고 못 하고를 떠나, 이건 오직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 사실 채야의 집에서 밥이나 축내는 갓패치가 반찬투정을 부릴 레벨은 아니었으니까.


“아니, 나는 그 스페셜 김치찌개를...”

“매일매일이 특별 하다랄까나.”


틀린 말은 아니었다. 이 사람들에게 있어서 매일매일이 특별한 이벤트가 일어나는 건 맞는 말이니까.


“정말 안 먹을 거랄까나?”


완전히 가라앉은 채야의 목소리. 갓패치는 이제 결단을 내려야만 했다. 맞서 싸워 쟁취할 것인가. 아니면 이대로 굴복할 것인가.


“제, 제정신이야?!”


갓패치는 우렁차게 자신의 목소리를 드높였다. 그러더니, 재빠르게 밥상으로 달려가는 갓패치. 그 속도로 봐서 그가 취할 행동은 하나 밖에 없는 듯 했다.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당연히 굴복. 주면 주는 대로 먹어야지. 뭔 투정을 그렇게 하는 걸까. 세끼 꼬박 차려 주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데. 그런 걸 잊고 반찬투정이나 하고 있다니. 저런 인간들은 조미료 듬뿍 담긴 배달음식이나 시켜 줘야 한다. 집밥이 그리워 질 때까지.


“김치찌개는 그렇고. 현과장은 어떨게 쇠사슬을 푼 거야? 그거 그냥 쇠사슬 아닌데.”


분위기도 전환 시킬 겸, 현과장에게 말을 건 갓패치. 하지만 그는 이어지는 현과장의 대답이 큰 충격으로 다가올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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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3. 정비 23.12.06 20 3 11쪽
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6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6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9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7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8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5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6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4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9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7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5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6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9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7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8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4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3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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