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연재수 :
400 회
조회수 :
16,255
추천수 :
1,480
글자수 :
2,061,634

작성
23.11.16 06:00
조회
18
추천
3
글자
12쪽

260. 무서운 존재 - 3

DUMMY

“그러니까, 여기 침입한 사람들의 멘탈을 아작 낸다고?”

“요약하면 그렇다, 컹! 난 사람들이 싫다, 컹!”


사람들이 싫다는 늑대가 사람인 현과장에게 이름을 지어달라는 게 조금 모순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녀는 무척이나 사람이 싫은 눈치였다.


“특히나 그 창백한 멀대! 그 멀대가 제일 싫다, 컹! 매번 무슨 말만 하면 제정신이야? 제정신이야? 지도 제정신이 아닌 주제에 말만 많다, 컹!”


현과장은 그 멀대가 누구인지 이상하게 알 것만 같았다. 그의 주변에서도 그녀가 언급한 창백한 인물과 비슷한 사람이 한 명 있었으니까.


“그럼 나도?”

“그런 현과장 하기 나름이다, 컹! 이 정도면 정말 크게 봐준 거다, 컹!”


현과장하기 나름이라니. 그녀의 말이 어디까지 진심인 걸까. 현과장은 은근슬쩍 루프의 눈치를 보았다.


“저 친구는 거짓말을 잘 하지 않는다, 멍! 믿어도 된다, 멍!”


잘하지 않는다는 건, 아주 가끔은 한다는 말이잖아. 이 사실이 마음에 걸리는 듯, 현과장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믿음을 얻기 위해서는 먼저 속을 보여줘야 한다, 컹! 하지만 현과장은 아직 마음속을 보이지 않았다, 컹!”

“내가? 나 완전 투명한 사람인데? 그치, 리코 님? 키토 님?”


현과장은 억울하다는 듯 두 귀염둥이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리키토와 리코. 하지만, 이 모습을 보고도 팽은 전혀 현과장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아니, 날 못 믿는다고? 정말 이러기야?”

“여기 온 이유도 제대로 말하지 않은 사람을 어떻게 믿으라는 거냐, 컹?”

“그게 난 여기 온 이유를 잘 모른다니까. 그냥 들어가라고 하니까 들어온 거라고요.”


그녀는 여전히 현과장을 못 믿는 눈치였다. 그러자, 현과장의 뒤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와 그녀의 앞에 선 루프. 그는 신뢰의 눈빛으로 팽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내었다.


“내가 보증한다, 멍. 현과장은 그냥 이 안으로 들어온 거다, 멍.”


루프의 목소리가 그녀에게 신뢰를 준 것일까. 불신 가득했던 그녀의 눈빛이 조금 누그러졌다. 그런데,


“아니! 지금 보증이라고? 루프 씨! 형제 사이에도 보증은 서는 게 아니라고!”


보증이라는 말에 노발대발 날뛰며 루프를 말리는 현과장. 그의 눈빛에 진심이 가득했다.


“난 현과장을 도와주고 있는 거다, 멍. 이러면 나도 도와줄 수가 없다, 멍!”

“아니, 다른 방법이 많은데 무슨 보증이야! 안 돼! 절대 안 돼!”


현과장은 몸서리치며 루프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왜 이러는 걸까. 가족 중에 보증을 잘못 서서 크게 데인 사람이 있는 것일까.


“30년 전이지. 우리 아버지는 작은 아버지의 말만 철썩 같이 믿고 은행으로 같이 걸음을 하셨지.”


현과장의 눈빛에서 진지함과 비장함이 맴돌았다. 마치 크나큰 상처를 말하는 것만 같은 느낌적인 느낌, 느낌. 현과장은 조금씩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적은 돈이 아니었어. 하지만, 아버지는 작은 아버지를 믿었지! 왜? 형제이니...”

“거짓말하지 마라, 컹! 다 보인다, 컹!”


순간 입을 꾹 닫아버린 현과장. 설마 진짜 거짓말이었어? 꾸며낸 이야기를 저렇게 감정을 잡아대며 털어댔던 거야? 모두의 앞에서?


“정말이냐능? 현과장이 거짓말을 했냐능?”

“나! 현과장! 믿음!”


키토와 리코의 얼굴에 불안과 걱정이 스며들었다. 그런 그들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는 현과장. 일말의 양심이 남아 있었던 것일까. 그는 이내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키토 님, 리코 님. 루프 씨를 말려야 한다는 생각에 그만.”

“우린 이해한다능! 나쁜 건 루프 씨라능!”

“난! 현과장! 믿음!”


순간, 나쁜 늑대가 되어버린 루프. 그런데,


“나도 생각이 짧았다, 멍. 현과장이 그렇게 날 생각하는지 몰랐다, 멍. 내가 나빴다, 멍.”


오히려 자신이 나쁜 늑대라는 걸 인정해버리는 루프. 팽을 제외한 모두의 눈가에 눈물이 촉촉하게 적셔들었다.


“리코 님! 키토 님! 루프 씨!”

“엉엉! 현과장뿐이라능!”

“엉! 엉!”

“엉엉, 멍!”


급기야 서로 얼싸 안고 펑펑 눈물을 쏟아내는 현과장과 일행들. 그저 찌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 아니, 도대체 왜 우는 거야? 이게 울 일이야?


“모두 다 떼라, 컹. 내가 떼 줄까, 컹!”


그들을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는 팽. 그녀는 협박 아닌 협박을 했지만, 눈물샘이 터져버린 네 찌질이들은 결코 눈물을 멈추지 않았다. 아니, 멈출 수 없었다. 서로를 향한 우정을 확인했기 때문에. 이 눈물은 그냥 눈물이 아닌, 사나이의 우정이었으니까.




“나도 원더랜드의 멸망에 한 표를 던지겠어.”


거대한 원탁의 앞에 홀로 선 라니. 그녀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눈동자 속세 보란 듯이 새겨져 있는 두려움. 그 두려움은 이내 원탁의 주변에 앉아있는 이들에게 서서히 전염되기 시작했다.


“갑자기 입장을 바꾼 이유가 뭐지, 라니?”


피터의 질문에 라니는 그녀의 두려움 가득한 눈동자를 피터를 향해 돌렸다.


“두려워졌기 때문이야. 무서워졌다고. 그 무시무시한 능력에.”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네가 그런 생각을 한다고?”


피터는 의심 라니를 향한 가득한 눈빛을 거두지 못했다. 지금까지 자신만을 위한 선택을 일삼았던 라니. 그런 그녀가 갑자기 입장을 번복한다고? 분명 다른 꿍꿍이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못 봐서 그래. 다리안이 만든 황금 실을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고 그냥 끊었다고.”

“아니, 라니. 신의 방패가 그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뭘 그렇게 놀라고...”


다리안은 대수롭지 않게 반응했지만, 이어지는 라니의 말을 듣고서 그의 얼굴도 그녀와 똑같이 심각해졌다.


“신의 방패가 아니야! 그 주변에 있는 동물이었다고! 검은 토끼!”

“토끼라고? 토끼가 내 작품을 부셨다고?”


다리안의 얼굴에 핀 당혹함. 혹시 라니의 말이 거짓말은 아닐까, 그는 그녀에서 확인하듯 되물었다.


“그래, 몇 번을 말하게 만들어? 토끼가 끊었다고! 그것도 단번에!”

“허허허...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피터, 자네 생각은 어떤가.”


다리안은 그 심난함이 가득한 눈빛을 피터에게로 향했다. 그의 감정이 전염된 것일까. 피터의 표정에서도 느껴지는 당혹감. 너무 어이없는 라니의 말에, 피터는 쉽사리 입을 열지 못 했다.


“믿기 힘들지. 토끼가 그런 힘을 가지고 있다는 건.”

“내가 거짓말이라도 한다는 거야? 그럼 쟤들은 왜 저 모양인데?!”


라니는 역정을 내며 원탁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가리켰다. 엉망진창인 몸가짐을 원탁 한편을 차지하고 있는 두 사람, 아담과 켄지. 그들은 라니가 자신들을 가리키자 부끄러운 듯 시선을 피하기 시작했다.


“저들은 신의 방패와 싸워...”

“신의 방패? 웃기고 있네! 야! 말해! 너희 누구와 어떻게 싸웠는지!”


아담과 켄지는 선뜻 입을 열지 못했다. 토끼와 새끼 드래곤에게 흠씬 두들겨 맞았다는 말을 어떻게 자신들의 입으로 꺼낼 수 있을까. 그것도 다른 사람도 아닌, 신에게 선택 받은 사람들이.


“라니, 그 이야기는 그냥 넘어가는 게...”

“시끄러워, 아담! 빨리 말해! 켄지, 빨리 말하라고!”

“아, 쪽팔리게 뭘 계속 말하라는 거야...”


그들은 여전히 밍기적거리며 대답하기를 꺼려했다. 그러자, 더욱 매섭게 그들을 몰아치는 라니. 그녀의 눈빛에서 두려움에 미쳐버린 광기가 스며들고 있었다.


“그럼 다 없는 걸로 할까? 나 다시 현과장 쪽에 붙어? 영원히 패배자처럼 살 거야?! 아니, 패배자로 살 거야?”


그녀의 말에, 당사자인 두 사람은 서로를 힐끗 바라 보았다. 이상하리만큼 꺾이지 않는 자존심. 그들도 알고 있었다. 지금은 자존심을 꺾는 게 아니라, 버려야 한다는 것을.


“토끼와 드래곤이었다.”

“그래, 검은 토끼와 하얀 새끼 드래곤.”


아담과 켄지의 발언에, 정적이 찾아온 회의장 안. 피터와 다리안은 갑자기 밀려온 당혹감에 표정을 어떻게 하지 못했다. 토끼와 새끼 드래곤에게 얻어 터졌다고? 신의 능력자들이?


“두 사람, 거짓말하는 건...”

“피터, 너 같으면 존심까지 버리며 이런 거짓말을 할 거 같아?”


켄지의 말을 들은 아담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래, 모든 것이 진실이었다. 원더랜드의 토끼가 다리안이 만든 물건을 부순 것도, 신의 능력자 둘이 토끼와 드래곤에게 패배한 것도.


“사태가 심각하군.”

“심각한 게 아니라, 절망적이다, 피터. 정말 절망적이라고.”


모두들 아담의 말에 동의하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원탁 앞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에서 두려움이 느껴졌다. 공포가 느껴졌다. 단순한 동물이 자신들을 능가하다니. 이 모든게 신의 방패가 가진 힘이란 말인가. 가만히 두고 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런 엄청난 힘을 왜 신께서 우리에게 주지 않은 것일까.”


안타까운 듯 탄식을 뱉어낸 다리안은, 신이 원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들어 회의장의 천장을 바라보았다. 꽉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회의장의 천장. 그 모습이 마치 자신들의 앞날 같이 느껴졌다.


“신이 우리에게 신의 방패를 주지 않은 이유는, 그 능력이 우리에게 필요 없어서 그럴 거다.”


유일하게 정신을 차린 사람은 바로, 피터. 그는 모두의 얼굴에 피어난 두려움을 자신의 카리스마로 통제하려는 듯 근엄한 목소리를 뿜어내었다.


“똥 폼 잡지 마. 아담도 그러다가 망했다고.”

“어, 그래...”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허세. 지금은 이런 허세를 부릴 때가 아니다. 오직 세밀한 작전과 결단력 있는 행동이 필요했다. 신의 능력자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럼 원더랜드의 멸망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나?”


피터의 질문에, 그 누구도 손을 들지 않았다. 그렇게 원더랜드와 완전히 적대적 관계가 된 신의 능력자들. 그들의 눈빛에서는 결연한 의지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럼, 라니. 참가 하지 않은 인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도록 해.”

“시간 길게 안 잡아먹을 게.”


말을 마친 라니는, 순식간에 회의장을 빠져나가 다른 이들에게도 향했다. 그렇게 시작된 원더랜드의 새로운 위기. 하지만 현과장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는데...




“그만 울어라, 컹! 볼썽 사납다! 컹!”


여전히 서로를 붙들고 눈물을 질질 짜고 있는 네 찌질이들. 그들을 향해 짜증 가득한 눈빛을 보낸 팽이었지만, 그들을 억지로 떼어 놓진 않고 있었다. 볼썽 사납긴 해도, 남자들의 우정이니까.


“우리 앞으로도 변치 말자, 루프 씨, 키토 님, 리코님.”

“그럴 거라능! 우린 미드나잇 클럽이라능!”

“미드나잇! 클럽!”

“이런 친구를 만나 행복하다, 멍!”


서로를 보듬어 가며 위로하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네 친구들. 그 고양이 그루밍 같은 행동에, 팽은 송곳니까지 드러내며 거부반응을 보였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감정이다, 컹!”


설마 mbti 검사 하면 T가 나오는 건 아니지? 왜 그렇게 감정이 메말라 있는 거야?


“아니, 너무 감성이 없잖아, 팽 씨. 우린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아니긴, 컹! 감정에 휘둘리는 건 삶을 아작 내는 지름길이다, 컹!”


감정을 품는다는 것에 자체가 별로 내키지 않는 것만 같은 팽. 그녀의 목소리에서 회의감이 진하게 느껴졌다. 그때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84 284. 정비 - 2 23.12.07 13 3 11쪽
283 283. 정비 23.12.06 20 3 11쪽
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6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6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9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7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8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5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6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3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265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8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7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5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6 3 11쪽
»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9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7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8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4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2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