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부 꼰대 과장의 이세계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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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천세은
작품등록일 :
2023.01.15 15:52
최근연재일 :
2024.03.1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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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1.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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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DUMMY

“현과장! 나 배고프다능!”

“나도! 나도!”

“그럼 김치찌개 먹을까?”


천재지변과 같은 갓패치의 분노가 현과장에게 날아가려던 바로 그때, 그의 귓가에 들려온 짤막한 셋의 대화. 뭐? 김치찌개를 먹는다고? 지금 이 상황에서? 이렇게 말싸움이 진짜 싸움으로 번지려는 바로 이 상황에서? 갓패치, 지금 이건 완전히 당신을 무시...


“제정신이야? 빨리 거실 안 치우고 뭐해? 김치찌개 만든다고 하잖아!”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 줏대 없는 모습은 좀 그렇네.

어쨌든, 갓패치는 지난 일들을 완전히 잊은 듯 기대감 가득한 얼굴로 거실 탁자 앞에 앉았다.


“갓패치, 지금 조련 당하고 있는 거다냥.”

“제정신이야? 내가 며칠째 김치찌개를 못 먹었는데. 지금 방해하겠다는 거야? 나랑 싸우겠다는 거야?”


갓패치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 이 남자 김치찌개에 진심이다. 정말 진심이다.


“아니다냥. 그냥 먹어라냥.”

“그래야지. 먹어야지.”



그렇게 갓패치는 부엌에서 현과장이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아니, 김치찌개가 그의 앞에 다가오기만을 기다렸다.




한편, 원더랜드의 침공을 준비하고 있던 「신의 의회」는, 그들의 작전이 순조로운 것인지, 작은 잡음도 없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던 도중, 「신의 검」 피터는 「신의 망치」 다리안이 있는 공방에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불안함이 가득 느껴지는 피터의 발걸음. 그의 얼굴도 잔뜩 긴장된 상태였다.


“다리안, 새로운 무기들은 준비가 되었어?”

“이제 그대의 무기만 남았지, 피터. 다른 이들의 무기는 전부 끝났어.”


다리안은, 아직은 칼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투박하게 생긴 철 조각을 내밀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불안함을 떨쳐버리지 못한 피터. 그는 이미 완성된 창과 단검을 만지며 입을 열었다.


“다리안이 만든 도구를 동물들이 부셨다고 하잖아.”


목소리에서도 느껴지는 불안감. 그는 아무래도 가슴속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모양이었다.


“그건 내가 대충 만든 달랑 한 올의 실이야. 이건 내가 정성을 들여 만든 무기고.”


그와 다르게, 다리안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차고 넘쳤다. 마치 자신이 만든 무기에 엄청난 자부심이 있는 듯이.


“그렇지? 다르겠지?”

“다르다마다! 피터, 자네 날 못 믿나?”


살짝 자존심이 상한 것일까. 피터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조금 날카로워졌다.


“못 믿는 게 아니야. 확실하게 하고 싶을 뿐. 원더랜드는 우리의 예상을 언제나 뛰어넘었으니까.”

“그럼 나도 내 능력을 뛰어넘는 무기를 만들면 되겠군!”


다리안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돌려 투박한 철 조각을 바라보았다. 이내 그 철조각 위로 떨어지는 다리안의 망치. 그렇게 공방 안에는 망치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정말 아무 능력도 받은 게 없어?:


입안의 음식을 삼키자마자, 현과장을 매섭게 응시하는 갓패치. 그의 질문에, 밥숟갈을 뜨던 그의 손이 공중에서 멈춰버렸다.


“몇 번을 말하게 하는 거야. 없다니까. 없어. 정말 없다고.”


현과장이 짜증 섞인 대답을 들려주는 사이, 재빠르게 현과장의 김치찌개로 젓가락을 뻗는 갓패치. 그의 손놀림은 빛보다도 빨랐다.


“정말 가지가지한다냥. 그냥 더 만들어달라고 해라냥. 추하게 그게 뭐냥?”


어흥선생은 그런 갓패치를 정말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정작 자신도 현과장의 김치찌개에 젓가락을 담갔으면서.


“둘 다 그만! 위선자가 따로 없네. 아니, 먹을 게 없어서 힘들게 고생하고 온 사람의 밥을 탐내?”

“정말 먹을 게 없다랄까나. 다 먹고 없어서.”


채야 역시 현과장의 김치찌개에 숟가락을 넣으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그제야 탁자 위의 상황을 보게 된 현과장. 탁자 위의 풍경은 실로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만들지 5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깔끔하게 전멸이라니. 이 사람들 얼마나 김치찌개가 고팠던 거야?


“아니! 내가 없는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밥 안 먹었어? 설마 밥을 못 먹을 정도로 날 그리워 한 거야?”


아주 잠시였지만, 현과장의 눈가에 감격의 눈물이 고일 뻔 했다. 어흥선생이 입을 열기 전까지.


“밥은 먹었다냥. 하지만 김치찌개는 못 먹었다냥.”

“얼마 그리웠는데요. 김치찌개가.”


어흥선생의 옆에서 얄밉게 한 마디 거드는 밀크나. 어, 잠깐. 밀크나는 안드로이드잖아. 로봇이 김치찌개를 먹어도 되는 거야?


“밀크나, 김치찌개 먹어도 돼? 맛을 느낄 수 있어?”

“훗훗훗 당연하죠! 누가 만들었는데!”


현과장의 질문에, 잡고 있던 숟가락을 집어던지며 흐뭇한 미소를 짓는 그녀, 우유나. 밀크나에게 물어봤지만 우유나가 대답하는 기가 막힌 상황. 도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야?


“아니 왜 우유나가 대답해?”

“그야 당연하죠! 제가 만들었는데! 미각 센서를!”


우유나는 현과장을 바라보며 두 눈동자를 반짝였다. 마치 더욱 물어봐 달라고 아우성거리는 듯한 그녀의 눈빛. 이럴 때는 딱 잘라 무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과학 덕후들의 이야기는 아무리 쉽게 설명한다 해도 전혀 못 알아 들으니까.


“어, 그래 잘했어.”

“아니, 제정신이야? 우유나의 기대를 그렇게 저버릴 거야?”


이제 막 우유나의 덫을 벗어난 현과장에게 갓패치가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물론 그의 목적은 현과장의 김치찌개. 분명 말은 현과장에게 했지만, 그의 눈빛은 왜 김치찌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먹어라, 먹어.”

“아니, 제정신... 오오! 고마워! 역시 현과장은 좋은 사람이야!”


딴지를 걸어보려고 했지만, 김치찌개를 준다는데 엉뚱한 소리를 늘어놓을 필요가 있을까. 갓패치는 당장에 현과장의 김치찌개 그릇을 빼앗아 자신의 앞으로 가지고 왔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하이에나들. 도대체 얼마나 이 김치찌개가 맛있는 것일까. 나도 참 궁금하네.


“그렇게 맛있냐? 그렇게 맛있어?”


현과장의 물음에, 일제히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 심지어 구석에서 조용히 김치찌개를 먹고 있던 리코와 키토도, 현관 앞에서 한 사발 하고 있던 루프와 팽도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만. 내가 뭘 잘못 본 건 아니겠지? 왜 본적없는 새로운 식구가 떡하니 자리를 잡고 밥을 먹고 있는 것일까.


“팽 씨? 팽 씨는 언제 왔어?”

“휴가다, 컹! 휴가라 오빠 따라 왔다, 컹! 우리 오빠는 매일 이런 걸 먹냐, 컹?!”


팽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하다. 정말 늑대들의 입맛까지 사로잡을 정도로 맛있는 거야? 그렇게나 맛있다고?


“매일... 먹긴 하지. 참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현과장은 김치찌개를 둘러싸고 눈치싸움을 하는 사람들을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쉬라는 신의 조언. 그리고 김치찌개를 이렇게나 좋아하는 사람들.

잠시 쉬면서 김치찌개만 만들까. 모든 것을 잊고 김치찌개만. 맛있고 또 맛있는 김치찌개만.

현과장은 짧은 순간이었지만,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좋아! 결정했어!”


그의 결단은 아주 빠르게 내려졌다. 뭐, 김치찌개를 먹어치우는 사람들보다는 느리긴 했지만.


“뭘 결정했다는 거냥?”

“난 김치찌개를 만든다! 김치찌개만 만든다!”


특별히 관심이 없는 듯한 어흥선생의 목소리였지만, 현과장의 결심을 듣자마자, 그의 동공은 요동을 쳤다. 김치찌개만 만든다고? 오로지 김치찌개만?


“제정신이야? 제정신이지? 정말 김치찌개만 만들 거야?”


얼굴에 피어난 희열과 환희. 갓패치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현과장에게 되물었다.


“김치찌개만 만들면서 마음의 안정을 취해야겠어. 난 요즘 지쳤다고.”


단호한 현과장의 대답은, 아내 모든 이들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단 한 사람만 빼고.


“그럼 난 뭘 해야할까나? 난... 난...”


채야는 현과장의 결심에 조금 난감한 듯 안절부절하지 못했다. 하루아침에 자신의 위치를 빼앗겨 버린 채야. 더는 원더랜드 최고의 요리사로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다른 직업을 찾아봐야 하나. 이런 당치도 않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가득 메웠다.


“채야는 요리해야지. 뭔 소리야?”

“응? 요리는 현과장이 하는 거 아닐까나?”


채야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조금 전 분명 김치찌개를 만든다고 했잖아. 그런데 요리는 채야에게 만들라고? 이게 무슨 말이지?


“난 김치찌개만 만들 거야. 여기 사람들 밥은 채야가 책임져 줘야지.”


순간 모두의 동공이 흔들렸다. 심지어 요리사 직업을 걱정한 채야 본인도.


“우리에게 김치찌개를 주지 않겠다는 말일까나?! 그건 말이 안 된다랄까나!”

“제정신이야? 김치찌개를 만들지만 우리에게 주지 않겠다고?”

“인정할 수 없다냥! 인정할 수 없다냥!”


세 원더랜드의 주인들은 입에 거품까지 물고 현과장에게 반항했다. 하긴 이렇게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주지 않는다고 선언을 해버리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현과장?


“난 김치찌개만 만든다. 한 시간에 1인분씩.”


한 시간에 1인분이라면, 수면 시간 8시간을 제외하면 오직 16시간, 겨우 16인분? 잠깐 겨우 16인분이 아니잖아. 16인분이면 꽤 많은 양인데...


“제정신이야? 하루에 16인분? 내가 20인분을 먹는데, 겨우 16인분? 겨우 16인분?!”


엌, 그렇게나 많이 먹어? 난 전혀 몰랐는데.


“인정할 수 없다냥! 나도 20인분은 먹는다냥!”

“나도 3인분은 먹는다랄까나!”

“안드로이드는 무한대의 위장을 지녔다고요!”


여기저기서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심지어,


“나도 많이 먹고 싶다능! 많이 먹고 싶다능!”

“리코! 김치찌개!”


두 귀염둥이 키토와 리코까지도.

하지만, 현과장의 표정은 쉽사리 변하지 않았다. 마치 마음을 단단히 먹은 듯한 그의 꾹닫힌 입술. 이내 그는 그 입술을 열고 단호한 목소리를 내보냈다.


“안 돼. 못 바꿔. 나도 좀 쉴 거야.”


단호한 그의 목소리와 함께, 완전히 먹거리를 잃게 되어버린 채야 네 가족들. 현과장을 향했던 환호와 환희는 이내 원망과 분노로 바뀌어 갔다.

눈앞의 절망 앞에 갈 곳을 잃어버린 그들의 식사. 정말 그들은 그렇게 김치찌개를 잃고 말게 될 것일까.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김치찌개요? 그게 뭡니까, 스승님.”


하룡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갑자기 김치찌개라니. 김치라면 현과장이 잘 만들기로 유명한 게 아닌가.


“현과장이 만든 음식이랄까나.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우리가 힘을 모아서 김치찌개를 만들자는 말일까나.”

“그래, 그래. 우리가 만들 수 있지, 그렇지, 그렇고말고.”


채야의 옆에서 갖은 추임새를 넣는 갓패치. 그는 김치찌개를 먹을 수 없다는 사실이 엄청난 두려움으로 다가왔는지, 손과 발을 벌벌벌 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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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 283. 정비 23.12.06 20 3 11쪽
282 282.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3 23.12.06 19 3 11쪽
281 281.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 2 23.12.05 16 3 11쪽
280 280. 아이템 업그레이드, 아니, 능력 업그레이드 23.12.05 16 3 12쪽
279 279. 아이템 업그레이드 - 6 +2 23.12.04 19 4 11쪽
278 278. 아이템 업그레이드 - 5 23.12.04 21 3 11쪽
277 277. 아이템 업그레이드 - 4 23.12.03 10 3 11쪽
276 276. 아이템 업그레이드 - 3 23.12.02 20 3 11쪽
275 275. 아이템 업그레이드 - 2 23.12.01 14 3 11쪽
274 274. 아이템 업그레이드 23.11.30 17 3 12쪽
273 273. 현과장의 개점휴업 마지막(현과장의 각오) 23.11.29 20 3 12쪽
272 272. 현과장의 개점휴업 - 8 23.11.28 18 3 11쪽
271 271. 현과장의 개점휴업 - 7 23.11.27 15 3 11쪽
270 270. 현과장의 개점휴업 - 6 23.11.26 16 3 11쪽
269 269. 현과장의 개점휴업 - 5 23.11.25 13 3 11쪽
268 268. 현과장의 개점휴업 - 4 23.11.24 11 3 11쪽
267 267. 현과장의 개점휴업 - 3 23.11.23 14 3 11쪽
266 266. 현과장의 개점휴업 - 2 23.11.22 14 3 11쪽
» 265. 현과장의 개점휴업 23.11.21 19 3 11쪽
264 264. 신과 함께 - 2 23.11.20 17 4 11쪽
263 263. 신과 함께 23.11.19 18 3 11쪽
262 262. 개판 오분 전 - 2 23.11.18 15 3 11쪽
261 261. 개판 오분 전 23.11.17 16 3 11쪽
260 260. 무서운 존재 - 3 23.11.16 19 3 12쪽
259 259. 무서운 존재 - 2 23.11.15 17 3 11쪽
258 258. 무서운 존재 23.11.14 18 3 12쪽
257 257. 착오 23.11.13 14 3 11쪽
256 256. 테러 23.11.12 13 4 12쪽
255 255. 결성! 솔티드! 23.11.11 14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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